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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안 되는 구간이지만 전철화된 도산선 구간 출발합니다.

 

 

 

 


14. 2월 14일 - 시코쿠 철도의 태생지인 타도츠[多度津]

 

   코토히라역을 경계로 보통열차는 운행 계통이 바뀐다. 이곳부터는 전철화가 되어 있으므로 디젤차보다는 전동차가 훨씬 많이 다닌다. 대부분의 전동차는 타까마츠[高松]역이 종점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오까야마[岡山]로 향하는 열차도 있다.

 

   다음에 탈 열차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의 여유가 있으므로 코토히라역을 둘러보았다. 코토히라는 해발 521m인 조즈산 중턱에 있는 코토히라궁으로 유명하다. 이 궁에서 모시는 신은 곤피라씨라는 바다의 수호신으로 건강과 액막이에도 영험하여 예로부터 신앙의 대상이 되어 왔었다. 민간신앙이 성행했던 14세기의 무로마치 시대에는 곤피라 참배가 많이 행해졌으며, 현재도 전국에서 참배를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산에 오르는 도중에도 많은 사적이 있으면 올라서면 사누키 평야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산에 오르기 힘든 분들을 위하여 돌계단 가마도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물론 공짜는 아니지만. 최근에 와서는 온천도 발견되어 코토히라는 참배와 관광을 겸하는 곳으로 발전하였다.

 

   산에도 오르고 사누키 지역을 조망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에게는 시간의 제약 때문에 얼마 안 있어서 다음 열차를 타야 한다.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역 안은 건물 지붕은 높은데 단층으로 되어 있고 판매 시설도 얼마 안되어 황량한 느낌이 들었다. 판매 시설은 이 지방의 특산물을 파는데 노점상처럼 물건들을 탁자 위에 놓아 두었다. 안의 공간이 넓은데다가 난방이 잘 안되어서인지 추웠다. 재빨리 건물 밖으로 나왔다. 아침 햇살 덕분에 밖은 따뜻하였다. 코토히라역 건물을 보았다. 역사가 있는 건물에는 어울리지 않는 JR 마크와 역 이름 네온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내일 밤에 다시 이 역에 오게 되는데 그때는 이 네온사인이 켜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밤이라 사진은 나오지 않았지만 워낙 둘 다 원색이라서 멀리서도 역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역의 위치를 알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코토히라에는 JR뿐만 아니라 코토덴[琴電]이라고 부르는 타카마츠코토히라전기철도[高松琴平電気鉄道] 노선이 있다. 이 회사는 카가와[香川]현 내에 3개의 노선을 가지고 JR시코쿠와 경쟁을 하고 있다. 실제 코토히라와 타카마츠[高松] 간을 이동한다면 코토덴이 JR보다 싸고 더 빠르다. 코토덴에 대한 사항은 http://www.kotoden.co.jp에 가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지금은 아침이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다음 날 밤에 왔을 때에는 코토덴코토히라[琴電琴平]역도 엄청난 큰 글씨와 조명으로 역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어서 하늘에서 보면 두 역만 보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 건물 옆으로는 철도전시관이 있다(사진 111). 그런데 아침 이른 시간이라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게다가 관람 시간은 아직 한참 남았다. 내가 기차를 타고 출발하는 시각까지도 닫혀 있다. 사실 있는 줄도 모르고 왔지만 무엇이 있는지도 보지 못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역 앞에는 커다란 바퀴가 있는데 이것은 시코쿠에서 처음 개통되어 운행된 사누키철도의 증기기관차였던 C58의 동륜이라고 한다. 전통의 흔적과 철도가 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경주역 앞에 과거 동해남부선을 달리던 증기기관차를 전시하면 어떨까?

 

   이제 다음 열차를 타기 위해 개표구를 통과하였다. 타는 열차는 타카마츠[高松]가 종점인 쾌속열차인 산포트[サンポート, sunport]호이다. 코토히라역에는 타도츠 방향으로만 나갈 수 있고 아와이케다 방향으로는 막힌 승강장이 있었는데 여기에 열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처음으로 전동차를 이용한다.


 

No. 14 철도편 : 코토히라[琴平] 9:06→타도츠[多度津] 9:18
열차번호 및 종별 : 1246M 快速 サンポート, 거리 : 11.3km, 편성 : 121系 4兩 편성(4号車 クモハ 121-11)


 

   시발역이 이곳인 코토히라라서 사람은 많지 않았다. 4량 편성이라지만 원래 121系는 기본이 2량 편성이어서 이를 두 개 연결하여 운행하고 있다. 국철 시대에 만들어진 차량이지만 좌석 배열은 7000系 전동차나 1000系 디젤차와 같이 크로스시트와 롱시트가 같이 있다. 출입문은 한쪽 방향으로 3개씩 있다. 출입문은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지만 시코쿠에 무인역이 많은 특성상 문 옆의 램프가 켜졌을 때 스위치를 눌려야만 열리거나 닫히게 만들어져 있다.

