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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빙선에서 내려서 잠시 마츠리 장소를 거쳐서 역으로 돌아옵니다.
47. 2월 9일 - 개막 준비 중인 오호츠크류효마츠리[オホーツク流氷まつり]와 아바시리역
오로라터미널은 구조 상으로 보아서는 여객선이 출발하는 곳 같지는 않다. 주위에는 온통 공장뿐이다. 우리처럼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있어서인지 눈을 한쪽으로 벽처럼 만들어서 치워놓아서 역시 큰 문제는 없다.
조금 더 걸어가니 공터가 보였고 눈으로 만든 설상과 얼음으로 만든 빙상이 보였다. 무슨 축제 같았는데 사람은 얼마 없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관광객이어서 우리도 호기심으로 들어가 보았다. 여기는 사진 688에서 볼 수 있듯이 오호츠크류효마츠리[オホーツク流氷まつり]가 열리는 장소였다. 일자를 보니 내일부터 시작된다. 아직 개막을 하지 않았으니 한가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많은 설상과 빙상이 거의 다 만들어져서 한 번 둘러볼 수 있었다. 삿포로 눈축제에 비하여 규모를 작았지만 2월에는 홋카이도 전역에서 이런 마츠리가 열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좀 특이한 점이라면 직접 설상 안으로 들어가거나 올라가 볼 수 있는 게 있다. 사진 690에 나오는 작은 성에는 왼쪽으로 계단이 있고 이걸 타고 높지는 않지만 성 위로 올라가 전망을 볼 수 있다. 사람의 무게 때문에 무너지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들었지만 얼음으로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외에는 어릴 때 교과서에서 보던 얼음으로 만든 집인 이글루가 있었고 안에 들어가 볼 수 있게 하여 놓았다. 안은 얼음 속이라서 조금은 어둡기는 하였지만 외부의 찬 공기가 차단되어 배운대로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기타 작은 얼음 조각들이 있었는데 일부는 아직 개장을 하지 않아서 볼 수는 없었다. 실제 마츠리 기간에는 사람이 얼마나 왔는지는 현재도 알 수는 없지만 유빙 성수기이므로 아바시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하나의 볼거리를 더 제공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아바시리역으로 돌아갈 시간. 쇄빙선을 타러 올 때에는 카츠라디아역을 이용하였지만 돌아갈 때에는 적당한 열차가 없어서 바로 걸어서 아바시리역으로 간다. 카츠라다이역은 작은 간이역이라 도로 위의 이정표에도 나오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아바시리의 중심역인 아바시리역은 나오기 때문에 이를 따라가면 된다.
아바시리 도심은 아직도 한산하였다. 간간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일 뿐 도로에 다니는 차도 많지 않고 집들도 띄엄띄엄 있다. 도시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읍 정도 되는 느낌이다. 다행히도 날씨는 맑아서 햇빛이 비치고 따뜻하다. 길가에는 곳곳에 눈이 산더미같이 쌓여있고 바닥은 눈과 녹은 물이 섞여 있어서 조금 미끄럽지만 찬바람이 몰아치는 서울의 겨울보다는 따뜻하다. 25분 정도 걸어가서 역에 도착하였다.
역에 도착해서는 먼저 간단히 식사를 하였다. 오늘 새벽에 쿠시로를 출발하여서는 하나도 먹은 게 없었고 먹을 여유가 없었다. 아바시리역에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우동 가게가 있다. 그 옆에는 관광 성수기라서 그런지 게탕을 해서 파는 가게가 임시로 들어와 있었다. 나는 우동을 한 그릇 먹었고 식성이 좋은 친구는 우동에다가 게탕까지 먹었다. 추운 날씨에는 역시 따뜻한 국물이 제격이다. 얼어붙었던 몸이 녹았다.
