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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특급 아리산호 승차의 마지막편입니다. 3시간 30분 가량 천천히 올라가기 때문에 내용이 많이 길어졌군요.

 

 

 

 

 

16. 5월 24일 - 끊임없이 산을 올라가면서 고도를 높이는 특급 아리산호[阿里山號](下)

 

   내려가는 열차가 도착하자 출발 신호가 울리고 승객들은 재빨리 다시 열차에 탄다. 다시 열차는 산을 계속 올라간다. 터널이 많고 무엇보다도 안개가 매우 짙다. 오후 3시가 약간 넘었지만 어두워서 사진을 찍기가 힘들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가이드북에는 오전 열차를 타기를 권하고 있다. 짜이[嘉義]역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하는 열차는 주말이나 휴가 기간에만 운행하지만 오전에는 상대적으로 안개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고 한다.

 

 

   계속하여 급커브에 급경사에 철길을 따라 간다. 중간중간 터널이 많이 있다. 터널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으므로 자리에 앉아서 쉬는 수밖에 없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경치도 해발 1,000m가 넘어가는 이곳은 다르다. 야자나무 수가 적고 대나무가 있기는 하나 줄기가 가늘고 활엽수가 많다. 높이 올라오면서 기온이 낮아지기 때문에 그에 맞게 자라는 나무의 종류가 다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아리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식물 박물관(Botanic Museu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짜오리핑[交力坪]역을 출발한지 15분을 달려서 쉐이숴랴오[水社寮]역에 도착하였다. 역 부근에는 마을이 있다. 이 역도 승강장은 없지만 분기는 가능하다. 열차가 잠시 정차하여서 기다린다.

 

 

   잠시 후 옆의 선로로 아리산 방면에서 디젤동차 2량이 내려온다. 헤드마크에는 중싱하오[中興號]라고 나와 있다. 아리산삼림철도 홈페이지(http://railway.forest.gov.tw )의 시각표에는 중싱하오 운행 일정은 나오지 않는다. 주말이라면 임시 아리산호와 이 역에서 교행을 하게 되는데 단체 관광객이 있어서 중싱하오로 운행을 하는 모양이다.

 

 

   중싱하오가 먼저 출발한 후에 내가 탄 열차도 출발하는데 뒤로 간다. 짜이 방면으로 역을 빠져나와서 중싱하오가 정차한 선로로 들어가서 진행한다. 스위치백으로 출발한 셈인데 역의 구조로 보아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그렇게 가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분기기 하나만 작동해서 그랬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점점 안개는 짙어져서 주변이 어둡다. 게다가 공기는 매우 습하다. 아열대의 뜨거운 공기가 산을 오르면서 수증기가 포화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다. 터널 안의 공기는 더 차갑고 습기가 많아서 열어놓은 문으로 공기가 들어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열차는 약 10분 넘게 가서 마지막 휴식 장소인 휀치후[奮起湖]역에 도착하였다. 이 역의 승강장은 제대로 만들어져 있었고 2면 2선의 구조로 되어 있다. 승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 내려서 사진을 찍고 바람을 쐰다. 역의 한쪽에는 증기기관차가 있는 차고가 있다. 보존된 기관차는 아니고 이벤트로 가끔씩 운행을 하며 차고 견학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역의 승강장에서는 현지인들이 나와서 도시락을 판매한다. 열차 여행의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나도 하나 사 먹으려고 하였지만 사진을 찍고 돌아다니는 사이에 이미 도시락 판매를 종료하였다. 타이완에서는 일본처럼 이렇게 승강장에서 도시락을 판매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큰 역에서는 점포가 따로 있다. 재미있는 건 일본의 도쿄[東京]역에서 신칸선[新幹線]을 타면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이 많듯이 이곳 타이완에도 타이완고속철도 타이페이역[台北車站]에서도 고속철도를 타면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고속철도는 차량도 일본에서 수입하였으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여기가 일본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활기가 넘치는 승강장과는 달리 역 건물의 안은 어둡고 한산하다. 이 역에 정차하는 열차는 하루에 2회이다. 주말에는 임시열차가 추가되어 4회로 늘어난다. 현재 아리산삼림철도는 관광용이므로 실제 주민들은 더 자주 운행되고 저렴하며 소요시간이 짧은 버스를 이용한다.

 

 

   승강장에서는 출발 신호가 울리고 승객들은 모두 다시 열차에 탄다. 열차는 계속 올라간다. 풍경은 바뀌어서 아래에서 흔하던 야자나무는 이제 보기 힘들고 삼나무가 대부분이고 대나무가 간간히 섞여있다. 그러다보니 숲의 형태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고도 때문에 서늘하여 나타나는 효과이다. 물론 냉방 고장으로 열어놓았던 출입문도 이제는 너무 찬바람이 들어오기 때문에 닫아 놓았다.

