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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하여 타이난 시내를 둘러봅니다. 이번에는 국가타이완문학관과 타이난쿵즈먀오입니다.
36. 5월 26일 - 역사가 짧은 타이완문학과 300년이 넘은 타이난쿵즈먀오[台南孔子廟]
날씨는 덥지만 도심을 걸어다니기에는 크게 무리가 없다. 도로가 좁아서 그늘진 장소가 많기 때문이다. 시내 중심가의 도로는 전체적으로 좁다. 조금 낡은 느낌을 주지만 도로 양옆에 건물이 있고 정신없이 많은 간판이 있어서 한글이 한자로 바뀌었을 뿐 전체적인 분위기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교차로에는 중앙에 화단이 있고 중화민국을 세운 쑨원[孫文]의 동상이 있다. 공해 때문인지 아니면 닭둘기의 배설물 때문인지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녹이 슬어있다. 타이완은 물론 중국에서도 국부인데 이렇게 모셔도 되는지 모르겠다. 교차로 한편에 있는 타이난시 중시추[中西區] 청사는 벽돌이 떨어져 나갔다. 야간에 작동하는 네온사인까지 설치되어 있는데 건물 외벽 관리는 하지 않는 모양이다. 교차로 다른 편에 있는 소방서도 하얗게 칠을 해 놓기는 하였지만 낡은 걸 숨길 수 없다. 태풍이 자주 와서인지 아니면 꾸미는 걸 좋아하지 않는지 타이완의 외관은 우리나라에 비하여는 무척 낡았다.
교차로 한쪽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건물이 있는데 국가타이완문학관(國家台灣文學館, 구오찌아타이완웬수에관, National Museum of Taiwan Literature, http://www.nmtl.gov.tw )이다. 건물 양식도 다를 뿐만 아니라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건물 앞의 보도블록까지 정비되어 있다. ‘타이완문학’이라는 게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창카이�[蔣介石]의 독재 기간에는 중국 대륙 수복이 목표여서 타이완이라는 말은 잘 사용되지 않았다. 그 기간이었으면 ‘중국문학(中國文學)’이라고 하였을텐데 그렇다면 어떤 차이가 있고 타이완문학은 어떤 특색을 가지고 있을까? 입장료도 없으니 들어가 보았다.
입구에서는 간단한 확인만 하고 안내팸플릿을 준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깨끗하고 새로 리모델링을 하였다. 나중에 이 건물의 역사를 보고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었다. 원래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타이난주 행정 관청으로 지어졌다.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미군의 폭격을 받기도 하였다. 타이완이 독립한 후에는 오랜 기간 동안 타이난시 시청사로 쓰였다. 1997년 타이난시청이 시내 외곽으로 이전함에 따라서 타이완문학 연구의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신축 공사를 시작하여 2003년 10월에 정식 개관을 하였다. 고도 타이난의 시내에서 볼 수 있는 현대식 건물인 셈이다. 그렇지만 외관은 오래된 건물 양식을 따랐다. 독일에서 이런 식의 건물을 많이 볼 수 있다.
안에 들어가니 냉방이 가동되고 있어서 시원하였다. 전시실도 있지만 절반 가까운 공간은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도서관에는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고 독서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냉방뿐만 아니라 화장실 앞에는 정수기가 있어서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었다. 유럽 일부 국가처럼 사악하게 돈을 받지 않고 모두 무료이다. 덥고 습한 타이난에서는 오아시스 같은 장소였다. 다만 건물 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내부나 전시물을 보여드릴 수 없다.
의자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다가 전시실로 향하였다. 전시실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던 건 놀랍게도 철도였다. 타이완에서 철도는 일본의 식민화를 위하여 건설되었으나 대중적인 교통수단이 되면서 문학의 소재로 많이 활용되었다. 열차가 달리는 장면을 DVD로 보여주고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이걸 보면 정말 타이완은 일본과 비슷하다.
