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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행기로 3일차가 끝납니다. 일출을 보기 위하여 새벽 4시부터 시작되었던 힘든 날이었습니다. 요즈음에는 날씨가 워낙 춥다보니 더웠던 타이완이 그립습니다.

 

 

 

 

 

29. 5월 25일 - 버스와 열차의 지연으로 계획이 전면 수정된 수이리[水里]의 밤

 

   주시위앤에서 나와서 버스터미널이 있는 수이셔[水社]로 향하였다. 당연한 일이지만 미리 수이셔에서의 수이리[水里]로 가는 버스 시각을 버스에서 내렸을 때 메모하여 두었다. 버스는 18:25에 있다. 주시위앤에서는 1시간 전에 출발하였다. 아무래도 일본만큼 버스 시각에 대한 신뢰가 없었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이셔광커중신[水社遊客中心]에는 오후 6시가 약간 넘어서 도착하였다. 벌써 매표소의 직원은 퇴근하였고 아무도 없다. 표를 살 수 없으니 차내에서 운전사로부터 승차권을 구입해야 한다. 가방을 다시 코인라커에서 꺼내고 수이리 방면 정류장으로 갔다.

 


   수이리 방면의 정류소는 좀 이상하였다. 여러 회사의 정류소 표시가 있었지만 유독 내가 탈 훵롱커윈[豐榮客運]의 표시는 없었다. 르웨탄에 올 때에는 길 건너에서 내렸으니 설마 정류장이 아닐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도착해야 하는 시각이 지났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버스 시각 20분 전에 도착하였는데 그보다 일찍 통과하였을 가능성은 없고 어떻게 되었을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수이셔광커중신 옆에 있는 숙박 시설에는 훵롱커윈[豐榮客運] 간판이 작게 있었다. 혹시나 하여 수이리로 가는 버스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잘 모른다는 대답만 들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가게는 불을 밝히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제 시간이 도착하여도 수이리역에서 열차를 타기까지는 겨우 10분 정도 여유가 있다. 버스가 늦어지면 수이리역에서 열차를 탈 수 없다. 그러나 수이리에서 얼수이 방면으로 막차가 아니기 때문에 다음 열차를 타면 된다. 문제는 여기서 수이리까지이다. 이 버스가 막차인데 타지 못하면 우리나라보다 비싼 택시를 타야한다는 부담이 있다. 열차는 못 타더라도 일단은 19:00까지 버스를 기다려보기로 하였다. 제 시각보다 약 17분이 늦게 수이리로 가는 버스가 들어왔다.

 

 

No. 15 버스편 : 르웨탄[日月潭] 18:42→수이리[水里] 19:05
요금 : 49元, 운영회사 : 훵롱커윈[豐榮客運]

 

 

   르웨탄으로 올 때와는 달리 버스에는 20명 가량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승차권을 운전사로부터 사야 하는데 정작 잔돈이 없었다. 50元을 내니 잔돈 1元은 받지 못하고 그냥 타라는 손짓을 하였다. 우리 돈으로는 겨우 30원 정도이지만 잔돈이 없어서 손해를 본 셈이다. 그러나 타이완 모든 버스가 잔돈이 없는 건 아니다. 2007년 10월에 타이동[台東]에 갔을 때에는 그곳의 시내버스에는 운전사 옆에 잔돈을 비치하고 있어서 바로 거슬러주었다. 타이완에는 버스를 운행하는 회사가 많다보니 회사와 노선마다 버스 차종이나 서비스에 차이가 있다.


   버스는 지연을 만회하기 위하여 엄청난 속도로 달리지만 역부족이었다. 수이리에 내려서 역에 가니 이미 기차는 출발하였고 역은 한산하였다. 급한 건 얼수이[二水]에서 탈 열차 승차권이다. 부저를 눌러서 역 직원을 불러서 반환 처리하였다. 직원은 왜 열차를 놓쳤냐고 뭐라뭐라 큰소리로 떠드는 것 같았다. 중국어를 모르는 나는 ‘Sorry, bus was late.’ 밖에 할 말이 없었다. 반환수수료 13元(약 390원)을 빼고 나머지 금액을 돌려받았다. 우리나라는 출발 당일에는 수수료가 10%이므로 더 저렴하다.

 


   얼수이로 가는 다음 열차는 20:50에 있었다. 1시간 4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일단은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역을 빠져나와서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길가에 음식점도 있지만 익숙하지 않으니 편의점에 들어갔다.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은 가격이 다를 뿐 우리나라나 일본과 동일하다. 도시락과 황진도[黃金豆]라고 적힌 음료수를 샀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도시락은 전자레인지로 데워주었다.


   밤이 되면서 활기찬 역 광장과는 달리 대합실 내는 한산하였다. 도시락은 고기, 계란, 야채가 있는 덮밥이었는데 괜찮았다. 단지 고기가 너무 크고 기름기가 많아서 느끼하였다. 황진도[黃金豆]는 금색이어서 오렌지주스로 알고 구입하였는데 내가 잘못 생각하였다. 글자 그대로 콩으로 만든 두유였다. 느끼함이 가시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마셨다.


   시간은 많이 남고 입 안에 기름기가 남아서 영 기분이 개운하지 않았다. 게다가 날씨는 밤이 되었지만 여전히 덥다. 다른 음료수를 사기 위하여 마을로 내려갔다. 수이리는 작은 마을이라서 그런지 밤이 되어서 생각보다는 활기차게 사람들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낮보다는 많았다. 하천을 건너서 가니 마이우중신[賣物中心]이라고 적힌 가게를 발견하였다. 한자의 뜻으로 생각하면 슈퍼마켓이다.