 

   열차는 둬린[多林]역에 잠시 정차하였다가 다시 출발한다. 승강장이 없고 선로만 2선으로 되어 있어서 교행이 가능한 역이다. 처음에 개통되었을 때에는 토로엔(トロエン)역이었는데 1964년에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해발 1,500m가 넘었지만 숲이 아직도 우거져 있다. 우리나라는 이 정도 높이면 겨울에 추워서 나무가 많이 자라지 못하는데 역시 위도가 낮아서 다르다. 아쉬운 점은 숲이 우거져서 높이 올라왔지만 멀리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짙은 안개까지 끼여 있다.

 

 

   뒤린에서 다음 역인 시즈루[十字路]까지는 평탄한 철길이 이어진다. 거리는 4.4km이지만 겨우 18m만 올라간다. 다른 구간에서는 200m 이상 올라가는 경우도 있으므로 아리산삼림철도에서 삼림으로 들어오기 전인 짜이에서 주치[竹崎]까지의 구간과 같이 경사가 적다. 시즈루[十字路]역에서도 승객은 타고 내리지 않고 잠시 정차만 하였다가 다시 출발한다. 역 건물은 전망대로 만들어 놓았다.

 

   잠시 평탄하게 가면서 숨을 돌렸지만 시즈루[十字路]부터는 마지막으로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 높이 올라와서 가끔씩 깊은 계곡을 볼 수 있다. 산의 옆을 타고 올라가므로 곳곳에 산사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터널을 지나간다.

 

 

   핑졔나[屏遮那]역은 교행선이 있으나 현재는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고 주변에 아무 것도 없다. 그냥 천천히 통과한다. 해발 1,711m에 있는데 난대림(暖帶林)과 온대림(溫帶林)의 경계에 해당된다. 이제는 삼나무가 대부분인 숲이다.

 

   안개가 짙고 삼나무 숲의 아래를 지나기 때문에 사진을 찍기는 정말 어려운 환경이다. 열차가 가만히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계속 움직이고 그러다 보니 흔들리고 상태가 좋지 못한 사진이 많은데 이해하여 주시길 바란다.

 

 

   다음 역인 디이휀다오[第一分道]에는 앞쪽으로 더 이상 선로가 없다. 종점은 아닌데 무슨 일일까? 스위치백이 있는 역이다. 열차는 정차하지 않고 뒤로 가기 시작한다. 뒤로 간다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기관차가 가장 앞이 되었으니 정상 진행이 되는 셈이다. 앞에서 두리산[獨立山]에서 루프선은 있었지만 스위치백은 처음이다.

 

 

   얼마 가지 않아서 오른쪽에서 내려오는 선로가 있고 다시 진행 방향을 바꾼다. 이곳에는 직원이 나와 있어서 전철기를 조작하여 열차가 방향을 바꾸어 갈 수 있도록 한다. 아리산삼림철도는 자동화가 거의 되어 있지 않아서 분기기마다 전부 직원이 수동으로 조작을 하고 단선이므로 통표로 폐색을 하고 있다.

 

 

   계속하여 삼나무 숲속을 지난다. 나무가 워낙 우거져 있어서 철길이 있는 곳에는 항상 햇빛이 들지 않는지 이끼가 많이 끼여 있다. 어둡고 습도가 높고 무언가 나올 듯한 느낌이 든다. 삼나무 숲이 끝나면 얼완핑[二萬坪]역에 도착한다. 역 앞에는 아리산치냔훠동중신[阿里山靑年活動中心, 아리산청년활동센터]이 있다. 이 역에는 분기되는 선로가 있지만 무슨 이유인지 다시 만나지 못하고 막힌 구조이다.

 

 

 

   얼완핑역을 출발하면 다시 삼나무 숲속으로 들어간다. 숲속이지만 급경사를 올라간다. 오른쪽에서 내려오는 선로가 있고 이 선로와 만나면 나무로 깨끗하게 만들어진 셴무[神木]역에 도착한다. 셴무역도 스위치백이 있다. 역시 정차하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마지막으로 열차는 오르막을 가고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종점인 아리산[阿里山]역에 이제 도착한 셈이다. 안개 속에 가려진 아리산 마을을 따라서 가다가 분기하여 종착역인 아리산역에 도착하였다.

 

 

 

 

 

   다음으로는 '임시 건물과 승강장을 사용하고 있는 아리산역[阿里山車站]'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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