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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학회 마지막 일정에 들어 있는 짧은 여행인데, 원래는 나루토의 소용돌이를 보러 가지 않을까 예상하였는데 보기 좋게 빗나가고 학교 바로 옆에 있는 아스티 토쿠시마(Asty Tokushima)를 방문합니다.

 

 

 

 

 

11. 2월 13일 - 아스티 토쿠시마 (Asty Tokushima)

 

   9시 50분쯤 학회장에 다시 도착하였다. 학회 일정은 오늘 오전까지이다. 2개 정도의 발표가 남아있다. 나는 중간에 들어가기 때문에 늦잠을 자서 늦게 온 것처럼 하여 뒤에 자리를 잡았다. 소규모 학회라서 그런지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의 수는 거의 줄지 않았다. 오늘은 호텔의 체크아웃 시각이 오전 10시까지여서 군데군데 큰 가방들이 눈에 띄었다.

 

   남은 발표를 정신없이 듣다보니 모든 일정이 끝나고 차기 학회 준비위원장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이건 미리 준비가 된 것이 아니라서 조금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에 일본측 학생 한명이 안정환 선수의 등번호인 19번이 찍힌 한국 축구 국가선수 유니폼을 입고 연단에 나왔다 (사진 72). 그러면 모두들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다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좀 어색하였지만 모두 같이 연호하였다. 내 생각은 한국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려는 듯 한데, 정도를 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일본은 가해자의 입장이니깐 가능하다는 생각도 하였다. 만일 월드컵에서 우리가 아닌 일본이 4위를 하였다면 우리나라에서 한일 학회를 한다면 감히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 당시는 아무 말을 안 하겠지만 학회가 끝난 후 그 사람은 ‘친일파’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사이 준비가 되어서 다음 학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다음에는 2005년 가을에 우리나라 무주에서 개최한다고 하였다. 무주에 올려면 비행기를 타고 인천에 와서 버스를 타고 바로 가도 되고 서울에서 대전까지 KTX를 타고 대전에서 버스로 갈아탈 수도 있으며 인천이 아닌 부산으로 입국해서 올 수도 있다고 설명하셨다 (사진 73). 또한 무주에 관한 간단한 설명도 하셨다. 무주에서 하는 진짜 이유는 다음 학회 준비위원장의 고향이 전북이기 때문이다.

 

 

   학회 운영을 하시는 한국과 일본의 대표 교수님들의 인사말이 있었다. 요지는 모두 열심히 하고 학생들은 영어로 발표하는 연습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긴 영어를 못하기로 소문난 두 나라 사람들이 모였으니 오죽하겠는가? 솔직한 심정으로 학회 기간동안 서로의 영어의 한계 때문에 대화를 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은 건 사실이다. 나의 생각으로는 다른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하나의 훈련과정이라고 본다.

 

   이제는 간단한 관광이 있다. 모두 자기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지금은 2월이라고 하지만 밖의 날씨는 매우 따뜻하고 좋았다. 역시 남쪽 지방인지라. 이제 앞의 사람을 따라서 갔다. 나는 이곳 학생과 같이 갔는데 이 대학 정문 바로 앞에 있는 “아스티 토쿠시마(Asty Tokushima)”라는 곳이란다. 일본에 온 첫 날에 정문을 들어오면서 본 적이 있었다. 그 때에는 이곳은 뭐하는 곳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졌였다. 우리를 안내하는 이곳 학생은 자신이 이 학교에 다니기는 하지만 이곳에 가 본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하였다. 뭐 나도 서울에 살지만 남산은 학회 때 안내 때문에 거의 20년만에 가 보았고 서울의 유명한 곳은 이름만 알지 잘 모르니깐 괜찮다고 하였다. 또한 내가 이미 발표때 기차 이야기를 하였기 때문에 학회가 끝나면 어떻게 할 계획이냐고 물어보았다. 아침에 토쿠시마역에서 산 표를 보여주면서 이 표로 JR시코쿠 전선을 타려고 한다고 했다. 그리고 표를 모두 다 쓸 수 없으므로 한국에 돌아가서 보내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아스티토쿠시마’라는 건 애칭이고 실제 정식 명칭은 ‘토쿠시마현립 산업관광물류센터(徳島県立産業観光交流センター)'이다. 정식 명칭을 보면 어떤 곳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홈페이지는 http://www.asty-tokushima.jp 이므로 참고하길 바란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토쿠시마 타이켄칸[体験館]이다. 이곳은 한자의 뜻 그대로 토쿠시마의 대표적인 곳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이곳은 2층에 있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입구에서는 입장권과 안내문을 나누어주었다. 한일 학회이므로 이곳에서는 미리 한국어판도 준비되어 있었다. 안은 대낮인 밖과는 달리 어두워서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입구 앞에는 커다란 거북이의 모형이 있었다. 오늘 오후에 기차를 타고 가는 곳이지만 히와사[日和佐]는 바다거북이 와서 알을 낳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모형을 지나서 들어간 곳은 유잉 영화관이었다. 여기는 위쪽이 360도 모두 영화가 펼쳐지도록 만든 곳이다. 안에서는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좀 난감하기는 하다. 일행이 모두 들어오자 영화가 바로 시작되었다.

