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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러시아 -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종점인 블라디보스톡역(Владивосток вокзал, Vladivostok Station)

 

   블라디보스톡역(Владивосток вокзал, Vladivostok Station)으로 향하였다. 아직 내가 탈 열차는 들어오지 않았다. 러시아는 차내 검표만 하기 때문에 승강장은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다. 블라디보스톡역에는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종점답게 여러 기념 표식이 있고 증기기관차가 보존되어 있었다. 놀랍게도 증기기관차는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세계 2차 대전 이전에 만들어졌다.

 

[사진 46 : 블라디보스톡역 앞으로 전차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 47 : 멋지게 지은 블라디보스톡역 건물과 그 앞을 장식하는 대한민국에서 수입된 시내버스.]

 

[사진 48 : 역 건물 옆에는 러시아철도청(РЖД, RZD) 청사가 있다.]

 

[사진 49 : 블라디보스톡역 대합실 모습.]

 

[사진 50 : 대합실은 천장까지도 화려하게 장식을 하여 놓았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대합실에서 기다렸다. 대합실 자체도 시베리아 횡단 철도 완공을 기념하여 화려하게 지어졌다. 그렇지만 구름이 낀 저녁이라 어두워졌는데도 조명을 켜 주지 않아서 어두웠다. 그보다 놀라운 일은 옆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담배 피우기 위해 잠시 나갔다 온다고 짐을 좀 봐 달라고 하였다. 러시아 치안이 좋지 않다고 들었었는데 처음 보는 동양인에게 짐을 맡기고 가다니....... 이걸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는지.

 

[사진 51 : 블라디보스톡역 승강장. 러시아는 개표가 없어서 여러 곳에서 승강장으로 접근할 수 있다.]

 

[사진 52 : 승강장에 보존되고 있는 증기기관차.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사진 53 :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종점이자 모스크바까지 9,288km나 떨어져 있다는 표식.] 

 

[사진 54 : 2001년 시베리아횡단철도 개통 100주년을 맞아서 모식도로 노선과 주요 노선을 표시하여 놓았다.]

 

[사진 55 : 승강장을 거쳐서 들어갈 수 있는 장거리 승차권 매표소.]

 

[사진 56 : 장거리 열차 시각표. 모스크바 시간으로 나와 있다.]

 

   시간이 되고 전광판에 내가 탈 열차의 승강장이 표시되었다. 블라디보스톡역에서는 열차 출발 1시간 정도 전에 승강장이 표시된다. 열차는 전기기관차에 객차가 14량이나 연결되어 있다. 내가 타는 차량은 기관차 바로 뒤에 연결되어 있다. 입구에서는 직원이 승차권을 확인한다. 승차권을 보여주고 내 자리로 갔다. 차내는 조명을 켜지 않아서 어둡다. 가격이 가장 저렴한 3등 침대를 탔는데 모두 개방되어 있는 2층 침대이다. 어제 표를 사서인지 화장실 옆에 있는 2층이 내 자리이다. 고난이 예상된다.

 

   열차는 밤 10시, 정시에 출발하였다. 승차권에는 모스크바 시각인 15:00으로 나와 있다. 많은 역에서 현지 시각보다는 모스크바 시각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기차 안에서 시간을 물어볼 때에도 모스크바 시각인지를 확인한다. 사실 횡단열차를 타면서도 시간대가 바뀌는 걸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림 57 : 러시아철도 승차권. 다른 나라와는 달리 승객의 이름과 여권번호까지 표시되어서 비행기 승선권 수준이다.]

 

[그림 58 : 승차권을 보관하는 티켓 홀더(Ticket Holder).]

 

   열차가 출발하면서 조명이 켜지고 승무원이 승차권을 확인한다. 그리고 안에 면직물이 들어있는 포장물을 나누어준다. 다른 승객들은 포장을 풀고 침대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처음 탄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이를 본 러시아인이 침대를 만드는 걸 도와준다. 영어를 할 수 없어서 러시아어와 손짓발짓을 섞어서 하니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화장실에 가려고 했는데 닫혀 있었고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뒤에 알았지만 러시아 열차의 화장실은 오물이 모두 철길에 버려지기 때문에 도시에 도착하기 30분 전부터 화장실을 차장이 폐쇄하고 출발한지 30분 뒤에 열어준다. 도시에 악취가 나는 걸 막기 위한 미봉책인 셈이다. 최근에 만들어진 차량은 오물을 모아서 처리하므로 이런 경우는 폐쇄하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였다. 의외로 침대의 길이가 짧아서 다리를 뻗으면 통로에 튀어나온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여러 번 다른 사람의 얼굴과 내 발바닥이 부딪혔다. 창문으로는 차가운 바람이 새어 들어온다. 그래도 어떻게 잠이 들었다.

 

[사진 59 : 열차는 연해주의 풀밭을 지나가고 있다.]

 

   다음 날 일어나니 다른 승객들도 모포를 뒤집어쓰고 자고 있었다. 러시아인이라고 특별히 추위에 강한 지도 않을 것이다. 밖으로는 연해주의 경치가 펼쳐진다. 우리나라나 일본의 차창과는 많이 다르다. 허허벌판이고 사람이 사는 마을은 보기 힘들다. 자작나무가 많고 늪과 작은 하천이 곳곳에 있다. 가끔씩 보이는 마을의 집은 서양보다는 동양에 가까워보인다.

 

[사진 60 : 이르쿠츠크까지 이용한 3등 침대 객차.]

 

[사진 61 : 내가 탄 객차의 승무원. 2명이 교대로 근무한다.]

 

[사진 62 : 차내에 게시되어 있는 열차 시각표.]

 

[사진 63 : 3등 침대 객실 내의 모습.]

 

[사진 64 : 하바롭스크역에 정차 중이다. 승객들은 나와서 가볍게 산책을 하고 물품을 구매한다.]

 

   열차는 하바롭스크(Хабаровск, Khabarovsk)에 도착하였다. 이 역에서는 27분간 정차한다. 러시아의 열차는 장거리를 운행하기 때문에 오전과 오후에 장시간 정차를 한다. 그 동안 기관차를 교체하고 객차에 물을 보충한다. 승객들이 사용하는 물의 양이 많기 때문에 보충을 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사진 65 : 기관차 교체 작업으로 객차만 있다.]

 

[사진 66 : 새로 연결된 전기기관차.]

 

[사진 67 : 전기기관차에는 동판에 러시아어로 사양이 간단히 나와 있다.]

 

   이번 열차에서는 가장 앞에 있는 객차에 배정되어서 전기기관차의 모습을 쉽게 담을 수 있었다. 보통 하루에 한 번 정도 기관차 교대가 이루어진다. 최신 전기기관차도 많이 연결되는데 최고속도가 160km/h이다. 기관차에는 소속이 러시아어로 적혀있다. 물론 소속에 따라서 도색도 다르다. 디젤기관차도 있는데 전구간이 전철화된 시베리아횡단철도에서는 주로 입환용으로 사용된다.

 

 

 

 

 

   다음으로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연해주를 지나 시베리아(Siberia)로'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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