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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기 제5편이 이어집니다. 드디어 두번째 날이 되었습니다. 오전에 아침에서부터 점심을 먹기 전까지 이야기입니다. 

 

 

 

 

 

6. 2월 12일 - 토쿠시마의 아침

 

   난방을 너무 세게 틀어서일까? 새벽에 더워서 잠에서 깼다. 사실 난 일본에서 숙박할 때 난방을 최대로 틀어놓는다. 보통 전날 간단히 빨래를 해서 말려놓는데, 이게 아침까지 마르지 않을 경우 나중에 냄새가 나고 입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 갈 때는 옷을 많이 가져가기도 하였으나 모두 짐이고 무겁고 부피만 많이 차지하므로 최근에는 최소한의 옷만 챙겨서 간다. 물론 가져가는 옷들은 금방 마르는 소재로 되어 있는 것들이다.

 

   자다가 깨어나니 아직 밖은 어두웠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더 자려고 하였으나 잠은 오지 않고 배가 고팠다. 어제 먹은 저녁의 양이 적은 모양이다. 지금 나가서 무언가 사먹기는 좀 그렇고 다행히도 남은 과일을 챙겨온 것이 생각났다. 냉장고에서 꺼내서 금방 먹어치웠다. 음료수도 많아 보였는데 몇 번 먹고 나니 남지 않았다. 어제 정리하지 못한 시각표를 모두 정리하였다. 이제는 잘라서 붙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호텔방 내에는 가위 대용으로 쓸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어제 학회장에 가위가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아침에 포스터 붙일 때 이걸 빌려서 쓰기로 결심하였다.

 

   씻고 나니 아침 7시 30분이 넘었다. 아침을 먹을 시간이다. 평소 때 같으면 이 시각대는 정신없이 자고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럴 여유가 없다. 학회는 아침 8시 30분부터 시작하고 그 전에 포스터를 붙여놓아야 한다.

 

 

   우리 일행은 1층으로 내려가서 식당으로 향하였다. 식당은 그룹 별로 앉을 수 있도록 꾸며놓았고 식당 내에서는 그룹끼리는 보이지 않도록 벽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앉아서는 토쿠시마 거리의 모습이 보인다. 이미 많은 분들이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고 계셨다. 우리는 가장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왔다. 호텔 숙박 시에 아침 식사가 이미 포함되어 있고 식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특별한 요구 사항은 없었다. 단지 음료수를 무엇으로 할지를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의사 소통이 힘들었지만 차츰 적응되었다. 나는 오렌지주스를 선택하였다. 우리 일행은 커피와 오렌지주스 중 하나를 택하였다. 음료수는 금방 나왔으나 식사는 주문이 밀려서인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기다리는 도중에 우리 일행을 본 지도교수님은 우리가 뭉쳐서 다닌다고 꾸짖으시고 여기 놀러온 것이 아니므로 일본 학생들을 잘 사귀어 놓으라는 당부 말씀을 하셨다. 한 30분쯤 기다려서야 식사가 나왔다. 간단한 일본식 양식(사진 37)이다. 토스트로 구워진 엄청 두꺼운 식빵 한 조각에 야채 사라다, 삶은 계란, 바나나를 비롯한 과일이다. 식빵에 발라먹을 수 있도록 쨈과 버터가 같이 나온다. 간단하게 먹기는 좋지만 양이 많지 않은게 흠이었다. 여학생들에게는 적당한 양이었으나 나같이 많이 먹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허전한 감이 있었다.

 

  

   이제 포스터를 챙기고 학회가 열리는 토쿠시마 분리 대학으로 향하였다. 오늘은 평일인지라 도로는 학교와 직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호텔 앞 국도도 승용차들이 많아서 교통 체증이 있지만 우리나라만큼의 상황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몇 가지를 나열하자면, 첫째로 자전거를 이용하여 출근이나 등교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여학생들이 특히 신기하게 보았다. 둘쨰로 차는 있지만 대부분 소형차들이다. 휴대폰은 우리와는 반대로 큰 것을 선호하지만 차는 작고 예쁘장하게 생긴 것들이 많았다. 셋째는 잘 알려지다시피 도로가 너무 깨끗해서 함부로 침도 뱉을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이곳이 학교 주변인지는 몰라도 아담하게 지은 가게들이 많았다. 그 안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하였다.

