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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되고 있는 시코쿠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이번의 스위치백과 마츠야마[松山] 이후에 나올 해선(海線)이라고 부르는 요산선 구노선 여행입니다. 두 곳 다 처음에 전혀 모르고 갔기 때문에 더욱 신선한 느낌을 받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특히 이번에 소개되는 스위치백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방식이고 게다가 보통열차가 아니고는 절대 경험할 수 없지요. 처음에는 특급열차에 비하여 2배나 느린 보통열차를 선택하였을 때 어떻게 엄청난 이동 시간을 보내나 걱정이 앞섰지만 이런 여러 특이한 장소와 현상이 있어서 보통 열차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스위치백이 있는 츠보지리역으로 떠나볼까요?

 

 

 

 

 

13. 2월 14일 - 산중(山中)의 스위치백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났다. 아침 6시 50분이었다. 더 자고 좀 여유를 가지고 다니고 싶지만 느린 보통열차를 이용하다 보니 여유가 없다. 아와이케다[阿波池田]역에서 아침 7시 53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야 하므로 서둘렀다. 씻고 짐을 정리하였다.

 

   창문을 열고 밖을 쳐다보았을 때에는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어제는 밤 늦게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을 찾기 위해 국도를 따라 걸었을 때에는 아래로는 어둠만이 있고 멀리 불빛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래에 있던 어둠이 그 훌륭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래로는 푸른 물줄기가 넓게 흐르고 있었고 강 뒤 산으로는 거의 정상까지 좁은 도로가 나 있었다. 강 중간중간에는 건널 수 있도록 다리가 있었는데 사진 97 같이 아찔하게 생긴 인도교도 있다. 푸른 물줄기는 어제 밤에 탄 토쿠시마선[徳島線]을 따라가는 요시노가와[吉野川]였다. 게다가 이케다에는 댐이 있다보니 엄청난 수량의 물이 있다. 이곳의 물은 시코쿠 동부 지방인 카가와 지방과 토쿠시마 지방의 상수원이 된다고 한다. 여기서 보이는 요시노가와 상류는 관광철이면 토롯코 열차가 다니는 유명한 관광지인 코보케[小歩危]와 오보케[大歩危]이다. 이 두 곳은 내일 오후에 지나게 된다. 한 달전에 혼슈를 여행할 때에도 내륙 곳곳에 하천이 있어서 발전과 식수로 사용되는 걸 보았는데 시코쿠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화산과 지진이라는 자연재해가 많기는 하지만 풍부한 물은 자연으로부터 받지 않았나 여겨진다.

 

   맑은 물이 아래로 비치고 밝은 햇살이 비치니 기분도 좋고 상쾌하다.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조금 걸어가니 아와이케다역의 모습이 보인다. 이케다는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다. 역은 마을에서도 지대가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햇빛 때문에 사진을 찍지는 못하였지만 역이 가장 낮은 곳에 있고 역에서 멀어질수록 동심원 모양 조금씩 지대가 높아진다. 우리와는 달리 아파트가 없어서인지 마을은 높은 산기슭까지 있었다. 그러다보니 쉽게 역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 수 있었다.

 

   아침이라서 그럴까? 역도 어제 밤과는 달리 밝고 활기찬 분위기였다. 개표구를 지나서 승강장으로 갔다. 승강장에는 이미 내가 타고 갈 열차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No. 13 철도편 : 아와이케다[阿波池田] 7:53→코토히라[琴平] 8:55
열차번호 및 종별 : 4232D 普通(ワンマン), 거리 : 32.6km, 편성 : 키하 54系 1兩 편성(キハ 54-8)

 


   이번에 타는 열차는 키하 54系 1량 편성이다. 키하 54系는 시코쿠와 홋카이도에만 있는 디젤동차이다. 이 차량은 국철 말기에 지방 로컬선의 경영 개선을 위해 투입한 차량이다. 이 당시에는 국철의 재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날림 차량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같이 만들어진 큐슈의 키하 31系의 경우에는 관광용으로 사용을 염두로 하여 차내에는 박스 시트가 있고 홋카이도의 키하 54系는 폐차된 특급 열차의 시트를 넣고 차내 보온을 위하여 객실 출입문을 따로 두는 약간의 변형이 있었지만 시코쿠의 키하 32系와 54系는 도색만 스카이 블루로 바뀌었을 뿐 아직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좌석은 조금 불편하지만 그래도 앞은 뻥 뚫려 있기 때문에 운전 장면 및 전망 감상에는 큰 장애가 없다.

