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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유럽 시골만 다니다보니 인터넷이 잘 되지 않더군요, 그러다보니 글은 오래 전에 써 놓았지만 이제야 올립니다.

 

   나라와 나라가 접하는 국경. 사람이 만들어놓은 임의의 선이지만 이 선을 경계로 많은 게 바뀝니다. 대부분이 언어가 다르고 화폐도 달라집니다. 우리나라는 북한과 휴전선이라는 국경이 있지만 모두 헌법상으로는 한반도가 영토에 해당되기 때문에 국경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합니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으며 자유롭게 넘어갈 수 없는 국경이기도 합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넘어왔다고 하면 남쪽인지 북쪽인지 물어봅니다. 그러면 남쪽이라고 하고 북쪽은 유일하게 갈 수 없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같은 언어를 쓰고 하나의 민족인데 어떻게 서로 갈 수 없는 장소로 남아있다는게 서글픕니다. 서유럽과 북유럽은 셍겐 조약(Schengen Agreement)에 의하여 국경이라는 걸 알 수 없게 그냥 넘어갈 수 있고 다른 나라로의 이동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나라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영어로 어려움 없이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길가에서 만나는 할머니부터 동네 아저씨는 물론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까지...... 이런 상황을 보면서 느끼는 건 역시 언어는 많이 써야 잘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내에서는 영어는 시험 점수를 따기 위한 수단인 경우가 많죠...... 솔직히 외국인과 만나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습니다. 원어민 영어 교사가 있는 요즈음 학생들은 더 나을 걸로 보입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재미있는 곳 중의 하나가 국경이기도 합니다. 물론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서 나쁜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여권 검사 없는 서유럽이나 북유럽의 국경은 그런 게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넘어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북유럽에서 스웨덴(Sweden)과 핀란드(Finland)의 국경은 북쪽에만 있습니다. 남쪽은 바다가 있으니 국경이 있을 수 없죠. 보통은 배를 타고 많이 오가지만, 유레일패스(Eurail Pass)를 사용하는 경우 추가요금이 필요합니다. 그러다보니 북쪽으로 올라가서 육상으로 국경을 넘기도 합니다. 철도는 연결되어 있지만 여객열차는 운행하지 않는 관계로 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국경을 연결하는 구간의 버스는 유레일패스로는 무료로 탈 수 있습니다.

 

   스웨덴에서의 출발점은 룰레오(Luleå)입니다. 여기까지는 열차를 타고 올 수 있습니다. 다만 열차가 드물게 다닙니다. 수도 스톡홀름(Stockholm)에서 오는 경우에는 야간열차만 있습니다. 주간에 다니는 열차는 철광석을 생산하는 키루나(Kiruna)를 거쳐서 노르웨이(Norway)의 나르빅(Narvik)과 연결됩니다.

 

 

   올해부터 스웨덴에서 주된 철도회사인 SJ(Sveriges Järnväg, Swedish Railway, http://www.sj.se )에서 열차를 다시 운행하기 시작하였지만 한동안 SJ에서 운영하는 열차가 다니지 않아서 룰레오역 건물에는 SJ 마크가 떨어져나가고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버스를 타야 하는데 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는 가깝습니다. 곳곳에 이정표가 있기 때문에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습니다. 열차는 뜸하게 있어서 열차 시각이 가까워져야 사람들이 많이지지만 버스는 자주 다니기 때문에 항상 많은 사람들이 오갑니다. 버스터미널에는 프레스뷔론(Pressbyrån)이라는 매점도 같이 있습니다. 스웨덴 물가는 우리나라에 비하여 매우 비싸기 때문에 콜라 0.5L와 소세지가 들어간 빵을 28크로네(Krone)라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스웨덴 1크로네는 약 170원입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버스가 운행됩니다. 2층 버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일반 버스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화물 운반도 하기 때문에 버스 뒷쪽으로는 화물을 싣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승객들의 짐은 그 앞에 따로 공간이 있습니다. 여름에 여행을 다니는 이곳 사람들의 짐은 정말 엄청납니다. 군대에서의 군장 수준으로 많이 들고 다닙니다. 그 외에 버스에는 화장실도 있고 음료 자판기까지 설치되어 있습니다.

