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 쿠시로습원[釧路湿原]에서 맞이하는 새해(下)

   노롯코 열차를 타기 위하여 시레토코샤리역을 향해 갑니다.

 

 

 

 

 

43. 2월 9일 - 쿠시로습원[釧路湿原]에서 맞이하는 새해(下)

 

   밖을 보니 해가 이미 떠 있었다. 음력으로는 새해 첫 날인데 태양의 모습을 담아 보았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상황이 어떤지도 궁금하였다. 그래도 올해는 설 연휴가 주중에 들어있어서 많은 곳에서 1주일을 쉬어서 오히려 여유 있는 명절이 되었다. 우리는 일본에 있어서 명절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여기는 평일이고 우리 같은 여행객들을 제외하고는 일상에 있다.

 

 

   밖은 이제 완전히 밝아졌고 열차는 직선으로 뻗은 선로를 잘 달린다. 그래보았자 센모본선의 최고속도인 85km/h이다. 센모본선도 다른 홋카이도 철도 노선처럼 역간 거리가 길어서 한참 동안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 시베챠역에서 25분 정도 가면 교행이 가능한 마슈[摩周]역이 나온다. 센모본선에서 3개 밖에 없는 유인역 중 하나이다. 마슈역에도 기념으로 사진을 찍는 장소가 있고 역 스탬프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교행하는 열차가 없어서 1분도 정차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3년 전에 센모본선을 탔을 때 마슈역에서 스탬프를 찍는데 성공한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

 

 

   센모본선은 쿠시로와 아바시리를 연결하는 전 노선을 달리는 열차는 하루에 4왕복 밖에 없다. 그것도 아침과 밤 시간에 집중되어 있다. 봄에서 가을 사이에는 1왕복이 더 늘어난다. 센모본선은 일본에서도 차창 경치가 가장 좋은 노선이고 일년 내내 관광객들이 있지만 노선 자체를 이용하는 승객은 많지 않다. 열차시각표에 맞추어서 원하는 걸 다 보기에는 항상 무리가 있다. 하지만 센모본선에서 열차 횟수가 적은 마슈~미도리[緑] 간을 가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없다. 이 구간은 행정 구역 경계에 있고 중간에 고개를 넘는 구간이라 오가는 승객이 많지 않다.

 

 

   마슈역을 지나서도 열차는 엔진 소리를 높이면서 달리지만 산은 보이지 않고 터널은 있을 듯 하지만 없다. 선로 부근에는 방품림인 삼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카와카미군[川上郡]의 마지막 역인 카와유온센[川湯温泉]역은 관광 거점답게 역 밖에 택시와 버스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역에서도 관광객인 듯한 사람들이 열차에 탔다. 카와유온센역은 얼핏 보면 유인역인 같지만 사실은 사람은 있지만 열차 승하차에 관계되는 철도 직원은 없고 역 건물 안에 있는 식당과 족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역 이름은 온천이지만 실제 온천이 있는 마을은 역에서 4km나 떨어져 있어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아칸국립공원[阿寒国立公園] 입구에 해당하는 역이다.

 

 

   카와유온천역과 미도리역 사이는 군이 바뀌고 고개를 하나 넘는다. 역간 거리도 꽤 멀어서 14.5km나 된다. 센모본선에서는 유일하게 이 구간에만 터널이 있고 급경사와 급커브가 있다. 또한 겨울에는 눈이 많이 쌓여서 키하 54系만 운행되고 있다. 하코다테본선 산선 구간처럼 여기도 차량 성능에 따라 운행 시간이 차이가 나는 구간이다. 15분을 달려서 미도리역에 도착하였다.

 

 

   고개를 넘는 동안에는 열차 내에는 절반 이상 좌석이 차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여행객이었다. 미도리역에서는 5명 정도의 주민들이 승차하였다. 미도리부터는 약간의 내리막인 평지를 달린다. 좌우로 멀리 언덕이 보일 뿐 산은 찾기 힘들다. 하코다테본선 산선 구간처럼 모두 눈에 덮여 있기는 하지만 센모본선과 하나사키선에서는 산은 없고 동그란 언덕이 연속으로 있는 지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지형으로 빙하의 영향으로 깎여서 만들어졌다.

 

 

   삿츠루[札弦]역에 이르면 언덕도 보이지 않고 넓은 평야가 계속된다. 군데군데 인가가 있고 철길은 직선으로 뻗어 있다. 키요사쵸[清里町]역과 나카샤리[中斜里]역 앞에는 작은 규모의 공장이 위치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 공장을 중심으로 화물 열차가 운행되었다고 한다. 나카샤리역에서 얼마 안 가서 토롯코 열차가 대기하고 있는 시레토코샤리[知床斜里]역에 도착하였다.

 

 

 

 

 

 

   다음으로는 '시레토코샤리역[知床斜里駅]에서 출발하는 류효노롯코[流氷ノロッコ]호'가 연재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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