 

 

   외부에서 보았을 때에는 다른 차량과 별로 차이가 없어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실망스러웠다. 지하철도 아닌데 롱시트가 양쪽 창문으로 쭉 늘어져 있다. 그래도 지하철은 문이 한 쪽으로 4개라도 되지만 이 차량은 문이 2개이기 때문에 롱시트의 길이가 엄청 길었다. 길이가 긴 것이 좀 민망한지 가운데에는 휴지통이 있다. 롱시트이기는 하지만 우리 서울 지하철 6호선 차량과 같이 사람별로 구별되도록 좌석이 있다. 다음 날 저녁에 이 차량을 다시 타게 되는데 이런 불리한 형태의 롱시트임에도 누워서 자는 사람도 있었다.

 

   도산선은 타도츠[多度津]에서 쿠보카와[窪川]를 연결하는 시코쿠에서 두 번째로 긴 간선이다. 이번에 타는 구간은 그 중 일부이다. 도산선은 높고 험한 사누키 산맥을 통과하고 요시노가와를 따라 간다. 코치부터는 중간에 태평양이 보이는 구간이 있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산간 지방 구간은 자연 재해의 영향으로 자주 불통되어서 ‘土惨線’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이번에 타는 구간은 도산선[土讃線] 아와이케다에서 코토히라 구간이다. 이곳은 산맥을 넘어서 현이 바뀌게 된다. 그러다 보니 승객이 적어서 보통열차가 자주 다니는 구간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난푸[南風]와 시만토(しまんと) 같은 특급열차는 거의 1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특급열차는 틸팅 기능이 있는 2000系 디젤차이다 보니 22분만에 달리는데 반하여 보통열차는 제일 빨리 가는 것도 43분이 걸린다. 틸팅의 진가를 보여주는 셈이다.

 

   롱시트로 되어 좌석은 적지만 이 적은 좌석도 대부분 비어 있다. 차내에는 겨우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다. 출발 시각이 되자 운전사는 출입문을 닫고 천천히 출발한다. 분기기를 여러개 거쳐서 단선인 도산선을 간다. 어제는 밤이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케다 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을은 산 사이의 하천을 끼고 있었고 철길은 마을의 동쪽에 있었다. 마을은 아와이케다 다음 역인 츠쿠다[佃]까지 이어졌다. 츠쿠다역은 섬식으로 승강장이 두 군데였다. 반대편에는 아와이케다로 들어가는 열차와 바뀌었다.

 

   츠쿠다를 출발하자 토쿠시마선은 오른쪽으로 멀어지고 도산선은 왼쪽으로 커브를 틀고 조금씩 올라간다. 얼마 안 가서 하시쿠라[箸蔵]역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는 통학하는 학생들이 내리고 차내는 겨우 5명 정도만이 남았다. 하시쿠라역을 출발하자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주변에 인가의 모습은 아예 보이지도 않고 하천도 보이지 않는 산간을 지난다. 열차는 힘겨운 듯한 소리를 내지만 생각보다는 잘 올라간다. 짧은 터널도 여러 개 지난다.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왼쪽을 보면 고도가 더욱 높아져 있어서 터널 내에도 경사가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오른쪽 위로 갑자기 선로가 나타나고 내가 가고 있는 선로와 만난다. 또한 분기되어 오른쪽으로는 더 올라가는 선로가 보인다. 열차는 속도를 늦추고 왼쪽으로 들어간다. 왼쪽 선로로는 승강장이 있고 앞으로는 막혀 있다. 츠보지리[坪尻]역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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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보지리역은 산중에 있는 역으로 승용차로는 접근이 불가능하며 국도에서 걸어 15분이나 걸린다. 원래 1929년 신호장으로 출발하였으나 1950년 역으로 승격되었다. 주위에 인가가 거의 없어서 비경의 역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두번 이 역을 지나갔지만 둘 다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스위치백(スイッチバック, switch back)으로 운행해야 하므로 통과하는 보통열차도 있다.

 

   예전에 시코쿠에 스위치백인 역이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삼단 스위치백만을 생각하였기 때문에 사실 없는 줄 알았다. 이곳 츠보지리역의 스위치백은 우리나라의 삼단스위치백과는 좀 개념이 다르다. 삼단스위치백은 두 지점 사이의 철로의 높이를 맞추기 위해 존재한다. 잘 알려진 호히본선[豊肥本線]의 타테노[立野]역이나 키스키선[木次線]의 이즈모사카네[出雲坂根]역이 이런 경우이다. 츠보지리역의 스위치백은 경사가 급한 곳에서 정차역이나 대피할 철로를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림 100에서 알 수 있겠지만 통과하는 열차는 뒤로 가는 과정이 없이 그냥 지나간다. 그러나 정차하거나 다른 열차를 먼저 보내거나 교행하는 경우에는 대피선에 들어가므로 한 번은 뒤로 가야만 다시 본선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이런 형식의 스위치백은 도산선의 신가이[新改]역에도 있다. 다른 JR 노선의 경우에는 히사츠선[肥薩線]의 오코바[大畑]역과 마사키[真幸]역, 와까야마선[和歌山線]의 키타우치[北宇智]역, 시노노이선[篠ノ井線]의 오바수테[姨捨]역, 신에츠본선[信越本線]의 니혼기[二本木]역이 여기에 속한다. 이외에도 신호장이 많이 있고 오우본선[奥羽本線]의 경우 토게[峠]역을 비롯하여 4개역이 연속적으로 이렇게 되어 있었다고 하나 선로 개량을 통해 모두 없어졌다. 한 달 전에 시노노이선을 탔지만 그때에는 특급열차인 시나노(しなの)를 탔기 때문에 정체불명의 선로가 있다는 것 외에는 그런 역이 있는 줄은 알 수 없었다.

