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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2004년 1월에 설 기간에 혼슈 철도 일주를 짧지만 1주일 동안 하였고 2월에는 일본으로 학회를 가게 되어서 학회 기간 3일, 여행 기간 약 4일 하여 1주일 동안 있었습니다.

 

  2월은 처음에도 언급되지만 초반 3일은 학회 참석이 주된 목적이라 철도에 관한 이야기는 크게 나오지 않지만 학회 이후로는 JR시코쿠 전선을 타게 됩니다. 마지막 이틀은 칸사이 지방으로 넘어가서 짧지만 JR서일본의 칸사이 패스로 잠시 여행을 합니다.

 

  제가 찍은 사진은 얼마되지는 않지만 가능한 많이 중간중간에 넣고자 합니다. 텍스트 위주이고 초반에는 다른 내용이라 좀 지겨울지 모르겠네요. 

 

 

 

 

 

 일본 시코쿠 여행기

 

                                                                                                         2004년 2월 11~17일

                                                                                              

 

 

1. 출발까지

 

  일본 혼슈[本州] 철도 일주를 한지 아직 한 달도 안 되었는데 다시 일본을 가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전과는 하나 다른 점이 있다. 지난 번은 오로지 기차를 타기 위해서였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학회 참석이라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다 보니 일정 조절이 필요하였다. 학회는 2월 11~13일로 2박 3일이다. 그러므로 이 기간에는 다른 일을 할 여유도 없이 학회에 전념하여야 한다. 이후 기간을 적당히 잡아서 여행을 계획해야 하는데 일단 학회가 열리는 곳이 시코쿠[四国]의 토쿠시마[德島]라는 지방 도시이다. 그러므로 멀리 갈 필요없이 이번에 시코쿠를 일주하고 하루 정도 오사카[大阪]에서 보내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계획을 잡았다.

 

  다만 이번에는 학회이기 때문에 전과는 달리 여행 준비만을 할 수는 없는 문제가 있었다. 학회에서 나는 포스터 발표를 하게 되어 있는데 최근에 추세에 따라서 단순히 포스터를 만들어 붙어놓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4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내용을 발표하게 되어 있다. 물론 우리말도 아니고 일본어도 아니고 영어로. 우리말로 한다면 많은 교수님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을 청중으로 두고 발표한다면 긴장되는 것 이외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다. 이미 몇 번 경험하였으니깐. 그런데 문제는 영어였다. 물론 간단한 회화야 큰 문제가 없지만 공식 석상에서 많은 사람들을 앞에 두고 짧은 시간에 이야기한다는 건 이런 경험이 부족한 나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여행 계획은 조금 뒷전에 밀려나서 일단 시코쿠 내에서의 계획과 이용할 승차권만을 결정하고 나머지는 포스터를 만들고 발표할 내용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렸다. 출발하기 이틀 전에 포스터를 다 만들고 하루 전에 찾았다. 발표 시간이 짧은 관계로 슬라이드로 보여줄 내용도 줄여야 하기 때문에 귀찮은 파워포인트 작업을 하여 겨우겨우 전날에 완성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여행 계획도 짜야 하므로 주간에는 학회 준비를 하고 밤에는 여행 계획을 수립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하였다. 최근에 와서는 일본의 경우 계획의 틀이 잡혀 있다. 철도의 경우 이용할 열차의 시각표를 인터넷 상에서 받아서 편집하여 메모장에 붙이고 남은 공간에 실제 갔을 때의 여러 관찰 사항이나 느낌을 적는다. 그러나 이틀이나 밤을 새어도 이 작업을 다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할수 없이 시각표를 종이에 인쇄만 하고 일본에 가서 붙이기로 하였다.

 

  전날이 되어서는 항공권과 연구비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항공권 상에 돌아오는 날은 학회가 끝나는 13일 밤으로 되어 있었다. 결국 공항에 가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연구비 지원금은 통장에 입금시키고 필요한 엔화를 미리 바꾸어 놓았다.

 

 

 

2. 2월 11일 - 출국에서 비행기 승선까지

 

  출발하는 날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밀린 일이 꽤 있었다.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겨우겨우 열차 시각표 편집이 끝이 났다. 마무리 지을 실험을 조금 하니 4시가 넘었다. 집에 가서 간단히 씻고 짐을 챙겨서 학교에 와서 편집이 된 시각표를 일단 인쇄를 하고 이들을 잘라서 붙이기 위하여 풀과 가위를 챙겨서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포스터를 확인하였다. 이때가 6시. 후배들하고 학교 기숙사 앞에서 만나기로 한 시각이다. 내가 좀 늦어서인지 빨리 나오라고 공항 버스 타는 곳까지 오라고 연락이 왔다. 가방을 매고 포스터를 들고 대학로 공항버스 타는 곳까지 걸어갔다.

