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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효노롯코호를 타고 오호츠크해를 따라서 달리다가 중간에 잠시 쉽니다.

 

 

 

 


45. 2월 9일 - 키타하마역[北浜駅]의 전망대

 

   예상대로 열차는 느릿느릿 갔다. 시레토코샤리역을 출발한지 얼마 안 되어서 오른쪽 창으로는 바다가 나오고 유빙이 떠 다니고 있었다. 약간은 실망하였다. 예상보다는 유빙이 많지 않고 푸른 바다의 비율이 더 높아 보였다.

 

 

   그래도 열차 안에서 볼 수 있는 건 매우 매력적이었다. 천천히 가는 열차 내에서 창문을 향하여 난 좌석에 앉아서 보면 되니깐 굳이 고개를 돌릴 필요가 없다. 창쪽으로 난 자리가 빈 사이에 우리가 차지하여 사진을 찍고 감상하였다.

 

   다른 여행기에서도 소개되었지만 노롯코 차량의 창문은 열 수 있게 되어 있다. 보니 끈만 잡아당기면 쉽게 열 수 있었다. 차량 내에 승객들이 많아서 아직 시도를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열차가 천천히 가도 창문을 열면 찬바람이 쌩쌩 들어올 터이니.

 

 

   이 열차에는 일본인 외에도 여러 외국인들이 있었다. 앞에서 여행기에서 언급하였듯이 우리나라 사람은 드물었다. 우리가 불법 점령한 자리의 주인은 하필이면 중국계 외국인이었다. 우리에게 와서 영어로 자기네들 자리라고 하였다. 할 수 없이 바다 반대편의 자리에서 좀 멀리서 전망을 볼 수 밖에 없었다. 바다에서 멀어지니 재미가 없어서인지 좀 추웠다. 객차 내에는 석탄 난로가 있지만 건어물은 잘 익을지는 몰라도 객실 난방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게다가 노롯코 차량은 전혀 난방 장치가 없는데다가 의자도 나무로 되어 있어서 엉덩이의 열을 빼앗아 갔다. 극한체험(極寒体験)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극에 가까운 추위를 체험할 수 있다. 단, 노롯코 차량이 아닌 일반 객차인 1호차는 난방이 된다.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추운 건 못 견디시는 분들은 1호차를 이용하면 된다. 그래서일까 나중에 1호차에 가 보니 노약자 비율이 매우 높았다.

 

   류효노롯코호는 2왕복이 운행되는데 유일하게 우리가 탄 2호만이 키타하마[北浜]역에 15분간 정차한다. 그래서 2호만이 여유롭게 역에 나갔다가 다시 열차로 돌아올 수 있다. 키타하마역에 정차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다른 역과는 달리 안내방송이 길었다. 아무 생각 없이 열차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출입문이 열려 있지 않았다. 역의 승강장이 3량이 들어가는 길이에 불과하여 1호차와 2호차의 문만 열려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고 싶었지만 참고 사람들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려서 열차에서 내리는 데에만 거의 5분이 소요되었다.

 

 

   열차에서 나오자 바로 전망대로 올라갔다. 나무로 만들어진 초라하고 높이도 3층 건물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주위로 전혀 건물이 없는 이곳에서는 매우 훌륭하였다. 날씨만 좋으면 시레토코 산지가 보인다고 하는데 좀 흐려서 볼 수는 없었지만 키타하마역과 그 주위를 조망하기에는 좋았다.

 

 

   다시 내려와서 역 건물에 들어가 보았다. 키타하마역은 드라마의 배경이었고 홋카이도의 풍경을 소개할 때 자주 나오는 바다에 가까운 역으로 매우 유명하다.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보다는 센모본선과 나란히 달리는 국도를 통해서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이 더 많은 역이다. 약간은 다르지만 일본판 정동진역이다. 역 건물 안에는 사진 653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벽에 수없이 많은 명함과 정기승차권 등으로 덮혀 있다. 이걸 보자마자 우리도 무언가 붙여 보자고 지갑과 주머니를 뒤졌지만 마땅한 걸 찾을 수 없었다. 그 당시에는 MS승차권은 얼마 없었으니 가지고 올 엄두가 나지 않고 많이 있는 지정공통승차권이라도 하나 들고 올 걸 하는 후회가 되었다. 다음에 갈 때는 정동진역 입장권 하나를 가져가서 붙여야겠다. 옆에 메모지로 한국에서 바다에 가장 가까운 역의 입장권이라고 적어 놓아야지.