 

   어제는 공휴일이라서 학교 정문만 열려 있어서 돌아서 들어갔지만 오늘은 평일이기 때문에 골목 사이에 있는 문으로 학교로 들어갔다. 일본의 학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무엇이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를 생각하여 보면 일단 경비실이 있고 더 들어가면 길이 갈라져서 해당되는 건물로 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곳은 많이 다르다. 골목 사이로 있는 학교 출입구를 통과하면 경비실이 나오는 것은 같지만 더 들어가면 우리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자전거 주차장이 나타난다. 자전거 주차장은 몇 구역으로 나누어 놓았다. 우리나라는 학교에 학생용 주차장이 있고 교직원용 주차장이 있듯이 이곳 자전거 주차장도 그렇게 구분지어 놓았다. 우리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고 실제 학회를 참석한 일본측 학생 중에도 자전거를 이용하여 등하교하는 경우를 보았다.

 

   사실 참으로 부러웠다. 나의 경우도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겨우 10분이 안 걸리지만 그것도 귀찮아서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내가 일하는 건물은 2000년에 새로 지어졌다. 건물 앞뒤로 자동차를 위한 주차장은 잘 되어 있지만 자전거는 정해진 주차장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건물 출입구 앞에 주차하였는데 몇 달 전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건물 뒤쪽 출입문 앞에 주차하도록 바뀌었다. 자동차와는 달리 주차료를 내지 않아서인지 찬밥 신세이다. 우리나라와 정서가 틀려서인지 아니면 우리의 교통비가 훨씬 저렴해서인지 아직 우리는 자전거는 이동 수단이라기보다는 레저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자전거 주차장을 지나가니 바로 학회장이다. 1층에 들어가서 포스터를 붙였다. 그림 44가 내가 발표한 포스터이다. 실물의 크기는 전지 정도이다. 전에는 A4 용지 여러 장과 색이 있는 도화지를 이용하여 포스터를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파워포인트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큰 종이에 맞추어 그 내용을 작성한 후 출력을 전담하는 기관에 맡겨서 인쇄하는 방식을 많이 쓴다. 이렇게 만들면 전체 내용이 한 장에 들어가므로 깔끔한 느낌이 나고 편집을 하기가 좋으며 붙이고 떼기가 편하다. 그러나 구겨지지 않도록 큰 통에 넣어서 다녀야 하므로 운반하기가 힘들고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포스터를 붙이는 건 종이 가장자리에 압정만 붙이면 되므로 금방 끝이 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바로 붙였지만 아직 A4 여러 장을 쓰는 일본 사람들은 좀 시간이 걸렸다. 나중에는 어떻게 큰 종이 한 장에 포스터를 만들 수 있는지 우리에게 물어보았다.

 

   이미 학회가 시작하였지만 나에게는 다른 일이 하나 있다. 수첩에 앞으로 탈 열차의 시각표를 붙여야 한다. 이곳에는 가위가 있으니깐. 가위를 빌려서 가져온 풀을 이용하여 시각표를 모두 수첩에 붙일 수 있었다.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제는 학회장에 들어가서 열심히 들어야지.

 

 

   학회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므로 가끔씩 답답하고 졸음이 오기도 한다. 그러면 잠시 밖에 나와서 휴식을 취한다. 1층의 포스터 룸에 가면 간단한 음료수와 과자가 있고 자유롭게 먹고 마실 수 있다. 아침에 부실하게 먹었기 때문에 나는 수시로 가서 카스텔라 빵과 우롱차(사진 42와 43)를 마셨다. 워낙 자주 가서 인지 일본 사람들이 우롱차 매니아가 아닌가 하고 물어보기도 하였다. 하긴 학교에서도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고 게다가 가만히 앉아있으니 졸음도 오고 하니 많이 마시게 될 수 밖에.

 

   한참 걸릴 것 같은 오전 일정도 금방 지나갔다. 점심 시간이 되었다. 이번에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 그런데 내가 잠시 화장실에 갔다온 사이에 일행을 놓치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앞의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따라 갔다. 간 곳은 어제 저녁을 먹은 식당이었다. 식당 안에는 여러 교수님들이 계셨는데 이곳은 학회 운영진의 회의 장소란다. 근처에 학회에 참석하는 이 학교 학생이 있어서 음식점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이어서 제6편 "중국음식점에서의 점심과 학회 발표"가 다음에 올려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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