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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급이 아니라 역마다 서는 열차를 타면 좀 지겨울지도 모르지만 느리게 가는 덕분에 한 곳이라도 자세히 볼 수 있답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요........ 그럼 타도츠역을 출발하여 세토내해 지방을 지나는 요산선으로 출발! 

 

 

 

 


15. 2월 14일 -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요산선[予讃線]

 

   타도츠[多度津]역의 규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7000系 전동차 2량 편성이 승강장에 있었다. 이 열차를 타고 마츠야마[松山]까지 가면 좋겠지만 중간에 이요사이죠[伊予西条]에서 갈아타야 한다. 그렇게 하여서 타도츠에서 마츠야마까지 4시간 7분이 걸린다. 가장 빠른 특급열차가 1시간 51분 걸리므로 거의 2배 가량 늦다. 그렇지만 1,100엔이라는 우리나라에도 없는 엄청나게 싼 비용으로 가고 군데군데 간이역의 모습을 보는 재미를 생각하면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

 

 

   요산선의 역사에 관해서는 다른 여행기에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요산선은 타카마츠[高松]에서부터 시작되지만 타도츠까지만 복선전철화가 되어 있다. 이곳 타도츠부터는 전철화는 되어 있지만 단선이다. 그렇지만 열차는 매우 자주 다닌다. 특급은 거의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고 그 사이에도 적어도 2시간 간격으로는 보통열차가 다닌다. 그러므로 중간중간에 열차를 먼저 보내거나 교행을 위하여 장시간 머무르는 역이 매우 많다. 단순한 계산으로도 특급열차는 거의 30분마다 교행이 되어야 한다. 실제 시각표를 보면 교행이나 선행 없이 4개역 이상을 가지 못한다.

 

   역에서 오래 머무는 시간에는 열차 내에 머물 것이 아니라 밖에 나와서 역의 모습을 구경하고 건물에 가서 스탬프도 찍는 등 나름대로 활용을 하였다. 또한 중요한 것은 생리적인 문제의 해결이다. 전에도 언급하였지만 시코쿠의 보통열차는 화장실이 없는 차량이 매우 많다. 장거리 이동의 경우에는 이런 시간에 화장실에 다녀오면 된다. 또한 보통열차는 차내 판매가 없기 때문에 이 시간에 역의 매점에 가서 음료수와 간식을 사 온다. 원칙적으로 도중하차가 불가능한 승차권을 가지고 있으면 개찰구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면 안 되지만 지나가는 곳이 시골인지라 직원들은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저지를 하지 않는다. 이런 장시간 정차 시에 승무원들의 모습도 사람마다 다른데 정차할 때마다 나와서 역 구석에서 담배를 피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역 건물에 가서 역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시는 분도 있고 그 짧은 시간에 엎드려서 주무시는 분도 보았다. 특급 열차에서 보기 드문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No. 15 철도편 : 타도츠[多度津] 9:50→이요사이죠[伊予西条] 11:49
열차번호 및 종별 : 4119M 普通(ワンマン), 거리 : 81.6km, 편성 : 7000系 2兩 편성(7020, 7021, 단 7021은 칸온지[観音寺]까지만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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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시각이 다 되어가기 때문에 재빨리 열차에 올랐다. 7000系 전동차는 처음 타는 셈이지만 사실 특별한 것은 없다. 전동차이기 때문에 전기로 간다는 것 이외에는 1000系 디젤차하고 다른 게 거의 없다. 위의 펜터그래프와 차량의 번호를 보지 않는다면 쉽게 구분하기가 어렵다.

 

   열차는 서서히 타도츠역을 출발하였다. 요산선은 단선이기는 하지만 고속화 공사가 이루어져서 매우 빨리 달렸다. 최고 속도인 110km/h를 내었다. 그렇지만 다음 역인 카이간지[海岸寺]역에서부터 열차 교행 때문에 2분 정차하였다.

 

   카이간지를 출발하자 바로 바다가 보인다. 내해(內海)를 따라 가는 구간이다. 이곳은 철도 사진에도 자주 등장하는 구간이다. 낮은 방파제 아래로 바로 바다가 보이고 내해 떠 있는 섬들을 볼 수 있다. 사진과 같이 가까운 섬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섬에 살면 어떤 느낌이 들까? 이 섬의 이름은 츠시마[津島]로 다리의 입구에 임시승강장인 츠시마노미야[津島ノ宮]역이 있다. 섬에는 신사가 있다고 한다. 마츠리가 열리는 8월 4일과 5일에만 열차가 정차한다. 다음 역인 타쿠마[詫間]에 도착될 때면 바다에서 멀어지고 내륙으로 들어간다. 타쿠마는 공업 항구 도시로 내해 쪽으로 뻗어나온 지형이다.

 

 

   다음 역인 미노(みの)역에서는 운임 정산 때문에 정차 시간이 조금 길어졌다. 하지만 운전사는 침착하게 처리하였고 화를 낸다든지 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최근에 들어서는 많이 나아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나도 잔돈이 없다는 이유로 버스에서 승차거부를 당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타도츠를 출발한지 30분쯤 지나 칸온지[観音寺]역에 도착하였다. 이 역에서는 9분간 정차하는데 뒤의 1량을 떨어뜨리고 특급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함이다. 아침을 아직 먹지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서 역 안의 매점으로 들어갔다. 매점에는 여러 도시락이 있었는데 칸온지오니기리도시락[観音寺おにぎり弁当]을 골랐다. 서둘러서 다시 열차에 돌아오니 이미 뒤의 차량은 분리되어 사라졌고 특급 열차는 먼저 출발하였다. 보통의 경우 칸온지 이서(以西)로 운행되는 열차의 회수는 줄어든다.