 


   갈증 해소에 급한 나는 바로 음료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콜라를 생각하고 빨간 캔을 사서 나왔다. 오랜만에 시원한 콜라로 느끼함을 없애리라고 보았다. 그런데 캔을 따서 마셔보니 이상한 맛이었다. 자세히 보니 외관으로는 코카콜라와 비슷하였지만 훼이숭샤시[黑松沙士]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본 적이 없는 처음 마셔보는 음료수였다. 진한 ‘솔의 눈’에 탄산을 넣은 맛이었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돈을 주고 산 음료수라서 할 수 없이 다 마셨다. 도대체 고르는 음료수마다 이상하였다.


   남은 시간에는 가이드북을 꺼내어서 남은 기간 동안의 일정을 생각하였다. 원래 일정은 타이완을 일주하고자 하였으나 내일 하루 종일 열차만 타는 경우에만 이제 가능하다. 2007년 추석 연휴에도 타이완을 방문할 계획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순환선 완주는 보류하기로 하였다. 대신에 제2의 도시인 카오슝[高雄]까지만 가고 마지막 날에는 고속철도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내일은 이전에 타이완의 수도였던 타이난[台南]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열차 시각이 되어가자 직원이 나를 부른다. 카오슝까지 가냐고 물어보았는데 예정이 바뀌어서 짜이[嘉義]까지만 간다고 하고 승차권을 샀다. 밤이 되면서 열차를 타는 사람은 드물고 승강장은 한산하였다.

 

 

No. 16 철도편(타이완철도관리국) : 수이리[水里] 20:50→얼수이[二水] 21:20
열차번호 및 종별 : 3288 區間車, 거리 : 27.4km, 편성 : DR1000型 3兩(1號車 DRC1009)

 

 

   차내는 낮과는 달리 매우 한산하였다. 에어컨이 잘 나와서 시원하였다. 밤이라 밖은 어둡지만 지지[集集]역은 역 건물과 주변의 나무에 모두 조명을 달아놓은 루미나레를 하고 있어서 화려하였다.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열차는 얼수이역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맞은 편 승강장에서 쥐광하오[莒光號]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정시에 도착하였는데 열차를 놓쳤을까? 아니었다. 승강장에 있는 LED를 보니 23분 지연이라고 나와 있었다. 이렇게 되면 내가 탈 열차도 지연을 피하지 못한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차내와는 달리 전혀 냉방 시설이 없는 승강장은 밤이지만 더웠다. 잠시 내가 타고 온 추지엔춰[區間車]에서 기다리려고 하였지만 차장이 검표를 하기 시작하여서 할 수 없이 다시 승강장의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아직 LED에는 내가 탈 열차에 대하여 나오지 않았다. 내가 탈 열차보다 먼저 출발할 훵위앤[豐原]으로 되돌아가는 추지엔춰[區間車]가 표시되었다. 이 열차는 22분 지연되어 도착하였고 승객들은 내가 타고 온 디젤차로 환승을 하였다. 서로 접속 열차여서 기다려 주었다.

 


   드디어 내가 탈 쥐광하오가 LED에 나오는데 18분 지연이라고 나온다. 밤이라 할 건 없고 시간만 가기를 기다렸다. 이 역의 승강장은 어두워서 책을 보기에도 좋지 못하다.

 

 

No. 17 철도편(타이완철도관리국) : 얼수이[二水] 21:58→짜이[嘉義] 22:54
열차번호 및 종별 : 29 莒光, 거리 : 49.0km, 편성 : E212 + 객차 8兩(7號車 FPK10525)

 

 

   낮에 탄 쥐광하오[莒光號]가 워낙 낡아서 이번에도 그런 차량이려니 생각하였는데 이정표도 LED이고 내부는 깨끗한 새로운 차량이다. 출입문도 자동문이고 객차 사이의 공간 역시 깨끗하다. 안내 방송은 3개어로 해 주고 자동이다. 1995~2000년 사이에 탕엥[唐榮]에서 제조되거나 개조되었고 출입문이 최초로 자동인 쥐광하오 차량이다. 2001년 이후로도 일부 쥐광하오 차량이 개조되고 있다. 이런 차량이 연결된 열차는 시각표에도 신자오쥐광하오[新造莒光號]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 얼수이역에서 열차가 출발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방송을 해 주지도 않는다. 직감적으로 상위 등급인 쯔장하오[自强號]를 먼저 보내기 위하여 기다릴 걸로 예상하였다.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쯔장하오가 얼수이역을 통과하였다.


   밤이고 피곤하여 열차 내에서는 휴식을 취하였다. 짜이역에는 17분 늦게 도착하였다. 그래도 약간은 만회하였다. 내일 타게 될 타이난으로 가는 추지엔춰[區間車] 시각을 적어놓고 숙소를 찾기 위하여 역 부근을 돌아다녔다.


   역에서 하와서 한 골목만 가니 숙소가 길 양쪽으로 많이 있고 호객 행위까지 하고 있다. 가격을 깎아보려고 하였지만 할인은 해 주지 않는다. 신기한 건 외국인들이 짜이에 많이 오는지 아줌마들이 간단한 영어까지 한다. 몇 군데 문의하여 보다가 저렴한 600元 하는 호텔로 결정하였다.


   역시 저렴한 방이라서 창문이 없고 냉방은 되지만 중앙에서 조절하여서 약간 덥다. 게다가 방음이 잘 되지 않는지 밖에서 신음 소리가 들린다. 더워서 움직이기도 귀찮은데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 짐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으로는 '협궤에서 질주하는 대우에서 만든 EMC500型 전동차[電聯車](上)'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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