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번에도 배가 나옵니다만 흔하게 볼 수 있는 배는 아니랍니다. 바다 위의 얼음을 깨고 가는 쇄빙선입니다. 아마 전세계적으로 관광 목적으로 쇄빙선이 운행되는 곳은 드뭅니다. 위도가 높은 유럽은 멕시코 난류 덕분에 날씨가 따뜻하여 유빙을 보기 힘들지만 시베리아에서 가까운 동북아시아에서는 가까운 일본에서도 유빙을 볼 수 있답니다. 그럼 쇄빙선을 타러 출발해볼까요?

 

 

 

 


46. 2월 9일 - 바다 위의 얼음을 깨면서 나아가는 쇄빙선 오로라(おーろら)

 

   과거 홋카이도 개척 시대에는 유배지였다는 아바시리[網走]는 겨울이 춥고 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빙이라는 자연 현상 덕분에 2월이 관광 성수기이다. 이 기간에는 시내 순환 버스가 운행되고 쇄빙선 터미널을 오가는 버스도 운행한다.

 

   버스를 타면 따로 비용이 들어간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마패인 JR패스를 최대한 활용하여 쇄빙선을 타는 오로라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카츠라다이[桂台]역까지는 열차를 타고 간다. 아바시리역에서 카츠라다이역까지는 겨우 한 정거장이다.

 


No. 46 철도편 : 아바시리[網走] 10:25→카츠라다이[桂台] 10:28
열차번호 및 종별 : 9745 普通 流氷ノロッコ1号, 거리 : 1.4km, 편성 : DE 10系 + 510系 객차 5兩(DE10-1660+オハ510-1+オハテフ510-2+オハテフ510-1+オハテフ510-51+オクハテ510-1)

 


   아바시리에서 올 때 탄 열차와 동일하다. 방향이 바뀌면서 기관차가 가장 뒤에 있고 운전실이 있는 가장 앞 객차에서 기관차를 제어하여 운행한다. 우리는 겨우 한 역을 가므로 키타하마역에서 출입문이 열린 뒤에 달린 일반 객차에 앉아있었다.

 

   겨우 3분 운행에 카츠라다이역 도착. 그런데 출입문이 안 열린다. 재빨리 앞으로 이동하였다. 열차 문을 닫으려고 할 때 내리려고 하는 걸 본 차장이 다시 문을 열어 주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오면서 보니 반대로 갈 때에는 앞쪽 차량만 문이 열리는 듯 하였다. 승강장이 2량 길이 밖에 안 되므로 열차는 일단 정지 표시 있는 걸 보고 정차하면 결국 항상 진행방향 앞쪽의 차량의 출입문만 열리는 셈이다. 노롯코 열차를 타고 중간역에 내릴 때에는 잘 확인하여야 겠다.

 

 

   카츠라다이역 승강장은 나무로 되어 있어서 임시승강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카츠라다이역은 처음부터 센모본선에 있던 역은 아니었다. 1967년 임시승강장으로 신설된 후 1987년 역으로 승격되었다. 계속하여 무인역이고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입구에 눈과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간단한 시설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온 시간은 오전 10시 정도라서 내리고 타는 사람이 전혀 없지만 오후 늦은 시간대에는 통학하는 학생들이 많이 이용한다. 카츠라다이역은 아바시리 시내에 위치하고 있다.

 

   역에서 나와서 쇄빙선을 타는 터미널을 향해 걸어갔다. 쇄빙선은 2~3월에 집중적으로 운행되고 있고 카츠라다이역은 관광지에 위치하고 있지 않아서 안내판은 전혀 없다. 이걸 대비하여 나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으로 아바시리시 지도를 찾아서 미리 가는 길을 조사해 놓았다. 인쇄된 지도를 꺼내어서 길을 찾아갔다.

 

   우리나라의 소도시 정도 규모인 아바시리 시내는 정말 한산하였다. 소도시라 집이 밀집되어 있지 않고 높지도 않다. 거리는 사람의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언제 치워놓았는지 도로는 물론 인도까지도 눈을 잘 치워 놓아서 걸어가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지도에서는 거리가 약 1.4km 정도였는데 걸어가니 예상대로 15분이 소요되어 오로라터미널(おーろらターミナル, http://www.ms-aurora.com )에 도착하였다.

 

 

   쇄빙선은 11시 출발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배에 타고 있는 중이었다. 대합실은 조금 한산하였다. 우리가 아바시리역에서 구입한 쇄빙선 승선 교환권을 제출하고 쇄빙선 표를 받았다. 개표를 받고 나오니 쇄빙선의 모습이 보였다. 현재는 성수기라서 2대의 쇄빙선이 운행되고 있다. 우리가 탄 건 오로라 2호이다.

 

그림 667~668  유빙관광쇄빙선 오로라호에 관한 팸플릿.      

