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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부산에서도 도시의 이미지가 적고 시골의 느낌이 강한 송정역. 중고등학교 때에 주말마다 기차 여행을 즐기기 위하여 많이 방문하였다. 송정역에는 동해남부선이 지나는데 부산역까지는 약 40분이 걸리고 송정역~해운대역 구간에는 바닷가를 지나기 때문에 짧은 여행에서는 최고의 코스였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비둘기호가 다니고 있어서 운임면에서도 부담이 없었다.

 

 

   이전에 있었던 이정표는 이미 사라졌고 커다란 이정표만 하나 있다. 위의 코레일 마크만 새로 붙인 흔적이 남아있다. 송정의 영문 표기도 잘못되어 있다. 정은 물결표를 쓰지 않고 'Jeong'로 바뀌었는데 물결표가 그대로 남아있다.

 

 

   송정역까지는 동대구→부전 간의 무궁화호를 이용하였다. 내리는 승객은 나를 포함하여 겨우 4명. 열차는 송정역을 출발하여 해운대역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해운대 신시가지가 커지면서 철길 주변에도 높은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서 어릴 때의 시골의 이미지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나마 역의 승강장은 그대로여서 도심 속의 간이역 같았다.

 

 

   사진을 찍으면서 집표를 위하여 역 건물을 향하여 걸어간다. 송정역의 건물은 새로 페인트칠을 하였지만 예전의 모양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과거에는 역무원이 개찰을 담당하였지만 현재는 다른 역과 마찬가지로 개찰은 하지 않고 승객 자율적으로 승강장으로 나간다. 물론 승객이 줄어서 합리화를 위한 변화 중의 하나이다. 

 

 

   어렸을 때에는 송정역은 비둘기호만 정차하였다. 그러나 비둘기호가 통일호로 승격되면서 자연스럽게 통일호 정차역이 되었고 통일호가 없어지고 무궁화호로 바뀌면서 무궁화호가 정차하고 있다. 2004년 4월에는 동해남부선에는 장거리 무궁화호가 없어지면서 한산한 노선이 되었지만 다시 중거리 무궁화호가 부활하면서 송정역도 정차역이 되어서 하루에 14회의 열차가 정차하고 있다. 부전-동대구, 부전-포항, 부전-청량리 무궁화호가 정차한다. 여름에 피서객이 많이 몰릴 때에는 새마을호 열차도 임시로 정차하고 있다.

 

 

   역의 내부는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하여서 깔끔하고 예쁘게 해 놓았다. 학교 의자 같은 딱딱하고 차가운 나무 의자도 없어지고 푹신한 쇼파까지 있지만 열차 출발 이전 이외에는 사람이 없어서 썰렁하다. 역에서 나오니 이전과는 달리 주변에 있는 집들이 없어지고 공터가 되었다. 덕분에 역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역의 직원들은 불편할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전과는 달리 입구 왼쪽에 동판이 붙어있다. 자세히 보니 '대한민국 근대 문화 유산'이라고 적혀 있다. 일본의 메이지무라[博物館明治村, http://www.meijimura.com ]에서 근대 문화 유산을 잘 보존(관련 글 보기)되고 있는게 부러웠는데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안타까운 시절이기는 하지만 그 당시의 건물인 역 건물이 문화 유산이 되었다는 게 나름대로는 반갑고 기뻤다. 문화 유산에 맞게 4개 국어로 안내판이 세워졌다.

 

 

   송정역은 간이역에서 시작하였기 때문에 역 광장이 처음부터 없었다. 작은 골목길로 들어가야 하는데 현재도 길은 좁고 그대로이다. 자가용이 많아져서인지 길 옆의 주택들이 사라지고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어릴 때에는 열차 시각에 맞추기 위하여 이 길을 뛰어 가기도 하였다.

 

 

   역에서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송정해수욕장이다. 기장군이 부산광역시가 아니었을 때에는 이곳이 부산에서는 가장 바닷물이 깨끗하고 한산하여서 외지인들보다는 부산 시민들이 많이 찾던 해수욕장이다. 교통상으로도 해운대-송정 간의 달맞이고개를 넘어가는 험한 도로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아서 부산-송정, 월내 간 비둘기호 임시 열차가 운행되기도 하였다.

 

 

   송정역은 역 건물이 해수욕장 방면에 있어서 반대 방향으로 가려면 걸어 나와서 건널목을 건너야 한다. 과거에는 주민들이 이용하던 개구멍 같은 통로가 있었으나 안전을 위하여 모두 폐쇄되었다. 건널목에서는 통과하는 열차의 모습을 쉽게 잡을 수 있다.

 

 

   송정을 연결하는 시내버스는 철길을 건너가면 탈 수 있다. 역과 버스정류장은 좀 떨어져 있는 셈이다.  시내버스도 2개 노선만 운행되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해운대역 앞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는 게 편리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해운대 신시가지와 송정을 바로 연결하는 송정터널이 있어서 접근성이 매우 좋아졌다. 기장이 부산시에 편입되면서 시내버스 노선도 많아졌다. 그렇지만 이곳도 해운대신시가지 외곽으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부산의 외곽의 시골이라는 느낌보다는 해운대신시가지의 일부가 되었다.

 

 

   송정 안쪽으로는 높이 고가로 있는 해운대-울산 간 고속도로(http://www.busanulsanway.co.kr )가 있고 아래에는 낮은 고가인 동해남부선 복선 전철이 공사를 하고 있다. 아직 노반도 모두 만들어지지 않았고 송정역은 고가 위에 있는 형태만 갖추고 있다.

 

 

   아직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으나 송정역은 몇 년 내에 고가 위로 이동하게 된다. 물론 바닷가 절벽을 지나는 해운대-송정 간의 철길도 사라질 예정이다. 동남권 전철이 운행할 새로운 송정역이 생기더라도 기존의 동해남부선은 해운대-송정 구간은 남겨서 관광열차라도 다녔으면 하는 소망을 한다. 해운대역 부근은 건널목이 많이 교통에 문제가 있으니 미포-청사포-구덕포-송정 정도면 나름대로 괜찮을 듯 하다.


* 송정역에 관한 글은 2008년 1월 27일에 올렸으나 최근의 사진과 내용을 보강하여 다시 올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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