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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19일 - 계속되는 오르막의 키스키선[木次線]
먼저 키스키선에 관해서 간단히 설명하겠다. 키스키선은 시마네[島根]현의 신지[宍道]역과 히로시마[広島]현의 빙고오치아이[備後落合]역을 연결하는 JR서일본의 지방교통선이다. 두 현의 경계는 높은 쥬코쿠 산지이기 때문에 높이 차를 극복하기 위하여 삼단 스위치백(switch back, スイッチバック)이 있다. 전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가 하루에 1.5왕복에 불과한 이런 한산한 노선을 타러 온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삼단 스위치백이 있는 이즈모사카네[出雲坂根]역은 하루에 열차가 겨우 3왕복뿐이다. 종점인 빙고오치아이역에서는 환승이 되는 게이비선[芸備線] 또한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아 매우 불편하다. 성수기에는 임시열차인 오쿠이즈모오로치[奥出雲おろち]호가 추가되므로 조금은 낫다. 그러나 매월 2번째 목요일과 3번째 일요일에는 일부 구간에서 선로 보수 관계로 열차가 운행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시각표를 확인해야 한다.
키스키선은 노선 연장은 겨우 81.9km이다. 내가 탄 열차가 2시간 45분에 걸쳐서 달리므로 중간에 10분씩 정차하는 역이 두 군데 있음을 감안하여도 무지 느린 셈이다. 실제 키스키선에서 신지역에서 키스키역까지는 최고속도가 75km/h, 키스키역에서 빙고오치아이역까지는 65km/h로 제한되어 있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지만 키스키선은 JR서일본에서 마지막까지 통표를 사용하던 노선이었다고 한다.
앞에서 이야기하였지만 키스키선에서는 임시열차를 제외하고는 키하 120系를 사용한다. 이 차량이 가장 먼저 도입된 노선이다. 키스키선에는 키하 120系 0번대와 200번대 차량이 있다. 모두 키스키역에 있는 키스키철도부[木次鉄道部]가 차고지이다. 철도부는 JR서일본에서 로컬선의 활성화를 위하여 만든 조직인데 이곳에서 그 지역의 철도와 관한 모든 업무를 총괄하여 담당한다. 하는 일의 범위는 매우 넓어서 차량의 운전에서부터 수리, 그리고 선로 보수까지 다양하다. 대도시와는 달리 이런 곳에 있으려면 철도에 관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실제 내가 차량에서 본 JR직원은 운전사에서부터 차장, 수송원까지 여러 일을 잘 처리하였다.
키스키선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면, 1916년 10월 11일에 신지[宍道]에서 키스키[木次] 구간이 처음으로 개통되었다. 1932년 12월 18일 이즈모미나리[出雲三成]까지 연장되었으며 1934년 11월 20일 야카와[八川]까지 연장되고 1937년 12월 12일 빙고오치아이[備後落合]까지 개통됨으로써 전구간이 완성되었다. 그 후에는 노선에는 변화가 없다. 1998년 4월 25일부터 성수기에 임시 토롯코열차인 오쿠이즈모오로치[奥出雲おろち]호 운행이 시작되었고 2001년 7월 자동폐색으로 바뀌면서 JR서일본에서는 통표가 사라지게 되었다.
키스키선에 관한 개략적인 이야기는 이걸로 하고 본격적인 기차 여행을 해보자. 신지역을 출발한 열차는 덜컹덜컹 거리면서 천천히 간다. 처음부터 오르막이다. 하늘은 흐리고 열차는 선로 양쪽으로 우거진 산림 사이를 간다. 속도는 겨우 40~60km/h를 왔다갔다 한다.
No. 14 철도편 : 신지[宍道] 11:13→빙고오치아이[備後落合] 13:58
열차번호 및 종별 : 1449D 普通(ワンマン), 거리 : 81.9km, 편성 : 키하 120系 1兩(キハ 120-207)
(단, 키스키[木次]~이즈모요코타[出雲横田] 구간에서는 회송하는 キハ 120-8, 208 연결)
카모나카[加茂中]역에 도달하여서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열차와 바뀐다. 반대 방향인 신지역으로 가는 열차 역시 키하 120系 1량 편성이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풍경이 바뀐다. 평지고 옆으로 도로도 보인다. 열차 속도도 조금 빨라진다. 얼마 안 가서 키스키선에서 가장 큰 키스키[木次]역에 도착하였다. 앞에서 설명하였지만 이 역에서는 차고가 있을 뿐 아니라 키스키선 내에서는 유일하게 미도리 창구가 있다. 역시 내리는 사람도 많고 타는 사람도 많다.
