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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독일, 스위스 - 여권 확인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된 스위스 국경

 

   슈투트가르트 중앙역(Stuttgart Hbf)의 승강장은 선로 끝이 막혀 있어서 계단은 없지만 역이 커서 조금 걸어가야 했다. 이번에 타는 열차는 스위스(Switzerland)의 취리히(Zürich)까지 운행하는 이체에(Intercity Express, ICE)이다.

 

[사진 4533 : 슈투트가르트 중앙역(Stuttgart Hbf) 승강장의 열차 출발 안내.]

 

[사진 4534 : ICE-T에 속하는 DBAG 바우라이헤(Baureihe) 411 전동차.]

 

[사진 4535 : 이 차량은 독일과 스위스에서 달릴 수 있으며 최고속도는 230km/h이다.] 


   차량은 ICE-T에 속하는 DBAG 바우라이헤(Baureihe) 411 전동차이다. T는 개발 초기에는 동차(Triebzug, multiple unit)를 의미하는 첫글자였지만 현재는 기울어지는 틸팅(Tilting)을 의미한다. 봄바디어(Bombardier, http://www.bombardier.com ), 지멘스(Siemens, http://www.siemens.com ),  도이쳐바곤바우(Deutscher Waggonbau), 두에바크(DUEWAG), 피아트 페로비아리아(Fiat Ferroviaria)에서 공동으로 제작하여 1999년부터 투입되었다. 틸팅 기술은 2세기 펜돌리노(Pendolino) 차량인 ETR460과 ETR470에 적용된 수압 작동기 시스템(hydraulic actuator system)을 기반으로 개발하였는데 8도까지 기울어질 수 있다. ICE-T에는 DBAG 바우라이헤 411 전동차와 DBAG 바우라이헤 415 전동차가 있는데 최고속도는 230km/h로 동일하며 전자는 7량 편성으로 4M 3T이고 후자는 5량 편성으로 3M 2T이다. 물론 중련으로도 운행할 수 있다. 독일 국내 노선은 물론 스위스나 오스트리아(Austria)를 연결하는 국제선에도 투입되어서 운행하고 있으며 일부 차량은 오스트리아국철(Österreichische Bundesbahnen, Austrian Federal Railways, ÖBB, http://www.oebb.at )에 매각되었다.


   슈투트가르트와 취리히를 연결하는 노선에는 1999년에 5량 편성인 DBAG 바우라이헤 415 전동차가 투입되었으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여 2006년 12월부터는 7량 편성인 DBAG 바우라이헤 411 전동차로 바뀌었다. 일부 열차는 프랑크푸르트(Frankfurt)까지 운행하고 있다.

 

[사진 4536 : 호르프역(Bahnhof Horb) 승강장.] 


   DBAG 바우라이헤 411 전동차의 앞모습은 약간 덜 날렵하게 생겼지만 좌석은 ICE3와 동일하고 운전실을 통하여 전망을 볼 수 있는 좌석도 있다.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을 출발한 열차는 시내를 빠져 나와서 밭 사이를 달린다. 복선이지만 커브가 많아서 130km/h를 유지한다. 숲 속으로 들어가더니 산을 올라가면서 단선 구간이 된다. 단선이지만 곳곳에 역과 신호장이 있어서 반대 방향으로 가는 열차와 교행이 이루어지고 짧은 터널을 가끔씩 지나간다. 산에는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이 노선은 경치가 좋아서 파노라마반(Panoramabahn)이라는 별명도 있다.

 

[사진 4537 : 로트바일역(Bahnhof Rottweil) 승강장.] 

 

[사진 4538 : 산을 넘으면 넓은 밭에 간간히 나무가 있는 평지가 나온다.] 


