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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러시아 -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연해주를 지나 시베리아(Siberia)로

 

   낮에는 차내에서 라디오를 틀어준다. 조용한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맞지 않지만 현지인들은 매우 좋아하였다. 그리고 1층에서는 식사를 한다. 현지인들은 준비를 많이 하였다. 먹을 음식은 기본이고 갈아입을 옷, 슬리퍼, 뜨거운 물을 담아 먹을 수 있는 컵은 필수품이다. 차내에는 항상 뜨거운 물이 준비되어 있다. 이 물로 차를 마시기도 하고 컵라면을 먹기도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러시아에서 인기가 가장 좋은 라면은 당연 우리나라의 도시락이다. 러시아에서도 글자만 바뀌어서(Доширак) 그대로 판매하고 있고 한글로도 ‘도시락’이라고 적어 놓았다. 열차 안에는 가끔씩 차내 판매가 오가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다. 역에 장시간 정차할 때 살 수 있지만 역시 지역에 따른 편차가 무지 심하다.

 

   나는 먹을 걸 조금 준비하여 하루에 한 번 먹고 두 번 자는 셈이지만 현지인들은 수시로 먹었다. 그러고 나서 배부르면 자는 걸 반복하고 있었다. 열차가 거대한 사육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현지인들이 먹는 홍차에는 각설탕을 3~5개나 집어넣어서 엄청나게 달게 마시고 음식도 전체적으로 매우 기름지다. 도시락 라면을 먹는다고 하지만 우리와는 달리 포크로 떠서 먹고 빵과 같이 먹는다. 내가 젓가락으로 먹는 걸 보고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바깥 경치에 변화가 크게 없기 때문에 차창만 보고 있으면 매우 지루하다. 그러다 보니 열차를 타고 가면서 낮잠을 한 번씩 자는 게 주요 일과에 들어간다. 그 외에는 주변 승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현지인들도 지루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물론 어린이가 있으면 놀아주기도 한다. 아쉽게도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영어를 할 수 있는 승객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서 손짓발짓을 하면서 이야기해야 한다. 나라의 크기는 우리가 훨씬 작지만 러시아에서는 ‘까레야(Корея)’라고 부르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정말 좋다. 상대방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았을 때 ‘까레야’라고 하면 보는 눈빛이 달라진다. 우리의 국력을 실감할 수 있다. 과거에는 소련에게 많이 당하기는 하였지만......

 

   열차가 북쪽으로 올라가므로 밤은 점점 짧아진다. 6월이 되었고 북반구에서 1년 중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가 가까워지고 있다. 게다가 이곳은 서머타임을 실시하고 있어서 밤 11시가 되어야 어두워진다. 석양도 오랫동안 지속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머타임을 서울올림픽이 있던 해를 포함하여 2년 동안 하였는데 여러 부작용이 있어서 현재는 하고 있지 않지만 이제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바뀌었으므로 에너지 절약을 위하여 다시 시행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본다.

 

[사진 68 : 낮에 이야기를 나눈 러시아 어린이.]

 

   낮에는 러시아 어린이와 놀았다. 할머니와 함께 부모님 집으로 가는 중이라고 하였다. 옷에 타이(Thailand)가 적혀있어서 타이에 가 보았나고 물어보았는데 아직 가보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참고로 타이는 러시아와 비자 면제 협정이 되어 있어서 타이 국민은 비자 없이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다. 구소련 국가가 아니므로 약간 의외이기도 하다.

 

[사진 69~70 : 마을은 보이지 않고 나무가 적은 풀밭이 계속된다.]

 

   열차는 계속 풀밭을 달린다. 나무는 간간히 있다. 야생동물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마을도 없고 도로도 밭도 전혀 없는 빈 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이런 장소가 없다.

 

[사진 71 : 옆에서 본 벨로고르스크(Белогорск, Belogorsk)역 건물.]

 

[사진 72 : 벨로고르스크역 건물 앞에도 레닌 동상이 있다.]

 

[사진 73 : 매점 앞에는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 74 : 벨로고르스크역 승강장. 승객들이 나와서 쉬는 사이에 직원들은 바쁘다.]

 

[사진 75 : 객차에 물 공급 중.]

 

[사진 76 : 벨로고르스크에서 연결된 전기기관차.]

 

[사진 77 : 화물열차에 많이 사용되는 중련으로 되어 있는 전기기관차.]

 

   저녁에는 벨로고르스크(Белогорск, Belogorsk)에서 32분간 정차하였다. 오후 8시이지만 서머타임과 높은 위도(북위 50도)로 인하여 밝은 낮이다. 객차에는 물을 채우고 기관차 교환이 이루어졌다. 중련이 되어 있는 전기기관차도 보이는데 주로 화물 열차를 견인하였다. 가끔씩 반대 방향으로 가는 화물 열차를 만날 수 있었는데 당연하지만 여객 열차에 비하여 훨씬 길었다. 대충 세어 보았는데 50량 정도 된다.

 

[사진 78 : 해가 질 때쯤 강을 가로지른다.]

 

   승객이 적어서 차내는 한산하고 저녁이 되면서 시원한 바람이 분다. 이렇게 기차 안에서 두 번째 밤을 맞이하였다.

 

[사진 79~81 : 사람은 적게 살지만 곳곳에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있다.]

