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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옆에 있는 섬나라는 아일랜드(Ireland)입니다. 아일랜드는 현재 영국의 하나인 북아일랜드(Northern Ireland)와 아일랜드 공화국(Republic of Ireland)이 있습니다. 둘 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입니다. 북아일랜드는 20세기 동안 IRA의 테러 위협 때문에 여행을 꺼렸다는 점도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부터 전세계의 수많은 식민지를 가지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을 얻은 영국과는 달리 아일랜드는 12세기부터 영국의 지배를 받았지만 독립을 위하여 노력한 끝에 192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북아일랜드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그렇지만 아일랜드는 가난의 연속이었습니다. 19세지 중반의 기근에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고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로 이민을 많이 갔습니다. 과거 남과 북을 합쳐서 800만명 가까이 되었는데 현재는 아일랜드 공화국은 390만명, 북아일랜드는 170만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지금은 경제 성장에 따라서 EU 국가와 아시아에서의 이민자들이 들어와서 인구가 조금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민자들은 수도인 더블린에 가면 볼 수 있겠죠. 아직 더블린 이외에서는 황인종을 보기는 매우 힘듭니다.
아일랜드공화국은 EU에 속하면서 유로화를 받아들이고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국민소득 4만달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제는 영국보다도 더 잘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경제 성장에 따라서 이곳 아일랜드에서는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북아일랜드에서는 아일랜드 공화국 국민들이 영국의 싼(?) 물가 때문에 차를 타고 쇼핑을 많이 오지만 아일랜드 공화국에서는 영국 차를 보기 힘듭니다. 아일랜드 공화국 곳곳에는 북아일랜드로 관광을 오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북아일랜드의 IRA의 해산도 이러한 아일랜드 공화국의 경제 성장에 따른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의 국경 개방 및 자유로운 거주 이전 허용이 크다고 봅니다.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를 이동할 때에는 서유럽 내의 국가 사이의 이동처럼 여권 검사 같은 건 없습니다. 다만 화폐가 바뀝니다. 영국은 파운드(Pound)을 사용하고 아일랜드 공화국은 유로(Euro)를 씁니다. 당연 물가는 아일랜드 공화국이 더 비쌉니다.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가 연상됩니다. 이전에는 불법 체류 때문에 입국 심사가 매우 까다로왔고 관광으로 가더라도 15일까지만 체류가 가능한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90일까지 가능하고 비자도 필요없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각 지자체에서 우리나라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하여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있던 사가현[佐賀縣]에서 고분과 함께 '여러분의 선조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하는 광고도 있었습니다. 과거라면 상상도 할 수 없죠. 우리나라는 아직 일본보다는 경제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많이 격차가 줄어들었죠.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아일랜드는 매우 부담이 되는 국가입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자연은 깨끗하고 사람들은 친절합니다. 아일리시 갈릭(Irish Gaelic)이라는 언어가 있기는 하지만 이걸 쓰는 사람들은 시골의 일부뿐이라고 하고 대부분 영어를 쓰기 때문에 의사 소통에서는 편합니다. 교통이나 기본 인프라는 아직은 영국보다는 부족합니다. 도로 사정도 영국에 비하여 좋지 못하고 철도 인프라는 더블린을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지방 간의 이동은 버스가 편리합니다. 물론 고속도로도 적고 도로 포장이 좋지 못하여 심하게 흔들리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이런 건 국민 소득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경제력이 커지면서 아일랜드도 사회 기반 시설의 확충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철도도 있습니다. 오래된 디젤기관차와 객차를 대체하기 위하여 신형 디젤동차를 투입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이 유럽의 쟁쟁한 회사를 물리치고 입찰권을 따냈습니다. 2007년부터 신형 차량이 아일랜드에서 운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번 여행에서 유레일패스(Eurail Pass)를 시작하는 곳이 아일랜드의 슬라이고(Sligo)입니다. 아일랜드 공화국에서 북동쪽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예츠(Yeats)라는 유명한 시인의 고향이기도 하고 그가 쓴 시의 소재였던 이니스프리(Innisfree)라는 호수에 있는 섬은 우리나라 화장품의 브랜드 이름이 되었습니다. 물론 대부분 이니스프리가 아일랜드의 호수에 있는 섬이라는 사실은 모르실 겁니다.
슬라이고역(Sligo Station)은 겉은 매우 고풍적이지만 내부는 현대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버스터미널에는 항상 승객들이 많지만 역은 열차가 출발하기 이전을 제외하고는 한산한 편입니다.
유레일패스로 탄 첫 차량은 우리나라 로템에서 만든 차량이 걸렸습니다. 유레일패스가 1등석용(First Class)이기 때문에 약간 아쉬운 감이 있지만 아일랜드는 1등석 서비스가 그다지 좋지 않으므로 크게 아쉽지 않습니다.
모습은 우리나라의 수도권전철 전동차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좀 더 곡선형입니다. 이 차량은 기본 3량 편성이므로 두 편성이 연결되어서 다닙니다. 수요에 맞게 편성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차량 디자인은 아일랜드를 달리는 만큼 아일랜드 국기를 상징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안내방송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지 않는 아일리시 갈릭이 먼저 나오고 뒤에 영어로 해 줍니다.
차량 내부는 로템 명판과 아일랜드 철도 노선도가 나옵니다. 아쉬운 점은 로템 명판에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하여 'Korea'를 넣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전에 동남아시아에서 본 우리나라 차량에는 'Seoul, Korea'라고 넣어놓았는데 여기는 왜 빠졌는지 모르겠네요...... 아일랜드 사람들은 한국에 대하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아일랜드 팀이 16강에 진출한 적이 있습니다.
차내는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릅니다. 유럽의 차량답게 고정된 좌석이고 마주본 좌석이 많습니다. 이전에는 대부분이 마주보는 좌석이었는데 혼자나 2명이 여행하는 경우를 배려하여 좀 줄어든 편입니다. 마주보는 좌석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있습니다. 여기서 신문이나 책을 보고 커피를 마시고 과자를 먹습니다. 물론 저처럼 노트북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 외에 2인용 의자에는 특이한 점이 콘센트가 있습니다. 의자가 뒤로 넘어가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받침은 모두 있기 때문에 충전을 하거나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차내에서 무선인터넷은 지원되지 않습니다. 조심할 점은 영국과 아일랜드의 콘센트는 모양이 우리나라나 유럽 대륙과 다릅니다. 어댑터를 미리 준비하여 와야 합니다. 저는 이전에 말레이시아(Malaysia)에서 산 어댑터를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본과는 달리 운전실은 개방되지 않습니다. 이곳도 테러의 위험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운전사가 잠시 나간 틈을 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서양인만큼 운전사는 김밥이나 자장면을 먹지 않고 샌드위치 먹고 콜라 또는 커피를 마십니다.
확실히 동차가 기관차와 객차 편성에 비하여 주행 능력이 좋습니다. 동차를 이용한 경우에는 대부분이 정시보다 일찍 도착하지만 기관차와 객차 편성을 이용하면 정시에 겨우 맞추어 갑니다. 차량 교체가 어느 정도 되면 아일랜드 철도의 소요 시간이 단축될 걸로 예상됩니다. 어떻든 유럽에 있는 아일랜드 철도의 간판 차량을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다는 건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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