역 건물에 들어가서 대합실에서 기다렸다. 홋카이도 지역은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으므로 일본의 다른 지역처럼 수시 개표를 하지 않고 우리나라처럼 열차 시각에 맞추어서 개표를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지역은 도시의 중심인 터미널 역이라도 대합실에 의자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나 이곳에는 의자와 텔레비전이 있어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열차 출발 15분 전이 되자 개표가 시작되었다. 특급 열차는 다른 열차와는 달리 역 건물 바로 앞에 있는 승강장에서 탈 수 있다. 특급 오호츠크[オホーツク]호는 유빙 시즌을 맞아서 차량이 대폭 증강되었다. 보통 때에는 키하 183系 4량 편성으로 운행되지만 오늘은 6량 편성이었다. 객차 번호 붙이는 방식이 특이한데 추가된 차량 중에서 자유석은 증(增) 1호차가 되고 대신 반실 자유석이었던 2호차는 전좌석 지정석으로 바뀐다. 또한 지정석의 경우 증 21호차가 더 붙어 있었다. 특급 오호츠크로 쓰이는 키하 183系 0번대 이외에도 증 21호차는 뒤에 개조된 형식도 있었다.
특급 오호츠크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면 1959년 준급으로 아사히카와[旭川]~아바시리 간을 운행하기 시작하였다. 다음 해인 1960년 삿포로[札幌]까지 연장되었고 삿포로~아사히카와 간은 왓카나이[稚内]까지 운행되는 준급 소야[宗谷]와 연결되어 운행되었다. 1961년에는 더욱 연장되어 하코다테~아바시리 간을 운행하게 되었다. 1964년 신칸선 개통으로 전국적으로 계통이 정리되면서 오호츠크는 급행으로 삿포로~아바시리 간을 단독으로 운행하였다. 1968년 세키호쿠본선[石北本線]의 애칭이 조정되면서 급행 열차는 오유키[大雪]로 통합되고 오호츠크라는 이름은 아사히카와~엔가루[遠軽]~나요로[名寄] 간을 운행하는 급행 열차에 사용하였다. 1972년이 되어서 지금과 같이 삿포로~아바시리 간의 특급의 애칭으로 오호츠크가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당시에는 야간 열차는 오유키라는 애칭을 쓰고 있었으나 1992년에 오호츠크로 통합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1988년 이후에는 성수기에는 늘어나는 관광객을 수송하기 위하여 노스레인보우(ノースレインボー, North Rainbow) 차량이 임시 열차로 운행되고 있다.
국철에서 JR로 된 이후에는 1992년 좌석 시트를 교환을 하는 것 이외에는 큰 변화가 없다. 운행 시간도 5시간 30분이나 걸려서 속도가 느림 셈이다. 홋카이도 내의 다른 노선에서는 속도 향상을 위하여 신형 차량이 도입되고 궤도 개량이 있었지만 유독 세키호쿠본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겨울을 제외하고는 고속도로에 승객을 점점 빼앗기고 있다. 아직도 특급 오호츠크의 선내 최고속도는 95km/h에 불과하다.
우리가 탄 차량은 3호차였다. 이 차량의 번호는 키로하(キロハ)182-10이다. 로가 있으므로 그린샤가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원래는 차량 절반 정도가 그린샤이고 나머지는 차내 판매 준비실이었으나 일반실을 늘리기 위하여 1996년에 차내 판매 준비실을 일반실로 바꾸었다. 또한 그린샤 좌석을 2+1로 바꾸었다. 그린샤와 일반실 사이는 문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반실 구조인 JR큐슈의 783系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일반실에는 좌석이 겨우 16개 뿐이다.
3번 승강장에는 임시열차인 류효특급 오호츠크노카제[流氷特急 オホーツクの風]호가 들어왔다. 이 열차는 JR홋카이도의 리조트 차량인 노스레인보우를 사용하고 있다. 이 차량은 키하 183系 5200번대로 1992년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3량 편성이었지만 같은 해 12월 2층 구조인 중간차를 포함하여 2량이 더 연결되어 5량 편성으로 다니고 있다. 실제 보니 선두차의 모양은 우리나라의 7000번대 기관차와 비슷하였다. 중간의 2층 차량은 안의 구조는 알 수 없지만 2층에 타면 내려보는 경치는 좋을 듯 하였다. 일정상 타지 못한게 안타까왔다.
열차 출발 시각이 다 되었고 3시간 40분 간의 세키호쿠본선의 완주는 시작되었다.
다음으로는 '야간 조명이 멋있는 아사히카와역[旭川駅]'이 연재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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