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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다 지나가고 우와지마에서 밤을 보냅니다. 헤매다가 겨우 숙소를 찾았죠. 다음 날 우와지마역에서 TSE를 보는데 사진은 다음 회에 실릴 예정입니다. 시코쿠의 서단에 있는 우와지마 역시 겨울에도 온화한 날씨를 보입니다. 그런데 올 1월에는 눈도 왔다고 하더군요.

 

 

 

 

 

19. 2월 14~15일 - 유스호스텔에서의 일본 고등학생과의 밤


   어둡고 게다가 배가 고팠다. 점심 때 마츠야마성을 둘러본다고 먹을 시간이 전혀 나지 않았고 다시 기차를 탄 뒤에는 절경 구간이라서 창밖 구경에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밤이고 열차 내는 정말 한산하다. 그래도 바뀌는 특급 열차인 우와카이 내에서는 자유석의 경우에는 꽤 승객들이 탄다. 우리나라 같으면 당장 적자라고 없애 버릴텐데 아직도 다니는 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우리와는 달리 철도회사인데도.

 

   아직 일본 아줌마한테서 받은 빵과 내가 야와타하마역에서 산 빵, 그리고 자몽 한 개가 있다. 숙소인 우와지마 유스호스텔에 가도 저녁은 예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언가 먹고 들어가야 한다. 빵을 하나씩 꺼내서 먹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자몽도 껍데기를 벗기고 조금씩 덩어리를 갈라서 먹었다. 원래 나는 오렌지 계열의 과일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오렌지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고 수입산이라 자체는 많이 먹지는 않지만 오렌지쥬스는 집에서 거의 하루에 1L 가량 마시고 겨울철만 되면 귤을 잔뜩 사서 계속 먹는다. 물론 여행을 가는 경우도 이건 마찬가지다. 자몽은 어떤 맛일까 궁금하였다. 귤이나 오렌지와 비슷하겠지. 그러나 물만 많고 매우 쓴 맛이었다. 과육을 싸고 있는 껍데기는 정말 질겨서 먹기가 힘들었다. 맛있는 빵과는 달리 크기만 하고 별 맛은 없었다. 이런 과일을 왜 이렇게 시코쿠에서는 많이 키워서 먹는지 궁금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 의문은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올 때 풀린다.

 

   열차는 여전히 천천히 달린다. 중간중간에 특급 열차와 교행은 피할 수 없다. 천천히 가서 7시 23분 종착역인 우와지마[宇和島]역에 도착하였다. 우와지마역은 요산선[予讃線]의 종점이다. 토쿠시마역처럼 역 기능을 하는 건 1층 뿐이고 위는 모두 호텔이다. 지금은 토요일 밤이라 역 안은 정말 한산하였다. 차가운 밤 공기가 들어와서 춥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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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는 역 모습을 살피기에는 한계가 있고 매우 피곤하여 빨리 숙소를 향하여 걸어갔다. 오늘 숙소는 우와지마 유스호스텔이다. 있는 장소는 역에서 약 35분 정도 걸으면 되고 거리는 약 2km라고 나와 있었다. 음 나의 걸음은 조금 빠른 편이니 얼마 안 걸리겠지. 약도를 따라서 걸어갔다. 역 근처에서는 인도와 차도가 분리된 길이었다. 차도라고 해도 2차선이다. 우리와는 달리 넓은 길이 잘 없는 일본이다. 어느 정도 가자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어졌다. 가는 방향 오른쪽으로는 우와지마성이 있었다. 밤이 되어서 조명 아래에서 예쁘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숙소 찾는게 급선무라 계속 길을 따라 갔다. 길은 힘들게도 오르막이었다. 계속 올라가니 갈림길이 있었다. 밤이고 조명이 어두워서 표지판은 거의 보이지 않고 약도 상으로는 신사 앞에서 오른쪽으로 가게 되어 있었으므로 다시 오른쪽 길을 따라 갔다. 계속 오르막이라서 이제는 우와지마 시내가 다 내려다보였다. 이거 무슨 야밤에 등산까지? 그래도 포장된 도로가 계속되었다.

