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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1월 일본 여행의 여행기 중의 일부입니다. 당시에는 디지털카메라가 없어서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들어가 있고 수도 많지 않습니다. 

 

 

 

 

2004년 1월 18일 - 바다를 따라 달리는 지하철

 

   하카타[博多]역의 죠이로드(JoyRoad)에서 JR패스를 바꾸고 바로 미도리 창구로 갔다. 이번 여행에 쓸 지정석권을 얻기 위해서이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혼슈의 로컬선 답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정이 열차를 타는데 있다. 일단은 지정석권이 없으면 탈 수 없는, 즉 지정석만이 있는 열차의 지정석권을 발매하기로 되어 있다. 일일이 말로 하면 시간이 걸리고 게다가 나는 일본말을 거의 할 수 없기 때문에 미리 배 안에서 볼펜으로 적어왔다. 직원에게 열차 이름과 구간을 적은 종이를 보여주면서 지정석권을 달라고 하였다. 직원은 하나하나 단말기에 이름을 넣고 발권하였다. 일부 열차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지 조금 헤매기도 하였다. 이런 경우 나는 빠른 발권을 위하여 지명을 알려주었다. 마지막으로 오늘 오후를 보낼 카라츠[唐津]를 왕복할 수 있는 니마이킷푸(2枚きっぷ)를 구입하였다. 시간 상으로 오늘은 JR 패스를 쓰지 않는다.

 

   철도 여행에 필수적인 시각표를 구입하기 위하여 서점에 갔으나 오늘 날짜가 18일이므로 몇 일 더 있으면 나오는 2월호를 구입하기로 하였다. 내가 이용하는 열차의 운행 시각은 이미 수첩에 붙여놓았기 때문에 시각표가 없어도 큰 문제는 없다.

 

   하카타역에서 지하철은 말 그대로 지하에 승강장이 있다. 나는 안내판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항상 철도 패스를 이용하여 다니다 보니 지하철과는 큰 인연이 없었다. 일본 지하철은 이번이 2번쨰 이용이다. 패스는 자동개집표기를 통과할 수 없지만 내가 산 승차권은 자동개집표기를 통과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큰 차이는 없다. 단지 개표를 하면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다(그림 13).

  

 

   역시 큐슈의 중심역답게 사람이 많았다. 열차도 꽤 자주 다니는데 우리의 지하철과 다른 점이라면 전광판에 탈 열차의 출발시각이 표시된다는 점이다. 우리도 지하철에 역마다 열차시각표가 있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는 보여주지 않는다. 연착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일본은 대부분 열차 출발 시각과 행선지가 전광판에서 표시된다.

 

   후쿠오카 지하철은 시에서 운영하는데 1호선의 종점인 메이노하마[姪浜]역에서 바로 JR큐슈의 치쿠히선[筑肥線]과 연결되기 때문에 다양한 차량을 볼 수 있다. 후쿠오카 지하철의 1000系와 2000系 전동차와 JR큐슈의 직류전동차인 103系 1500번대와 303系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도색이 차이가 있다. 하지만 모두 지하철 구간에서는 6량 편성으로 운행되고 103系를 제외하고는 원맨(ワンマン) 운행된다. 일본 지하철 최초의 원맨 운전이 되었다고 하는데, 로컬선처럼 차량 내에 운임통과 정리권 발행기가 있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서울지하철의 5~8호선처럼 차장 없이 운전사가 출입문 개폐까지 담당한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므로 지나가는 열차의 사진을 찍었다. 지하철 구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JR 차량이 적다. 후쿠오카 지하철은 현재 1000系와 2000系 차량이 있다. 내년에 새로 개통되는 3호선에는 이와는 좀 다른 3000系가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새빨간 도색의 JR큐슈와는 달리 스테인레스 차량에 파란띠와 흰띠가 있고 차량 앞 뒤로는 비상시에 선로로 빠져나올 수 있는 탈출문이 있어서 서울 지하철 4호선 차량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마크는 부산지하철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같은 동백꽃이 시화(市花)라서 그럴까?

   내가 탈 열차는 치쿠젠마에바루[筑前前原]역까지 간다. JR노선까지 운행되지만 후쿠오까 지하철 소속 차량이다.


No. 1 지하철·철도편 : 하카타[博多] 13:36→메이노하마[姪浜] 13:57→치쿠젠마에바루[筑前前原] 14:13
열차번호 및 종별 : 467C 普通, 거리 : 9.8km(지하철)+12.7km(JR), 편성 : 후쿠오까사 지하철 1000系 6兩 편성(1호차 1517)


   지하철 차량은 사실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었다. 차 구동음으로 보아서는 부산지하철 1호선과 비슷한 듯 하다. 같은 초퍼 차량이라서 그럴까? 출입문만 3개라면 아마 일본이 아니라 아직도 한국 부산에 있다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지하철이니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역의 모습도 글자만 다르지 별 차이는 없다. 일본의 다른 차량과 특히 다른 점은 앞의 전망을 볼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운전실은 출입문을 제외하고는 벽으로 막혀 있고 출입문 위의 창에는 빛 차단막(회색의 가리개)으로 가려져 있었다. 후쿠오까 지하철 일부 역에는 승객이 철로로 떨어지는 걸 막는 안전도어가 설치되어 있었다.

