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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번 여행기를 쓴지 벌써 1주일이 다 되어 가는군요. 밤 늦게 시간을 내어서 정리를 하고 글을 쓰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빨리 나가지는 못하는 듯 합니다. 제3편을 시작하겠습니다. 내용은 칸사이공항을 떠나서 토쿠시마 도착입니다.

 

 

 

 

 

4. 2월 11일 - 바다를 건너 또 다른 섬으로

 

No. 3 전세버스 : 칸사이공항[關西空港] 12:57→토쿠시마[德島] 센츄리플라자호텔 16:10

泉北觀光バス 소속

 

   앞의 여행기의 지도에서 알 수 있지만 우리가 칸사이공항에서 토쿠시마로 육로를 통해서 가기 위해서는 해안선을 따라서 오사까와 코베를 거친 다음 아카시대교[明石大橋]를 건너서 아와지시마[淡路島]로 가서 섬을 관통한 후 아래쪽에 시코쿠와 연결되는 나루토대교[鳴門大橋]를 건넌다. 그러면 토쿠시마에 도달할 수 있다. 실제 공항 버스도 같은 방법으로 연결하고 있다. 원래는 이 전세버스는 계획에 없었으나 공항 버스는 점심 시간에는 없고 많은 한국 사람들이 같은 시간 대에 칸사이 공항에 도착하기 때문에 편성이 되었다.

 

   답글을 올리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전세 버스가 없었을 때의 나의 계획을 잠시 언급하고자 한다. 인천공항에서 시코쿠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4개 현청 소재지 중 타카마츠[高松]과 마츠야마[松山]를 거치면 된다. 나머지 두 현청 소재지의 공항은 국제공항이 아니다. 타카마츠 공항에 내려서 버스나 JR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하지만 인천에서 타카마츠로 가는 비행기는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칸사이로 가는 것에 비하여 항공료가 싸지 않다. 몇 년 전만 하여도 토쿠시마와 칸사이공항을 연결하는 교통편은 4가지나 되었다. 첫번째는 항공으로 약 30분이 걸린다. 물론 가장 비싸다. 두번째는 쾌속정으로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물론 이것도 항공보다는 싸지만 만만치 않다. 세번째는 공항버스로 중간에 나루토와 아와지시마에서 몇 군데 정차하는데 소요 시간이 2시간 45분이다. 여러 버스회사들이 배차를 하고 있는데 자세한 것은 토쿠버스 홈페이지에서 알 수 있다. 운임은 편도 4,000엔, 왕복 6,900엔이다. 네번째는 난카이전철과 페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제일 싸지만 몇 번의 환승이 필요하다. 일단 공항에서 전철을 타고 8분 정도 가다가 미즈미사노[泉佐野]에서 와까야마 방면의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와까야마꼬[和歌山港] 행이 아닌 경우 와까야마시역에서 한 번 더 갈아탄 후 와까야마꼬역에 도착할 수 있다. 와까야마꼬역에는 2층으로 페리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구가 있다. 이를 통하여 페리를 타고 2시간을 가면 토쿠시마에 도달할 수 있다. 현재 첫번째와 두번쨰 방법은 이용할 수 없으며 나의 경우에는 조금은 힘이 들지만 여러 교통 기관을 체험할 수 있고 가격이 엄청나게 저렴한 마지막 방법을 이용하고자 하였다. 시코쿠로 들어갈 때에는 대절 버스가 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고 나중에 시코쿠 여행을 끝내고 돌아갈 때에는 이 방법을 이용한다.