다음으로는 타이완문학에 영향을 준 언어에 대한 설명이 있다. 전에도 언급을 하였지만 타이완에서는 공용어가 3개나 되고 타이동[台東] 지역의 경우에는 원주민어까지 합하여 4개로 늘어난다. 그러나 타이완의 지정학적 위치상 유럽에서 배를 타고 중국이나 일본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므로 영향을 준 언어는 더 많다. 서양으로는 네덜란드어(Dutch), 스페인어(Spanish), 영어(English)가 있다. 영어는 현대에 들어와서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지만 네덜란드어와 스페인어는 과거에 네덜란드와 스페인이 세계 무역을 장악하고 있었을 때 타이완에도 상륙하여 교역을 하였기 때문이다. 일본과 교역하던 나가사키[長崎]로 가려면 타이완을 거쳐서 가야 한다. 일제강점기를 거쳤으므로 일본어도 당연히 들어가 있다. 중국에서 온 언어로는 베이징어[北京語], 민난어[閩南語], 하카어[客家語]가 있다. 이들 언어는 대륙에서 이민을 온 사람들에 의하여 전파되었다. 타이완 내의 언어로는 원주민어(原住民語)가 있다. 부족마다 언어가 다르지만 문자가 없어서 소리만 남아 있다. 중국 대륙의 언어와는 전혀 다르고 태평양에 있는 섬에 사는 부족들의 언어와 비슷하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언어가 있어서 일제강점기에는 한자로 표현된 글이지만 읽는 방식은 언어마다 완전히 다른 현상이 발생하였다. 공용어가 한글 하나뿐인 우리나라에서 사는 나의 입장으로서는 많은 언어가 있는데 어떻게 의사소통이 되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작품 전시도 있지만 내가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생략하고 나왔다. 길을 건너서 조금 걸어가면 타이난쿵즈먀오[台南孔子廟, http://confucius.cca.gov.tw ]가 나타난다. 타이중에서도 본 쿵즈먀오이지만 타이난에 있는 건 조금 다르다. 1665년에 창건되어서 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타이완 전국에서 최고의 학교라는 의미를 가진취안타이서우쉐[全台首學]라고 불렀으며 건물은 대부분이 300년을 넘었다. 타이완의 현재 수도는 타이페이[台北]이지만 일제 강점기 이전에는 이곳 타이난이 수도여서 타이완의 중심이었으므로 최고 학교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타이난쿵즈먀오에는 탑과 학교가 있던 장소는 무료로 개방되지만 위패가 모셔진 제단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제단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공터와 연못이 있다. 토요일 오후를 맞아서 음악 공연을 하고 있다. 제단 안은 주변과는 달리 학교와 같은 규칙이 적용되어 게임을 하거나 음주나 고성방가가 금지되어 있다. 여기는 공자님의 위패를 모시는 경건한 장소이니.
입장료는 25元으로 저렴하다. 입장권을 사면 타이난쿵즈먀오 안내 팸플릿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중국어 이외에도 영어와 일본어로 설명이 되어 있다. 들어가면 스탬프 찍는 장소가 있다. 열심히 찍어두고 한 바퀴 돌아보았다. 건물마다 모두 위패가 모셔져 있다. 위패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중심이 되는 건물은 다청쟌[大成展]인데 오래된 건물답지 않게 화려한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주기적으로 도색을 새로 하는 모양이다. 다청쟌 지붕에는 중국의 건물답게 용의 모형이 있는데 치칸로우[赤崁樓]에서와는 달리 공이 아니라 탑이 있다. 배경 지식이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건물의 용도에 따라서 지붕 위의 장식도 달라진다.
여기에는 스탬프가 찍힌 노란 종이에 자신의 소원을 적어서 붙여놓은 장소가 있었다. 현지인들도 의자에 앉아서 무언가 열심히 적는다. 나도 하나 적어보기로 하였다. 중국어는 모르기 때문에 한글과 영어로 적었다.
건너편에 앉아있던 타이완인 아가씨가 무언가 놀란 표정으로 있었는데 뭔가 다른 일이 있는 걸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적고 있는 한글을 보고 놀랐기 때문이었다. 간단하게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타오위앤[桃園]에서 왔다고 한다. 공항이 있는 도시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공항은 시가지에서 멀리 떨어져있다고 했다. 대한민국 사람은 처음 본다고 하였다. 방송에서만 볼 수 있었던 한글을 실제로 보아서 매우 신기해하였다. 나의 수첩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어서 갔다. 나중에 알았지만 타이완에서는 우리나라에 대한 인기는 정말 대단하다. 당시에는 우리나라 관광객이 많지 않았지만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 보아서는 내가 적어 놓았던게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는 셈인데 관광객 유치를 위한 타이완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타이완인 아가씨와 작별 인사를 한 후에 타이난쿵즈먀오를 나왔다. 저녁이 되어가면서 해는 서쪽으로 기울었고 햇볕도 더 이상 뜨겁지 않다. 타이난쿵즈먀오 앞의 공원을 가로질러서 다난먼[大南門]으로 향하였다.
다음으로는 '타이난 외벽의 일부인 다난먼[大南門]과 명나라 왕자의 다섯 처의 무덤인 우훼이먀오[五妃廟]'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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