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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라 암흑인 카리카치 고개를 넘어 오늘의 숙박지로 향합니다.
49. 2월 9일 - 어둠의 카리카치 고개
오늘의 숙박지는 오비히로[帯広]이다. 내일 오전에 일본삼대차창이라는 카리카치 고개를 지난다. 오늘도 오비히로로 가려면 이 고개를 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밤이라서 감상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고개 주변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지역이므로 불빛이 없어서 정말 창밖은 어둠 그 자체이다. 역간 거리도 매우 멀어서 중간중간에 위치한 신호장에서 열차 교행이 이루어진다.
일정상 후라노선을 거쳐서 간다. 아사히카와역에서 후라노선[富良野線] 승강장은 역에서 가장 멀다. 지하도를 따라서 걸어가는데 조명이 밝고 벽에는 후라노선 주변의 자연을 그린 벽화가 있다. 지하도 끝에서 올라가면 승강장이다. 1면 2선이 따로 있다. 이미 우리가 타고 갈 키하 150系 디젤동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No. 49 철도편 : 아사히카와[旭川] 17:46→후라노[富良野] 18:55
열차번호 및 종별 : 737D 普通, 거리 : 54.8km, 편성 : 키하 150系 2兩(ワンマン, キハ 150-6, 7)
후라노선은 하코다테본선과 마찬가지로 키하 150系 디젤동차가 운행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투입된 차량이다. 보통 1량 편성이지만 퇴근 시간대라서 2량 편성이 되었다. 차내에는 이미 앉을 좌석은 없었고 서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는 가방을 적당한 자리에 올려놓고 출입문 근처에서 서 있었다.
열차는 출발하였다. 이미 해는 지고 어두워서 주변 경치는 아예 볼 수가 없었다. 철길 오른쪽으로 국도가 나란히 간다. 국도에는 차들이 오가고 있어서 빛이 있다. 마을이 간간히 있다. 후라노선은 비에이[美瑛]까지는 역간 거리가 짧은 편이라서 자주 열차가 정차한다. 비에이역부터는 앉을 자리도 생겼다. 역에 정차할 때마다 승객들이 내리고 타는 사람은 드물다. 교행이 되는 역들은 규모가 크지만 그렇지 않는 역은 겨우 1~2량 정도만 들어갈 정도의 승강장만 있다. 이런 역들은 대체적으로 내리거나 타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 선로는 특별히 급하게 커브가 심하거나 오르막이 있는 구간은 없는 듯 하다.
후라노선 역명에는 재미있는 게 있다. 서(西)로 시작되는 이름을 가진 역이 4개나 연속으로 있다. 니시고료[西御料]역, 니시미즈호[西瑞穂]역, 니시카구라[西神楽]역, 그리고 니시세이와[西聖和]역이다. 어떤 연유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이 지역이 서쪽도 아닌데.
후라노가 가까워지면 마을도 커지고 밤에도 조명을 밝힌 스키장이 보인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간단한 리프트와 내려오는 경사면만 있어서 동네에 있는 눈썰매장 같다. 얼마 안 가서 네무로본선[根室本線] 철길이 보이고 합류하여 후라노[富良野]역에 도착하였다. 이 열차는 종착역이다. 비슷한 시간에 환승할 수 있는 오비히로로 가는 열차가 있어서 승강장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후라노역은 후라노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고 네무로본선이 지난다. 후라노선이 분기하고 있으며 승강장은 2면 4선이다. 1면은 네무로본선 열차가 사용하고 나머지 1선은 후라노선 전용이다. 두 노선 모두 보통과 쾌속 열차만 운행되지만 관광 시즌에는 삿포로[札幌]역에서 직통으로 운행되는 리조트 특급 열차가 운행된다. 홋카이도의 다른 지역처럼 네무로본선과 후라노선 열차 시각은 상호 접속이 원활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는 오비히로로 가기 때문에 네무로본선 승강장으로 넘어갔다. 잠시 후 쾌속 카리카치[狩勝]가 들어왔다. 쾌속이지만 보통 열차와 정차역이 조금 적을 뿐 특별한 게 없다. 키하 40系 1량 편성에 원맨 운전이다. 열차 내에 들어가서 가방을 두고 후라노역 건물로 가 보았다.
