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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아리산삼림철도가 계속됩니다.

 

 

 

 

 

15. 5월 24일 - 끊임없이 산을 올라가면서 고도를 높이는 특급 아리산호[阿里山號](中)

 

   열차는 숲 속으로 들어갔다. 선로 양쪽으로는 나무가 우거져 있고 계속하여 급경사와 급커브 구간이 이어진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곳은 열대이기 때문에 야자나무가 우거져 있다. 그래도 햇빛이 계속 비치고 있고 가끔씩은 나무 사이로 멀리까지 경치를 볼 수 있다. 철길은 주로 숲 속을 달리지만 가끔씩 터널도 지난다.

 

 

   이전 편을 보면 역들의 이름이 나와 있고 시각이 적혀 있는데 무지랴오[木屐寮]역은 통과역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열차는 통과하였다. 대피선까지 없고 승강장만 있는 경우에는 앞에서 전망을 보고 있는 경우 이외에는 알아채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새로 만든 역처럼 으리으리하게 짓는 것도 아니고 단지 이정표만 붙어 있을 뿐이다.

 

 

   열차는 천천히 계속 간다. 마을이 보이고 왼쪽으로 철길이 있다. 그런데 철길은 우리가 가는 철길보다 높은데 있다. 점점 높이차가 줄어들고 두 선로가 합쳐진다. 왼쪽에 있는 철길 옆에는 승강장이 있다. 승강장에는 장나오랴오[樟腦寮]역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바로 이 역은 스위치백으로 되어 있음을 알았다. 아쉽게도 이 역에는 열차가 정차하지 않고 그냥 통과하였다. 정차하는 열차는 더 갔다가 후진을 하여 승강장이 있는 선로에 들어가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일본에서는 여러 곳에 이런 스위치백이 있는데 경사가 급한 곳에서는 열차가 정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대표적인 이러한 스위치백은 시코쿠[四国]의 도산선[土讃線]의 츠보지리[坪尻]역과 신가이[新改]역에서 볼 수 있다. 이전에 연재된 여행기에서 작은 사진이지만 소개되어 있다.

 

 

   아리산삼림철도는 역 부근에는 철길과 함께 산책로가 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철길을 따라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걷는 것도 좋다. 주말이나 휴가 시간이 아니어서 그런지 실제 걷는 사람은 보지 못하였다. 곳곳에 노점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사람이 많은 때가 있는 듯 하다.

 

 

   열차는 계속하여 급커브와 급경사를 천천히 운행한다. 나무가 울창한 숲 속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전혀 알 수 없지만 산을 따라 돌면서 고도를 높인다. 약 4바퀴 돌고 나서 두리산[獨立山]역을 통과한다. 정작 열차 안에서는 나무가 우거져서 아래에 있는 철길을 확인할 길이 없다. 그냥 계속 급커브를 가는 구나 정도 밖에 파악이 되지 않는다.

 

 

   내가 탄 열차는 객차이지만 자체 발전이 가능하여 냉난방이 가능하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차내는 더웠다. 에어컨은 큰 소리를 내고 가동하고 있었지만 무언가 문제가 있는지 냉기는 나오지 않았다. 직원들이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하여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해결하지 못하였다. 그래도 산 속을 지나가는 열차이고 가장 앞 칸이어서 객차 앞의 문을 열었다. 문이 잘 고정되지 않자 박스를 놓아서 고정시켰다. 열차가 진행하면서 산의 맑은 공기가 실내에 들어와서 훨씬 쾌적하였다. 물론 군데군데 지나는 터널에서는 너무 공기가 차가웠다. 다행인 점은 디젤기관차는 가장 뒤에 있어서 매연이 들어올 수도 없다.

 

 

   두리산역부터는 터널이 길었다. 가는 도중에는 비가 많이 와서 산사태가 일어났는지 공사 중인 구간이 있었다. 열차는 천천히 통과하였다. 아리산삼림철도는 비가 많이 오거나 태풍이 지나가면 불통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들었다. 일부 구간에서 불통되는 경우 중간에 버스를 타고 연결되기도 한다. 전구간을 아무 문제없이 타는 것도 어느 정도 운이 따라주어야 한다.

 

   2면 2선인 리위앤랴오[梨園寮]역도 천천히 통과한다. 앞에 문을 열어 놓아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창문이 없어진 셈이므로 앞에서 전망을 보고 사진을 찍기도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나 혼자 타고 다니는 열차는 아니므로 계속 점령하는 건 그래서 가끔씩 서서 사진을 찍었다.

 

 

   열차는 아리산으로 가는 길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짜오리핑[交力坪]역에 도착하였다. 해발 997m로 이미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추전역보다 더 높은 장소에 있다. 이 역은 통과할 수가 없다. 아리산에서 내려오는 열차와 교행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탄 열차가 먼저 도착하였고 승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 열차에서 내려서 바람을 쐬었다. 보통 역과는 달리 승강장이 없고 발판이 놓여있다. 여객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는 미국이나 호주에는 이렇게 출입구 위치에 발판을 놓아서 승객들이 승하차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동영상 272  짜오리핑역에서 교행하는 열차.

 

   나는 역의 사진을 찍은 후 아리산에서 내려오는 열차를 기다렸다.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내가 탄 열차와는 달리 기관차에 객차가 있고 그 뒤에 다시 기관차와 객차가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데 아리산삼림철도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많이 운행된다. 디젤기관차 1량과 객차 4~5량이 한 단위처럼 움직이는 모양이다.

 

 

 

 

 

   다음으로는 '끊임없이 산을 올라가면서 고도를 높이는 특급 아리산호[阿里山號](下)'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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