 

 

   이제 본론으로 다시 되돌아가기로 한다. 버스는 우리 일행의 수와 거의 비슷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공항으로 갈 때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갔지만 항상 앞에 앉는 습관이 되어 있는 나로서는 매우 불편하였고 승차감도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교수님들이 있는 상황이라서 버스 앞쪽에 앉기는 좀 그렇고 버스 가운데 정도에 앉았다. 우리 일행들은 버스 안에서 자기 위함인지 모두 뒤쪽에 자리를 잡아서 나는 도꾜대 학생과 같이 앉아가게 되었다. 이 버스는 원래 대부분이 한국 사람이지만 공항에서의 안내 때문에 도꾜대 학생 2명과 교수님이 이곳 칸사이공항까지 미리 와서 기다렸다. 덕분에 나는 이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칸사이 공항을 출발한 버스는 바로 혼슈[本州]와 연결되는 칸사이공항대교에 들어섰다. 철길이 올라와서 도로와 나란히 진행하였다. 철길은 복선 전철이고 JR서일본과 난카이전철[南海電鐵]이 같이 이용하고 있다. 나중에 오사까로 되돌아올 때 이용하게 된다. 기차 시각이 아닌지 지나가는 열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다리에 들어서자 철길은 1층으로 내려가서 보이지 않고 도로는 2층으로 올라간다. 아래가 바다이므로 배가 지나갈수록 다리를 만들었으므로 꽤 높아서 뒤로는 공항의 모습이 보이고 앞으로는 오사까와 와까야마를 연결하는 해안선이 보인다.

 

   얼마 안 가서 다리를 다 건너고 버스는 왼쪽으로 방향을 돌려서 오사까 방향으로 간다. 이제부터는 왼쪽으로 해안선을 끼고 계속 고가로 가는 고속도로를 따라 가게 된다. 바다를 따라서 가기는 하지만 멋진 경치를 생각하지는 마시기를. 이곳은 공업 단지에다가 바다를 통하는 물류 기지인지라 공장과 창고 같은 건물들만 보인다. 녹지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와는 달리 차가 많지 않고 조금은 한산한 편인지라 버스는 제 속도를 내면서 달린다. 물론 여기서는 차가 적다고 과속으로 질주하지는 않는다.

 

   어딘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조금 힘들었다. 기차를 타고 갈 때처럼 중간중간에 통과하는 역이 있는 것도 아니고 표지판이 있기는 하나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질문이었다. 버스 앞으로 멀리 높은 산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곳은 코베의 북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산요신간선[山陽新幹線] 신코베[新神戶]역은 산 기슭 안에 있는 역으로 남쪽으로 내려가면 코베 시내이다.

 

   버스는 방향을 틀어서 서쪽으로 가면서 풍경은 바뀌었다. 바다 쪽은 여전히 공업 지대였지만 반대쪽은 주거 지역이었다. 하지만 철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JR코베선[神戶線]이 보일 것 같은 예상이 들었지만 고속도로가 고가여서 그런지 찾을 수 없었다. 바다 쪽에 있던 공업 시설이 줄어들더니 버스는 바다를 건너는 다리에 진입한다. 아와지[淡路] 섬으로 들어가는 아카시[明石]대교를 지나고 있었다. 밑으로는 푸른 바다가 보이지만 멀리 육지가 있기 때문에 바다가 아니라 강을 건너는 느낌이 들었다. 섬에 진입하자 바로 휴게소가 보이고 버스는 휴게소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20분을 쉰다고 하였다. 좁은 버스에서 1시간 가량 있어서 답답하였다. 버스 밖으로 나왔다. 버스 안의 답답한 느낌과는 달리 밖의 공기는 매우 상쾌하였다. 날씨는 좋고 따뜻하였다. 휴게소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휴게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용무를 보고 휴게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 휴게소의 건물 뒤에는 훌륭한 절경이 숨어 있었다. 조금 전에 건너온 아카시대교의 모습이 보인다(사진 16).

 

   사진을 찍고 휴게소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휴게소에는 간단한 음식과 음료 외에도 지역의 여러 특산물과 기념품을 팔고 있었는데 우리 일행 중에는 나와 한 후배를 제외하고는 일본이 초행인지라 신기한 눈으로 물건 하나하나를 신기한 듯 구경하였다. 일본 물건들은 작고 예쁘게 생겼는데 우리 여학생들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산 것은 음료수와 도넛이다. 지도교수님이 살 수 있도록 돈을 주셔서 마음의 부담이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잘 알려지다시피 일본의 물가는 우리보다 비싸서 솔직히 내 돈 내고 먹을 염두가 안 난다.