 

 

   영화에서 주인공 3명이 각각 토쿠시마의 명물을 찾아나선다. 이 과정에서 토쿠시마의 여러 자연 명소가 나온다. 히와사를 비롯하여 나루토의 소용돌이, 츠루기산, 코보케[小歩危], 오보케[大歩危] 등의 절경 등이 나온다. 또한 축제로서는 당연히 빠지지 않는 아와오도리(阿波おどり)가 나온다. 특히 아와오도리의 경우에는 남미의 여러 축제를 비교하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옆에서 보는 교수님 말씀으로는 남미쪽의 축제가 더 멋져 보인다고 하셨다. 내가 보기에도 화려한 옷을 입고 좀 관능적인 느낌을 주는 춤을 추고 행진하는 아와오도리에 비하여 남미의 축제는 무너질까 불안한 엄청난 크기의 차가 등장하고 그 위에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가는 그 규모가 커 보였다. 사실 영화는 전부 일본어로만 나와서 우리 한국측 사람들은 거의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경우에는 보여주는 지명과 화면으로만 대강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사진 상으로는 한 면으로만 나오므로 사실 그 느낌을 정확히 전달할 수 없는 한계를 느끼는데 실제 보면 그 웅장함과 현란한 시선을 어디두어야 할지 모르는 화면에 압도된다. 마지막에는 키하 40系 기동차가 나오면서 주인공이 여기서 내려서 작별을 고하게 된다. 역시 철도 왕국 일본 같은 장면이다. 몇 일전 TV에서 고이즈미[小泉] 총리가 직접 나오는 일본을 많이 방문하라는 텔레비전 광고에서도 도꾜역을 떠나는 신간선과 여기에 인사하는 JR직원의 모습이 나왔다.

 

   적어도 영어라도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영화 상으로 토쿠시마의 경치와 축제를 대충 볼 수 있었다. 시골이고 공업이 발달한 지역이 아닌지라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고 이를 이용하여 관광에 접목시키는 게 두드러졌다. 화면 진행이 너무 빠른 곳도 있어서 우리 일행 중 몇 명은 어제 먹은 술이 넘어올 것 같았다고 괴로워하는 경우도 있었다.

 

   영화관을 나와서는 넝굴 다리를 지나서 인형극장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주말 오후에는 직접 사람이 인형극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지금은 기계에 의해서 자동으로 공연이 되고 있었다. 분위기 상으로는 우리의 판소리와 비슷한 느낌인데 역시 여기서도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없으니 내용 파악은 힘들었다. 조금 듣다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인형극장 앞에는 실제 사용되는 인형을 조작해볼 수 있게 해 놓았는데 나는 해 보지 않았지만 시도하는 사람의 말로는 손 하나로 눈꺼풀 움직임까지 조작하여야 되므로 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물론 인형을 만드는 과정도 전시되어 있었다. 평소에는 별로 대단하게 보지 않았는데 생각보다는 복잡하였다. 처음에 틀을 짜는게 특히 까다로왔다. 그 뒤로는 토쿠시마에 관계되는 교통수단이 전시되어 있었다. 과거에 운행되었다는 본네트버스와 사이클링 체험이 있었다. 본네트버스는 현재 우리나라에도 거의 사라진 교통 수단이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시내버스에도 본네트가 있어서 앉아갔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이곳에 전시된 본네트버스는 외국의 버스들처럼 본네트가 버스 맨 앞에 있고 그 뒤에 운전석이 있는 형식이다. 사이클링 체험은 폐달을 밟은 만큼 앞의 모니터의 풍경이 변한다. 내가 평소에 자전거 탈 때처럼 폐달을 세게 밟자 경치는 순식간에 변하였다. 그렇지만 주위의 시선 때문에 너무 빨리 밟을 수는 없었다. 폐달을 밟지 않고 가만히 두면 어떻게 될까? 간단하였다. 화면에 ‘Game over’라고 표시되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아와오도리 도전 코너’이다. 이곳에서는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서 아와오도리의 동작을 하나하나 실제로 해 볼 수 있다. 도쿠시마는 "아와오도리"로 전국에 그 이름이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현내 각지에서 "우라본"때 행해져 온 "봉오도리"가 점차 주목을 받아,1930년대부터 "아와오도리"라는 통칭으로 불려지게 되었다. "우라본"은 여름 불교행사의 하나로서, 죽은 사람의 명복을 기리는 행사다. 이 날 밤에 사람들이 모여 추는 춤이 "봉오도리"이다. 이 축제는 매년 8월에 개최하여 10만명을 넘는 무희들이 마을안을 춤추며 걷고, 시내 중심부의 거리와 공원에 설치된 연무장은 130만명 이상의 관객들로 붐빈다. 또한, 참가하고 싶은 경우에는, "모토마치 광장","신마치 광장", "료고쿠 광장", "료고쿠바시미나미오도리 광장" 등에서 춤추는 데 일반인들이 참가 가능하다.

