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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설 여행기 계속됩니다. 이번에는 배가 나오는 군요.

 

 

 

 

4. 2월 5일 - 국적선(?) 코비 승선

 

   아침 첫 배를 타기 때문에 잠을 많이 자지 못하였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로는 부모님 댁에 갔다면 편히 쉴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이미 따로 산지 10년이 다 되어가서 오히려 불편하다. 아침 7시에 겨우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7시 20분에 댁을 나왔다. 그래도 아침을 먹고 나왔다.

 

   걸어서 버스를 타러 갔다. 오늘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기 위하여 버스를 타기 전에 분식점에 들러서 6줄을 샀다. 처음에 일본에 갈 때에는 먹을 걸 많이 사 갔지만 짐만 되고 먹지 못하여 버리는 게 더 많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첫 날 먹을 수 있는 정도만 사 가고 있다. 아무래도 일본이 우리보다 식비가 비싸니. 이번에는 일반버스를 탔다.

 


No. 6 시내버스(일반)편 : 수영구청 7:36→중앙동 7:58
버스번호 : 41, 거리 : 9.7km, 요금 : ₩900, 운영회사 : 용화여객

 


   이번에 탄 버스는 41번. 서울은 이명박 시장(2007년 겨울에 대통령에 당선하여 2008년부터는 제17대 대통령이 되었다)이 시내버스 개혁을 하여 버스 노선과 번호가 완전히 바뀌었지만 부산은 아직 그대로이다. 41번도 내 기억으로는 25년 전과 비교하면 버스만 새 차로 바뀐 것 이외에는 변화가 없다. 토요일 아침이라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어 길이 막히면 어쩌나 걱정을 하였지만 역시나 별로 안 막혀서 예상대로 지하철 중앙동역 출입구 앞에 있는 중앙동 정류장에 도착하였다.

 

 

   부산국제터미널(http://www.busanferry.co.kr)은 이곳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이다. 항상 가는 길에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터미널 안에는 많다. 이번에도 역시 가는 길은 한산하였지만 터미널 안은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코비호는 미래고속해운(http://www.mirejet.com)에서 운영하는 배로 매표소는 2층에 있다. 줄은 짧았지만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였기 때문에 작성된 서류가 하나도 없어서 먼저 필요한 서류를 적고 바로 매표소에서 엔화로 결제를 하였다. 내가 이번에 이용하는 건 코비 왕복과 JR 패스(7일권, 일반실)가 세트로 된 상품(39,900엔)이라 엔화로 결제하였다. 매표소에 온 선착순으로 좌석이 결정되므로 서둘렀지만 이미 대부분의 자리는 찼고 1층 일부만 남은 상태였다. 1층 창가 자리로 배정받았다.

 

 

   그 사이에 같이 갈 친구도 도착하였다. 친구의 경우는 동대구역에서 출발하는 첫 무궁화호를 타고 와서 혹시 열차가 연착할까 걱정하였지만 무사히 제 시간에 왔다. 출국수속에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기 때문에 그전에 휴식을 취하고 정리를 하였다. 출국신고서를 작성하고 병무 신고도 하였다. 빨리 들어가도 바로 배를 못 탄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천천히 하였다.

 

 

   8시 36분에 출국 수속을 하러 갔다. 설 연휴인데다 우리가 탈 배 앞에 비틀호가 출발하게 되어 있어서 줄이 있었다. 기다리다보니 보통 때보다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보아야 15분 정도이지만. 면세 구역은 이미 출국 수속을 마친 승객들로 빈 자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배의 좌석이 매진된 듯 하다. 얼마 안 되어서 입구가 열리고 배를 타러 갔다.

 


No. 7 제트호일선편 : 부산항 9:06→하카타항[博多港] 12:08
편명 : KJ001, 거리 : 213.0km, 선명 : 코비 3호(파나마 국적)

 

 

   이번에 타는 배는 코비 3호이다. 배의 전체적인 구성은 비틀과 같았다. 2층 앞에는 전망이 보인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비틀처럼 앞이 막혀 있었다. 다만 실내벽을 나무결로 해 놓아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고 좌석간의 앞뒤와 옆의 간격이 비틀보다는 좀 더 넓었다. 의자는 더 크지만 뒤로는 많이 넘어가지 않았다. 우리가 앉은 맨 앞줄을 제외하고는 받침대가 있었다. 맨앞줄이 받침대가 없는 건 앞의 의자 뒤에서 꺼내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차처럼 의자를 돌리는 것도 아닌데 맨앞줄 승객에 대한 배려가 좀 아쉽다. 역시 국적사인지라 모든 안내는 우리말 위주이고 승무원도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다. 비틀에서 들을 수 있는 어눌한 우리말은 찾아볼 수 없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아 해외여행을 하기 보다는 귀성열차를 타지 않았나 하는 착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승선감은 별로 좋지 못하였다. 부산항을 벗어나자 파도가 심한지 엄청 흔들림이 심하여서 1시간 동안 고생하였다. 다행히도 쓰시마[対馬]를 지나서부터는 배가 안정을 되찾았다. 일본에 입국해서의 일정에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입국신고서 쓰고 역에 가서 진짜 패스로 바꿀 교환권을 챙기고 좌석이 없으면 일정에 문제가 생기는 지정석권이 필요한 열차 목록을 따로 적어 놓았다.

 

 

   창밖으로 큐슈[九州]가 보이자 우리는 짐을 챙겨서 출입문 앞에서 기다렸다. 이 문이 열리면 심사장까지 뛰어가서 빨리 통과하기 위함이었다. 배는 12시 8분에 접안을 끝내고 문이 열렸다. 우리는 전속력으로 뛰어서 심사장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이런 일이. 우리 배보다 15분 먼저 출발한 비틀을 탄 승객들이 심사장을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아있었다. 줄을 섰지만 시간이 좀 걸릴 듯 하였다. 친구보고 줄을 서라고 하고 타고 온 배를 사진에 담았다. 갔다온 뒤에도 줄은 많이 짧아지지 않았다. 일본인 쪽의 줄이 금방 줄어드는데 이거 어떻게 된 건지?

 

  

   20분 넘게 기다려서 내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심사관이 우리말로 물어보았다. 전에 걸렸던 그 심사관이었다. 10일간 일본에 있겠다고 했는데 하카타에서만 있냐고 물어보았다. 아니라고 하자 JR패스 교환권과 귀국 승선권을 보여 달라고 하였다. 이걸 보여주자 통과할 수 있었다. 뒤에서 보던 친구는 이때 같이 꺼내서 상대적으로 빨리 통과했다. 세관 검사는 그냥 넘어가고 겨우 일본 입국 심사가 끝났다. 일본에 여러 번 왔지만 배 타고 오면 보통 5분 이내에 끝났는데 30분이 걸렸으니 엄청 많이 기다린 셈이다.

 

 

 2006년부터 코비 왕복+JR패스 상품의 가격이 엔화 39,900엔에서 원화 399,000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2006년 봄부터는 비틀과 공동운행하면서 코비를 운행하는 미래고속에서 직접 판매하는 게 아니라 여행사에서 취급하며 가격은 더 올랐습니다. 그 이후는 판매가 줄어들어서인지 현재는 이 상품을 팔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하카타[博多]역에서 JR패스 교환'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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