 

   키타하마역은 현재 주간에는 유인역이다. 역은 개조되어 카페로 쓰이고 있는데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 문을 열지 않았다. 카페에서 승차권도 판매하고 있다. 역사를 보면 1924년에 센모본선이 개통되면서 역이 문을 열었다. 1970년대 도로가 정비되고 자동차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승객이 줄어들면서 1984년 합리화 정책에 따라서 무인역이 되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이미 오호츠크해를 볼 수 있는 역으로 알려져 있었고 열차 승하차와 관계없이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당시 역장은 패각통행증(貝殻通行証)이라는 일종의 입장권을 발매하고 있었다. 패각통행증은 입장권을 산 사람들에게 바다에서 주운 조개 껍질에 문자와 역장표를 넣은 것이다. 또한 지역의 중심인 역이 무인화로 방치되는 걸 원하지 않는 지역민들로서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러는 중에 지역 출신 요리사가 역사를 개조하여 카페를 만든다는 의견이 나왔고 당시 전례가 없던 일이었지만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나가서 1986년 센모본선 최초의 역 카페인 정차장(停車場, http://www.h3.dion.ne.jp/~kitahama/index.html)가 탄생하였다. 열차 운행 회수도 줄어들고 차량 수는 적어졌지만 1991년 류효노롯코 열차가 운행되고 국도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잠시 쉬어가면서 관광지로서 계속 유지되고 있다.

 

 

   정차장은 오전 10시부터 문을 열어서 내부 모습도 볼 수 없는게 안타까웠다. 스탬프도 찍을 수 없고. 다시 열차로 갔다. 시레토코샤리역에서는 기관차가 구름다리 입구에 걸려 있어서 제대로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여기서는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관차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당연히 하나씩 찍었다. 일부 사람들은 기관차에 올라가기도 하였지만 우리는 안전을 위하여 자제하였다. 일본에서는 이런 관광열차를 제외하고는 기관차를 보기가 쉽지 않다.
 
   어느덧 열차 출발 시간이 되었는지 역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고 우리는 열차에 다시 탔다. 그런데 열차 내는 매우 한산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키타하마역 앞에 서 있던 관광버스를 타고 가 버렸다. 우리는 창측 자리를 확보하고 여유 있게 유빙을 즐길 수 있었다. 사람들의 눈이 부끄러운지 이전 구간보다 바다에 유빙도 더 많았다. 푸른 바다 위에 얼음이 있는 게 아니라 눈과 얼음의 벌판처럼 느껴졌다. 아바시리가 가까워지면서 주위에 공장들이 많아지자 열차는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다. 일본에서 가장 느린 열차라는 말이 무색하게 빨리 달렸다. 바다와 멀어지면서 종착역인 아바시리[網走]역에 도착하였다.

 

 

   아바시리역에서는 앞에 탔던 키하 54系 차량이 쾌속 시레토코(しれとこ)로 바뀌어서 출발 준비 중이었다. 뒤에는 키하 40系 1량이 더 연결되어 있었는데 이 열차는 미도리[緑]역까지 회송되는 목적으로 연결된 차량이다. 우리가 탄 류효노롯코는 25분 후에 1호로 바뀌어서 운행되므로 비슷한 시간대에 있던 보통열차가 없어지면서 쾌속 시레토코에 붙여서 회송된다. 대신 류효노롯코 1호는 각역 정차이다.

 

 

   잠시 역 건물에 가서 몸을 덥히었다. 다음 일정인 쇄빙선 승선이 걱정되었다. 예상하지 못하게 류효노롯코에 탄 승객이 많듯이 쇄빙선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하여 제 시간에 타지 못할 수도 있다. 빠른 시간 내에 쇄빙선 표를 사야 안심할 수 있으므로 역의 미도리노마도구치에 가서 쇄빙선 표를 살 수 있는지를 문의하였다. 직원이 예매 책자를 찾아보더니 가능하다고 하였다. 승선료를 내고 쇄빙선 승선 교환권을 받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바다 위의 얼음을 깨면서 나아가는 쇄빙선 오로라(おーろら)'가 연재되겠습니다. 또 다시 배가 등장하지요.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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