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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러시아 - 동방을 수호하기 위한 요새로 건설된 블라디보스톡(Владивосток, Vladivostok)

 

   다행히도 블라디보스톡(Владивосток, Vladivostok)에 가까워지면서 배는 만으로 들어갔고 주변의 섬들 덕분에 동해의 파도를 막아서 배의 요동이 적어졌다. 천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승객들은 하선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고 배는 블라디보스톡 항구에 도착하였다. 블라디보스톡 항구에는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항구 시설이 많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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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1 : 블라디보스톡 교외에 있는 언덕 위에 있는 주택.]

 

[사진 22 : 천연 항구인 블라디보스톡항은 컨테이너를 옮겨실을 수 있는 항만 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사진 23 : 블라디보스톡항. 뒤로는 언덕이 있다.]

 

[사진 24 : 항구 바로 뒤에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종점인 블라디보스톡역이 있다.]

 

[사진 25 : 바로 철도로 연계 수송이 가능하도록 항구 앞에 철길이 있고 화차가 대기 중이다.]

 

   배는 항구에 도착하였지만 바로 하선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전에 중국에서 그랬지만 기다려야 한다. 항구가 블라디보스톡역 바로 옆에 있어서 열차가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제는 러시아에 입국하면 시내를 다니게 될 것인데 두려움 반, 기대감 반이었다. 러시아는 다른 국가와는 달리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하고 거주 등록을 해야하는 등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또한 우리말은 당연히 안 통하고 영어도 잘 안 통한다고 알려져 있다. 러시아어 읽는 법만 알고 있으니 무사히 다닐 수 있으려나?

 

[사진 26 : 블라디보스톡항 여객 터미널.] 

 

   블라디보스톡 항구에 도착한지 1시간이 넘어서야 여권을 찾아가라고 하고 대한민국 국민부터 배에서 내리게 한다. 배 앞에는 러시아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입국 수속을 받게 되었다. 긴장하였지만 아무 것도 물어보지 않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 도장을 찍어서 여권을 돌려준다. 같이 배를 탄 사람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러시아 전산 시스템 속도가 느려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란다. 세관검사는 하지 않고 바로 통과시켜주어서 입국 심사는 끝이 났다.

 

[사진 27 : 미국 달러를 러시아 루블로 환전한 스볘르방크 러시이(Сбербанк России, Sberbank Rossii).]

 

   항구에서 나와서 가장 처음으로 한 건 환전이었다. 러시아 화폐인 루블(рубль, ruble)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으로 가서 여권을 보여주고 우리나라에서 준비한 미국 달러를 루블로 환전할 수 있었다. 배 안에서 환전을 돕겠다고 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은행에 갔다. 어려운 것도 아닌데 처음부터 도움을 받으면 이 넓은 러시아를 다닐 수 없다.

 

   다음으로 역으로 가서 내일 이르쿠츠크(Иркуцк, Irkutsk)로 가는 승차권을 사야 한다. 블라디보스톡역에 들어갔지만 매표소는 없고 대합실만 있다. 영어로는 전혀 안내가 되어 있지 않다. 가이드북에는 승강장에 있다고 하여 내려가서 찾았는데 배에서 본 조선족 아줌마를 만나서 도움을 받아서 무사히 승차권을 살 수 있었다.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는 러시아에서는 국내선 철도 승차권을 구입할 때에도 여권을 제시하여야 하고 승차권에도 여권 번호가 표시된다. 승차권 가격 이외에도 예약비를 추가로 내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50R(루블)을 받았다. 참고로 당시에 1R은 우리 돈으로 약 42원 정도이다. 계산상 복잡해지므로 보통 40을 곱하여서 물가 정도를 판별하였다.

