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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타이완 여행기를 계속하여 연재합니다. 5월 26일분 사진 정리가 어느 정도 되어서 당분간은 빠른 연재가 가능할 듯 합니다. 이번 편을 포함하여 3편은 운전실 옆에서 찍은 전망 사진이 나옵니다. 대우중공업에서 제작한 차량을 타고 일본과 같은 궤간을 달리면서 찍는 전망 풍경. 그러나 이곳은 일본도 우리나라도 아닌 타이완입니다.

 

 

 

 


30. 5월 26일 - 협궤에서 질주하는 대우중공업에서 만든 EMC500型 전동차[電聯車](上)


   창문이 없는 방이라서 좋지 않은 점은 시각을 알 수 없었다.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오전 9시였다. 어제 일정이 워낙 길었기 때문에 잠도 조금 많이 잤다. 간단히 씻고 숙소에서 나왔다.

 

 

   바로 짜이역으로 가서 승차권을 구입하려고 하였다. 타이난[台南]까지의 추지엔춰[區間車] 운임은 91元이었는데 자동발매기에서는 지폐를 사용할 수 없어서 매표소에서 구입하였다. 개찰구를 통과하여 승강장으로 갔다. 내가 탈 열차는 짜이역이 시발역이라서 그런지 지하도를 건너서 있는 승강장에서 탈 수 있었다.

 


   선로에는 애칭판처럼 대우라는 마크가 찍힌 전동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보기만 한 대우중공업(현재는 분할되어 두산인프라코어, http://www.doosaninfracore.co.kr )에서 만든 EMC500型 전동차를 타게 되었다.

 

 

No. 18 철도편(타이완철도관리국) : 짜이[嘉義] 10:02→타이난[台南] 11:21
열차번호 및 종별 : 2629 區間車, 거리 : 61.5km, 편성 : EMC500型 4兩+4兩(1號車 45EMC565)

 

 

   지금까지 EMC500型 전동차를 몇 번 사진으로 보여드렸지만 실제 승차하는 건 이번에 처음이다. 우리나라 대우중공업에서 생산된 이 전동차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하겠다.


   EMC500型 전동차[電聯車]는 타이완철도관리국에서 운영하는 교류(25,000V 60Hz) 전용 통근형 차량이다. 동부간선과 서부간선의 전철화된 구간에서 운행하고 있다. 타이완의 주요 간선이 전철화되면서 감가속이 좋고 수송력이 높은 차량이 필요하였고 버스에 빼앗긴 통근 수요를 다시 회복하기 위하여 전동차 도입을 결정하였고 1993년 대우중공업에서 발주를 받아서 1995~1997년 동안에 86편성(편성당 4량)이 만들어져서 순차적으로 운행하게 되었다. 기본 4량 편성이고 2M 2T로 되어 있다. 4편성까지 연결하여 16량까지 만들 수 있다. 기동가속도는 2.88km/h/s이고 최고속도는 110km/h이다. 제어 장치는 독일 지멘스(Siemens, http://www.siemens.com )에서 만든 VVVF 인버터를 사용하고 있다.


   당시에 각역 정차 열차는 기관차에 객차가 연결된 푸콰이춰[普快車]였는데 냉방이 되지 않고 감가속이 좋지 않아서 소요 시간이 길었지만 EMC500型 전동차는 강력한 냉방으로 실내가 쾌적하고 뛰어난 감가속으로 소요 시간을 단축시켜서 운임이 약 30% 가량 비쌈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높았다. 당시의 우리나라 상황과도 비슷한데 비둘기호가 없어지고 통근형 통일호로 바뀌면서 운임이 비싸졌지만 CDC라는 전용 차량이 투입되면서 냉방이 되고 소요 시간 단축이 이루어졌다.


   EMC500型 전동차는 모두 추지엔춰[區間車]로 운행하고 있다. 타이페이 근교에서 주로 운행하는 다른 통근형 전동차와는 달리 전철화된 전구간에서 달리고 있다. 승객의 수요에 맞추어서 편성이 달라져서 한산한 시간대에는 1편성 4량 편성이지만 승객이 많을 때에는 2편성이 연결되어 8량 편성이다. 내가 타는 열차도 8량 편성이었다.

 


   통근형 차량이기는 하지만 장거리 운행을 하는 경우도 있어서 차내에는 화장실이 있다. 내부 구조는 우리나라의 CDC와 비슷하다. 좌석은 모두 롱시트인데 DR1000型 디젤차[柴油車]처럼 가죽으로 되어 있어서 땀이나 물기가 흡수되지 않게 되어 있다. 입석 승객을 배려하여 차내에는 가운데에 기둥이 있다.

