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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삿포로 눈축제 구경 계속됩니다.

 

 

 

 

 

41. 2월 8일 - 세계 3대 축제인 삿포로 눈 축제[雪祭り] (下)

 

   오도리공원으로 들어왔을 때에는 사람이 정말 많아서 우리나라 서울 종로 거리를 걷는 듯 하였다. 바닥에 눈과 얼음이 많아서 미끄럽다는 점과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이 많다는 점이 좀 다르기는 하다. 서쪽으로 갈수록 밤 늦은 시간이어서인지 사람들은 적어졌다. 아무래도 지원금을 받는 대기업 후원 작품은 접근이 쉬운 동쪽에 있지만 그렇지 못한 시민들이 직접 만든 소형 설상은 조금 걸어가야 하는 서쪽에 있다.

 

 

   다양한 소재로 작품을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이곳은 일본이므로 일본에서 잘 알려진 것들이 많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우리나라와 관련되는 설상도 몇몇 있었다. 대표적인 게 일본에는 겨울의 소나타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드라마 장면과 배용준 씨 설상이다. 역시 많은 일본 아줌마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도저히 찍을 자리를 잡기 어려워서 나중에 돌아올 때 찍기로 하고 나갈려고 하는데 영어가 들렸다. 일본, 특히 지방에 가면 영어로 물으면 도망가는 사람들이 많다. 영어로 떠드는 사람은 싱가포르(Singapore)에서 온 관광객 같은데 배용준 씨가 누군지 몰라서 설명해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인데 내가 나섰다.

 

   갑자기 영어로 말을 만들려니 엄두가 안 났지만 금방 간단하게 설명하여 주었다. 설상의 주인공은 배용준이라는 한국에서 유명한 배우인데 그가 출연한 겨울의 소나타(Winter Sonata)가 일본에 소개되면서 일본에서 인기가 매우 높아져 일본 사람들이 극존칭인 ‘사마’라고 부르고 ‘사마’는 영어의 'Sir'에 해당되는 의미라고 이야기 하였다. 관광객은 궁금증이 해결되었는지 나에게 고맙다고 하고 설상 사진을 열심히 찍어대었다.

 

 

   계속 설상 또는 빙상을 보면서 서쪽으로 향하였다. 서쪽 가장 끝에 있는 쥬니쵸메[十二丁目]에는 일반 시민들이 만든 설상이 있다. 압도적으로 일본 에니메이션 주인공이 많았다. 쥬니쵸메에서 서쪽으로는 삿포로시 자료관이 있다. 이미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빨간 벽돌의 고풍스러운 건물인 자료관은 불이 다 껴져 있었다. 한 바퀴 돌아서 되돌아갔다.

 

   이곳 눈축제장도 24시간 개방되는 건 아니다. 회장마다 조명이 꺼지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오도리공원의 경우에는 밤 10시에 불이 꺼진다. 조명이 없이 설상을 감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서둘러서 움직였다.

 

 

   가는 도중에 한쪽인 모니터로 된 차가 있었다. 모니터에서는 삿포로 눈축제 진행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호기심에 한동안 열심히 보았다.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면, 삿포로 눈축제에서 사용하는 눈은 홋카이도에서 제설 작업 등으로 발생하는 눈을 트럭에 실어서 삿포로 시내로 가져와서 설상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설상을 만드는 데에는 크기에 따라서 걸리는 시간에 차이가 많이 나지만 대형 설상의 경우 거의 한달 가량 걸린다고 한다. 특히 자위대원들은 해마다 겨울에 눈축제에 참여하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설상을 만드는 기술의 숙련도가 높다고 한다. 최근에 와서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여 이들이 1월부터 활동을 하여 눈축제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축제이고 관광에서 비수기인 삿포로의 겨울을 성수기로 만든 대단한 잔치이다. 이 과정은 설 여행을 가기 전인 2004년 가을에 우리나라 공중파 방송에서 ‘세계의 축제’라는 제목으로 삿포로의 눈축제가 소개되었다.

 

 

   방송에서는 2004년 눈축제를 배경으로 하였는데 우리나라에 관련되는 게 너무 없어 안타까웠지만 이번 축제에서는 겨울 연가 드라마 장면을 테마로 만든 설상을 만든 코너가 있을 정도이니 문화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본의 자존심인 신간선에도 배용준 씨를 도라에몽과 같이 태워주고 있었다. 아직 일부에 국한된 감이 있지만 드라마를 시작으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이 점차 다른 영역으로 퍼지기를 기원한다.

 

 

   나는 눈축제가 처음은 아니다. 2002년 전국 일주 때에도 일부 삿포로 눈축제를 볼 수 있었다. 급행 하마나스(はまなす)를 타고 삿포로에 새벽에 도착한 날, 바로 전날에 눈축제가 끝나고 설상들을 치우려고 시작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는 지금과는 분위기가 달라서 대한민국은 월드컵을 같이 개최하는 나라였다. 같이 올리는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월드컵과 관계되는 조형물이 있고 기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남대문과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상이 있었다. 당시 세종대왕 상을 배경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는 일본인들에게 이 분이 누구인지 아는지를 물어보았다. 불행히도 누군지도 모르고 찍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상황이 다르지 않을까 여겨진다.

 

   홋카이도는 해마다 겨울에는 엄청난 양의 눈이 내린다. 이 눈들은 교통 소통에 엄청난 장애이다. 현재 눈축제의 설상의 재료로 활용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큰 창고에 모아서 곡식의 보관과 여름철의 냉방에 사용되고 있다. 에어컨을 이용한 냉방과는 달리 공기 순환만 하면 되므로 전기 사용료가 적게 나오고 냉기에 적당한 습기를 지니고 있으며 눈 자체가 공기 내의 먼지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홋카이도에서는 자연의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밤 10시가 되자 이제 눈축제장의 대부분의 조명이 꺼지고 인도에만 약한 불빛이 비친다. 오늘 밤은 야간 열차에서 보낸다. 삿포로역을 향하여 걸어갔다. 내일 아침을 먹을 적당한 곳과 시간이 없으므로 미리 빵과 음료수를 구입하였다. 나는 저녁에 라면을 먹었지만 그래도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구입하여 먹었다.

 

 

 

 

 

   다음으로는 '쿠시로습원[釧路湿原]에서 맞이하는 새해(上)'가 연재되겠습니다. 센모본선[釧網本線]의 달리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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