 

 

 

   버스 2층 앞에 타시면 전망을 볼 수 있습니다. 북유럽 전체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지만 특히 북쪽으로 가면 더 낮아집니다. 마을은 가끔씩 보이고 숲 사이로 난 길을 끝없이 달립니다. 인구가 적으니 당연히 도로에 차도 적습니다. 도로 옆으로는 철조망을 쳐 놓았는데 가끔씩 야생동물이 이걸 건너 뛰어서 도로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버스가 갑자기 급제동을 건다면 옆에 야생동물이 있는지 잘 살펴보세요.

 

 

   스웨덴의 국경 마을 하파란다(Haparanda)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도로 위에 있는 이정표에 핀란드(Finland)라고 적혀있지요. 루레오에서 타고 온 버스의 종점이 되겠습니다. 이곳의 버스터미널에 내리면 됩니다.

 

 

   버스터미널 옆에는 주요 장소까지의 거리가 나와 있습니다. 대부분이 유럽의 도시들입니다. 처음 이걸 보았을 때에는 서울은 왜 빠졌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도쿄[東京]라도 좋으니 아시아 도시도 좀 넣어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해 봅니다.

 

 

   버스터미널 옆에는 대형 상업 시설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대형마트가 여러 개 있으며 국경을 지나는 차량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음식점도 있습니다. 핀란드는 유로(Euro)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유로도 받습니다. 물론 당연 스웨덴 화폐를 쓰는 것보다는 약간 비싸지겠죠. 그래도 다양한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팔기 때문에 러시아에서까지 이곳에 쇼핑을 하러 온다고 합니다. 더 재미있는 건 스웨덴과 핀란드 사이에는 1시간의 시차가 있습니다. 그러니 핀란드에 사는 사람들은 약간 늦은 시간에 살 물건이 스웨덴으로 넘어오면 됩니다.

 

 

   하파란다 버스터미널에서는 핀란드로 가는 버스는 자주 없기 때문에 국경을 걸어서 건너가서 핀란드 쪽의 터미널로 가야 합니다. 하파란다 버스터미널에서 약간 걸어가면 스웨덴과 핀란드의 국경 표시가 있습니다. 세금 신고에 관한 표시가 있기는 한데 그냥 지나가면 됩니다. 국경 표시만 있을 뿐 아무 수속이나 절차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두 나라를 오가는 걷기 코스는 물론 골프장도 있습니다.

 

 

   핀란드의 국경 마을은 토르니오(Tornio)입니다. 핀란드가 스웨덴으로부터 독립을 하면서 생긴 하파란다와는 달리 토르니오는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을의 규모는 더 큽니다. 여기에도 버스터미널이 있고 철도와 연결이 되는 케미(Kemi)로 갈 수 있습니다. 스웨덴에 비해서는 조금 낡은 버스가 운행합니다.

 

 

   약 40분 정도 달리면 열차를 탈 수 있는 케미에 도착합니다. 버스는 케미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는데 역까지는 약간 걸어가면 됩니다. 케미는 저에게는 아주 발음이 익숙하였습니다. 이유를 알아보니 제 전공인 화학의 영어 명칭인 케미스트리(chemistry)에서 앞쪽 음절만 모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노벨박물관(Nobel Museum)에서 보니 스웨덴어로 케미(Kemi)는 화학을 의미합니다.

 

 

   핀란드에 오면 일단 놀라는 건 핀란드어가 유럽의 언어와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발음해 보면 일본어와 비슷하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핀란드어로 역은 라우타티에아세마(rautatieasema)입니다. 복잡하죠...... 그러나 핀란드 역시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전혀 여행에 불편한 점은 없습니다.
  
   다음에는 스웨덴의 하파란다와 핀란드의 토르니오 사이에 있는 4선 철도와 국경역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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