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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편 니죠성 편 연재됩니다.
17. 2월 6일 - 꾀꼬리 마루라는 보안 시스템을 쓴 니죠성[二条城]
니죠역에서 동쪽으로 난 길로 걸어갔다. 지도 상으로 길 아래로는 교토시지하철 토자이선[東西線]이 지나고 있다. 얼마 안 가서 성의 모습이 보였다. 성은 해자로 분리되어 있고 직사각형 모양이다. 북쪽으로 갈 것인가 동쪽으로 갈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북쪽으로 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출입구는 있는데 막히어 있었다. 결국 한바퀴를 돌아서 유일하게 열려 있는 니죠성 입구인 히가시오떼몬[東大手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니죠성은 입구와 혼마루고텐 앞에서 사진 209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여러 언어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스위치를 누르면 좀 어설픈 감이 있지만 우리 말로 설명이 나온다. 또한 이곳 역시 다른 유명 관광지처럼 한글로 된 팸플릿이 있으므로 들어갈 때 꼭 챙기기 바란다. 사진 210처럼 보기 민망한 한글 낙서도 있다. 일본 사람들도 한글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아는 만큼 이런 일을 하지 않기를.
니죠성[二条城, http://www.city.kyoto.jp/bunshi/nijojo]은 교토에 있는 유일한 성이다. 교토는 우리나라 경주 못지 않게 문화유산도 많은 도시이다. 그렇지만 가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대부분 신사와 절이다. 성은 이 니죠성 하나 뿐이다. 하긴 성이 여러 개 있을 이유는 특별히 없을 듯 하다. 니죠성의 역사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1603년에 토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가 교토의 숙소로 지은 성인데 손자 대에 와서는 바쿠후의 권력을 의미하는 성으로 바뀌었다. 다른 성과는 달리 밖에서는 성에서 가장 높은 텐슈가쿠[天守閣]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길을 잘못 들어가서 한 바퀴를 돌아서 들어왔지만 전혀 텐슈가쿠는 커녕 안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지은 이유는 당시 궁핍한 백성들의 반발을 막기 위함이었다는데 그렇게 했음에도 불에 타서 현재는 터로 남아 있다. 엄청나게 크고 높게 지어서 멀리까지 보이는 요새로 만든 마츠야마[松山]나 쿠마모토[熊本]의 성과는 차이가 있다. 토쿠가와 가문에서 계속 사용하다가 1867년 15대 장군인 요시노부[慶喜]가 정권을 일왕에 바침으로써 니죠성은 조정의 소유가 되었고 1934년에 와서는 교토시 소유로 바뀌어서 관리되고 있다. 1994년에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었다.
니죠성은 니노마루고텐[二の丸御殿]와 혼마루고텐[本丸御殿] 두 개의 주요 건물이 있다. 니노마루는 니죠성의 입구인 히가시오떼몬에서 바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이고 성 내에서는 담장 하나로 구분된다. 반면 3대 장군이 이에미츠[家光]가 증축한 혼마루의 경우 성 내에 해자가 있으며 이걸 건너가야 한다. 천수각도 이 안에 같이 자리잡고 있으며 원래 5층 건물이었다고 하나 모두 벼락과 화재로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지금 있는 혼마루고텐 건물은 1847년에 건축되었다. 현재 특별 전시 기간을 제외하고는 혼마루고텐은 개방하고 있지 않다. 해자 안에는 혼마루고텐 이외에 천수각 터와 정원이 있다.
결국은 니노마루고텐만이 유일하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인데, 이것은 앞에서 설명했듯이 니죠성 초기의 건물이고 일왕이 오면 모시기 위한 목적으로 지었기 때문에 안에 있는 방들이 매우 화려하고 크다. 구조는 지그재그로 되어 있고 현재는 이를 활용하여 한 바퀴 돌게 만들었다. 지금은 아무나 입장료만 내면 들어와서 구경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신분에 따라서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이 제한되어 있었다고 한다. 특이한 건 복도인데 권력이 있으면 항상 노리는 사람이 있는 법. 암살자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바닥에 발을 디딜 때마다 새 울음 소리가 나도록 제작하였다. 쉽게 설명을 하자면 오래된 나무 마루를 걸어가게 되면 나무가 틈 사이로 움직이면서 소리가 나는 원리와 같다. 이걸 좀더 응용한 것으로 마루 바닥에 꺾쇠가 있어서 이게 사람이 밟으면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휘파람새 소리가 나오도록 한다.
실제 니노마루고텐에 들어갔을 때에는 소리가 났으나 사람이 워낙 많아서 내가 움직여서 나는 소리인지, 다른 사람이 내는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날이 흐린데다가 내부는 시설을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조명이 약해서 어두운 색의 나무 바닥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니노마루고텐에는 많은 방이 있는데 안에는 모형을 설치하여 놓았고 일본어로 설명이 나온다. 방의 벽에는 화려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으나 이 역시 어두운 조명 때문에 자세히는 보기 어려웠다. 방의 크기는 차이가 심했지만 대부분 매우 컸다. 이런 문화 유적을 볼 때마다 일본의 일반 가정이나 숙박 시설의 좁은 방과는 다른 느낌이다. 안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그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는게 안타깝다.
니노마루고텐을 보고 나서 천수각을 보러 갔다. 천수각은 안쪽으로 있는 해자를 지나간다. 나무를 잘 가꾸어 놓은 혼마루정원이 있다. 일본의 성이나 정원에 가면 정말 나무를 예쁘게 다듬어 놓았다. 일손이 많이 필요할 듯 한데 자연을 다듬는 그 정성이 대단하다. 정원을 지나 한쪽 구석에는 돌계단이 있다. 천수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다른 성과는 달리 높이가 낮아서 금방 올라갔다. 그렇지만 멀리는 보이지 않았다. 니죠성 일대만이 보이고 멀리는 잘 안 보인다.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다른 성과는 차이가 있다.
내려와서 성 안을 한 바퀴 돌았다. 성 안은 건물을 제외한 공간은 모두 나무를 심어 놓았다. 여러 종류가 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양이 이상한 나무도 있다. 자연적으로 그렇게 되었는지 아니면 인위적으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런 정원과 나무들은 과거에는 권력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관광지이자 시민들의 휴식처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구경을 마치고 다시 니죠역으로 향하였다. 니죠성으로 갈 때 길을 잘못 들어가서 성을 한 바퀴 돌고 안에서 본 건 별로 없는 듯 한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예정 시간보다 늦어졌다. 그렇지만 지쳐서 천천히 역으로 갔다. 아까 나라역의 경우처럼 뛰어갈 힘도 없었다. 나라선에 비하여 사가노선이 열차가 자주 다닌다는 점도 작용하였다.
다음 편으로는 '교토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교토역[京都駅] 옥상'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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