 

   칸온지 역시 앞의 젠츠지처럼 사찰의 이름이 도시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카가와현 칸온지시이다. 물론 칸온지라는 절이 있다. 하지만 칸온지에서 유명한 것은 제니가타[銭形] 모래 동전이다. 바다 모래 사장에 17세기에 사용된 동전이 조각되어 있는 걸 말한다. 자세한 사항은 http://www.city.kanonji.kagawa.jp/sight/zenigata.html를 참조하길 바란다.

 

   칸온지역을 출발하자 산 도시락을 먹기 시작하였다. 열차는 아직도 내륙을 달린다. 언제 다시 바다를 볼 수 있을까? 다음 역인 토요하마[豊浜]를 지나자 점점 바다와 가까워진다. 도로와 방파제, 그리고 철길이 나란히 간다. 중간에 역이 있다. 미노우라[箕浦]역으로 바로 앞에 도로, 도로를 넘어가면 방파제와 바다이다. 마을은 산을 등지고 역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 역에서 두 열차와 교행을 하기 때문에 11분간 정차하지만 나는 아침을 먹는데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이 역은 무인역이라 나가도 별로 뽀족한 수가 없을 듯 하였다.

 

   바다를 따라서 달리다가 카와노에[川之江]에 도달하자 바닷가에 공장이 많아서 이제는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카와노에는 제지 공업이 중심이었다. 이요미시마[伊予三島] 사이에는 JR화물의 역이 있었고 화물을 잔뜩 실은 열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제는 바다와는 조금 떨어져서 철길은 나아간다. 지도상으로는 바다와 가깝기는 하지만 철로가 높은 곳에 위치하지 않아 잘 보이지 않는다. 역시 내해라서 그런지? 카와노에역부터 카가와현이 아닌 에히메[愛媛]현에 속하는데 연속적으로 공업 지대가 있다. 행정구역의 이름도 기가 막히다. 시코쿠쥬오시[四国中央市].

 

   공장이 줄어들고 산으로 가면 이제는 시코쿠쥬오시를 벗어나게 된다. 이 열차를 타고는 처음으로 산간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낮은 언덕이라 금방 넘어가고 타키하마[多喜浜]역에 정차한다. 다음 역인 니이하마[新居浜]가 이곳의 중심역이다. 한자로 보아서는 도시 내에 다른 역과 구분하기 위해 ‘新’자를 붙이지 않았을까 생각되지만 발음은 ‘신’이 아니고 ‘니’이므로 그게 아니라는 걸 눈치 챌 수 있다. 이곳은 니이하마시이다. 역의 규모도 크고 한쪽으로는 JR화물의 컨테이너 작업도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는 지금까지 바다가 있었던 오른쪽에 낮은 산이 있다. 그러나 선로 상황이 좋아서 열차는 최고 속도를 내면서 달린다. 사실 열차의 교행이나 선행만 없다면 표정속도는 60km/h를 넘어선다. 점점 집이 많아져서 철로 옆까지 집이 있으면 종착역인 이요사이죠[伊予西条]에 다 온 것이다.

 

   이요사이죠역은 거리상으로 타도츠[多度津]와 마츠야마[松山]의 정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보통열차의 경우 이곳에서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열차들이 많아 10선 정도의 유치선이 있었다. 나는 이 역에서 마츠야마행 열차로 갈아탄다. 그렇지만 환승 시간은 고작 3분이다. 그렇지만 환승을 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고 대부분은 내리는 사람들이었다. 3분이면 사실 승강장을 돌아다니는데에는 부족한 시간은 아니지만 토요일이고 갈아탈 열차의 좌석 문제도 있어서 바로 다음 열차에 승차하였다. 이요사이죠역에는 승강장에 약수가 나오는 걸로 유명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한 모금도 마셔보지 못한게 안타깝다.

 


No. 16 철도편 : 이요사이죠[伊予西条] 11:52→마츠야마[松山] 13:57
열차번호 및 종별 : 4534M 普通(이요사이죠~이요호죠[伊予北条] 구간만 ワンマン), 거리 : 80.1km, 편성 : 7000系 1兩 편성(7015)

 


   이번에 타는 열차도 앞의 차량과 같은 7000系 전동차이다. 역시 혈혈단신으로 1兩 단독으로 운행된다. 아마 앞의 글을 보신 분들은 의아할 사항이 있을 것이다. 4000번대 열차 번호를 가지면 원맨(ワンマン) 열차인데 전구간이 원맨이 아니다. 이요호죠부터는 차장이 타는데 1량 밖에 안 되는 열차에 차장이 필요할까? 사실 매일 이렇게 다니는 것은 아니다. 이 열차는 전구간 원맨으로 운행되지만 토요일만 예외적으로 이요호죠까지만 원맨으로 다닌다. 바뀌는 다른 보통열차들도 토요일만 원맨이 아닌 열차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토요일 오후에 귀가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요사이죠 다음 역은 이시즈치야마[石鎚山]이다. 이시즈치(いしづち)하면 시코쿠의 특급 열차의 애칭이다. 우와지마[宇和島]와 타카마츠[高松] 간을 연결하는 특급이다. 이 명칭은 원래 산의 이름이다. 이시즈치산은 시코쿠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토쿠시마현의 츠루기산[剣山]보다 높은 서일본의 최대봉(1,982m)이다. 물론 이 역에서 내려서는 바로 산에는 갈 수 없다. 이시즈치야마역 근방은 남쪽으로 높은 산이 보였지만 그 뒤로는 산도 멀어지고 끝도 없는 평지가 계속된다. 그러다 보니 집과 공장도 따라 계속 있다.

 

 

 

 

 

  다음으로 '일본 아줌마와 자몽'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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