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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번에는 제2편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가 연재됩니다. 이거 일본철도연구회에서 비행기라니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만.......

 

 

 

 

 

3. 2월 11일 -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비행기 안은 절반 정도 좌석이 채워져 있었다. 들어가면 먼저 1등석(first class)이 있다. 좌석이 매우 넓고 편안해 보였지만 그림의 떡이다. 그 뒤로 바로 일반석(economy class)이다. 일반식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내 좌석은 이 일반석 중에서도 뒷부분에서 2번째 줄이었다. 좌석 배정할 때 들은대로 좌석 옆으로는 창문이 있기는 하지만 비상시에는 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놓았다. 또한 문의 크기에 맞추기 위함인지 다른 좌석보다는 의자 사이의 간격이 넓었다. 그러나 좋은 건 아니다. 앞의 의자 등쪽에서 받침대를 내리니 너무 거리가 멀다. 이거 기내식 먹으려면 허리를 굽혀서 몸을 앞으로 내밀어서 먹어야 할 판이니.

 

   지금 그보다도 일행을 찾아야 한다. 내 포스터의 행방이 궁금하다. 비행기 안을 찾아보았으나 이번 학회에 참석하시는 교수님들의 모습은 보이는데 후배들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비행기에 들어온지 5분쯤 되어서야 이들이 비행기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물어보니 우리가 만든 포스터는 종이 상자 통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화물로 보내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고 하여 모두 모아서 플라스틱으로 된 통 안에 넣었고 내가 무언가 바쁜 것 같아서 자기들끼리 간식을 먹고 늦게 탔다고 하였다. 가장 중요한 포스터의 행방을 알았으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의 것과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나중에 이건 후배들과 같이 서울로 보낼 수 있으므로 여행을 할 때 들고 다닐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사실 초반 계획을 짤 때 전지 크기인 포스터 처리가 고민이었다. 통에 넣어서 운반을 하지만 그래도 높이가 1m 가까이 되고 적당히 잡을 데도 없고 그냥 버리고 가자니 만드는데 든 비용과 수고를 생각하면 너무 아깝고...... 이제는 해결되었으니 학회만 끝나면 걱정없이 바로 출발하면 된다.

 

 

   No. 2 항공편 : 인천 10:00→칸사이[関西] 11:37

   편명 : 아시아나 항공 OZ112, 거리 : 825 km, 기종 : B767-300

 

 

   이 비행기의 일반실은 통로가 2개이므로 3열로 좌석이 배치되어 있다. 내가 앉은 곳은 비상 통로가 있는 곳이어서 인지는 몰라도 창쪽 열에만 좌석이 2개씩 있고 가운데 열에는 좌석은 없고 대신에 승무원들의 작업 공간이 있다. 작업 공간이라고 해 보았자 커피를 끓이고 기내식을 준비한다. 또한 뒤로는 의자가 있어서 비행기가 이착륙시에 앉아 있을 수 있다.

 

   10시 정각이 되자 비행기는 승강구를 닫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조금 가다가 비행기의 조명이 약해지고 각종 기계의 소음이 커지면서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온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주의할 사항에 관해서이다. 다시 비행기는 움직이고 안내 방송이 다시 나온다. 인천공항을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많아서 이륙이 15분 정도 지연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전에 김포공항을 통하여 출국할 때에나 나리따[成田] 공항을 통하여 되돌아올 때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었다. 거의 30~60분을 이륙을 위하여 기다렸으니깐. 창문을 통하여 이륙을 기다리면서 줄을 서 있는 비행기들의 모습이 보인다.

 

   10시 20분이 되자 엔진의 소리를 높이고 급히 속도를 높이더니 비행기는 하늘을 향하여 날아올랐다. 갑자기 고도를 높이니 머리가 아프고 속이 약간 더부룩하였다. 하지만 곧 비행기가 어느 정도 올라가니 괜찮았다.

 

    내 좌석에서 통로 건너는 승무원들의 작업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승무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항공사 스튜어디스하면 많은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업이고 받는 급료도 꽤 많다고 알려져있다. 외부에서는 좋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비행기 안에서의 이들은 매우 힘들어 보였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에는 작업 공간에 있는 간이 의자를 내려서 안전 벨트를 매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간이 의자는 높이가 낮아서 이들은 불편한 자세로 앉아있어야 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안전벨트를 풀고 의자를 접고 앞치마를 입고 바로 커피를 끓이고 기내식 준비를 해야 한다. 더구나 오사카까지의 비행시간은 1시간이 조금 넘는 정도로 매우 짧기 때문에 서둘러야 할 것이다.

 

    바로 기내식이 나왔다. 기내식은 사진(사진 6)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햄과 치즈가 들어있는 샌드위치와 야채 샐러드, 그리고 사과를 비롯한 과일이었다. 또한 음료수로 오렌지쥬스가 있었고 나중에는 커피도 주었다. 단거리를 오가는 걸 감안하면 지난 번에 탄 유나이티드 항공사에 비하면 매우 푸짐하고 맛있었다.