   축제기간 이외에도 연중 "아와오도리"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아와오도리 회관"이다. 2층의 홀에서 무대를 볼 수 있고 관객이 참가할 수 도 있다.

 

   대표로 우리측과 일본측 교수님이 한 분씩 무대에 나왔다. 먼저 팔 동작과 다리 동작을 각각 배운 후에 이 둘을 같이 해 보았다. 팔 동작은 다른 춤과는 달리 귀에 거의 붙여서 해서 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앞에 나온 교수님들도 익숙하지 않으신 듯 팔은 우리 전통 춤 같다(사진 82). 물론 여기도 도우미는 외국어를 할 수가 없어서 무대에 나오신 일본측 교수님이 영어로 통역하여 주셨다. 일본어를 우리말로 바로 이야기해줄 수 있는 분이 학회에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분은 이번 학회에 겨우 한 명이었다. 게다가 그 분은 나서기를 주저하셔서 이런 식으로 된 것이다. 이 분은 일본 큐슈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하셨다. 일본에서 학위를 할려면 당연히 일본어가 필요할 것인데 얼마나 공부하면 되는지 물어보니 열심히 6개월간 하면 된단다. 지금은 아주 기본적인 일본어밖에 모르고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수준밖에는 안 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배워보고 싶다.

 

   아와오도리를 간단히 해 본 후에는 전통 악기 전시 코너를 지났다. 여기서도 사미센[三味線]이 있었다. 옆에 있던 일본 사람에게 츠가루[津軽] 지방에서 사미센 공연을 보았다고 하자 츠가루 사미센은 일본에서도 매우 유명하다고 알려주었다. 사미센은 특정 지방에만 있는게 아니라 일본 전국으로 퍼져있는 전통악기인 모양이다.


   이제 밖으로 나왔다. 2월인데도 불구하고 날씨는 구름 한점없이 맑고 따뜻하였다. 나오면 바로 앞에는 토쿠시마 공예촌이 있다. 이곳에서는 토쿠시마의 전통적인 공예 기술을 직접 채험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들을 판매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http://www.kougeimura.jp 에서 가면 볼 수 있다. 우리가 특히 관심있게 본 것은 아와 염색(阿波の藍染)이었다. 토쿠시마에서는 전통적으로 푸른색 염색이 발달하였다고 한다. 요즈음의 기술로 보면 글자나 그림은 흰색이고 바탕은 모두 푸른색이어서 매우 단순하게 여겨졌다. 실제 후배들이 이 염색으로 학회를 기념하는 문구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만드는 과정을 보면 먼저 붓으로 나중에 염색되지 않는 부분을 그린다. 천과는 약간 다른 빛이 나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이것을 진한 파란색인 염색약에 정해진 시간 동안 담군다. 시간이 지나면 탈색하기 위하여 물에 역시 일정 시간 담구어 둔다. 이 두 과정을 여러번 반복하면 드디어 염색한 천이 완성된다(사진 85). 이건 둘로 나누어서 우리 한국측과 일본측에서 가지고 있기로 하였다.

 

 

   일행은 아스티 토쿠시마를 나와서 학교로 향하였다. 점심 식사를 위해서이다. 학회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일본에서의 식사는 간소하다. 이번에는 학생식당에서 먹었다. 메뉴는 간단한 양식이었다. 함박스텍, 밥, 단무지, 미소된장국, 사라다. 이게 전부였다. 그렇지만 아침을 먹지 못한 나는 금방 다 먹었다. 배가 부르지는 않았지만 더 먹을 수는 없는 일.

 

   점심을 먹고 헤어질 시간이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칸사이공항으로 가서 바로 귀국한다. 일본 진행 위원이 칸사이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예약하기 위하여 인원을 세고 있었기 때문에 나를 빼 달라고 하였다. 카이스트(KAIST)에서 온 학생이 오사카[大阪]로 간다고 하여서 토쿠시마역까지는 같이 가기로 하였다. 내 생각은 이곳에서 헤어져서 니켄야역까지 간 후에 기차를 타고 토쿠시마로 이동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학회 측에서 택시를 불러서 토쿠시마역까지 태워주기로 하였으므로 이걸 타고 가기로 하였다.

 

   택시들이 줄지어서 학교로 왔고 여기에 인원수대로 탔다. 아마 미리 계약을 하였는지 미터기는 꺼 놓았다. 몇몇 사람의 짐 때문에 택시는 호텔에 잠시 들른 후에 토쿠시마역으로 향하였다. 역에서 일행과 이별을 하였다. 얼마 안 되어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보겠지만. 역에 들어가서 스탬프를 찍고 와까야마[和歌山]로 가는 페리 타는 곳을 물어보었다. 역 앞의 버스 정류장을 이용한다고 알려주었다. 카이스트 학생은 일본에는 첫 방문이었다. 버스 타고 내리는 법과 와까야마에서 오사까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버스가 들어오자 태워보내고 이제는 혼자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시코쿠 철도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제는 본격적인 기차 여행이 시작됩니다. 오후의 일정은 무기선을 타고 남쪽으로 향합니다. 다음 편인 "남국의 정취가 넘치는 무기선[牟岐線]"이고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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