 

   벌써 이곳 시각으로 밤 8시가 넘었다. 서머타임(Summer Time)을 적용하기 때문에 아직 밝지만 배 안에서 멀미에 시달려서 빨리 숙소에 들어가서 쉬고 싶었다. 동행은 민박에 이야기해 놓았다고 하였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서 내가 예약한 호텔에 같이 가기로 하였다. 러시아는 외국인은 거주 등록을 해야 하므로 약간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처음에는 호텔에서 숙박을 하는게 낫다고 본다.

 

[사진 28 : 러시아에서 첫날밤을 보낸 호텔 블라디보스톡.] 

 

   내가 예약한 호텔 블라디보스톡(Отель Владивосток, Hotel Vladivostok, http://eng.azimuthotels.ru )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여장을 풀었다. 1인당 1,000R이나 되는 비싼 숙소이지만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매우 낡았다. 화장실에는 녹슨 보일러관이 눈에 띄었다. 그래도 피곤한지라 저녁을 먹은 후에 바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일어나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행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싫어하는 게 비 오는 날씨이다. 우산을 쓰고 다녀야 하고 사진을 찍기는 불편하고 날씨도 춥다. 그렇지만 다음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는 일이므로 구경은 강행해야 한다.

 

[사진 29 : 호텔 블라디보스톡의 아침 식사. 다양한 요리를 원하는만큼 선택하여 먹을 수 있다.]

 

   호텔 요금에는 아침 식사가 포함되어 있다. 뷔페식으로 되어 있어서 원하는만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그렇지만 러시아는 서양 국가이므로 쌀이 아니라 밀이 주식이기 때문에 밥은 이제 보기가 힘들다. 예상대로 식당에는 전형적인 서양식이었다. 빵, 소시지, 햄, 계란, 과일 등이 있었다. 항상 잘 먹을 수 있는게 아니므로 이럴 때 배불리 먹어야 한다.

 

[사진 30 : 블라디보스톡 거리 모습. 지리적으로는 아시아에 있지만 오래된 유럽 도시이다.]

 

[사진 31 : 대한민국에서는 경찰차였지만 러시아에서는 시내버스가 되었다.]

 

[사진 32 : 버스회사 흔적까지 남아있는 부산에서 수출된 시내버스.] 

 

   체크아웃을 하고 거주 등록증을 받았다. 이제 걱정 없이 러시아를 활보할 수 있게 되었다. 시내로 나가니 우리나라에서 수출한 시내버스가 다니고 있다. 자매도시인 부산에서 온 버스는 물론 도색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차였던 버스도 있다. 한글로 된 이정표를 그대로 달고 다니고 있는 버스도 있다.

 

[사진 33 : 도심을 통과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 전철화되어 있고 복선이다.] 

 

[사진 34 : 잠수함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내부를 보여 주는 잠수함 박물관.]

 

[사진 35 : 커다란 조각과 러시아 정교회를 만들어서 2차대전 때 희생된 군인들을 기리고 있다.]

 

   시내 중심에는 커다란 동상이 있다. 해안을 따라 가면 잠수함 박물관(Submarine museum)이 있다. 과거에 사용하던 걸 절반은 박물관으로 개조하였고 나머지는 사용하였을 때의 모습 그대로 전시하고 있다. 영화에서 본 것보다는 실제 잠수함 내의 생활은 정말 열악하였다. 승무원들의 침상이 어뢰 바로 옆에 그것도 2층으로 있는데 제대로 잠이 왔는지 궁금하다. 승무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이름을 모두 돌에 새겨놓았다.

 

[사진 36 : 지역 부속 박물관 입구. 안에는 조그마한 한국민속문화실이 있다.]

 

   바다에 정박하고 있는 함대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주변에 있는 지역 부속 박물관(Annex of Arsenev Regional Museum)에 갔다. 안에는 화가 작품을 전시하고 있고 우리나라에 대한 안내가 간략하게 있다. 입장료는 100R로 비싸지만 크게 볼 게 없었다.