 

   산포트라는 이름은 타카마츠역을 중심으로 재개발 지역인 산포트타카마츠[サンポート高松]에서 나왔다. 요산선[予讃線]의 특급 열차는 우다즈[宇多津]에서 두 개로 나누어져서 각각 오까야마[岡山]와 타카마츠로 향하지만 상대적으로 편성이 짧은 도산선[土讃線]의 경우에는 일부 열차만이 요산선과 같은 방법으로 두 개로 나누어지고 대부분은 수요가 많은 오까야마로 향한다. 그래서 타카마츠 방향으로 가는 승객들이 갈아타도록 난푸릴레[南風リレー]라는 쾌속 열차를 운행하여 왔는데, 2002년 3월 코토덴과의 경쟁을 위한 시간 단축을 목적으로 낮 시간 대에 30분 간격으로 쾌속 열차를 설정하고 이름을 산포트로 바꾸었다. 쾌속이기는 하지만 타카마츠와 타도츠[多度津] 구간만 쾌속이고 나머지 구간에서는 각역 정차이다. 산포트로 쓰이는 차량은 특별하게 고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대부분이 121系이고 일부는 7000系이다. 아주 특이한 경우로 아와이케다에서 출발하는 열차가 하루에 상행만 한번 있는데 이 열차는 디젤차가 될 것이다. (형식은 잘 모르겠네요. 키하 28, 58系일 듯 한데......)

 

   전동차라서 그런지 아까 탄 열차보다는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경쟁상대인 코토덴 철로가 아래로 하여 오른쪽으로 사라지고 5분쯤 가자 젠츠지[善通寺]역에 도착한다. 젠츠지역이 있는 행정 구역은 참으로 놀라운데 카가와현 젠츠지시[善通寺市]이다. 우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시의 이름이다. 절의 이름이 그대로 시의 이름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절의 이름이 역명으로 쓰이는 건 쉽게 찾을 수 있지만 행정 구역명으로는 아직 없다. 물론 젠츠지라는 절이 실제 역에서 나와 바로 걸어가면 있다. 시코쿠의 유명한 88개 절 순례 프로그램에서 이 절이 75번째 사찰이다. 그 외에도 4개의 사찰이 더 있다.

 

   젠츠지역에서는 코토덴이 없고 인구가 더 많은 시여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탔다. 그러나 빈 자리가 아직 많다. 다음 역인 콘조지[金蔵寺] 역시 사찰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안되는 사찰명 역이 이곳 시코쿠에는 곳곳에 있다. 얼마 안 가서 여러 선으로 복잡하게 분기되고 나의 목적지인 타도츠[多度津]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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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 상에서는 타도츠가 시코쿠의 철도 발상지이고 JR시코쿠의 공장이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지만 실제 타도츠는 시가 아닌 정(町)으로 작은 항구 마을이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승강장과는 달리 역은 단층인 작은 건물이다. 역 앞에는 다른 시골마을처럼 택시들이 한가로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일단 여기서는 전화를 해서 앞으로의 일정을 준비해야 한다. 역 앞의 공중전화로 오늘 밤에 묵을 유스호스텔을 예약을 하였다. 이곳은 불행히도 전화 예약만을 받아서 사실 처음에 걱정을 하였지만 페어런트가 영어를 어느정도 하여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 또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리컨펌(reconfirm)을 하여야 한다. 처음 하는 것이라 조금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무사히 확인을 하였다. 진땀이 났다. 학회 기간에 일본인과 영어로 대화를 할 때에는 상대를 직접 보고 하니 어려운 점이 없었지만 전화야 그렇지 못하니 진땀이 났다. 내가 직접 산 게 아닌 받은 전화카드로 통화를 하였는데 시외라서 그런지 도수가 정말 무섭게 떨어졌다. 일본 전화카드가 통상적으로 우리 돈 만원 정도 통화가 가능하니깐 통화료가 꽤 비싼 듯 하다.

 

   타도츠역 옆에는 증기기관차가 있었다. 역의 동쪽을 공원으로 꾸며놓았고 한 쪽에 증기기관차를 두었다.. 증기기관차 앞에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의자와 탁자도 있다(사진 115). 58685라는 번호를 가진 이 기관차는 운전실 내에 들어갈 수 있게 계단을 만들어놓았다. 그런데 그 외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어서인지 하얀 안내판에는 운전실 외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나와 있었다. 운전실에서 본 타도츠역의 모습은 시코쿠 철도 발상지라는 의미와는 달리 조용한 시골이라 그런지 한가로운 간이역 같았다.

 

   이제는 요산선을 타고 서쪽으로 계속 이동하게 된다. 먹은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역에서 파는 건 별로 마음에 드는게 없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서 개표구를 통과하여 지하도를 타고 다음 열차인 요산선 보통열차를 탔다.

 

 

 

 

 

   다음 회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요산선[予讃線]'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마츠야마[松山]까지를 틸팅이 전혀 안 되는 각역 정차하는 보통열차로 달리게 됩니다. 그것도 한번에 가는게 아니라 중간에 갈아타야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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