 

   다시 버스로 돌아와서 도넛은 버스에서 나누고 사온 음료수를 마셨다. 내가 고른 음료수는 '오후의 홍차'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같은 이름의 음료수가 있지만 우리와는 달리 일본에는 3종류가 있었고 나는 밀크티를 선택하였다. 마셔보니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맛이었는데 같은 것을 고른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좀 덜 달아서 마시기가 좋다고 평가하였다.

 

   원래 20분간 휴식이었는데 예상보다 늦어져서 오후 2시 50분에 버스는 휴게소를 출발하였다. 이제 섬을 관통하여 지나가게 된다. 음료수와 도넛이 있어서인지 자는 사람이 없어 버스 안은 이야기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특히 우리 일행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창 밖을 보았다. 논과 밭이 직선으로 서로 구분이 되어 있고 집이 작고 잘 정돈이 되어 있어서 감탄하였다. 사실 난 그때까지는 논과 밭의 모습을 자세히 본 적이 없어 그렇거니 하고 여겼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저번 주에 구절리역 답사를 위하여 정선에 가보니 우리의 논과 밭은 그 경계가 곡선이었다. 직선인 곳은 통로나 물길 정도였다. 이유를 나이 드신 분들에게 여쭈어보니 일본이나 대만은 농업의 기계화를 위하여 그렇게 만들었지만 한국이나 중국은 땅을 중요시해서 경계가 곡선이라 기계화가 힘들어도 한 치의 땅을 상대방에게 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하였다.

 

 

   고속도로는 휴게소 근처는 바다 절벽을 따라 가지만 이후로는 내륙으로 달렸다. 길은 산이 있으면 깎아 버리고 낮은 곳은 고가로 하여서 평탄하게 잘 만들어 놓았다. 창 밖으로는 멀리까지 낮은 산지가 보이고 시골 지역이라서 그런지 인가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조금은 오래 달려서 갑자기 버스는 다리를 건넌다. 아래로는 바다가 있다. 소용돌이를 볼 수 있는 잘 알려진 나루토[鳴門]대교이다. 내가 앉은 방향은 반대쪽으로 가는 도로가 보이기 때문에 일어서서 왼쪽 창문을 보았다. 지금이 밀물인지 썰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잔잔하지만 군데군데 소용돌이가 작게 보였다. 이런 자연 현상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서 배가 가라앉을 정도를 사람이 많이 탄 유람선이 바다 위에 떠 있었다. 이 다리는 길지 않아서 소용돌이를 제대로 볼 여유도 없이 바로 시코쿠에 도달하였다.

 

   시코쿠에 들어서니 타카마츠[高松] 방면으로 가는 길과 갈라졌다. 고속도로도 끝이 나서 요금소를 통과하였다. 이제 일반 국도를 통하여 간다. 약 20분 쯤 가니 토쿠시마 시내가 나타난다. 역시 지방이라 서울과는 달리 무언가 여유있는 모습이다. 뒤에서는 일본의 거리를 처음보는 후배들의 감탄사가 나온다. 가끔씩 간판에 적힌 글자를 읽어달라고 하여서 읽어 주고 설명을 해 주었다.

 

   나는 이제 미리 인쇄해온 숙소의 약도를 보고 버스가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 찾아보았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주변을 돌아보기 위하여 학회가 열리는 토쿠시마 분리대학[德島文理大學](이하 분리대학이라고 하겠다)과 숙소인 센츄리프라자호텔 주위의 지도를 찾아 종이 한 장에 인쇄해 두었다. 얼마 안 가자 버스의 위치는 지도 상에 있었다. 10분 쯤 더 갔을까? 좀 이상하였다. 숙소를 넘어서 달리는 듯 하였다. 옆에 앉은 일본 학생에게 지도를 보여 주고 지나간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그는 운전사에게 가서 되돌아가자고 하여 유턴을 하여 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아마 버스에 있는 모든 사람이 토쿠시마에 처음 온 듯 하였다. 호텔 주차장에 버스가 진입하자 그는 지도를 돌려주면서 나에게 고맙다고 하였다. 버스 내에는 일본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인 내가 가져온 지도로 길을 찾는 아이러니한 사건이 일어난 셈이다.

