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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롯코 열차도 타 보았고 쇄빙선을 타고 바다에 가득한 유빙 구경도 끝났습니다. 이제 내일 일정을 위한 긴 이동이 있답니다. 홋카이도는 아직 신간선이 없고 기존선이 있지만 세키호쿠본선은 열차 속도가 느려서 이동에 좀 시간이 많이 걸리지요.
48. 2월 9일 - 야간 조명이 멋있는 아사히카와역[旭川駅]
우리가 탄 특급 오호츠크는 아바시리역을 출발하자 바로 오른쪽 창쪽으로 아바시리호[網走湖]가 보인다. 겨울이라 호수는 모두 얼었고 그 위로 눈이 덮여 있어서 호수인지 아니면 빈 땅인지를 알기는 쉽지 않다. 차장이 직접 안내방송까지 해 준다. 우리나라는 일부 열차에서만 이루어지지만 일본에서는 관광 노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흔한 일이다.
No. 48 철도편 : 아바시리[網走] 13:30→아사히카와[旭川] 17:11
열차번호 및 종별 : 16D 特急 オホーツク 6号, 거리 : 237.7km, 편성 : 키하 183系 6兩(3号車 キロハ 182-10)
아바시리역에서 다음 정차역인 메난베츠[女満別]역까지는 아바시리호를 따라 달린다. 호수의 모습을 가까이 보고 싶으면 메난베츠역에서 내리면 된다. 멀리서 아바시리에 오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공항도 메난베츠 근처에 있다.
배도 부르고 따뜻한 열차 내에 있으니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이 차량은 전망을 볼 수 없다. 잠시 눈을 붙였다. 잠에서 깨었을 때에는 이미 키타미[北見]를 지나고 엔가루[遠軽]를 향하고 있었다. 엔가루역에서는 열차의 진행 방향이 바뀐다. 친구를 깨워서 의자를 돌렸다. 엔카루역에서는 3분간 정차한다. 시간이 짧아서 역에 갔다오는 데에는 무리가 있고 승강장에 잠시 나왔다.
열차가 방향을 바꾸지만 운전사가 이동하는 건 아니었고 다른 운전사가 반대 방향에서 타면서 교대가 이루어진다. 오히려 바쁜 건 차내 판매원이었다. 이 역에서 승객들이 주문한 도시락을 역 직원으로부터 받고 확인을 하고 있었다. 승강장에는 도시락을 파는 아줌마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열차 정차 시간이 짧아 다시 들어가 보았다. 시간이 된다면 이곳 세키호쿠본선도 작은 역에 내려서 주변 산책도 하고 폐선 자취도 살펴보면 괜찮을 듯 하다. 물론 온통 하얀 눈으로 덮힌 겨울에는 잘못하다가는 큰일 나므로 곤란하고 여름이 좋다. 언젠가 기회가 되겠지.
친구도 잠을 깨었다. 아바시리에서는 날씨가 좋았는데 엔가루역에서 방향을 바꾸어 내륙으로 향하면서 갑자기 바뀌어서 눈보라가 친다. 오후 4시가 다 되어가니 해가 서서히 지는 시간이라 밖은 점점 어두워진다. 최악의 날씨이다. 그러나 기차 안에서는 어떻게 보면 딴 세상 이야기이다. 열차는 아무런 문제 없이 달린다.
심심해진 우리는 홋카이도까지 온 만큼 조금 무리하여 차내에서 아이스크림과 치즈 케이크를 사 먹기로 하였다. 차내 판매원이 지나가야 하는데 세상사가 그렇지만 필요하면 잘 안 온다. 출입문 쪽을 보며 계속 기다리다가 드디어 차내 판매원 등장. 바로 우리는 아이스크림과 치즈 케이크를 주문하였다. 판매원은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카트를 끌고 다시 돌아갔다. 얼마 후 판매원은 비닐 봉지 안에서 우리가 주문한 것을 주었다. 이제는 아이스크림과 치즈 케이크만 판매하게 되었다. 우리가 산 것들은 냉동 보관이 필요해서 카트에는 싣고 다니지 않는 모양이었다.
사진 한 판 찍어두고 드디어 맛을 볼 시간. 긴장되었다. 포장을 벗기고 조금 떠서 맛을 보았다. 기대하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맛은 있었다. 값에 비하여 양이 적어 아쉽기는 하였다. 모두 이곳 홋카이도 유제품이다. 우유 이외에는 대부분을 다른 나라에 수입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의 경우에는 홋카이도에서 생산하고 있다. 마트에 가면 홋카이도산으로 만들었다는 걸 유난히 강조한다.
이미 날은 저물었고 열차는 제 시간에 아사히카와[旭川]역에 도착하였다. 아사히카와 지역은 다행히 눈은 오고 있지 않았다. 다음인 후라노선[富良野線] 보통 열차를 타기까지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역 건물을 빠져 나와 보았다. 역 광장이 있고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제얼음조각대회가 열린다고 나무로 현판을 만들어 놓았다. 삿포로 눈축제 기간을 중심으로 홋카이도 전역은 축제 기간이었다. 한 번 구경하면 좋겠지만 미리 시간을 잡아놓지 않아서 어쩔 수 없다. 역 앞에도 얼음 조각이 하나 있었다. 역은 밤이 되어서 조명이 켜져 있었는데 삼각형으로 된 조형물에 눈 모양의 장식물이 있어서 이곳이 북쪽의 도시임을 상징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기는 하였지만 특급 오호츠크를 타고 한참을 와서 배가 조금씩 고파 왔다. 다행히도 역과 연결된 건물에 100엔샵이 있었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과자와 음료수를 샀다. 여유 시간이 있지만 식당에 들어가기에는 좀 애매하였다. 아사히카와도 삿포로처럼 라면이 유명하다. 시간이 된다면 이곳 라면 맛을 보는 게 좋겠지만 시간상 불가능하다. 오늘의 숙박지로 가기 위하여 다시 개표를 받고 지하 통로를 따라서 후라노선 승강장으로 갔다.
다음으로는 '어둠의 카리카치 고개'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다음 편이 JR패스 3일째의 마지막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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