 

 

   근데 얼마 안가자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 앞은 절벽이라 올라 갈 수 없었다. 여기는 노란색 나트륨 조명이라 멀리는 보이지 않고. 유스호스텔은 없는 것인가? 길가에 있는 집에 물어보아야 하는 걸까? 고민되었다. 다시 한 번 길을 잘 살펴보았다. 끊겼다면 무언가 표시가 있겠지. 아니면 막다른데 주차장이라도 되어야 하는데. 자세히 보니 길은 끊어진게 아니고 계속 산을 타고 가게 되어 있었고 내가 있는 지점에서 커브를 도는데 앞으로 갈 길에는 가로등이 전혀 없어서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심조심 어둠이 있는 길을 따라 갔다. 다행히도 조금 더 가니 약한 가로등이 있었다. 역시 오르막이었다. 등에는 땀이 났다. 이곳에는 인가도 없는 그야말로 산 아래에 있는 도로이다. 약 5분쯤 가니 단층인 집이 보였는데 이게 내가 찾던 유스호스텔이었다. 나중에 보니 유스호스텔은 해발 80m인 아타고공원[愛宕公園] 내에 있다고 나와 있었다. 우와지마가 항구 도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위치는 아닌 셈이다.

 

   2년 전에 타비라히라도구치[たびら平戸口] 유스호스텔을 찾을 때에도 밤이라서 매우 고생을 하였다. 어떻게 되었든 밤에 길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미리미리 약도를 정확하게 숙지하여 찾아가야 하는데 항상 현지에 가면 조금씩 헤멘다.

 

   유스호스텔에 들어가자 여자 꼬마아이가 나와서 인사를 한다. 나도 인사를 받아주었다. 곧바로 페어런트(parent)가 나왔다. 시계를 보니 8시 5분이었다. 역에서부터 약 35분쯤 걸린 셈이다. 양호하다. 바로 체크인을 하였다. 로비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열차들의 애칭판도 있었다. 게다가 페어런트가 나의 신용카드를 보고는 ‘새마을호’라는 걸 알았다. 내가 쓰는 건 철도회원 신용카드이다. 이 분은 철도에도 관심이 있는 듯. 이 유스호스텔은 독자 홈페이지가 있다. 물론 영어판도 있으나 조금 내용이 부실하고 일본어판에는 여러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제이알라(ジェアラー, JRer)라는 단어가 있었다. 나를 포함한 일본철도연구회에 계신 분들을 의미하는 일본식 영어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참고로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2.odn.ne.jp/~cfm91130 이다. 모포 하나를 받고 방으로 안내되었다. 페어런트가 우와지마의 지도와 음료수 하나를 주었다. 내가 올 때 고생을 하여서 빨리 가는 길이 없는지 물어보니 내가 온 길은 승용차로 올 때 이용하고 도보로 오는 길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지도상으로도 표시도 해 주었다.

 