도시의 중심역답게 조금은 대합실 규모가 크다. 그러나 저녁 시간이라서 안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고 이미 매표소는 영업을 끝낸 상태였다. 다행히 스탬프는 찍을 수 있었다. 일본의 다른 역들처럼 열차 운행 시간과 관계없이 밤이나 새벽에는 무인역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도시 중심에 있는 역이지만 열차에서 내릴 때 운전사가 승차권을 확인하였다.
No. 50 철도편 : 후라노[富良野] 19:10→오비히로[帯広] 21:23
열차번호 및 종별 : 3437D 快速 狩勝, 거리 : 125.5km, 편성 : 키하 40系 1兩(ワンマン, キハ 40-749)
후라노역에서 11분간 정차해서 가방만 두고 잠시 나갔다 왔는데 그 사이에 승객들이 많이 탔다. 그래도 앞에 탄 후라노선에 비하여는 한산하였다. 앉을 자리가 남아 있었다. 상대적으로 이 차량은 박스 시트로 되어 있어서 전체 좌석 수가 더 많다.
열차는 출발하였다. 키하 40系의 경우 운전 장면을 보기 어렵게 되어 있어서 객실 내에서 시간을 보냈다. 많던 승객들도 절반 가까이가 두 번째 정차한 야마베[山部]역에서 내리고 통학생들도 이쿠토라[幾寅]역에서 다 내려서 겨우 차내에는 승객이 4명만이 남았다. 행정구역이 바뀌는 지점이라서 이용하는 승객이 많지 않았다.
이제 카리카치 고개를 넘어가는 구간이다. 쾌속 열차이지만 28.1km를 중간에 쉬지 않고 24분만에 달린다. 중간에 신호장이 4개 있으나 바뀌는 열차가 없어서 모두 통과한다. 주변에 인가는 없는 지역이고 산이어서 창 밖은 정말 칠흑처럼 어둡다. 혹시나 세키쇼선[石勝線] 열차의 조명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밖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을 달려서 신토쿠역에 이르자 우리를 제외하고 남은 승객들은 모두 내리고 적은 수지만 다른 승객들이 탄다. 이제부터는 쾌속이라는 등급처럼 주요역만 정차하면서 오비히로까지 간다. 시각표 상에서 운행하는 속도는 틸팅이 있는 키하 283系보다는 늦지만 그렇지 못한 키하 183系와는 비슷하다. 밤이라 속도감이 좀 있어 보인다. 중간에 학생들이 타기는 하였지만 금방 내리고 계속해서 타고 가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우리 덕에 오늘은 운전사 혼자 승객 없이 운행되는 사태를 막지 않았나 여겨진다. 고가 구간에 들어서서 약 4분 정도 달리니 종착역인 오비히로역이다.
오비히로역은 무인역이 아니라서 모든 출입문이 열린다. 운전사는 우리에게 이용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표 확인은 하지 않았다. 역은 밤이라서 고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사히카와에서 간식을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배가 고파서 매점에서 간단히 도시락을 구입하고 역 밖으로 나왔다. 지도를 꺼내어서 숙박할 토요코인을 찾았다. 역에서 도로로 조금 나오니 금방 발견하였다.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체인점 답게 이틀 전에 묵은 하코다테와 시설이 같았다. 마지막 숙박을 하는 마츠에[松江] 예약에 문제가 있어서 수정을 하여 다시 예약을 하였다. 어제 야간 열차에서 잔 관계로 피로가 몰려와서 씻고 정리한 후 바로 잠이 들었다.
이제 드디어 하루가 넘어가는군요. 다음으로는 '폐지될 날짜를 기다리는 후루사토긴가선[ふるさと銀河線] 차량'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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