 

   버스에서는 창 밖의 경치 구경도 하였지만 옆 자리에 앉은 도꾜대 학생과도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영어로. 몇 가지만 나열하자면 일본의 경우 교통비가 매우 비싸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을 가기는 쉽지가 않단다. 신간선의 경우는 학회 참석 같은 공적인 경우 이외에 개인적인 일로 이용하기는 어려워서 청춘 18 같은 표를 많이 쓴단다. 그는 홋카이도[北海道]가 매우 경치가 뛰어난 여행지였다고 경험을 이야기 해 주었다. 특히 나를 보고 많이 놀랐는데 큰 사이즈인 JR시각표를 가지고 있고 게다가 이번 2월호여서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이 여행기 처음에 언급한 나의 여행 메모지를 보고 보름 전에 여행한 혼슈[本州] 지역의 열차의 운행 시각과 역에서 찍은 스탬프들을 보고 감탄하였다. 그는 자신이 일본인이지만 이번에 시코쿠 지역은 처음이라고 하였다. 나중에 학회 마지막에는 다른 사람이 그에게 어떤 곳에 가는 방법을 물어보면 차라리 내가 더 잘 알 거라고 농담을 하였다.

 

   버스에서 내려서 호텔 로비로 들어갔다. 내 이름을 확인하고 체크인 하였다. 다들 짐이 있으므로 방에 짐을 두고 4시 40분에 로비에서 다시 만나서 학회가 열리는 학교에 같이 가기로 하였다. 저번 학회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두 싱글룸으로 배정받았다. 국내에서 학회에 가면 3~4명씩 한 방에 들어가다가 여기서는 혼자 쓰게 되어서 후배들은 매우 좋아하였다.

 

 

   나의 방은 8층이었다. 방에 들어가니 잘 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묵은 호텔 중에서는 최고인 듯 하였다. 사실 개인적으로 여행할 때에는 숙박비 문제 때문에 싼 곳에 머물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는 학회이니 상황이 다르다. 방의 크기도 싱글룸이지만 다른 곳보다는 조금 넓고 여유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큰 창문을 통하여 시내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내 방의 위치상 동쪽을 볼 수 있는데 사진 23에서 볼 수 있듯이 오른쪽으로는 학회가 열리는 분리대학이 있고 학교 앞으로는 도로와 하천이 있는데 하천에는 조그마한 보트가 정박하고 있다. 왼쪽으로는 평범한 주택가의 모습이 보이고 멀리 산이 보인다. 참고로 우리가 숙박한 호텔에 관해서는 여기에서 간단한 설명을 볼 수 있다.

 

   짐을 정리하고 만나기로 한 시각에 맞추어서 로비로 내려갔다. 일행이 한두명씩 내려와서 모두 모이자 걸어서 학교로 향하였다. 학회가 열리는 분리대학 측에서 학생들이 나와 우리를 안내하였다. 방에서 보았듯이 학교로 가기 위해서는 하천을 건너서 길을 따라 가면 된다. 일본의 여느 소도시와 같이 도로에는 소형차들이 많고 길은 쓰레기가 거의 없고 깨끗하여 후배들이 신기해하고 감탄하였다. 학교 건물은 벽에 타일이 붙어 있어서 색이 예쁘고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 길바닥도 빨간 계통의 여러 종류의 블록을 깔아 놓았고 이것들은 저녁 햇빛에 반사되고 있었다. 회색이 주인 학교에서 생활하는 나로서는 별세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은 학생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학교 내도 조용하였다. 나중에 알아보니 오늘은 일본의 공휴일인 건국기념일이란다. 하긴 공휴일 늦은 오후인데 학교에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다음 편인 '토쿠시마에서의 첫 밤'이 계속 올릴 예정입니다.  이제부터는 학회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이해가 어려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만 중간중간에 학교 구경 등의 이벤트가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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