   방에는 일본 고등학생이 1명 있었다. 일본 고등학생이라면 치마를 줄인 교복을 입은 여학생을 생각하는 분이 있을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물론 남학생이다. 이건 음란물 아닙니다. 참고로 일본 유스호스텔은 가족실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남녀가 분리되어 있다. 고등학생과 나는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일정을 이야기하였다. 그는 방학을 맞아서 쥬코쿠[中国, China가 아니라 혼슈에서 오까야마를 포함하는 칸사이 지방 서쪽 지역을 의미]와 시코쿠 지역을 여행하고 있다고 하였다. 나도 사용하고 있는 시코쿠 사이핫켄킷뿌[四国再發見きっぷ]를 가지고 있었다. 집은 토쿄[東京]이고 돌아갈 때에는 침대특급열차인 아사카제(あさかぜ)를 탈 예정이라고 하면서 B침대권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아사카제는 도꾜와 시모노세끼[下関]를 연결하고 특이한 점이라면 팬터그래프가 있는 객차가 있다. 발전차 대신 팬터그래프에서 전기를 받아서 객실의 전원과 냉난방에 사용한다. 음 모두 침대라서 감히 JR 패스로도 탈 수 없는 열차. 나는 일정이 적힌 수첩을 보여주었는데 앞 부분에 있는 토호쿠[東北] 지방의 스탬프를 보면서 매우 부러워하였다. 철도를 포함하여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한국 동전 500원과 일본의 500엔에 관해 질문하여 내가 가진 500원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혼자서도 멀리 여행을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영어가 어느 정도 되어서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확실히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을 접할 기회가 많은 수도권 학생들이 영어를 잘하고 외국인에 대한 부담도 적다. 이전에 센모본선[釧網本線]에서 옆에 서 있는 학생에게 영어로 물어보니 갑자기 놀라서 아무 말을 못하자 그 옆에 계신 아줌마가 도와준 경험이 있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피곤하여 씻고 밤 11시에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7시에 일어났다. 씻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페어런트가 아침상을 내어왔다. 유스호스텔의 장점은 일본 가정식을 어느 정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밥과 미소라는 간단한 국이 있고 반찬도 여러 종류인 건 거의 우리와 같다. 단지 반찬의 양은 적어서 반찬이 남는 일은 별로 없다. 우리와는 달리 매운 건 없으나 짠 음식이 많았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왔다는 걸 염두에 두어서인지 김치가 반찬에 들어있었다. 학회 첫날 만찬 이후로 몇 일만인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흔한 반찬이고 사실 나는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일본 땅에서 보니 매우 반가웠고 또한 배려해주는 게 고마웠다. 우와지마쟈코텐정식[宇和島じゃこてん定食]이라고 하는데 쟈코텐(じゃこてん)은 어묵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색이 더 짙었다. 이건 어묵이 아니냐고 물어보았는데 아니라고 하였다. 가스불에 구워서 먹는데 어묵보다는 더 생선을 삭힌 맛이 난다. 간장에 찍어서 먹는데 어묵구이라고 보면 비슷하다. 그런대로 괜찮았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니 힘이 났다.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하였다. 페어런트가 꼬마 아이와 같이 나와서 우리말로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를 하였다. 한국인의 방문이 드문 시코쿠에서 우리말 인사를 듣다니!

 

 

    밖은 어제와는 달리 해가 떠서 매우 밝다. 어제와는 다른 산책로로 내려갔다. 내리막길을 따라 가니 금방 갔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신사 앞에는 유스호스텔 이정표가 있었다. 차로 갈 때는 오른쪽으로 걸어갈 때에는 왼쪽으로 가라는 표지가 있었다. 밤이라 이걸 발견하지 못하여 훨씬 긴 길로 올라간 셈이었다.

 

   천천히 걸어 30분도 못 되어서 우와지마[宇和島]역 앞에 도착하였다. 우와지마역은 처음이 아니다. 2년 전에도 와 본 곳이다. 그 때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역 앞 도로 너머로 증기기관차가 보존되어 있었다(사진 159). 옆으로는 따뜻한 지방인지라 열대 나무가 자란다. 그래도 올해 1월에는 눈도 왔다고 한다. 금방 녹기는 하였지만. 그림이 작아서 잘 안 보이지만 증기기관차 왼쪽으로는 청동으로 만든 소 동상이 있다. 우와지마가 소싸움으로 유명한 지역임을 상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북 청도가 소싸움으로 유명하다.

