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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츠린코엔 편입니다. 철도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서 관심이 적을 듯 합니다만 관광 목적으로 타카마츠에 가신다면 한 번 둘러볼만 합니다. 덕분에 오카야마성과 코라쿠엔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오카야마야 철도 교통의 요지이니 다음에라도 갈 기회가 있겠죠.

 

 

 

 

 

68. 2월 12일 - 일본 3대 정원 못지않게 훌륭한 리츠린코엔[栗林公園]


   일본 사람들은 좋은 것 3개를 묶는 걸 좋아한다. 일본식 정원도 마찬가지로 만들어 놓았는데, 3대 정원에 들어가는 것은 쿠마모토[熊本]의 수이젠지[水前寺], 카나자와[金沢]의 켄로쿠엔[兼六園], 미토[水戸]의 카이라쿠엔[偕楽園]이다. 이 중 내가 가 본 곳은 수이젠지와 켄로쿠엔인데 이곳 리츠린코엔은 수이젠지보다는 크고 더 훌륭하였다. 리츠린코엔[http://www.pref.kagawa.jp/ritsurin ]은 1953년에 토쿠베츠메이쇼[특별명승, 特別名勝]로 지정되었다.

 

 

   리츠린코엔의 역사를 살펴보면 1625년경 당시 사누키 지방의 영주였던 이코마 타카토시[生駒高俊]가 낭코[南湖] 일대에 공원을 조성하여 1642년 입성한 마츠다이라요리시게[松平頼重]에게 인계되었다. 이후에 5대 지방 영주에 의하여 100년 동안 개축되어 완성되었다. 이곳은 메이지유신 때까지 228년간 교외 별장으로 사용되었다. 1871년 정부의 소유로 넘어가고 1875년 현립 공원이 되어서 일반 공개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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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츠린코엔은 특별명승으로 지정된 공원 중에서는 가장 넓다. 크기가 16,000평방미터에 이른다. 도쿄돔의 3.5배에 해당하는 넓이라고 한다. 공원 안에는 산, 호수, 폭포, 벽, 섬 등의 자연을 잘 가꾸어 놓았다. 특히 이곳은 겨울에 따뜻해서 봄을 느낄 수 있었다. 공원이 큰 관계로 한 바퀴 둘러보는데 넉넉잡아서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원래 예정으로 있던 오카야마 쪽은 이번에는 포기해야 했다.

 

그림 995  리츠린코엔 안내도. 홈페이지로 가면 PDF 파일로 받을 수 있다.     

 

   북쪽 출입구인 키타몬[北門]으로 들어가면 광장이 있다. 이곳에는 아침 시간이라 아직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산책하는 주민들이 더 많은 듯 하였다. 그러나 나중에 우리가 나갈 시간에는 깃발 부대가 계속하여 들어왔다. 돌로 된 다리인 세키료[石梁]를 건넌다. 이 다리를 경계로 호수는 세이코[西湖]와 후요쇼[芙蓉沼]와 구분이 된다. 다리 아래에는 대나무로 망을 만들어서 물고기가 이동할 수 없도록 해 놓았다. 후요소는 여름이 되면 연꽃으로 뒤덮인다고 하는데 지금은 2월이라서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길게 생겨서 크게 모습이 느껴지지 않는 후요소와는 달리 세이코는 제법 큰 호수이다. 한쪽으로는 돌로 쌓아서 세월이 지나면서 습지로 바뀌는 것을 막고 그 모양을 유지하도록 해 놓았다. 길 옆으로는 매화 나무가 드문드문 있는데 2월이지만 날씨가 따뜻한 이곳 타카마츠에서는 꽃을 피워서 빨간 나무가 많다.

 

 

   계속 세이코를 따라서 남쪽으로 가면 호수의 폭은 좁아지고 나무가 없는 바위가 그대로 드러난 벽이 있다. 이것을 세키헤키[石壁] 또는 아카헤키[赤壁]라고 한다. 중국의 양자강에 있는 절승지인 소식의 ‘적벽부(赤壁賦)’에서 이름을 따 왔다고 한다. 세키헤키의 한쪽에는 물이 흘러내리는 오케도이노타키[桶樋滝]라고 부르는 폭포가 있다. 물론 이 폭포 역시 인공적으로 만들었다. 그런 관계로 떨어지는 물은 과거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물통을 이용하여 산으로 들고 올라가서 방류를 하였다고 한다. 현재에는 모터를 이용하여 끌어올리고 있다. 뭐 서울에도 한강물을 사용하여 청계천으로 흘러 보내고 있으니 별반 차이는 없어 보인다. 과거 영주를 비롯한 귀족들은 폭포를 감상하기 위하여 정자인 신히구라시테[新日暮亭]라는 정자를 만들었다. 영주는 즐기고 있었겠지만 그 밑에 있던 사람들은 열심히 호수 물을 퍼서 산 위로 날랐다.

 

 

   남쪽으로 끝에 도달하였다. 지금까지는 평지였지만 이제는 언덕도 있고 숲도 보인다. 또한 사이사이에는 호수이다. 나무판을 엇갈리게 하여 만든 신바츠료[津筏梁]를 건너면 잔디 위에 돌들이 있는 석조가 보인다. 쇼후다[小普陀]라고 하는데 리츠린코엔에 있는 것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1400년경의 무로마치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곳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17세기 이코마 타카토시이지만 전부터 규모는 작지만 정원이었음을 보여준다.