 

  버스 타는 곳에서는 이미 한 대의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고 후배들이 버스 앞에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들은 짐을 들고 버스에 승차하였다. 이 버스는 대학로를 출발하여 홍제, 마포, 홍대 입구를 거쳐서 바로 인천공항까지 가는 602-1번(2009년 현재는 6011번)이다. 일반 좌석버스와는 달리 공항으로 가는 사람들이 짐이 많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짐 놓는 곳을 따로 두고 있고 안내 방송도 자동으로 영어로까지 해 주고 있다. 물론 더 큰 짐은 운전사가 버스 밑 짐칸에 넣어준다. 그러나 이 버스는 인천공항으로 가기 때문에 조금 비싸다. 7,000원(2009년 현재는 9,000원). 버스카드를 대는 곳이 있지만 국민카드 외에는 안 된다고 한다. 할수 없이 만원 짜리 지폐를 내니 500원 짜리 6개를 거슬러준다. 무거운 동전을 6개나 주다니. 일본에서는 쓸 수 없어서 들고 다녀야 하는데...... 우리 일행은 버스 맨뒷자리에 앉았다. 버스는 6시 20분에 서서히 출발을 한다. 우리가 탔을 때에는 나머지 대부분이 빈 자리였지만 정류장마다 사람들이 타서 홍대 입구에서는 빈 자리가 별로 없었다. 물론 우리가 버스를 탔을 때에는 밖이 어두었지만 이때에는 어느 정도 밝은 상태였다. 새벽 시간이라서 그런지 교통 체증은 거의 없었고 버스는 홍대 입구 이후로는 올림픽도로를 따라서 강변을 달리다가 인천공항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시원스럽게 달렸다. 예상보다는 좀 빠르게 아침 7시 34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No. 1 공항버스편 : 대학로 6:20→인천국제공항 7:34 ₩7,000

버스 번호 : 602-1

 

  짐을 들고 공항으로 들어섰다. 시간이 남았으므로 일단 아침을 간단하게 챙겨 먹기로 하였다. 버스가 내린 곳은 4층으로 이곳에는 출국장이 있다. 그러나 식당은 그 아래에 있으므로 짐을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맥도날드에 들어가서 간단히 햄버거와 튀긴 감자를 먹었다. 아침으로서는 별로 좋지는 못하지만 비행기를 곧 탈 것이고 대부분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인지 많이 먹지 못하였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출국 준비를 시작하여야 한다. 포스터 같은 애매한 크기의 집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가방만 메고 인천공항 한쪽 끝에 있는 병무신고소를 찾았다. 인천공항의 병무신고서는 은행 창구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또한 이곳은 전담 여직원까지 두고 있었다. 새로 만든 공항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신고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인지 다르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나는 4번 출국하였으나 한 번이 김포공항이었고 나머지는 부산항에 있는 사무소를 이용하였다. 부산항의 경우에는 터미널 밖으로 나가서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있는데 소파와 책상이 놓여있어서 사무실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또한 근무하는 분들도 공익이나 병무청에서 파견 나온 듯한 분들이라 요즈음에는 덜해졌지만 꼭 죄인 취급하듯이 하였다. 다른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다. 병무청에서 얻은 서류를 내고 여권에 도장을 받았다. 신고 서류는 나중에 귀국 후에 내란다.

 

  이제는 돌아오는 비행기 표를 바꿀 순서. 비행기 표를 들고 아시아나 창구를 찾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가 가진 비행기 표는 단체표라서 바꿀려면 표를 끊은 여행사를 통해서 해야 한단다. 게다가 바꾸게 되면 위약금을 15만원이나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게다가 내가 바꾸려고 하는 다음 주 월요일인 16일 비행기 표는 단체 손님 때문에 매진이란다. 윽, 그렇다면 여기서 나도 잘 모르는 여행사에 전화를 해야 하는가?

 