 

   내가 탄 열차는 츠보지리역에서 특급 열차가 앞질러가고 서로 바뀌기 때문에 15분간 정차한다. 이 틈을 이용하여 운전사에게 잠시 역 구경을 하고 돌아오겠다고 하고 사진기만 들고 승강장으로 나왔다. 아침 시간이고 인적이 아예 없어서 적막감이 들었다. 먼저 역사에 들어가 보았다. 무인역이고 난방이 되지 않아 밖보다 더 추었다. 사진 101과 같이 역 노트가 있었다. 또한 사진 103처럼 가까운 국도까지 가는 방법이 나와 있었다. 명색이 ‘土惨線’인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사진 104~107에서는 츠보지리역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 104는 내가 타고 가게 될 코토히라 방면이다. 뒤로 보이는 터널이 본선이다. 분기되어서 얼마되지 않는데 이미 높이 차가 난다. 사진 105에서는 반대 방향인 아와이케다 방면인데 본선이 내려와서 분기선과 만나서 다시 나누어진다. 사진 106은 조심해서(왜냐하면 교행하거나 앞질러가는 특급열차가 있으므로) 분기선을 넘어가서 본 열차의 모습이다. 시코쿠의 날씨가 온화하여 나무가 울창하여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선로 양 옆은 꽤 높이 숲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길을 따라 산을 조금 올라가서 철로의 모습을 보는 것도 괜찮다고 여겨진다.

 

   중간에 난푸[南風] 4호가 앞질러가고 난푸 1호와 바뀌지만 선로는 경사도 급하고 커브도 심하며 코토히라 방면은 터널에서 나오므로 열차는 소리소문 없이 갑자기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나타나서 지나갔다. 특급열차를 배경으로 찍는 건 쉽지 않을 듯 하다. 두 열차가 지나간 후 열차로 돌아왔다.


   출발시각이 되자 운전사는 반대 방향으로 자리를 옮긴다. 잠시 열차 내 기기들이 꺼졌다가 반대방향 운전대를 켜자 다시 켜진다. 천천히 열차는 뒤로 움직여서 분기기를 지나서 다른 대피선으로 간다. 얼마 안 가서 원위치로 복귀하고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뀌자 출발하여 본선으로 들어간다(사진 107).

 

 

   사진에서 보여주었듯이 본선은 바로 터널에 들어가게 되어있다. 이 터널은 매우 길었다. 가벼운 스테인레스 차량이다 보니 소음이 요란하였다. 한참을 지나 터널을 나오자 계곡을 따라 조금씩 내려가서 사누키사이다[讃岐財田]역에 도착하였다. ‘사누키’가 붙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겠지만 터널을 나와서는 토쿠시마현에서 카가와[香川]현으로 넘어온 셈이다.

 

   사누키사이다역은 교행하는 여객열차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반대편에 바뀌는 열차가 있었다. 지금까지 본 시코쿠의 특급열차와는 달라보였는데 ‘Island Explore II’였다. 키하 185系 4량 편성이었는데 앞과 뒤의 2량은 시코쿠의 스카이블루 도색을 하고 있었지만 가운데 2량은 그린샤[グリーン車]였고 도색도 화려하였다. 차 안에는 노인들이 느긋하게 앉아있었는데 JR시각표를 아무리 뒤져도 그런 열차는 나오지 않았으므로 단체 임시열차인 듯 하다. 갑자기 바로 옆 선로에 나타나서 사진을 찍지 못한게 안타깝다.

 

   이제는 점점 평지가 넒어지고 역마다 여러 명이 탄다. 선로는 계속 내려간다. 전차선이 보이고 종착역인 코토히라[琴平]역이다. 코토히라역은 2면 4선으로 꽤 넓고 여기서부터는 전동차가 운행된다. 역 건물 자체는 오래된 느낌을 받는다.

 

 

 

 

 

   스위치백의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요? 다음 날 다른 스위치백이 있는 신가이[新改]역을 가지만 정차시간이 짧아 자세히 보여드리기는 힘듭니다. 그렇지만 스위치백이라는 현상은 철도에만 있기에 기차 여행의 즐거움을 증강시키죠.

 

   다음으로는 '시코쿠 철도의 태생지인 타도츠[多度津]'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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