 

   길을 건너 역으로 들어갔다. 역에는 주말을 맞아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침이라 활기찬 느낌도 들었다. 우와지마역은 2면 3선의 승강장을 가지고 있다. 다른 일본의 종착역과 마찬가지로 역 뒤로는 막혀 있어서 승강장 사이를 육교나 지하도 없이 건너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열차 타는 승강장도 어느 정도 규칙이 있는데 특급 열차의 경우 역에서 가장 가까운 1번 타는 곳을 대부분 이용한다. 반면 보통 승강장의 경우는 조금 먼 2번이나 3번 승강장에서 출발, 도착한다. 우와지마역 뿐만 아니라 다른 역들도 특급 열차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동선이 최대한 짧아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과거 부산역이 새마을호를 1번 승강장에서 출발시키기는 하였지만 지금은 역에서 가장 먼 승강장에서 KTX가 출발하고 있다. 다른 등급을 타는 사람들간의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그런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승객들을 위한 배려가 조금 적은게 아쉽다.

 

   내가 타는 건 요도선[予土線] 보통열차. 내가 가진 승차권은 보통 열차밖에 탈 수 없다. 요도선은 보통 열차만이 다니기 때문에 아마 그린샤 패스를 가진 사람들은 손해보는 느낌이 들 듯하다. 게다가 불편한 롱시트라 적응도 힘들고. 나는 특급 열차와 바뀌거나 먼저 보낼 일이 없어서 너무 빨리 지나갈까봐 걱정된다. 열차는 3번 승강장에 있었다. 요도선은 잘 알려지다시피 키하 32系가 주력 차량이다. 아침저녁으로 키하 185系 3000번대가 다니고 일부는 키하 54系이다. 키하 185系 3000번대는 원맨(ワンマン) 운행이 불가능하므로 시각표 상에서 4000번대로 시작하지 않는다. 키하 54系와 32系는 롱시트이고 차량 길이만 다른 차량이다. 32系가 더 짧다. 이 의미는 요도선의 승객이 적다는 증거이다. 이번에 타는 열차 역시 키하 32系이다. 롱시트이지만 타는 열차가 대부분 롱시트이다 보니 이게 더 편하다. 역시 일요일이라 차 내에는 여행객들이 많이 보인다. 그래도 절반 이상이 빈 자리이다.

 

 

   바람을 쐬기 위해 열차 밖에서 앉아있었다. 이떄 1번 승강장으로 4량 편성 2000系 열차가 들어왔다. 다른 2000系와는 도색과 모양이 약간 달랐다. 붉은 색 띠는 전혀 없고 JR시코쿠의 색상인 하늘색으로만 도색되어 있었다. 2000系의 시험제작 차량이었던 TSE(Trans Shikoku Experimental)이었다. 차량 밖에는 TSE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TSE은 원래 2001·2201·2101의 3兩 편성으로서 JR시코쿠와 철도총연(鉄道総研)에서 공동 개발한 세계 최초의 진자식기동차(振子式気動車)이다. 1989년 임시 열차로 다니다가 2000系가 양산 체제로 들어가자 중간차를 하나 더 넣어서 현재의 4兩 고정 편성으로 L특급 이시즈치(いしづち)와 우와카이[宇和海]로 사용되고 있다. 다음 회에 나오지만 사진 상의 차량은 이시즈치 1호로 아침 5시 17분에 타카마츠[高松]를 출발하였다. 시코쿠 내에는 야간 열차가 없기 때문에 첫차의 시각이 빠르고 막차가 심야까지 다닌다. 내가 탈 보통 열차와는 달리 승객들이 많아 순식간에 1번 승강장은 꽉 찬 느낌이다. 일부 승객들은 내가 탈 보통열차로 갈아탄다.

 

   열차 출발 시각이 되자 운전사는 문을 닫고 천천히 출발한다. 요도선은 이전에 일부 구간만을 타 보았기 때문에 시만토카와[四万十川]의 경치가 기대가 된다.

 

 

 

 

 

   다음 회로는 '서울교외선이 연상되는 요도선[予土線]의 오르막'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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