 


No. 47 선박편 : 오로라터미널(おーろらターミナル) 11:00→오로라터미널 11:50
거리 : 4.6km 유빙크루징[流氷クルジング], 선명 : おーろら2号, 요금 : ¥3,000(일반실)


   쇄빙선[碎氷船], 바다가 얼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선박이다. 내륙에 있는 강이나 호수는 겨울에 어는 경우가 있지만 쇄빙선은 아직 없다. 책이나 방송에서만 보던 선박이다. 주로 극 지방 탐험시에 많이 이용된다. 우리가 타는 쇄빙선은 이와는 다르게 관광용으로 만들어졌다. 세계에서 최초라고 한다. 배의 앞모양이 좀 둥글다는 느낌은 받지만 일반 선박과는 겉모습으로는 차이가 없어 보인다. 배는 무게가 490t이고 속도는 최고 14.3노트이지만 유빙이 있는 바다에서는 3노트이다. 팸플릿에 간단히 유빙에서 나아가는 원리에 대해 설명되어 있는데 얼음이 배의 선두부 모양 때문에 배의 아래로 내려가서 깨진 후에 자체의 밀도가 바닷물보다 작아서 배의 옆부분으로 떠오르게 된다. 일본인들의 상업화 전략이 놀랍다. 추위에 잠자고 있던 한가한 북쪽의 소도시에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이곳 홋카이도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남단으로 유빙이 내려오는 곳이다. 유럽 지역은 멕시코 난류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같은 위도라도 날씨가 따뜻하다. 그런 관계로 북극권에서도 꽤 북쪽으로 가야 유빙을 볼 수 있다(관련 글 보기). 동아시아에서 유빙이 만들어지는 곳은 홋카이도 위쪽에 있는 사할린섬의 동쪽 바다인 오호츠크해이다. 지구과학에 나온다. 겨울이 되면 오호츠크해는 아무르강 때문에 염분의 함량이 적어서 쉽게 바닷물이 얼면서 유빙을 형성하고 이 유빙은 해류를 따라서 남하하면서 홋카이도에 도달한다. 보통 1월 중순부터 시작하여 3월말까지 홋카이도에서 유빙을 볼 수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유빙을 볼 수 있는 기간도 짧아지는 추세이다. 그래도 해마다 차이가 심한데 사실 우리도 겨울 초반에 서울 날씨가 평년보다 따뜻해서 많이 걱정하였다. 매일매일 유빙 상황을 유빙정보센터(http://www1.kaiho.mlit.go.jp/KAN1/1center.html)에서 확인하였다. 다행히도 1월에는 날씨가 추워서 유빙이 내려오기 시작하였고 실제 일본에서는 유빙으로 가득찬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쇄빙선인 오로라 2호는 1층과 2층이 있다. 모두 바깥 전망을 볼 수 있는 데크가 있다. 객실 내부에는 난방이 잘 되고 커다란 창문을 통해서 밖을 볼 수 있다. 2층 객실은 특별 객실이라고 하여 전망이 더 좋게 만들어져 있지만 추가 요금이 필요하다. 이미 배 안은 사람들이 매우 많아서 객실 안에는 앉을 자리가 없고 유빙을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하여 배 옆의 자리에 서 있었다. 이것도 사람들이 많아서 겨우 차지한 자리였다. 재미있는 건 여기도 외국인들이 많은데 우리나라 사람은 거의 보지 못하였고 중국계였다. 이들은 영어와 중국어를 사용하였고 복장이나 행동이 일본인과 쉽게 구별이 되었다.

 

 

   배는 시각에 맞추어서 항구를 출항하였다. 얼마 안 가자 유빙으로 꽉 찬 바다에 들어섰다. 배가 가면서 얼음을 깨고 그 얼음이 배 옆으로 올라왔다. 쩍쩍하는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얼음이 깨지면서 배가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다는 모두 유빙으로 차 있어서 정말 사진으로만 보던 극 지방을 배 타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츠시마[松島]에서도 그랬지만 이곳도 갈매기들이 매우 많았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다른 쇄빙선 뒤에는 갈매기들이 너무 많이 따라와서 벌레 떼가 쫓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배에서도 매점에서 새우깡을 판매하고 있었다. 일본이니 당연 우리나라 회사에서 생산한 건 아니고 칼비(Calbee, http://www.calbee.co.jp)에서 나오는 카파에비센(かっぱえびせん)이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것과 포장은 비슷하고 맛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같다.

 

   친구가 하나를 사서 우리도 먹고 갈매기들도 조금씩 주었다. 어떻게 조그마한 과자를 인식할 수 있는지 과자를 던져주면 재빨리 집어서 먹었다. 여러 마리가 경쟁을 붙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 놈들은 아마 겨울이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 쇄빙선이 운행되고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으니깐.

 

 

   배 옆은 바람이 불어서 오래 버티기는 힘든 장소다. 갈매기 먹이 주기도 좀 지겨워지고 배의 구조도 궁금하여 한바퀴 둘러 보았다. 배의 뒷부분도 괜찮았다. 비행기처럼 배가 지나간 곳은 유빙이 아닌 푸른 바닷물로 채워져 있었다. 2층은 안의 객실은 추가 요금이 필요하지만 데크는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다. 2층 데크에서도 배가 지나간 곳을 볼 수 있다. 그래도 조금은 춥지만 1층 배의 옆이나 뒤에서 유빙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장소가 가장 좋다고 여겨진다.

 

 

   어느덧 배를 탄 지 50분이 다 되었고 다시 오로라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극 지방에 있다는 유빙이 우리나라에서 멀지 않은 홋카이도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신기했지만 이렇게 험한 환경에서도 갈매기를 비롯한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었다. 실제 유빙을 손으로 만져볼 수 없었다는 게 아쉽기는 하다. 정말 극지방에 가서 빙하 위를 걷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오로라터미널을 빠져 나오면 버스 정류장이 있다. 쇄빙선이 다닐 때에만 운영되며 임시 버스가 자주 다닌다. 버스 요금이 250엔으로 싸지 않고 거리가 멀지 않다. 다행히도 햇빛이 비치고 따뜻해서 천천히 걸어가기로 하였다.

 

 

 

 

 

   다음으로는 '개막 준비 중인 오호츠크류효마츠리[オホツク流氷まつり]와 아바시리역'이 연재되겠습니다.

   여행기 제목 목록 보기

 

free counters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