정차 시간도 길어서 10분이나 된다. 운전사도 이 역에서 내린다. 나는 재빨리 역 건물로 가서 스탬프를 받았다. 스탬프는 가운데 온천 표시를 용이 둘러싸고 있는 그림이다. 용을 삶아서 먹자는 것인가? 역 건물은 나무로 되어 있어서 오래된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신지에서는 흐리기만 한 날씨가 조금 바뀌어서 여기서는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다. 우산이 있기는 하지만 꺼내기는 귀찮고 하니 열차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내가 타고 온 열차 한참 뒤로 키하 120系 2량이 있었다. 저 차량은 왜 저기 있을까?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근데 이 차량이 우리 차량 뒤로 접근하였다. 우리 열차와 연결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시골에서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를 보게 되었다. 연결하고자 하는 차량은 키하 120系 8호와 208호이다. 8호는 0번대여서 차량의 도색이 우리 차량과 다르다. 사진 상에서 군청색 모자를 쓰고 있으신 분이 운전사인데 우리 열차에서는 차장으로서 승무하게 된다. 회송하는 구간에서는 차장이 되는 셈이다. 차내에는 승객이 얼마 없기 때문에 2량이 더 연결되었지만 연결문은 개방되지 않아서 건너갈 수 없다.
시간이 되자 새로운 운전사가 오고 열차는 출발하였다. 원맨(ワンマン)이라고는 하지만 자동 안내 방송은 꺼버리고 뒤에 타고 있는 차장이 안내방송을 하기 때문에 원맨은 아니다. 역에 정차하면 앞문과 뒷문에서 각각 운전사와 차장이 승차권을 집표하거나 운임을 정산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운전사는 운전 이외의 일은 절대 하지 않지만 일본의 로컬선에서는 일상적인 풍경이다. 차장과 운전사가 같이 서로 일을 도운다. 유인역에서는 차장과 운전사, 그리고 역직원 이렇게 3명이 승객들의 승차권을 집표하는 광경도 본 적이 있다. 사실 이런 로컬선에서는 차장이 전업인 직원은 없고 모두 운전사는 기본이고 승객이 많거나 회송되어 승무할 때에는 차장으로 타게 된다.
키스키부터는 1량뿐이던 열차가 3량이 되어 버려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앞뒤로 뻥 뚫려 있었는데 이제는 뒤는 막혀버렸으니. 열차지만 버스라는 느낌이 강한데, 버스 뒤에 무언가 붙어서 뒤의 풍경을 보지 못하게 만든 꼴이다. 열차는 평지를 달리는 듯 하였는데 히노보리[日登]역을 출발하자 다시 급경사를 올라간다. 뒤에 달린 차량에는 사람은 없지만 검은 연기가 올라온다. 엔진이 가동되고 올라가는 힘을 보태는 모양이다. 이런 험준한 노선에서 차량 하나의 힘으로 달릴 순 없겠지. 시모쿠노[下久野]와 이즈모야시로[出雲八代] 사이에는 긴 터널이 있었다. 터널 내에도 오르막인지라 속도를 내지 못한다. 가벼운 차량이고 오르막 터널이라 엔진을 최대한 돌려야 하므로 소음도 심하다. 고도가 많이 높아졌는지 내리는 비는 눈으로 바뀐다. 신지에서는 구름만 낀 흐린 날씨였는데 점점 나빠진다.
잠시 마을과 밭이 있는 곳을 지난다. 철도는 오래 전에 놓여서인지 마을 외곽을 따라 있고 천천히 달린다. 그렇지만 이즈모미나리[出雲三成]역을 출발하자 다시 계곡을 따라 계속 올라간다. 눈은 점점 많이 오고. 무슨 케이블카도 아니고 계속하여 고도를 높인다. 뭐 우리나라의 태백선이나 영동선도 경사가 급하지만 이 노선도 그에 못지 않은 듯 하다. 옆에 있는 도로에는 눈이 많이 쌓여서 차가 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거리로는 얼마 안 왔지만 그 사이에 풍경은 완전한 겨울이 되었다. 다시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터널 여러 개 통과하면 이즈모요코타[出雲横田]역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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