 


   차량은 우리나라 지하철과 유사하지만 일본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차량 앞부분의 왼쪽 절반은 운전실이고 오른쪽 절반은 차장실로 사용한다. 출입문은 양 방향으로 3개씩 있다. 출입문의 조작은 차장이 하는데 문 위에 열쇠를 넣는 구멍과 조작 스위치가 있다. 열쇠를 곶은 상태에서만 스위치가 작동한다. 차장은 차량 내를 돌아다니다가 역에 정차하면 가까운 아무 출입문에 열쇠를 끼우고 출입문을 개폐한다. 각역 정차인 열차의 특성상 무인역 승강장에서 승차권 회수와 차내 검표 및 승차권 발행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일본의 로컬선 차장과 역할이 동일하다.

 


   승강장은 고상홈이 아니고 중상홈 정도인 관계로 열차에 타고 내릴 때에는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승객이 차량의 계단에 걸릴 가능성이 있어서 만일 출입문이 모두 제대로 닫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출발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차내에는 토요일을 맞아서 근교로 나가는 젊은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차내는 이들의 대화 소리로 시끄러웠다. 저렴하면서도 빠른 추지엔춰[區間車]는 정말 좋은 교통 수단이다. 열차는 천천히 짜이역을 빠져나갔다. 속도를 높이면서 달리니 꽤 빨랐다. 열차는 평지의 직선 선로를 내달린다.

 


   처음으로 정차한 역은 수이샹[水上]이었다. 역의 이름을 보는 순간 많은 분들이 JR동일본 조에츠선[上越線]의 미나카미[水上]역을 연상할 걸로 생각된다. 일본의 미나카미역은 특급 열차의 종착역이지만 타이완의 수이샹역은 간이역이다. 타이완의 지명 중에는 한자 상으로 우리나라나 일본에 있는 것과 동일한 경우가 가끔씩 발견된다.


   나는 가방을 선반 위에 올려놓고 전망을 찍기 위하여 운전실 뒤에 서 있었다. 그런데 운전사가 날 부른다. 안으로 들어와서 운전실 바로 옆에 있는 문에서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운전사에게 이 차는 한국 대우에서 만들었다고 하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들어갔다. 우리나라 같으면 운전사가 왜 사진을 찍느냐 허가를 받았느냐 등의 소리를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유럽과 맞먹는 영토를 가진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타이완의 분위기는 정말 달랐다. 2007년 가을에 여행을 하였을 때에는 운전사가 전망을 보는 승객들에게 모자와 통표를 주면서 기념사진을 찍으라고 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차량이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전망을 전혀 볼 수 없게 철저히 막힌 현실이 안타깝다.

 


   차량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었지만 궤간은 일본의 재래선과 동일하게 1,067mm이다. 복선으로 뻗은 철길을 보고 있으면 일본의 어느 지역을 달리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일본에는 흔하지 않은 기관차가 견인하는 열차도 지나가고 있어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측면도 있다. 가끔씩 고가에 있는 타이완고속철도[台灣高速鐵路]가 보인다. 아쉽게도 700T系 전동차가 지나가는 장면을 보지는 못하였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고속철도와 기존선 간의 운영주체가 다른 관계로 서로 경쟁자라고 한다.

 

동영상 647  신잉[新營]역 진입하는 장면. 3개어로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 얼마나 들리시나요?


   추지엔춰[區間車]이기는 하지만 정차역 안내 방송을 3개 언어로 해 준다. 물론 나는 모두 알아들을 수 없다. 2007년 가을부터는 영어 안내 방송이 추가되어서 4개 언어가 되었다. 중상홈 정도의 승강장과 좁은 궤간, 그리고 역의 구조로 보았을 때에는 여기가 일본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각역 정차이기 때문에 역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었다. 대피선이 있는 큰 역도 있지만 복선 선로 옆에 승강장만 있는 역도 있었다. 이용객이 적고 텅텅 비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역마다 많은 사람들이 탔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경의선과 경원선 이외에는 통근 열차가 사라지고 전혀 어울리지 않고 고가의 무궁화호로 대체되면서 승객보다는 공기를 주로 나르고 있지만 타이완에서는 시골 곳곳에도 각역 정차 전동차가 운행되고 있는 현실은 부러웠다. 철도동호회에서 가끔씩 나오는 통근형 전동차인 CEC(Commute Electric Car)는 가까운 타이완에서 건재하고 있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만든 차량으로.

 

 

 

 

 

   다음으로는 '협궤에서 질주하는 대우에서 만든 EMC500型 전동차[電聯車](中)'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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