 

    순식간에 모두 먹어치우고 이제 창 밖을 보았다. 아직 모니터에 표시되기로는 우리나라를 벗어나지 못한 듯 하였다. 그러나 밖을 보기는 힘들었다. 아래로는 구름이 끼어서 땅은 보이지 않았고 그보다 더 큰 장애는 비상 통로에 있는 자리여서 밖은 바로 날개였다. 태양빛이 날개에 반사되어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눈이 부셔서 창을 통하여 밖을 보기는 커녕 빛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가려 놓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찍는 건 불가능하여 같이 올린 사진은 후배가 찍은 것이다. 내가 앉은 자리는 비행기 진행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결국 남쪽이 보이므로 당연히 햇빛이 반사되기 쉬우나 후배들은 반대인 북쪽으므로 전혀 그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출발한지 한 시간쯤 되었을까? 다시 창문의 빛 가리개를 걷었다. 이번에는 조금 밖을 볼 수 있었다. 구름도 적고 느낌으로는 일본 땅 같았다. 비행기는 서서히 고도를 낮추고 있었다. 혼슈가 가까이 보였다. 앞쪽이 오사까[大阪] 방향인 듯 하고 뒤쪽이 와까야마[和歌山] 방향 같았다. 비행기는 바다 수면 위를 사뿐히 떠서 가는 듯 하더니 육지가 나타났고 바퀴가 땅에 닿는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착륙하였다. 칸사이 공항에 도착한 것이다. 창 밖으로는 말로만 듣던 인공 섬인 칸사이 공항과 혼슈[本州]를 연결하는 관공대교[関空大橋]의 모습도 보인다.

 

    비행기는 급격히 속도를 줄이고 공항 건물을 향하였다. 성질 급한 한국 사람들은 벌써부터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창측 좌석인 나는 움직이기에 불편하여 조금 기다렸다. 11시 37분에 비행기는 공항 건물에 접안하고 내리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짐을 챙기고 비행기를 나왔다. 보름만에 다시 일본 땅을 밟게 되었다.

 

    짐을 챙기고 비행기를 나왔다. 빠른 걸음으로 출국 심사장을 향하여 걸었다. 그런데 길은 막히고 문 앞에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기다리며 줄을 서서 있다. 이 공항은 규모가 크다보니 모노레일을 통하여 연결하여 주고 있었다. 적혀있기로는 3분 간격으로 운행된다고 나와있었다. 조금 있다가 모노레일이 도착하였고 승차하였다. 나중에 보니 이 모노레일은 무인 운전이고 바닥이 고무 타이어로 되어 있다. 또한 3량 편성인데 1량은 출국 승객용이고 나머지 2량은 입국 승객용이다. 물론 입국 승객과 출국 승객이 섞이면 곤란하므로 연결하는 문은 잠겨있다. 얼마가지 않아서 모노레일은 멈추고 사람들은 모두 내려서 심사장으로 향하였다.

 

 

   입국 심사장은 모든 나라가 그렇지만 일본인과 외국인을 구분하여 놓았다. 그런데 오전 시간대라서 그런지 일본인 쪽은 줄이 아주 짧았지만 외국인 쪽은 매우 길었다. 줄이 이리저리 꼬여서 한 100명 가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리, 심사를 빨리 받기 위하여 국적을 바꿀 수도 없고 그냥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단지 직원들이 일본인 쪽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며 한 명씩 보내서 줄이 빨리 짧아지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여기서는 교수님들도 별 수 없었다. 여기가 학교라면 "교수님 먼저 가시죠"하고 양보했겠지만 입국심사장에는 일반인들과 다른 나라 사람들도 있는 상황이었으니 그냥 줄서서 기다리실 수 밖에. 그래도 우리들은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반면에 교수님들은 한 손에는 짐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논문을 들고 있어서 역시 교수님들의 학문적인 열정은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40분을 기다려서야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나의 경우에는 지난 번에 받은 비자가 1년간 복수라서 유효하므로 구여권과 이번에 새로 만든 여권을 둘다 가져왔다. 심사관에서 두 여권과 입국 신고서를 주면서 비자는 따로 있다고 말해주었다. 심사관은 질문 없이 비자만 확인하고 바로 입국 스티커(일본은 입국시 도장이 아니라 스티커를 붙여주는 것으로 바뀌었다)를 붙여주고 여행 잘 하라고 하였다. 이때가 12시 37분. 줄 서서 기다린다고 거의 1시간을 허비하였다.

 

   이제 짐 찾을 차례. 그러나 가위는 조그만 종이 상자에 들어있어서 찾을 수 없었다. 세관 검사를 할 것은 없으므로 그냥 빠져나왔다. 먼저 나오신 교수님과 일본 측에서 나온 몇몇 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모두 나올 때까지 기다릴 모양이었다. 나는 가위를 찾기 위하여 공항에 화물과 관련된 곳을 찾아다녔다. 일본 공항이라서 그런지 아시아나 관련 카운터는 보이지 않았고 다시 세관 검사장에 들어가 보았으나 큰 짐만이 보이고 거기서 일일이 찾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후배들과 교수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할 수 없이 포기해야 했다. 가방 통째로 짐으로 보낼 걸 하는 생각도 하였지만 이미 지나간 일인데. 가위는 우리나라보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일본에서 사서 남은 작업을 할 수 있겠지.

 

 

   학회가 열리는 곳은 오사까가 아니라 시코쿠에 있는 토쿠시마라는 곳이다. 토쿠시마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지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겠지만 이곳 칸사이공항에서 직선 거리는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바다를 건너야 하고 전에는 운행하였다지만 지금은 칸사이공항과 토쿠시마 사이에는 배가 다니지 않으므로 육지를 따라서 한 바퀴 돌아야 한다. 다행히 학회 측에서 버스를 한 대 빌려서 이걸 타고 가면 된다. 우리에게는 이렇게 가면 최소 2,500엔이 들어가는 교통비를 줄일 수 있으니 참으로 좋았다.

 

   공항 바로 앞에 버스가 하나 대기하고 있었다. 관광버스로 약 20명이 탈 수 있는 정도의 작은 크기였다. 나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짐을 많이 들고 있어서 자리는 사람들이 앉고 가운데 통로는 짐이 차지하였다. 12시 57분에 버스는 칸사이공항을 출발하여 토쿠시마로 가는 2시간이 넘는 여정을 시작하였다.

 

 

 

 

 

   다음 편으로 "바다를 건너 또 다른 섬으로"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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