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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19일 - 이즈모사카네[出雲坂根]역의 삼단 스위치백


   이즈모요코타역에서는 10분간 정차한다. 키스키역에서 붙인 2량이 여기서 분리된다. 분리된 차량은 신지[宍道]행으로 되돌아간다. 차장으로 승무한 운전사가 몰게 된다. 이즈모요코타역은 유인역이기 때문에 직원이 나와서 차량의 분리를 돕는다.

 

   분리 작업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나는 역 건물로 향하였다. 이즈모요코타역은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신사 풍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역에서 시종착하는 열차가 있기 때문에 승무원의 휴식처가 있다. 또한 주간에는 유인역이다. 역 안에는 하교하는 듯한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일본 학생들의 수업 시간은 어떻게 되는지는 아직 나도 잘 모르겠지만 시골 로컬 열차를 타면 시간과 요일과 관계없이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역 밖으로는 사람의 인적이 드물었다. 게다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으니 밖에 서 있으면 추울 것이다. 역의 스탬프를 받고 다시 열차 안으로 들어왔다. 눈이 오고 추워서 밖에 오래 있기는 어려웠다.

 

   역 건물 안의 많은 학생들과는 대조적으로 내가 타고 있는 열차 내에는 학생들이 없었다. 현을 넘어서 등학교하는 학생들은 없나보다. 열차 내에는 여행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약 10명 가량 있었다. 나중에 보니 야카와에서 일부 내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종점인 빙고오치아이[備後落合]까지 갔다.

 

   이제 다시 1량 편성이 되었고 다른 승무원은 없이 정말 원맨(ワンマン)열차가 되었다. 시간이 되자 열차는 출발하였다. 밖에 앞을 보기가 조금 힘들 정도로 눈이 오고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열차 운행에는 큰 지장이 없다. 얼마 안 가서 야카와[八川]역에 정차하였다. 이 역에는 교환선의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거에는 열차 교환이 가능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철거되어 단선역이다. 역 건물은 목조로 식당과 같이 있다. 일본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인데 역 건물에 마을 회관이나 상점 또는 식당과 같이 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열차에서 타고 내리는 승객보다는 국도를 오가는 사람들이 더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다음 역은 드디어 스위치백이 있는 이즈모사카네[出雲坂根]이다. 진행 방향 왼쪽으로는 산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내려오는 선로와 합쳐지고 나서 여러 개로 분기되면서 역에 진입하였다. 역은 2면 3선이었지만 열차가 정차한 곳은 역 건물과 바로 붙어있는 승강장이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역 건물 내에는 아무도 없고 스위치백이 있다는 현판이 있다. 분위기로 보아서는 평상시에는 무인역이지만 임시관광열차인 오쿠이즈모오로치[奥出雲おろち]호가 운행될 때에는 이곳에서 무엇인가 영업을 하는 듯 하였다. 오쿠이즈모오로치호의 경우에는 다른 열차와는 달리 20분이나 정차한다.

 

 

   내가 탄 열차가 정차하는 시간은 겨우 3분이다. 아직도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기 때문에 멀리 갈 수는 없다. 이즈모사카네역에는 삼단스위치백 이외에도 역에 약수터가 있다. 연명수[延命水]라고 하는데 열차에서 나오니 바로 앞에 있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평범한 약수터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경우를 보지 못하였지만 일본의 경우 몇몇 역에는 약수터와 같이 있어서 보통 열차를 타고 갈아타는 승객들이 이용한다. 물이 나오는 호수와 그 위로는 바가지가 있었다. 열차가 이 역에 정차하는 시간은 3분 밖에 되지 않으므로 사진을 찍은 후 물맛을 보았다. 날씨가 좀 춥지만 물은 미지근하고 맛도 매우 좋았다. 말로는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미지근한 물 한 모금을 마시니 온 몸에 있는 세포들이 활력을 얻는 듯 하였다.

 

   약수터 옆에는 간단한 글귀가 있었다. 이 약수에 관하여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므로 원어 그대로 옮겨본다.

 

冬に 溫かく
夏に 冷かく
延命之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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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열차 내로 돌아오니 운전사는 이미 반대편 운전석에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출입문이 닫히고 짧은 시간이지만 반대 방향으로 열차가 움직였다. 급한 오르막인지라 천천히 올라갔다. 얼마 안 가서 오른쪽으로 다른 선로가 보이고 우리가 따라가는 선로와 합쳐졌다. 이 부분 분기기는 겨울에 눈에 의한 고장을 막고자 분기기 주위로는 나무로 지붕을 만들어놓았다. 영어로는 스노우 셀터(snow shelter)라고 한다. 지붕을 거쳐서 조금 더 가서 열차는 멈추었다. 운전사는 다시 원위치로 이동하였다. 이 사이에 신호는 바뀌어서 열차는 다른 길로 향한다.

