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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이역에서 이번 여행의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인 아리산삼림철도를 탑니다.

 

 

 

 


13. 5월 24일 - 짜이역[嘉義車站]에서 아리산삼림철도[阿里山森林鐵路]의 특급 아리산호[阿里山號]와의 만남


   집표구를 빠져나오니 햇볕이 정말 강렬하였다. 짜이에는 북회귀선이 지난다. 하지 정오에는 태양빛과 지면과는 직각을 이루게 된다. 즉 머리 바로 위에 햇빛이 비친다. 아직 5월이지만 햇빛이 바로 위에서 비친다. 시간상으로는 12시 30분이 약간 넘었는데 구름까지 없는 맑은 날씨라서 정말 덥다.

 


   먼저 역의 매표소에 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오늘 특급 아리산호[阿里山號]는 매진이라고 적혀 있다. 그럼 탈 수 없는 것일까? 생각도 정리하고 역 주변을 살필 겸 하여 잠시 밖으로 나갔다.


   천천히 걸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역 바로 앞에는 버스터미널이 있다. 짜이 시내를 다니는 버스는 남쪽에서 탈 수 있고 장거리는 북쪽에 터미널이 있다. 더운 낮이어서 다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역 주변에서는 뾰족한 방법도 없고 표를 파는 장소도 당연 없었다. 아리산삼림철도에서 짜이역 다음의 정차역인 베이먼[北門]역까지 가서 표를 구해볼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되면 짜이~베이먼 간은 타 보지 못하기 때문에 완주에 문제가 있었다. 일단 짜이역으로 돌아왔다.


   대합실에는 아리산호를 타기 위한 승객들이 점점 모여들고 있었다. 타이완인 이외에도 머리카락이 노란 서양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오늘 도착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표를 팔고 있는 여행사 직원이 몇 명 있었다. 여행을 가기 전에 블로그를 찾아서 읽어보니 이들은 아리산[阿里山]에서의 숙소 예약까지 같이 하는 조건으로 아리산호 승차권을 판다고 한다.


   이들은 당연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길 것이므로 숙소 요금이 비싸지겠지만 이 상황에서 아리산에 안 갈 수는 없으니 나도 접근하여 숙소 가격을 알아보고 적당하면 승차권을 사기로 하였다. 아리산은 세계적인 관광지이고 외부와 고립된 고산지대이므로 비싼 숙박비를 감수해야 한다.

 


   한 할머니와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자신은 인가받은 여행사의 직원이라면서 목에 걸고 있는 명찰을 보여준다. 나는 먼저 오늘 아리산호 승차권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있다고 하면서 역시 숙소를 예약해야 한다고 하였다. 가격이 얼마냐고 하니 1,200元이라고 메모지에 적는다. 우리 돈으로는 36,000원 정도로 비싼 편이지만 나의 예산인 2,000元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당연 숙소 예약을 결정하고 승차권 가격 399元과 합쳐서 결제하였다. 먼저 숙소 바우처를 써서 주고 대합실의 의자에 앉아 기다리라고 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한국인이라고 하였으나 이 할머니는 계속 영어도 아니고 일본어로 이야기하였다. 우리말이 통하지 않고 내가 중국어를 전혀 모르니 나도 일본어로 할 수 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열차가 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으니 대합실이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였다. 내가 앉아있는 사이에 할머니는 다른 손님을 찾아서 대합실을 돌아다녔다. 대합실 내에는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으나 덥고 습하였다. 잠시 휴식을 취하였으나 갈증이 나서 매점에 가서 생수를 하나 샀다. 가방에 물이 있지만 3시간 동안 기차를 타야 하니 여분이 필요하다.

 

 

   대합실에는 이 할머니 이외에도 아리산호 승차권을 파는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승차권을 받은 것 같은데 나는 아직 받지 못하였다. 이거 사기가 아닌가? 계속하여 나는 승차권을 달라고 일본어로 외쳤다. 시간은 지나 개찰이 시작되었고 할머니는 나를 끌고 개찰구를 통과하였다. 역무원에게 뭐라고 하더니 그냥 통과시켜 주었다.

 


   승강장에 있는 의자에서 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였다. 앉아서 기다리고 싶지는 않아서 나는 주변의 사진을 찍었다. 아리산삼림철도의 승강장은 기존선인 타이완철도관리국과 공유하고 있고 짜이역의 개표 및 승차권 발매 역시 위탁하고 있다. 역 건물 앞에 있는 승강장 한쪽에 특수 협궤인 아리산삼림철도 승강장이 있다.

