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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제6편 시작합니다.

 

 

 

 

  

7. 2월 12일 - 중국음식점에서의 점심과 학회 발표

 

   점심을 먹기 위하여 학교 바로 앞에 있는 중국 음식점으로 향하였다. 음식점은 주차장까지 갖추고 있는 1층 건물이고 안에는 손님들이 많이 있었다. 한쪽에는 우리 학회에 참석한 분들도 계셨다. 학생의 안내에 따라서 음식점에 앉아서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들은 그림과 숫자로 된 가격 외에는 무언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중국음식점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메뉴와 많이 다르다. 가격은 우리나라보다는 비싼 편이지만 괜찮았고 그림으로 보아서는 우리 입맛에도 잘 맞을 것 같았다. 그림만 보아서는 무엇이 맛이 있는지 알 수 없어서 우리는 일본 학생이 권해주는 대로 주문하였다.

 

   사진 45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밥에 제육볶음과 비슷한 고기 요리, 뒤로는 단무지와 비슷한 반찬과 교자만두 몇 개 그리고 국이 있었다. 좀 기름지고 느끼하기는 하였고 오랜만에 먹어보는 밥인지라 맛있게 금방 먹어 치웠다. 식당 내에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아마도 우리처럼 대학 바로 앞에 있는 점심을 해결하는 그런 식당이 아닐까 여겨졌다.

 

 

   점심을 먹고 나서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먼저 식사를 한 일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념촬영이 있었다고 하였다. 만일 여기가 우리나라였으면 휴대폰으로 바로 전화해서 빨리 와서 같이 찍자고 하였겠지만 일본인지라 연락할 방도가 없다보니 그냥 있는 사람들끼리 찍은 모양이었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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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 식사 후에는 간단하게 학교 구경을 하게 되어 있었다. 먼저 간 곳은 음악당이었다. 이 학교는 문리대학이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예술에 관련되는 과들도 있었다. 건물 밖에서는 다른 건물과 어떤 차이도 없었지만 들어서자 말자 엄청난 높이를 가진 구리빛 관이 여러개 있었다(사진 49). 이것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오르간의 일부로서 이 관에서 소리가 나온다. 실제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었고 그 소리는 정말 크고 맑았다.

 

   건물 안에는 공연장이 있었다. 꽤 규모가 커서 3층까지 객석이 있었고 무대는 원형으로 되어 있었다. 우리가 처음 들어갔을 때에는 비어 있었는데 조금 있으니 선생님의 인솔하에 소학교 학생들이 들어왔다. 우리를 위해 공연하려는 목적은 아니고 연습을 하기 위해서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정렬시키고 피아노에 앉아서 연주를 하기 시작하였고 학생들은 거기에 맞추어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당연히 일본어니깐 가사의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리듬은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듯 하였지만 어떤 곡인지는 모르겠다. 소학교 학생들이지만 1~3학년 정도 되어 보였다. 역시 일본인지라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하의는 겨울인 2월이지만 반바지였다. 그러나 시코쿠의 경우에는 내륙 산지를 제외하고는 겨울에는 온화한 기후를 보이고 눈도 거의 오지 않는다. 제주도보다도 따뜻하고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학생들의 노래는 공연장의 에코 때문에 울려서 매우 선명하게 들렸다. 학생들의 자세가 매우 재미있었는데 몸을 차렷 자세로 바로 서 있는 경우는 드물었고 대부분은 귀찮은지 손으로 여기저기 긁고 하품을 하는 등 여러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게 우리에게는 매우 귀엽고 천진난만하게 느껴졌다.

 

 

   학생들의 노래를 더 듣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나와서 다음 건물인 도서관으로 향하였다. 도서관은 대학의 중앙에 위치한 건물에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학생증을 바코드로 통과시켜야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었고 도서의 도난을 방지하고자 하는 시설도 있었다. 입장하면 양 옆에는 컴퓨터가 있어 필요한 책을 검색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단지 다른 점은 바닥에 붉은 색의 카페트가 깔려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도 관악캠퍼스 중앙도서관 일부를 제외하고는 카페트가 없는데 이곳은 전부 붉은 카페트가 깔려있었다. 이 대학 교수님이 설명하시길 만들때 미국의 스탠포드(Stanford) 대학을 모델로 하였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하여 붉은 카페트를 깔아 놓았다고 하였다. 내 생각으로는 카페트 덕분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두 소리가 들리지 않으므로 면학 분위기를 지키는데 좋을 것으로 여겨진다.