 

 

   열차는 이제 다시 정방향으로 진행한다. 그렇지만 아직도 경사가 심한지 속도는 크게 내지 못한다. 겨우 30km/h로 천천히 간다. 뒤로 간 거리는 얼마 안 되었지만 고도는 꽤 높아졌다. 곳곳에 철도 방풍림이 심어져 있어서 경치를 구경하는데 장애가 되기는 하지만 간간히 멀리 보면 아래로 마을이 있어 꽤 높아졌음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눈은 오지 않지만 이곳은 산간 지역이라 이미 꽤 많은 눈이 쌓여 있다. 이 구간이 키스키선의 핵심 포인트인데 보이는 국도의 모습이 장관이다.도로는 철도와는 달리 루프식으로 만들어서 고개를 넘게 만들었다. 보통은 산을 따라서 이리 저리 돌면서 천천히 고도를 높이는데 반하여 이곳에서는 루프 형태로 고가 도로를 만들었다. 이것을 오쿠이즈모오로치루프[奥出雲おろちループ]라고 부른다. 오로치가 큰 뱀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이 회전하는 고가도로가 뱀이 또아리를 튼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도로는 산 사이를 지날 때에는 엄청 높은 현수교를 지난다. 도로로 가면서 아래를 보면 현기증이 날 것이다. 철도는 도로에 비하여 먼저 개통되었기 때문에 주로 산을 타고 가면서 터널이 많지만 노선이지만 도로는 나중에 만들어져서 최신 방법이 동원된 듯 하다.

 

 

   산간 평지가 나오면 미이노바라[三井野原]역에 도착한다. 앞의 이즈모사카네역과는 6.4km 떨어져 있지만 스위치백에다 경사가 급하여 16분이 걸린다. 관광 열차는 이 구간 감상을 위하여 더 천천히 달릴 것이다. 고도가 높아져서 완전히 마을은 하얗게 되어 있고 마을 가까운 곳에 있는 스키장을 알리는 간판이 있다. 산인 지역 자체는 우리나라 겨울보다 따뜻하지만 이곳은 고도가 높아서 겨울철에는 눈도 많이 오고 추워서 스키장이 가능한 셈이다.

 

   미이노바라역을 출발해서부터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열차는 가속을 하지 않고 제동만 건다. 중간에 끼익끼익하는 레일과의 마찰음도 자주 들린다. 그렇지만 철길은 커브가 많기 때문에 빨리 가지는 못한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여서일까? 철길과 나란히 가는 도로에는 차는 그렇게 많이 다니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크게 커브를 틀자 다른 선로가 보인다. 게이비선[芸備線]이다. 그 선로와 서로 높이를 맞추고 분기하여 들어가면 드디어 종착역인 빙고오치아이[備後落合]역이다. 열차는 빙고오치아이역 구석에 있는 키스키선 전용 승강장에 멈춘다. 드디어 2시간 40분에 걸친 키스키선의 여행이 끝난 셈이다.

 

   빙고오치아이역에서는 게이비선과 키스키선이 만난다. 그렇지만 이 역은 산골에 있어서 주변에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역 자체는 무인역이다. 내릴 때에는 운전사가 승차권을 수거해간다. 나의 경우는 JR패스이기 때문에 패스만 보여주면 그걸로 끝이다. 내려서 먼저 역으로 가보니 난방도 되지 않는 좁은 대합실뿐이었다. 대합실 한쪽은 하얗게 칠한 나무로 막혀 있는 걸로 보아서 과거에는 매표소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외진 곳이라 찾아오는 철도팬이 많은지 잡기장까지 있었다. 시간이 부족한지라 잡기장에 글자 하나도 적지 못하고 바로 승강장으로 나왔다.

 

 

   이번에 타게 될 노선은 게이비선[芸備線]이다. 게이비선은 승강장 두 곳을 사용하고 있는데 방향이 서로 반대이다. 사진에서 왼쪽이 내가 탈 미요시[三次] 방면이고 오른쪽은 니이미[新見] 방면이다. 빙고오치아이역이 시발역이나 종착역이기 때문에 같은 키하 120系이지만 소속이 틀리고 도색도 다르다. 또한 빙고오치아이역에는 역무원은 없지만 마지막 열차와 첫 열차에 승무할 운전사들을 위한 숙식 시설이 있다. 우리의 경우는 조금 낯선 운영이지만 일본의 로컬선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환승 시간은 겨우 3분이다. 열차에 오르니 운전사가 문을 닫고 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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