   로트바일역(Bahnhof Rottweil)에서는 경찰이 열차에 타서 승객들의 여권을 확인한다. 아직 국경역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산에서 내려와서 평지가 보이면서 열차는 징겐역(Bahnhof Singen)에 도착하였다. 이체에 열차는 이 역에서 진행 방향을 바꾸고 운전사가 바뀐다. 승무원은 취리히까지 타고 가는데 다른 열차와는 달리 단말기 2대를 들고 다닌다. 독일과 스위스 단말기인 셈이다. 취리히도 독일어 지역이니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사진 4539 : 징겐역(Bahnhof Singen)에 정차하고 있는 DBAG 바우라이헤 426 전동차와 ICE-T 전동차.]

 

[사진 4540 : 징겐역 건물.] 


   징겐역은 괄호 안에 호헨트빌(Hohentwiel)이라고 추가로 적혀 하는데 징겐(Singen, http://www.singen.de )이라는 지명을 가진 곳이 독일에 여러 곳 있기 때문에 구별하기 위함이다. 호헨트빌은 징겐에 있는 686m의 휴화산 이름이며 정상에는 호헨트빌성채(Festung Hohentwiel, Hohentwiel Fortress, http://www.festungsruine-hohentwiel.de )가 있다.


   징겐에서 이틀 묵기로 하였다. 징겐은 세계적인 가이드북인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 http://www.lonelyplanet.com )에도 나오지 않는 도시이다. 징겐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노선의 철길이 만나기 때문이었다. 징겐에서 묵으면서 근처를 오가기 위함이었다. 이런 장점이 있어서 2009년 봄 남유럽여행을 할 때에도 다시 여기서 숙박하면서 다녔다.

 

[사진 4541 : 징겐 시내에 있는 교회.]

 

[사진 4542 : 징겐 시내에 있는 조형물.]

 

[사진 4543 : 징겐 관광안내소로 들어가는 입구.] 


   숙박을 예약하지 못하여서 시내에 있는 관광안내소를 찾아갔다. 관광안내소에는 팸플릿이 있어서 지도와 함께 숙소 목록이 잘 나와 있었다. 그런데 직원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하였다. 내가 말하는 영어는 잘 알아들었으나 말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독일인들은 영어를 어느 이상 다 구사하는 줄 알았는데?

 

[사진 4544 : 징겐 시내에 있는 가스타우스 슈테르넨(Gasthaus Sternen). 1층은 식당이고 나머지 층에 방이 있다.]

 

[사진 4545 : 가스타우스 슈테르넨의 싱글룸.] 


   징겐 시내에서 숙박료가 저렴한 가스타우스 슈테르넨(Gasthaus Sternen)으로 갔다. 1층은 식당이고 위에는 방이 있는 구조였다. 1층에 들어가서 주인인 아저씨와 방이 있는지와 가격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맥주를 계속 마셔서인지 얼굴이 빨간데 역시 영어를 알아듣기는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손님들에게 영어 할 줄 아는 사람 있냐고 찾지만 반응이 없고 영어에 독일어를 섞어서 이야기한다. 다행히도 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약간 독일어를 배웠기에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사진 4546 : 멀리 정상에 호헨트빌성채(Festung Hohentwiel, Hohentwiel Fortress)가 있는 휴화산인 호헨트빌(Hohentwiel)이 보인다.]

 

[사진 4547 : 징겐 시내에 있는 극장인 시네플렉스 징겐(Cineplex Singen, http://www.cineplex.de ).]

 

[사진 4548 : 징겐역에 유치되어 있는 화물 전용 전기기관차.]

 

   이제 숙소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밤이 될 때까지 더 다니기로 하였다. 스위스와의 국경이 있는 콘스탄츠(Konstanz, Constance)에 가는 열차에 탔다. 독일 내를 다니지만 스위스의 철도회사인 투르보(THURBO, http://www.thurbo.ch )에서 운행한다. 투르보는 스위스 북동쪽에 위치한 투르가우칸톤(Kanton Thurgau, Canton of Thurgau, http://www.tg.ch )과 스위스연방철도(독일어Schweizerische Bundesbahnen, SBB, 프랑스어Chemins de fer fédéraux suisses, CFF, 이탈리아어Ferrovie federali svizzere, FFS, 영어Swiss Federal Railways, http://www.sbb.ch )에서 공동 출자한 지역 교통회사이다. 국경을 건너서 SBB독일(SBB Deutschland, http://www.sbb-deutschland.de )에서 담당한 로컬선 열차까지 운행하고 있다.