 

   도서관 2층에는 서고가 있어 분야별로 책을 정리하여 놓았다. 우리나라 도서관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단지 적어놓은 게 한글이 아닌 한자 투성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단백질이라는 항목은 우리는 단지 한글로 ‘단백질’이라 적혀 있고 영어로 ‘Protein’이라고 병기되어 있을 뿐인데 이곳은 한자로 ‘蛋白質’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는 요즘에는 한글만 알면 한자를 잘 몰라도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일본 사람들은 히라가나와 가다가나 이외에 수많은 한자와 그들의 발음을 익히려면 힘이 들지 않을까? 게다가 전공 분야의 경우에는 영어 공부까지 하여야 하는 실상이고 보면 그들의 언어 학습은 쉽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 대학생들도 도서관에서 여러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숙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사진을 찍지는 못하였다. 열심히 문제집을 풀고 있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책을 찾고 있는 학생, 책상에 엎드려서 정신없이 자다가 우리 일행이 지나가는 소리에 일어나서 멍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학생 등등 다양하였다.

 

   다시 학회장으로 돌아왔다. 오후 세션이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우리 일행을 긴장시키는 일정이 있다. 포스터 발표가 오후 세션 후반부에 있다. 단순히 포스터 앞에서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심포지엄과 마찬가지로 학회장에서 파워포인트로 만든 내용을 설명하게 된다. 하지만 질문은 받지 않고 시간은 4분으로 제한되어 있고 이를 넘기면 우수상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우리말이 아니라 영어로 하여야 하고 게다가 대가급인 교수님들이 들으시기 때문에 엄청난 부담이다. 포스터 발표 앞에 심포지엄 발표가 3개가 있지만 사실 집중이 안 되었다. 미리 준비해 둔 포스터 발표 대사를 가끔씩 보았다.

 

   시간은 금방 가서 포스터 발표 시간이 되었다. 포스터 발표에는 우수상을 2명 뽑는다. 한국측과 일본측에서 각각 1명씩 선발하고 부상으로 애플 컴퓨터에서 나온 아이포드(iPod)를 준다. 특이한 점은 학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투표를 하는데 한국인은 포스터를 발표한 일본 사람 중 한 명을 반대로 일본인은 한국 사람 중 한 명을 비밀투표한다. 난 개인적으로 현금, 즉 엔화면 좋겠다고 생각하였으나 상품이었다.

 

   한명 한명 발표가 시작되었고 내 차례가 다가갈수록 더욱더 긴장되었다. 이렇게 긴장된 적은 최근에는 없었다. 물론 일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우리보다 영어에 약하지 않은가?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긴장되어 연단으로 나갔다. 보통은 간단한 영어 대화는 문제없이 하였지만 연단에 서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대사를 보고 그대로 읽었다. 처음에는 관심을 끌기 위하여 슬라이드 사진 첫장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기차 사진을 넣었지만 생각보다는 반응이 좋지는 않은 듯 하였다. 물론 학회 끝에는 이게 일본인들에게 나에 대한 이미지를 굳히는데 좋은 역할을 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길면 첫장 기차에 관한 설명을 길게 할 수 있겠지만 4분을 넘기면 안 되므로 간단하게 이야기 하였다.

 

My name is Ji-woong Choi. I am in S University. My hobby is researching railroad, so in the first page, you can see trains that are operated in Korea and Japan, around Tokushima area. This train is KTX, Korean Shinkansen. It will be operated in this April. This is local train around Seoul. And These are operated in Tokushima area. Its nick name is Uzushio and its name is Tsurugisan, the second highest mountain in Shikoku.

 

   발표가 끝나자 긴장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하여 밖으로 나왔다. 나보다 먼저 발표한 도꾜대 학생 2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들도 발표를 하는게 매우 긴장되었다고 말하였다. 포스터 발표장에 가서 음료수를 마시어서 긴장을 가라앉힌 후에 다시 학회장으로 들어갔다.

 

   포스터 발표가 끝난 후에는 간단히 커피 브레이크(coffee break)를 겸한 포스터를 보는 시간이 있다. 나의 발표를 보고 몇몇 교수님이 나에게 자세히 물어보셨다. 역시 교수님들인지라 발표와 포스터를 보고 어느 정도 진행된 일인지를 쉽게 판별하셨다.

 

   남은 심포지엄이 있었지만 이제는 긴장이 풀렸다. 이 틈을 타서 같이 온 여학생들은 호텔 앞에 있는 100엔샵에 갔다. 이들은 학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타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이때 아니면 다른 곳을 구경할 여유가 없는 셈이다. 나는 일단 학회만 끝나면 시코쿠를 기차 타고 돌 것이므로 굳이 벌써 학회를 듣지 않고 딴 곳에 갈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나의 일정상 나루토에 갈 때가 없는데 남은 심포지엄 시간은 너무 짧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학회를 듣는 동안 저녁 시간이 되었다. 오늘 저녁은 학교 밖의 음식점에서 하는데 어딘지 모르는 우리는 일행을 따라서 길을 나섰다.

 

 

 

 

 

   다음 편으로 "샤브샤브를 먹은 저녁"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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