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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호류지 편입니다. 유명한 곳이니 많은 분들이 방문해 보셨으리라고 여겨집니다.
11. 2월 6일 - 백제[百済]의 숨결이 느껴지는 호류지[法隆寺]
아침 길을 걸어가는 건 우리 밖에 없었다. 너무 일찍 와서 그런지, 아니면 대부분 버스를 타고 가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도로 위로 차들만 많이 다니고 있을 뿐 한산하기만 하다. 걸어서 호류지 입구에 도달하자 키가 큰 나무가 죽 늘어서 있고 나무 사이로 길이 있다. 길 입구에는 ‘쇼토쿠종[聖德宗] 총본산(總本山) 호류지[法隆寺]’라는 돌 기둥이 있다. 나무는 키가 얼마나 큰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아침 운동을 나온 주민들의 모습만 보이고 관광객은 여기서도 거의 없었다. 나무 사이의 길이 끝나자 호류지의 입구인 남대문이 나타났다.
남대문을 지나 직진하면 이 절의 중심인 사이인가람[西院伽藍] 입구가 나타난다. 호류지 내에는 세계 최고(最古)의 목조건물인 금당이 있어서 1993년에 일본 최초로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 사이인 가람부터는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다. 입장료는 놀이공원 같은 테마파크를 제외한다면 일본 내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1,000엔이다. 다른 곳과는 달리 입장권 하나로 세 곳을 들어갈 수 있고 들어갈 때 구멍을 뚫어준다. 즉 한 번 구멍이 뚫린 곳은 재입장이 불가능하다.
왜 이런 많은 돈을 들여서 가는가? 그 돈이면 JR칸사이패스의 절반 값에 해당하는데. 그건 이 절의 유래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간단히 호류지의 유래를 요약한다. 요메이[用明] 일왕이 자신의 병을 치유하기 위하여 절과 불상을 건립하도록 명하였으나 완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으나 후일에 스이코[推古] 일왕과 백제에서 건너온 쇼토쿠[聖徳] 태자가 607년에 절과 그 본존인 약사여래 상을 건립하였던 것이 호류지이다. 또한 금당불당에는 고구려의 승려인 담징이 그린 ‘사불정토도(社彿淨土圖)’라는 금당벽화가 있었지만 1949년 화재로 일부가 소실되고 모조품이 있다. 물론 이곳에서 자세히 보지 않는한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았다는 글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건물 배치나 모양을 보면 뒤에 보게 될 도다이지[東大寺]와는 다르고 특별히 이질적이지 않다.
가장 먼저 들어가는 곳은 역시 바로 앞에 있는 사이인 가람이다. 안에는 금당(金堂) 불당과 오층탑(五層塔)이 있다. 이곳 사이인 가람에 있는 건축물만이 아스카[飛鳥] 시대의 건축물이다. 7세기, 우리나라의 경우 통일신라시대에 해당한다. 그 당시에 만든 목조건축물이 21세기인 현재까지 있다는 건 건축 기술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물론 다른 외부 요인도 작용하였다. 외부의 침입이나 큰 전쟁이 없는 섬나라의 특징도 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아마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등, 최근에 와서는 일제의 수탈, 6·25 전쟁 등으로 제 모습을 유지하기가 어려웠겠지만 일본은 그런 일을 당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금당 불당에는 여러 불상들이 있지만 일본 제일의 보물들이라 어두운 안을 밖에서 볼 수만 있도록 해 놓았다.
사진을 찍고 다음으로 이동하였다. 여러 보물들을 전시하여 놓은 일종의 박물관인 다이호조인[大寶藏院]이다. 이곳은 1998년 새로 만들어졌는데 쿠다라 관음당을 중심으로 전시되어 있다. 한글 설명서에도 쿠다라라고 나와 있는데 한자로는 ‘百濟’이다. 우리나라 삼국 시대에 있었던 백제이다. 쿠다라는 일본에서 백제를 지칭하는 이름이다. 이곳에는 아스카 시대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여러 국보급 문화재가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장의 한쪽으로는 이 절을 건립한 쇼토쿠 태자의 상이 있었고 여기는 헌금을 받고 있었다. 쇼토쿠 태자는 백제에서 온 사람이기 때문에 100원 동전을 넣었다.
입장권은 3곳을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남은 하나는 토인 가람[東院伽藍]이다. 이건 좀 동쪽으로 떨어져 있다. 동대문(東大門)으로 나와서 절 사이를 쭉 가면 입구가 나온다. 토인 가람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은 유메도노[夢殿] 불당이다. 739년에 교신소즈[行信僧都]라는 고승이 쇼토쿠 태자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지은 가람이다. 안에는 쇼토쿠 태자에서 나왔다는 사리를 안치한 사리전이 있다. 현재 가람 뒤의 덴포도[傳法堂] 불당은 수리 복구공사 중이어서 구경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하여 호류지 답사는 끝이 났다. 덴포도 불당 옆에는 쥬구지[中宮寺]라는 절이 있는데 입장료를 따로 내어야 하고 시간이 부족하여 보지 않고 나왔다. 다 구경하는데 2시간 정도 걸렸다. 예상 시간과 일치하였다. 이제는 역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호류지의 크기 때문에 나올 때에는 들어간 길과는 다르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곳은 시골이라 길이 단순하기 때문에 남쪽으로만 계속 가서 칸사이본선[関西本線]만 만나면 된다. 큰 길이 아닌 골목길을 따라서 계속 남쪽으로 향하였다. 길은 역시 좁았고 간간히 승용차가 지나갔다. 하천도 볼 수 있었는데 우리의 예전 모습이었다. 안전 난간도 없이 마을 사이를 흐르고 있었다. 중간에 다리가 있었는데 폭이 좁아 사람만이 겨우 건널 수 있는 정도였다. 새마을 운동을 안 해서 그런가?
15분쯤 걸어가자 드디어 호류지역이 보였다. 역 앞의 분위기는 바뀌어 있었다. 우리가 처음 도착했었을 때에는 한산했는데 지금은 관광하는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관광 버스도 여러 대 주차되어 있었다. 역시 일본 최초의 세계문화유산인데. 아침 일찍 구경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대에 가면 분명 호류지 내에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구경하는 일본 사람들은 이 절이 우리 백제에서 온 사람이 만들었다는 걸 아는지는 알 수 없다. 절 입구에 쇼토쿠 태자상과 배용준 씨 상을 같이 만들어놓고 아래에 7세기와 21세기라고 써 놓아서 일본에 영향을 준 한국인이라고 해 놓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너무 엽기적인가?
다음으로는 '사슴들의 천국 나라공원'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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