 

[사진 4549 : GTW 2/6에 해당되는 RABe 526 전동차.]

 

[사진 4550 : RABe 526 전동차에는 작은 전기기관차에 해당되는 동력 모듈(power module)이 차량 사이에 있다.]

 

[사진 4551 : 옆에서 본 RABe 526 전동차.] 


   투르보의 차량은 일반 전동차 같이 보이지만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투르보 마크는 모자이크 형식처럼 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찍은 사진이 흔들린 줄 알았다. 이 차량은 스위스의 슈타들러레일(Stadler Rail, http://www.stadlerrail.com )에서 제작한 GTW이다. GTW는 독일어로 ‘Gelenktriebwagen’를 의미하며 연결된 철도차량(articulated railcar)라는 의미이다. 차량 사이에는 동력 모듈(power module)이 있다. 여기에는 위에는 팬터그래프가 있고 아래로는 견인력을 받는 대차(Bogie, 바퀴가 붙은 차륜축)가 있다. 쉽게 생각하면 작은 전기기관차를 객차 사이에 넣은 차량이다. 내가 탄 차량은 객차가 2량이지만 객차가 더 늘어나서 동력 모듈을 더 넣은 차량도 있다. 물론 이 차량은 여러 편성이 연결하여 운행할 수 있다. 또한 동력을 전기가 아닌 디젤엔진에서 얻는 차량도 있다. 보통은 동력 모듈에는 통로만이 있고 소음이 크기 때문에 가능하면 운행 중에는 통행을 하지 말라고 하는 안내판이 있다. 그러나 대신에 객실은 조용하고 기계 장치가 적어서 저상형으로 만들기가 쉽다. 투르보에서 운용하는 차량은 RABe 526으로 6개의 대차 중에서 2개가 견인력을 발휘하여 GTW 2/6에 해당된다. 최고속도는 140km/h이다. 2량 편성이지만 앞쪽 운전실 부근에는 1등석이 있어서 출퇴근 시간에는 혼잡을 피하여 앉아갈 수 있다.

 

[사진 4552 : 콘스탄츠역(Bahnhof Konstanz)의 역명판.] 


   각역 정차 열차인데 역간 간격이 짧다. 얼마 가지 않아서 오른쪽으로 그나덴지(Gnadensee)라는 호수가 나타난다. 호수 옆에는 산책로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호수가 보이지 않으면 종착역인 콘스탄츠역(Bahnhof Konstanz)에 도착하였다.

 

[사진 4553 : 콘스탄츠역에 유치되어 있는 오래된 객차.] 

 

[사진 4554, 4555 : 스위스로 가는 열차를 타려면 낮은 철조망을 넘지 말고 출입국 심사를 받고 건너가야 한다.]

 

[사진 4556 : 높은 시계탑을 보수 공사하고 있는 독일철도(DB)의 콘스탄츠역 건물.]

 

[사진 4557 : 안에는 출입국 사무소가 있는 스위스연방철도의 콘스탄츠역 건물.]

 
   콘스탄츠역은 독일과 스위스의 국경역이다. 역의 승강장은 중간에 분리되어 있어서 출입국 심사를 거쳐야 지나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역 건물도 두 개가 있고 스위스연방철도의 역 건물에는 출입국 심사를 거쳐서 승강장에 들어가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분위기를 보니 시설만 있을 뿐 출입국 심사는 실제로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사진 4558 : 스위스 국경 근처에 있는 대형 쇼핑몰인 라고(Lago, http://www.lago-konstanz.de ).] 

 

   역에서 나오니 국경 부근에는 커다란 쇼핑몰이 있다. 독일이 스위스보다는 물가가 저렴하니 스위스 사람들이 넘어와서 쇼핑을 많이 한다.

 

[사진 4559 : 스위스로 계속 이어지는 철길. 철길을 가로지르는 길은 독일이고 철길 위에 있는 육교는 스위스이다.]