 

   지하철의 종점인 메이노하마[姪浜]역에 다다르자 열차는 지상으로 올라왔다. 경계역인 메이노하마역에서는 승무원이 바뀐다. 여기까지는 운전사 혼자지만 이제는 차장도 있다. 지하철 구간에서는 자동으로 안내방송을 하였지만 모드가 바뀌어서 차장이 육성으로 직접 한다. 차량 내의 안내 LED는 꺼졌다.

 

   메이노하마를 출발하자 한쪽으로는 차량기지로 가는 선로가 분기된다. 운전실의 빛 차단막이 걷히고 앞의 전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승객 수는 점점 줄어들어서 서서 가는 사람은 없었다. 넉넉하게 앉을 수 있다. 고가를 가다가 다음 역인 시모야마토[下山門]를 지나자 바다가 보인다. 날이 조금 흐리긴 해도 푸른 빛을 띤다. 바다가 보이다가 터널을 지나면서 다시 내륙으로 간다. JR 구간은 상대적으로 역간 거리가 멀어서 속도감도 나고 달리는 느낌이 난다. 얼마 안 가서 종착역인 치쿠젠마에바루역[筑前前原]에 도착하였다.

 

 

   치쿠젠마에바루역은 2면 4선이다. 이 역에서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역 시설은 선로 위에 있다. 내가 타고 온 열차는 후쿠오까 지하철 소속이라 반대방향으로 되돌아간다. 구름다리를 건너서 다른 승강장에 가니 JR 소속 열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전부터 궁금하게 생각하였던 103系 3兩 편성이 있었다. 원맨(ワンマン)으로 다닌다고 하는데 카라츠 방면이었다. 궁금해서 차량 내를 보니 운임통이나 정리권 발행기는 없었다. 아마도 역에서 모든 정산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지하철 구간에서는 모두 6량인데 그렇다면 3량으로 오다가 이 역에서 3량이 연결될 수는 있을까? 예상대로 이 역 시각표에는 3량이 추가되는 열차에 따로 표시를 하고 있었다. JR에서는 승객이 적은 시간대에는 3량으로 운행하고 운전사 혼자 타게 함으로서 전력비와 인건비를 줄이고 있었다. 일본 철도 회사의 비용 줄이기 노력의 단면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승강장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이윽고 니시카라츠[西唐津]행 열차가 들어온다. 과연 어떤 차량이 걸릴까?

 


No. 2 철도편 : 치쿠젠마에바루[筑前前原] 14:30→니시카라츠[西唐津] 15:15
열차번호 및 종별 : 641C 普通, 거리 : 32.1km, 편성 : 303系 6兩 편성(1호차 クハ 303-2)

 


   운이 좋았는지 귀한 303系가 들어왔다. 역시 새로 만든 차량이라서 분위기가 달랐다. JR큐슈 차량이므로 외부와 내부 곳곳이 붉은색으로 칠혀져 있었다. 창문은 UV컷으로 되어 있어서 강렬한 햇빛을 차단한다. 의자는 개인별로 나누어져 있다. 우리의 서울지하철 6호선과 흡사하다. JR차량이라서 그런지 LED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치쿠젠마에바루부터는 단선 구간이다. 그러다 보니 열차 수도 줄어드는데 중간중간에 열차의 교행이 이루어진다. 치쿠젠후카에[筑前深江]역부터는 다시 바다가 보인다. 바다를 따라서 달린다. 아침을 먹은지가 오래되어 배가 고파 김밥을 먹으면서 바다를 감상하였다. 모두 롱시트 차량이어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지하철 같은데 바다를 따라 가는 그 느낌이 색다르다. 바다는 대한해협(일본에서는 현해탄이라고 부른다), 바다 너머는 우리나라 부산인데. 자세히 보면 부산이 보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져든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잘 알려져 있듯이 동해남부선의 해운대역과 송정역 사이는 바다를 따라 가는 구간이다. 동해남부선이 복선 전철화되면서 이곳 바닷가 절벽 중 한 곳에 역을 만들어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부산권(수도권은 아니니) 전철역이 생겼으면 하는 나의 작은 기대가 있었다. 그렇지만 동해남부선은 복선전철화 되면서 선로가 내륙으로 이전되기 때문에 바다를 따라가는 구간은 없어진다고 한다. 관광열차라도 남겼으면 하는데 이것이 나만의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목적지인 니시카라츠가 가까워지고 있다. 행정구역 상 카라츠시에 속하는 니지노마츠바라[虹ノ松原]역부터는 고가로 올라간다. 와타다[和多田]역을 출발하면 비전화된 카라츠선[唐津線]과 나란히 간다. 도시의 중심역은 카라츠역이다. 2면 4선의 구조인 고가역이다. 카라츠선이 비전화이므로 디젤차도 있었다. 나의 목적지인 니시카라츠역은 더 가야 한다. 고가를 가다가 땅으로 내려오면 선로가 분기하고 종점인 니시카라츠역이다. 선로는 많지만 승강장은 겨우 하나이다. 차량기지와 같이 있는 역이다.