 

 

   산길 같은 산책로를 따라 가는데 바닥은 돌로 되어 있고 길 양옆은 대나무로 병풍을 만들어 놓았다. 햇빛이 들지 않아서 여름에 오면 좋은 길이 되겠다. 여기서부터는 낭코[南湖]라는 호수가 된다. 낭코 주변은 리츠린코엔 중에서도 가장 경치가 좋다. 낭코 안에는 섬이 3개 있다. 수원(水原)인 후키아게[吹上]를 지난다. 돌다리로 만들어서 지나가게 만들었는데 물의 바닥에 돌과 돌 사이에 눈부시도록 진한 녹색의 이끼가 있다. 낭코 역시 물고기들이 많아서 후키아게테[吹上亭]에서는 물고기 먹이를 판매하고 있었다. 일본은 어디 가나 동물이 있는 곳에는 먹이를 파는 곳이 있었다.

 

 

   후키아게부터는 오르막길이다. 산 정도 수준은 아니고 언덕 정도이다. 정상인 히라이호[飛来峰]에서는 낭코를 중심으로 한 경치를 조망할 수 있다. 뒤의 배경은 시운잔[紫雲山]으로 하고 짙은 녹색의 낭코가 보인다. 중간중간에 섬이 있고 조망할 수 있는 키쿠게츠테[掬月亭]가 있다. 여기에 낭코를 건너는 다리인 엔게츠쿄[偃月橋]가 있다. 사진은 사람이 없을 때 찍었지만 건너갈 수 있다. 계속 가면 역시 조망할 수 있는 히엔간[飛猿巌]이 있다. 이곳에서는 키쿠게츠테와 엔게츠쿄가 보이지 않고 낭코 사이의 섬들만이 보인다. 아래로는 잘 다듬어진 돌로 만들어져 있다. 정작 바로 앞은 찍을 수 없으니.

 

 

   키쿠게츠테의 모습을 자세히 보러 갔다. 도중에 9층 석탑인 코리헤이쿠쥬토[古里兵衛九重塔]가 있다. 사람 키보다 큰 탑들만 보다가 비슷한 탑을 보니 탑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장난감 같다. 호수 앞에는 고요마츠[五葉松]라고 하는 잣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뿌리가 땅 위로 나와 있어 발과 같은 모양으로 되어 있다. 매우 오래된 나무인데 토쿠가와 시대에 심어졌다고 한다. 지금은 쇠한지 줄기를 받치는 기둥을 여러 개 세워 놓았다. 이곳 리츠린코엔에는 이 나무 이외에도 특이한 꽃이나 나무가 많이 있다. 식물 특히 원예 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오면 좋은 장소가 되겠다. 나는 생명과학을 하지만 분자 수준 이외에는 잘 모르고 특히 식물 분야는 전혀 모르니 자세히 설명할 수 없어 읽는 분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키쿠게츠테는 에도 시대 초기에 지어진 다실풍 서원 구조의 건물이다. 이전에도 있었고 찻집으로 영주들이 이용했었다. 현재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차를 판매하고 있다. 엽차[煎茶] 510엔, 가루차[抹茶] 710엔이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차를 마시면서 옛날 영주처럼 공원의 경치를 보며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다시 히엔간으로 돌아갔다. 북쪽으로 계속가면 홋코[北湖]가 보인다. 후요호[芙蓉峰]에서 홋코를 조망할 수 있다. 바이린쿄[梅林橋]에서 보면 후지산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 후지의 별명인 ‘후요[芙蓉]’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홋코는 낭코와는 좀 다른 조망을 보여주는데 가운데로 큰 호수가 있고 섬은 바깥쪽에 위치하고 있다. 다리는 멀리 바이린쿄가 보인다. 바이린쿄가 빨간색으로 되어 있어서 멀리 있지만 선명하다.

 

 

   이것으로 대부분 구경을 마치고 공원 중앙으로 돌아왔다. 리츠린코엔에는 정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누키민게이칸[讃岐民芸館]과 쇼코쇼레이칸[상공장려관, 商工奨励館]이 있다. 사누키민게이칸에서는 카가와현 지방의 공예품을 전시하고 있다.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지만 일본의 과거 생활상을 잘 모르는지라 다른 지방과의 차이점을 알 수는 없었다. 쇼코쇼레이칸에서는 이러한 공예품을 비롯한 카가와현을 대표하는 물건들을 전시하고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물론 카가와현을 대표하는 사누키우동도 있었다.

 

 

   이렇게 하여 리츠린코엔 구경을 다 마쳤다. 나중에 보니 북동쪽은 가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중요한 곳은 다 본 셈이다. 들어올 때에는 키타몬을 이용하였지만 가능하면 다른 길로 간다는 원칙에 의거하여 히가시몬[東門]으로 빠져나왔다. 공원이 매우 넓고 두 방향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도심이 보이지 않아서 무엇보다도 좋았다. 이전에 수이젠지의 경우 사진 상으로는 정원만 나와서 좋아 보였는데 실제 갔을 때에는 배경으로 시가지의 건물들이 보여서 좀 어색하였지만 이곳은 그런 게 없었다. 규모도 크고 깨끗하게 잘 보존되어 있어서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음으로는 '타카마츠 도심이 보이는 고가에 위치한 리츠린역[栗林駅]'이 연재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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