 

[사진 4560 : 여권을 확인하고 도장을 찍어주어야 하는 국경 사무소는 아무도 없다.]

 

[사진 4561 : 감시카메라가 있지만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왼쪽에 있는 사무소는 문을 닫았다.] 


   걸어서 국경을 넘어가 보기로 하였다. 역의 남쪽에 있는 철길을 건너가니 사무소가 하나 있는 국경이 있다. 그런데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고 사람들은 자유롭게 오가고 있다. 나도 그냥 지나가서 스위스로 들어갔다.

 

[사진 4562 : 인터시티나이게축(Intercity-Neigezug, ICN, Intercity Tilting Train)으로 운용되는 SBB RABDe 500 틸팅 전동차가 유치되어 있다.]

 

[사진 4563 : 국경 너머 독일의 콘스탄츠에 비해서는 오가는 사람이 훨씬 적고 조용한 크로이츨링겐(Kreuzlingen).]


   거리가 매우 가깝지만 스위스의 마을 이름은 크로이츨링겐(Kreuzlingen, http://www.kreuzlingen.ch )이다. 인구는 18,000명 정도로 인구가 약 81,000명인 콘스탄츠에 비해서는 적고 마을은 한산하다. 거리에는 스위스 국기가 걸려 있어서 이곳이 다른 나라라는 게 느껴진다.

 

[사진 4564 : 도로가 같이 있는 스위스의 크로이츨링겐과 독일의 콘스탄츠 사이의 국경. 국경 사무소가 있지만 자유로이 오갈 수 있다.]


   마을을 돌아서 다시 독일로 향하였다. 차량도 지나갈 수 있는 커다란 국경 검문소가 있다. 벌써 퇴근하였는지 검문소에는 직원이 보이지 않고 사람들은 역시 그냥 지나간다. 물론 나도 그냥 다시 독일로 빠져 나갔다.

 

[사진 4565, 4566 : 보덴제(Bodensee, Lake Constance) 옆에 있는 독일과 스위스의 국경은 철조망이 없어지고 예술 국경(Art Border)이라는 주제로 조형물로 채워졌다.]

 

[사진 4567 : 예술 국경에 사용된 조형물에 대한 설명.] 


   콘스탄츠에는 라인강(Rhein, Rhine)의 물이 모여 있는 보덴제(Bodensee, Lake Constance)라는 커다란 호수가 있다. 호수 부근에는 국경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하였다. 과거에는 철조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고 대신에 예술 국경(Art Border)으로 장식하여 놓았다.


   유럽 대륙의 많은 나라들 사이의 국경은 솅겐조약(Schengen Agreement)에 의하여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출입국에서는 여러 나라가 한 나라처럼 취급된다. 대한민국 국민은 비자 없이 솅겐조약에 들어있는 나라들을 6개월 동안에 90일까지 여행할 수 있다. 그런데 서유럽에서는 유일하게 스위스(리히텐슈타인 포함)는 솅겐조약에 가입하지 않아서 출입국 심사가 있어서 고립된 섬처럼 되어 버렸다. 2005년 6월 5일 스위스 국민들의 투표로 솅겐조약에 가입하기로 결정되어서 2008년 12월 12일 정식으로 발효되었다. 내가 여행을 한 2008년 8월은 정식으로 발효된 시기는 아니라서 가끔씩 국경에서 여권을 확인하기도 하였지만 도장은 찍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솅겐조약이 발효된 지금도 일부 스위스 국경에서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권 검사를 하고 있어서 일괄적으로 바뀌지 않는 유럽 사회의 단면이 엿보인다.

 

[사진 4568 : 징겐으로 가는 SBB RABe 520 전동차. 객차 3량에 동력 모듈이 하나 있어서 GTW 2/8이다.]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독일이기는 하지만 스위스 열차를 타고 숙소가 있는 징겐으로 돌아왔다.

 

 

 

 

 

   다음으로는 '독일, 스위스 - 라인강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 슈타인암라인(Stein am Rhein)'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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