 

   니시카라츠역의 건물은 작았다(사진 8). 역명판도 나무로 조그맣게 만들어서 얼핏 보면 역 같지는 않다. 시각표 상으로는 미도리 창구는 없다고 나와있지만 직원이 한 명 있고 단말기가 있었다. 자동개집표기는 없어 직원과 차장이 같이 승차권을 집표하고 있었다. 덕분에 직원에게 말하니 승차권에 무효인을 받고 가져올 수 있었다.

 


   니시카라츠역 부근은 관광지가 전혀 없다. 아직 패스를 쓰는 기간이 아닌지라 시간이 남으므로 걸어서 차량 기지를 한번 돌아보기로 하였다. 역에서 나와 서쪽으로 가니 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카라츠철도사업부[唐津鐵道事業部] 건물이 있었다. 국철 시대부터 있었는지 꽤 낡았다. 사실 본격적인 차량 기지는 니시카라츠역 이후이다. 사진 10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수많은 선로가 분기된다. 그럼 차량기지 뒤는 어떤 모습일까? 골목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 차량 기지 뒤로는 키하 125系 디젤차 1량이 외로이 있고 옆으로는 일본에서는 흔하지 않다는 전철기가 있었다. 상태로 보아서는 현재도 사용 가능할 것이다. 건물과 전차선에 가려 기관차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듣기로는 차량 입환 때문에 디젤기관차가 가끔 들어온다고 한다. JR큐슈는 차량 공장이 코쿠라[小倉]에 있으므로 카라츠선을 통하여 사가[佐賀]를 통하여 코쿠라로 가게 된다.

 

 

   비가 오지 않으면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는데 비는 그치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라서 그럴까? 주위가 주택가인데도 인적은 드물었다. 오늘은 시간이 남기 때문에 천천히 카라츠역을 향해 걸어갔다. 생각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카라츠역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고가역이다. 선로는 3층에 있고 역 관련 시설은 1층에 있다. 미도리 창구도 있고 자동발매기도 몇 대 있다. 이곳에는 하카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니마이킷푸[2枚きっぷ] 광고가 곳곳에 있다. 자동개집표기도 갖추고 있다. 비가 와서인지 이곳도 조용하다. 비만 안온다면 소나무가 무성한 바닷가에 누워서 대한해협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련만 비는 그치지 않는다. 조상님들이 노해서 그럴까? 이곳 카라츠를 포함한 사가현 지구 도자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의 엄청난 수의 도공들이 잡혀와서 이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도자기를 만들어서 일본을 세계적인 도자기 생산국으로 만들었다. 이외에도 카라츠는 역 이름으로도 있지만 니지노마츠바라[虹ノ松原]라고 불리는 소나무가 무성한 바닷가의 해수욕장과 바다 앞에 있는 카라츠성[唐津城]으로 유명하다.

 

 

   다시 천천히 걸어서 니시카라츠역으로 되돌아갔다. 이번에는 고가선로 아래의 길을 따라갔다. 선로 아래는 시민을 위한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일본의 많은 도시에서 도심의 선로를 고가화하여 도시의 양분을 막고 있다. 지진 같은 자연재해에는 불리하지만 선로를 고가화하면 철도를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망이 좋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철길 건널목이 없으니 통행이 편리하다. 아직 우리는 소음 문제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하는 곳이 많지만.

 


No. 3 철도편 : 니시카라츠[西唐津] 19:02→카라츠[唐津] 19:05
열차번호 및 종별 : 5844D 普通(ワンマン), 거리 : 2.2km, 편성 : 키하 47系 2兩 편성(2호차 キハ47-136)


No. 4 철도편 : 카라츠[唐津] 19:14→하카타[博多] 20:35
열차번호 및 종별 : 662C 普通, 거리 : 42.6km(JR)+9.8km(지하철), 편성 : 103系 6兩 편성

 


   니시카라츠역에서 다시 하카타로 돌아가는 열차를 탔다. 바로 가는 열차가 없어서 카라츠역에서 갈아탔다. 이제는 밤이다. 날도 흐려서 종일 어두었다. 패스 개시가 시작되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피로가 몰려오고 정신없이 졸았다. 깨어나니 하카타역이 얼마 남지 않았다. 탈 때와는 달리 서 가는 승객들도 있었다. 하카타역으로 돌아왔다.

 

   이제 패스 개시까지는 겨우 3시간 남았다. 시간을 보낼 장소를 찾아서 역을 배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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