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제 일본에 간 첫 날이 여기서 마무리됩니다.

 

 

 

 

 

5. 2월 11일 - 토쿠시마에서의 첫날 밤

 

   학회가 열리는 건물은 1층은 포스터 전시실에다가 간단한 다과와 음료수가 마련되어 있다. 2~3층은 강당으로 심포지움(symposium)을 포함한 발표는 이곳에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노트북 컴퓨터와 빔 프로젝터 같은 시설이 잘 준비되어 있다. 물론 이곳은 일본이므로 컴퓨터는 일본어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전에 이런 점을 염두하고 준비하여야 한다.

 

 

   먼저 1층으로 들어가서 이름표를 받고 학회 초록집을 받았다. 학회 초록집의 표지는 그림 26에 나와있다. 그리고 내일 포스터 발표 때 사용할 슬라이드 내용이 담긴 CD를 주었다. 이곳에는 포스터를 붙일 수 있도록 하얀 벽기둥을 만들어 두었다. 이 학교 출신인 사람들은 이미 포스터를 붙여놓았다. 한쪽으로는 포스터를 붙일 수 있도록 각종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압정, 가위, 테이프 등이 있었다. 특히 공항에서 가위를 잃어버린 나로서는 가위가 눈에 바로 들어왔다.

 

   학회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간단한 음료수와 과자를 들고 강당으로 올라갔다.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얼마나 이해하실지는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학회는 사회를 하고 발표자를 소개하는 등의 진행을 맡는 역할을 하는 좌장이 있고 실제 발표를 하는 발표자가 있다. 물론 좌장은 교수들이 맡는다. 나 같은 학생들의 경우에는 앉아서 열심히 듣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질문을 하는 정도의 역할이 있다.

 

   오늘은 학회의 첫날인지라 중요 강연(Keynote Lecture)만 두 번 있고 그 뒤로는 저녁 식사가 계획되어 있다. 발표 시간이 거의 50분이 되는 조금 긴 발표이다. 한일 학회이므로 하나는 일본 쪽에서 다른 하나는 우리 쪽에서 맡는다.

 

   여기는 일본이지만 학회 내에서는 순전히 영어로 발표를 한다. 물론 질문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나중에 보니 일본 쪽에서 우리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겨우 1명, 반대로 우리 쪽에서 일본말을 할 수 있는 사람도 겨우 1명이었다. 그러다 보니 서로 힘들지만 영어가 유일한 의사 소통 수단이다.

 

 

   학회가 시작되자 알아듣기 힘든 일본식 영어가 들리고 피로가 몰려와서 처음 강연은 거의 졸다가 끝났다. 두 번째 강연의 경우 나의 지도교수가 하는 것이라 정신을 차리고 들었다. 나의 지도교수는 박상철(朴相哲) 교수님으로 언론매체에도 노화에 관한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는 분이다. 이번에 여러 실험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가설을 만드셔서 발표하셨다. 교수님은 고향이 광주여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억양이 담긴 영어로 어렵지 않게 발표를 하셨다. 이번에 처음으로 영어로 발표해야 하는 나에게는 부럽기만 하다. 언제쯤이면 저 정도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오늘 발표가 모두 끝나고 우리는 저녁 식사를 하는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벌써 밖은 어두워져 깜깜하였다. 주최측을 따라서 가니 1층에만 불이 켜진 2층 건물로 갔다. 학교 식당이라기에는 좀 작은 크기였다. 그러나 평소에는 학생들의 식당으로 쓰는지 주방 앞에는 여러 요리와 가격이 적혀 있었다. 오늘은 특별히 학회를 위하여 이곳을 임대하였으므로 조금은 간소하지만 여러 다양한 요리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다. 가져가서 먹으면 모양이 깨져서 곤란할 정도로 예쁘게 되어 있었다.

 

   배는 고프지만 바로 먹는 건 당연히 아니다. 이 학회를 대표하는 분들의 인사말과 토쿠시마 분리 대학장과 약학대학장의 인사말을 먼저 들었다. 그리고 모두 잔에 맥주를 채워서 건배를 한 후 교수님들부터 그릇을 들고 먹을 음식을 담기 시작하였다. 이곳은 원래 탁자와 의자가 있기는 하지만 오늘 행사를 위하여 한쪽 구석으로 치워졌고 게다가 교수님들이 서서 드시고 계셔서 우리만 앉아서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2번 정도 가서 음식을 먹었지만 서서 먹는 불편함 때문에 많이 먹지는 못하였다. 행사가 파할 무렵 이 학회를 주관하는 토쿠시마 분리 대학 학생들이 남은 음식과 음료수를 싸 줄테니 가져가란다. 나는 배는 불렀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비싸서 마음껏 먹을 수 없는 과일과 오렌지쥬스 비슷한 음료수 1.5L를 챙겨서 호텔로 가지고 갔다.

 

   우리 일행은 함께 호텔로 돌아왔다. 일단 한 후배의 방에 갔다. 오늘 밤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기 위해서이다. 몇몇 후배가 유카다(일본 잠옷)를 입어보고 매우 신기해하고 기념 사진을 찍기도 하였으나 한 명을 제외하고는 내일 포스터 발표를 하여야 하므로 많은 부담이 있고 싱글룸인 방 안에 많은 사람이 들어가 있다보니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좁고 불편하여 오늘은 모두 일찍 각자의 방에 들어가 자고 내일 아침에 한 후배가 모닝 콜을 하여 모두 깨우기로 하였다.

 

 

   방에 돌아와서는 대충 정리하고 몇몇 옷은 빨아서 말려놓았다. 학회 후의 일정을 점검하였는데 토쿠시마에서 가까운 나루토[鳴門]에 갈 시간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적당한 시간 대가 없다. 학회 일정이 너무나 빡빡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탈 열차 시각을 점검하고 미진한 사항을 펜으로 적어서 추가하였다. 출발하기 전까지 제대로 잔 적이 없어서인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으로 제5편인 "토쿠시마의 아침"이 계속 연재될 예정입니다.

   여행기 제목 목록 보기

 

free counters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