 

   다시 시내로 나와서 블라디보스톡에서 가장 훌륭한 지역 박물관(Arsenev Regional Museum)에 들어갔다. 이곳에는 이 지역에 관한 모든 걸 전시하고 있었다. 과거 살았던 부족들과 주변 국가, 소련 연방 설립, 독일과의 세계 2차 대전, 자연 환경 및 동식물까지 상세히 나와 있었다. 물론 역사에서는 발해도 나와 있었다.

 

[사진 37 : 블라디보스톡에도 해수욕장이 있다.]

 

[사진 38 : 해수욕장 앞에 웬 인어?]

 

   박물관에서 나와서 해변으로 갔다. 날씨만 좋았다면 토요일을 맞아서 이곳 누나들이 나와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을 장소이다. 한때 러시아 경제가 어려웠을 때에는 외화를 벌기 위하여 우리나라에 진출(?)하기도 하였고 지금도 속옷 광고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비가 오고 추운 날씨라서 사람들의 왕래도 많지 않다. 지역 박물관과 함께 유명한 군사 박물관(Fortress Museum)으로 향하였다.

  

[사진 39 : 언덕 위로는 각종 무기와 벙커가 있다.]

 

[사진 40 : 바다를 향하여 발사 준비를 하고 있던 대포.]

 

   블라디보스톡은 현재는 극동에 있는 아시아 국가와의 교역의 중심 항구이지만 과거에는 군사적인 목적이 강하였다. 부동항이 필요했던 과거 러시아는 이곳을 차지하기 위하여 블라디보스톡에 요새를 만들어서 방어하였다. 시베리아횡단철도가 개통되면서 무기들을 이곳으로 운반하여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정작 이들을 사용할 기회는 얻지 못하였지만 러일전쟁에서는 연해주를 빼앗기지 않고 지킬 수 있었고 세계 2차 대전 막바지에는 이곳을 기반으로 사할린과 쿠릴 열도에 침략하여 일본으로부터 빼앗았다. 군사 박물관은 블라디보스톡을 지키기 위한 요새 일부를 개조하여 전시하는 시설이다. 요새라고 하니 표현이 적합하지는 않지만 언덕 안에 터널을 파서 대포를 넣어놓고 터널끼리 모두 연결하였다. 심지어 주변의 섬에도 같은 요새를 만들어놓고 서로 연결하여 놓았다.

 

   청나라의 영향력이 약해서 방치되어 있던 블라디보스톡을 러시아에서 그냥 차지한 줄로만 알고 있었지만 이들은 이곳을 자신만의 영구적인 항구로 만들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였다. 동아시아 북쪽의 추운 지역을 모두 측량하고 철도를 유럽까지 연결하고 요새까지 만들어서 지킨 이곳 블라디보스톡은 러시아인들의 땅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 41 : 시내 곳곳에 있는 러시아 정교회.]

 

[사진 42 : 시내 중심가에 있는 상점인 클로버 하우스(Clover House).]

 

[사진 43 : 클로버하우스 가장 위층에 위치한 식당가.]

 

[사진 44 : 클로버하우스 식당가에서 내려다본 블라디보스톡 도심.]

 

[사진 45 : 러시아 곳곳에서 볼 수 있고 다양한 형태로 있는 레닌(Ленин, Lenin) 동상.]

 

   간단하게 블라디보스톡 시내 구경을 끝내고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건물 외관이 깨끗한 클로버하우스(Clover House)에 들어갔다. 가장 위층에 카페테리아가 있었다. 몇 가지를 골라 담아서 계산을 하니 253R이 나왔다. 고급같이 보이지 않지만 우리 돈으로는 만원이 넘어가기 때문에 비싸게 느껴졌다. 게다가 고기 종류를 많이 선택하였더니 너무 기름지다. 그래도 기차타기 전이니 많이 먹어두었다. 지하의 슈퍼에 가서는 기차 안에서 먹을 음식을 미리 구입하였다.

 

 

 

 

 

   다음으로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종점인 블라디보스톡역(Владивосток вокзал, Vladivostok Station)'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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