 


   아리산삼림철도의 특징이 게시판에 나와 있다. 1) 세계 3대 산악철도 중의 하나. 그렇다면 나머지 2개는 인도(India)의 다르질링 히말라야 철도(Darjeeling Himalayan Railway, http://www.dhrs.org )와 페루(Peru)의 쿠즈코(Cuzco)에서 티티카카호(Lake Titicaca)에 이르는 구간(http://www.perurail.com )이다. 2) 해발 30m인 짜이역에서 해발 2,216m인 아리산역까지 올라가며 최대급경사는 6.26%이고 최소곡선반경은 40m이다. 3) 기관차가 뒤에서 밀어서 산을 올라간다. 4) 두리산[獨立山]을 3바퀴를 돌아서 약 5km 구간에서 200m를 올라간다. 5) 디이펜다오[第一分道]에는 Z형의 스위치백이 있어서 운전 방향이 바뀌면서 올라간다. 6) 철도를 통하여 삼림, 운해, 일출, 일몰 등 아리산의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다.

 


   기적 소리를 울리면서 내가 탈 특급 아리산호가 승강장으로 천천히 들어온다. 디젤기관차에 객차를 끌고 들어온다. 사진 상으로는 한산하여 보이지만 전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할머니가 기관사로부터 승차권을 받아서 나에게 주었다. 이 할머니는 아리산삼림철도와 깊은 연관이 있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되었든 이제 할머니와 나의 거래는 완벽하게 끝이 났다. 그런데 할머니가 나의 카메라를 잡더니 사진을 찍어 주겠다는 포즈를 취하였다. 나는 찍는 스위치를 알려주고 디젤기관차를 배경으로 포즈를 잡았다. 디지털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으신지 여러 번 찍었다. 어떻게든 사진까지 찍어주어서 고마웠다.

 

 

   과거 아리산삼림철도는 증기기관차로 운행하였으나 현재는 짧은 구간에서 이벤트성 열차로만 운행되고 주력은 1926년부터 도입된 디젤기관차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디젤기관차는 모두 16량으로 10량은 일본의 신미츠비시중공업[新三菱重工, http://www.mhi.co.jp/fla.html ]에서 제조되었고 나머지는 니혼사료[日本車輛, http://www.n-sharyo.co.jp ]에서 만들어졌다.

 


   기관차 뒤에는 특급 아리산호 전용 객차가 연결되어 있다. 모두 5량이 있다. 우리나라의 객차와는 달리 객차 내에 발전 시설이 있어서 발전차 없이도 냉방과 조명이 해결된다. 객차 사이에는 연결막이 없어서 이동할 때에는 약간 주의가 필요하다.

 


   내가 타게 될 객차는 가장 앞에 달린 5호차이다. 가장 앞이어서 애칭판이 붙어 있고 직원이 앉아서 신호를 보낸다. 좌측으로는 막혀 있는데 화장실이 있는 공간이다. 일본에서는 열차 이름이 있지만 타이완은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 특급 아리산호가 정기열차 중에서는 유일하게 애칭판을 붙이고 있다.

 

 

   차량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특수협궤(762mm)이고 차량도 그에 맞추어서 폭이 좁다. 그러다 보니 차량 안의 좌석도 2X1로 배치되어 있어도 통로는 넓지 않았다. 특급이라는 명칭에 맞게 좌석은 리클라이닝이 가능하다. 다만 여기에도 테이블은 없었다. 그물망에는 비닐 봉투가 하나씩 들어가 있었는데 아마도 고산증 때문에 구토가 나는 승객들을 위한 목적으로 생각된다.

 


   내가 탄 차량이 가장 앞에 있어서 직원이 앉아서 기관차에 무전으로 신호를 보내고 기적을 울린다. 직접 운전을 하지 않고 이런 방식으로 3시간 이상 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삼림철도이고 속도가 낮아서인지 큰 문제는 없는 듯 하다. 71.4km를 3시간 30분 정도에 운행하니 표정속도는 겨우 20km/h를 넘는다.

 


   좁은 궤간과 승강장도 하나인 아리산삼림철도와는 달리 기존선에는 선로도 많이 있고 승강장도 넓다. 물건을 나르기 위하여 오토바이가 동원되고 한쪽에는 차고도 있다. 아리산삼림철도는 현재 짜이역으로 노선만 연장된 형태인 관계로 선로 하나와 승강장만 있다.

 

 

 

 

 

   다음으로는 '끊임없이 산을 올라가면서 고도를 높이는 특급 아리산호[阿里山號](上)'가 연재됩니다. 아리산삼림철도를 타고 해발 2,000m가 넘는 산 속으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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