 

   6월 2일이 되었다. 경치는 조금 바뀌었다. 어제는 나무가 별로 없고 풀밭만 있었지만 오늘은 줄기는 가늘지만 나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멀리 완만한 언덕도 볼 수 있다. 열차의 속도는 느려져서 천천히 간다. 마을 간의 거리도 멀고 열차 내도 한산하다. 2층에 있는 내 입장으로는 차내가 한산하면 내려와서 창밖의 경치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지만 1층에 있는 승객이 자고 있는 경우에는 내려오기에는 미안해서 2층에 머물러야 하는데 2층은 높이가 낮아서 앉기도 힘들고 창밖도 잘 보이지 않는다. 자는 것 이외에는 다른 활동은 하기 힘들다. 러시아열차 3등 침대를 이용할 계획이라면 예약을 서둘러서 1층으로 자리를 얻는 게 엄청나게 편하다.

 

[사진 82 : 아마자르(Амазар, Amazar)역 건물.] 

 

[사진 83 : 역 뒤쪽으로도 집들이 있다.]

 

[사진 84 : 아마자르역 승강장. 육교나 지하도가 없으므로 승강장 사이를 이동하려면 철길을 그냥 건너야 한다.]

 

[사진 85 : 편성 중간에 연결된 식당차.] 


   오전에는 아마자르(Амазар, Amazar)에서 장시간 정차하였다. 역 건물은 나무로 만들어졌는데 작고 마을 규모도 크지 않다. 타고 내리는 승객은 보이지 않는다. 햇빛이 비치는 밖은 기차 안보다 훨씬 따뜻하다. 작은 마을이지만 열차 시각에 맞추어서 노점상들이 있다.

 

[사진 86 : 집 옆에 나무를 많이 쌓아놓았다.]

 

[사진 87 : 집도 담장도 모두 나무로 만들어졌다.]

 

[사진 88 : 모고차(Могоча, Mogocha)역 건물.]

 

[사진 89 : 모고차역 승강장.]

 

   점심에는 오늘 정차역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모고차(Могоча, Mogocha)에 도착하였다. 규모가 큰만큼 매점도 많이 있다. 슈퍼마켓보다는 비싸므로 사지는 않지만.

 

[사진 90 : 줄기가 가는 나무가 빽빽하고 호수가 있다.]

 

[사진 91 : 뒤로는 낮은 언덕이 있고 앞으로는 강이 있는 곳에 위치한 마을.]

 

[사진 92 : 사람의 흔적은 볼 수 없는 넓은 평지와 낮은 언덕이 이어진다.]

 

[사진 93 : 풀로 덮인 완만한 언덕.]

 

   나무는 많지 않지만 숲이 있고 지형은 전체적으로 매우 부드럽다. 그렇지만 철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천천히 간다. 역시 마을 간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어제보다는 좀 낫다.

 

[사진 94 : 체르늬셰브스크 자바이칼스키(Чернышевск Забайкальский, Chernyshevsk Zabaykalsky)역 건물.]

 

[사진 95 : 러시아의 혁명 운동가이자 철학자인 니콜라이 체르늬셰브스키(Николай Чернышевский, Nikolai Chernyshevsky)의 동상.]

 

[사진 96 : 체르늬셰브스크 자바이칼스키역 승강장. 모스크바까지는 6586km 남았다.]

 

[사진 97 : 시베리아 횡단 철도에서 화물 운송은 노보트란스(Новотранс, Novotrans)에서 담당한다.]

 

   열차는 저탄소, 기관차 사무소, 조차장 등이 있는 커다란 역에 들어선다. 기관차 사무소 앞에는 증기기관차가 보존되어 있다. 체르늬셰브스크 자바이칼스키(Чернышевск Забайкальский, Chernyshevsk Zabaykalsky)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이 역에는 레닌도 스탈린도 아닌 다른 사람의 동상이 있다. 동상의 주인공은 니콜라이 체르늬셰브스키(Николай Чернышевский, Nikolai Chernyshevsky)이다. 러시아의 혁명 운동가이자 철학자로 레닌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그런 점을 높이 사서 지명도 바꾸고 역에 동상을 설치하였다. 내가 탄 열차는 기관차 교환도 한다.

 

[사진 98 : 넓은 풀밭이 펼쳐져 있고 뒤로는 언덕이 있다. 나무는 드물다.]

 

[사진 99 : 언덕이 마을 뒤로 있지만 매우 완만하다.] 

 

   여기서부터는 풍경과 날씨가 바뀐다. 구름이 많아서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분다. 먼지가 많은 느낌도 든다. 풍경은 나무가 적어지고 온통 풀밭과 늪지이다. 마을 부근에서는 소나 말을 키우지만 그 외에는 허허벌판이다. 철길 사정도 좋지 못하여 커브가 많아서 구불구불하다. 열차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천천히 간다. 그렇지만 복선화는 되어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열차는 중간에 멈추어서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론 안내방송 같은 건 해 주지 않는다.

 

[사진 100 : 유색인종만 골라서 괴롭히는 카자흐스탄 어린이.]

 

   승객들은 심심한지 우리나라 돈을 보고 싶단다. 동전을 보여주니 가치가 얼마냐고 한다. 100원은 3루블 정도라고 하니 바로 3루블을 주면서 달라고 한다. 나머지 동전들은 어디 갔는지 다 들고 가 버렸다. 뒤에는 우리나라 노래를 듣고 싶다고 해서 노트북을 꺼내어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들에게는 선진국인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았다. 타이완이나 동남아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걸 실감하였지만 유럽이라 볼 수 있는 이곳 러시아에까지 영향력이 미치는 걸 보니 기분이 좋다. 그러나 기차 안에서의 마지막 밤은 노트북 도난 우려 때문에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다음으로 '러시아 - 바이칼호의 물이 빠져나가는 도시 이르쿠츠크(Иркуцк, Irkutsk)'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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