  갈등이 되었다. 지금까지 잠을 줄여가면서 만든 여행 계획을 포기하고 일행과 같이 학회가 끝나자마자 귀국을 할 것인가? 아니면 쉽게 돌아올 수 없는 해외에 가는 기회인데 조금 부담은 되겠지만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서 표를 바꿀 것인가? 그러나 다시 올 가능성이 없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돌아가서 경제적으로 힘들겠지만 표를 바꾸는 쪽으로 마음을 정하고 여행사 전화 번호를 알아내어서 겨우 다음 주 화요일인 17일 오전으로 예약을 바꿀 수 있었다. 해외에서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실험실에 두고 왔기 때문에 공중전화로 밖에 할 수 없었으나 다행히도 전화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오랜 시간 통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번에는 또 다른 준비. 어제 환전을 하였으나 계산을 하여 보니 부족하였다. 다른 은행도 할 수 있지만 내가 가진 유스호스텔증으로 할인이 되는 조흥은행을 찾았다. 공항 3층 가운데에 조흥은행 환전 창구를 찾아서 5,000엔을 추가로 환전하였다. 학교에 있는 지점에서는 엔화에 해당하는 돈을 통장에서 인출하는 방식으로 환전이 가능하지만 이곳은 공항인지라 오로지 환전 업무만을 하고 있어서 ATM으로 돈을 인출한 후 그것을 엔화로 바꾸게 되어 있었다. 조금은 불편하고 필요없는 동전이 또 생기므로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환전을 하는 김에 출국납부권도 구입하였다. 출국납부권은 출국하는 모든 한국 사람이 사야 하는 표로서 가격은 10,000원이다. 역시 공항이라서 겨우 1,100원인 항구에 비하여 9배나 비싸다. 배를 타는 것에 비하여 이놈의 비행기를 타는 것은 처음부터 돈을 뿌리고 다니는 길 같다. 내 체질에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는 체크인. 즉 큰 짐을 맡기고 비행기의 보딩 패스(boarding pass)를 받을 순서이다. 후배들에게 맡겨 놓은 포스터를 찾았다. 그런데, 같이 가는 후배들은 다 어디 갔는지 없다. 물론 포스터도 없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날 기다리다가 먼저 들어갔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줄을 섰다. 그런데 짐을 맡기는 창구는 줄이 너무 길다. 빨리 가지도 않는데 이래 가지고는 제 시간에 비행기에 들어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옆에는 짐 없는 창구가 있었는데 겨우 3~4명이 서 있을 뿐이었다. 내가 가진 짐은 겨우 가방 하나이다. 다른 사람은 끌고 다니는 가방은 하나씩 있는데 나는 학회 후의 일정을 위하여 짐을 최대한 줄였다. 나중에 기차를 타고 다닐 때 장애가 되고 신속한 이동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짐 없는 창구로 가니 금방 내 차례가 돌아왔다. 항공권을 보여주니 어떤 좌석을 원하는지 묻는다. 나의 대답은 항상 창가이다. 조금 소음이 심하기는 하지만 밖이 보이니깐. 그런데 비상 통로에 있는 창가도 괜찮냐고 한다. 아마 늦게 하여서 다른 창가가 다 자리가 찬 모양인데, 괜찮다고 하였다.

 

   

  승선권을 받고 드디어 보안 검사 및 출국 심사를 받으러 갔다. 보안 검사는 내가 주로 이용하던 항구와는 차이가 많았다. 일단 줄이 조금 길어서 5분 이상 기다려야 하였고 신발까지 바구니에 올려놓고 검사하는 등 훨씬 철저하였다. 시간적 여유가 크지 않기 때문에 조바심이 났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기 때문에 참고 기다렸다.

 

  드디어 내 차례. 공항 직원의 지시대로 신발에 점퍼까지 벗어서 바구니에 올려놓고 몸은 검색대를 통과하였다. 주머니에서 금속 소리가 나니깐 주머니 동전까지 꺼내 보이게 하였다. 내 목에 걸린 실험실 출입증이 걸렸지만 출입증임을 본 직원이 별 말 없이 통과시켰는데 문제는 가방이었다. 가방에 든 가위가 문제였다. 직원은 이 가위를 화물로 보내라고 통로 쪽으로 안내하였다. 나는 가위를 들고 다시 아시아나 카운터로 가서 조그만 봉투에 넣어서 화물로 보내고 다시 보안 검사대로 되돌아왔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다시 찾으면 아직 정리가 안 된 시각표를 붙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보안 검사 뒤로는 출국 심사. 줄은 그다지 길지 않고 금방 끝이 났다. 드디어 면세 구역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시간은 이미 9시 30분이었다. 비행기는 10시 정각에 출발하지만 10분 전까지는 타야 한다. 그렇다면 겨우 20분 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인천공항이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여유있는 시간은 아니다. 승강구를 찾아서 열심히 뛰기 시작하였다. 면세 구역 곳곳에는 많은 가게들이 있고 환전소도 있었으나 비행기를 빨리 타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침에 짐을 챙길 때 필름이 부족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으므로 중간에 면세점에 들러서 필름 4통을 구입하였다. 아무래도 일본보다는 한국이 싸니.

 

  나를 운동시키려는 목적인지 비행기 타는 곳은 공항의 한쪽 끝에 있었다. 출국 심사를 끝낸지 10분 만에 도착하였다. 승강구 앞에 놓은 의자에는 나의 후배들도 안 보였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신없이 뛰어다녀서인지 옷은 이미 땀으로 젖어 있었고 목이 말랐다. 숨을 돌리기 위하여 물을 조금 마시고 물통을 채웠다. 표를 보여주고 비행기에 탔다.

 

 

 

 

 

  다음 편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가 계속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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