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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난에서 카오슝으로 이동합니다. 길었던 타이난에서의 하루가 마무리됩니다.
39. 5월 26일 - 철도기념품을 판매하는 타이티에벤푸[台鐵本鋪]
타이난 시내는 저녁을 맞아서 활기가 넘친다. 그러다 보니 시내를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타이완은 우리나라보다 인구 밀도가 높으니 시내에 오가는 사람도 훨씬 많아 보인다. 오후 6시 45분에 타이난역에 도착하였다.
동전이 제법 있었으므로 자동발매기에서 카오슝[高雄]까지 승차권을 구입하였다. 자동발매기에서 샀지만 자기가 없는 승차권이 나왔다. 개표를 받고 승강장으로 들어갔다.
타이완에도 우리나라처럼 승강장 내에도 간단한 음식을 파는 매점이 있다. 한글이 눈에 들어와서 자세히 보니 오징어 가게였다. 그런데 ‘부산오징어’라고 되어 있었다. 부산갈매기라면 몰라도 오징어는 부산에서 잡히지도 않는데...... 동해안에서 잘 잡히는 오징어가 왜 타이완에서는 부산을 붙였을까? 외국에 가장 잘 알려진 우리나라 도시는 수도인 서울(Seoul, 首爾)이지만 서울에는 바다가 없으니깐 다음으로 큰 항구도시 부산(釜山)을 사용한 모양이다. 타이완에서는 우리나라에 대한 인기가 높으니 오징어에도 우리나라 도시 이름을 붙인 걸로 보인다.
카오슝 방면 승강장에는 사람들이 많다. 좌석이 지정되지 않는 추지엔춰[區間車]이니 서서 가야 한다. 그래도 가격은 가장 저렴하니.
No. 19 철도편(타이완철도관리국) : 타이난[台南] 19:01→카오슝[高雄] 19:50
열차번호 및 종별 : 2479 區間車, 거리 : 46.7km, 편성 : EMC500型 4兩(1號車 45EMC578)
가방은 좌석 위에 놓고 운전실 뒤에 서서 전망을 보았다. 밤이라서 헤드라이트가 비치는 곳만 볼 수 있다. 각역 정차이지만 어두운 밤이어서 역 이름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일본과 한자가 동일한 강샨[岡山]역도 있다. 일본에서는 오카야마이지만 여기서는 강샨이다. 한자 읽기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승객이 계속 내리고 타서 앉을 자리는 나지 않아서 내릴 때까지 서 있어야 했지만 에어컨이 강하게 나와서 실내는 매우 쾌적하였다. 차량의 속도도 빨라서 최고속도인 110km/h까지 내는 구간도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전철화된 구간이 많은데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단거리를 오가는 승객들을 위한 열차가 전혀 없다는 현실을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차량은 대한민국에서 만들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통근이나 통학을 위한 열차는 없다. 차량 제작에서는 대한민국이 타이완보다는 앞서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운영 시스템에서는 타이완이 더 낫다.
열차는 카오슝[高雄]역에 도착하였다. 타이완 제2도시의 중앙역이자 세계적인 무역항이어서 역의 규모도 꽤 컸다. 승강장만 4면 8선이나 된다. 내가 탄 열차의 종착역이어서 승객들도 모두 내린다. 나가는 통로는 역의 북쪽과 남쪽으로 2군데가 있는데 시내로 갈 수 있는 남쪽으로 나갔다.
카오슝역은 임시 역사를 사용하고 있었다. 3층 건물인데 3층에서 개집표가 이루어지고 승강장과 연결되는 구름다리가 있다. 다른 역과 마찬가지로 직원이 있는 유인개찰구와 자동개집표기가 같이 있다. 3층에는 좌석이 지정되지 않는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는 자동발매기가 있다. 가까운 곳에 갈 때에는 바로 3층으로 올라가 자동발매기에서 승차권을 사고 바로 열차를 타러 가면 된다.
2층에는 매표소가 있다. 직원이 있는 매표소가 길게 자리 잡고 있다. 좌석지정승차권을 살 수 있는 자동발매기도 있다. 안내소와 예약 승차권을 받을 수 있는 창구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즐겁게 한 건 철도 기념품을 파는 타이티에벤푸[台鐵本鋪]였다. 가게 왼쪽으로는 각종 스탬프가 있었다. 몇몇은 일본어가 있어서 일본에서 온 관광객, 특히 철도팬을 겨냥한 걸로 보인다.
가게 안에는 다양한 철도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은 일본이나 유럽에 비하여 저렴하였다. 역시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하였는지 타이완에서는 쓰지 않는 역(驛)이라는 한자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일본어가 들어간 상품도 많다.
여기서 타이완 열차시각표를 비롯하여 타로코호로 운행하는 TEMU1000型 모형, 카오슝역 그림이 들어간 수첩 등을 구입하였다. 지금까지는 적었던 짐이 한꺼번에 늘어났다.
이제 타이완에서 마지막 밤을 보낼 숙소를 찾아야 한다. 카오슝역에서 나오니 주변에는 숙소가 많이 있었다. 큰 도로 옆에 있는 숙소는 비쌀 가능성이 높으므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다. 신위앤루관[新源旅館]에 들어가서 싱글룸 가격을 문의하였다. 내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더니 열심히 본다. 일본 출입국 도장이 있어서인지 일본어로 500元이라고 한다. 숙박을 하겠다고 하니 방까지 안내해준다. 방은 5층이라서 오르내리기가 좀 힘들었다.
일단 방에서 여장을 정리한 후에 시내로 나갔다. 가다보니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당시에 카오슝에서는 지하철공사를 하고 있어서 도로 곳곳이 공사로 파헤쳐져 있었고 질주하는 스쿠터도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시장에 가서 타이난의 명물이라는 단쯔�[擔仔麵]을 먹었다. 들어가는 재료는 일본 라면과 비슷하지만 국물은 진하고 중국 요리 특유의 양념이 있다.
시내에 있는 류허야시장[六合夜市]으로 갔다. 도로 양쪽으로는 음식점이 있고 길가에는 노점상이 들어차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도 정말 많았다. 음식점과 의류 매장이 많이 있다. 음료수를 사 먹고 다니다가 남방 하나를 구입하였다. 상점 직원들이 간단한 영어를 할 수 있어서 편하였다.
야시장은 밤 10시가 넘어가니 오가는 사람들도 적어지고 상점도 하나씩 문을 닫아서 한산해졌다. 공식적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야시장 영업시간이 있는 모양이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하루를 정리하였다. 이제 내일은 고속철도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서 귀국해야 한다.
이제 하루가 지나고 마지막 날입니다. 다음으로는 '타이완고속철도 남쪽 종점인 주오잉역[左營車站]으로 이동'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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