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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코쿠 여행에서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볼 수 있는 요산선의 구노선입니다. 정확하게는 이요나가하마[伊予長浜] 경유 노선으로 해선(海線)이라고도 합니다. 우치코선 경유 신선(山線으로도 부릅니다)이 개통되면서 이 노선은 특급 열차는 전혀 다니지 않고 보통 열차만이 운행되지만 바다와 강을 따라 다니는 절경을 보여줍니다. 음 저녁 시간 대라서 사진이 이쁘게 나오지 않아서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 드릴 수 없는게 안타깝군요.

 

 

 

 

 

18. 2월 14일 - 바다와 강을 따라 가는 절경인 요산선[予讃線] 구노선


   키하 185系는 8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원래 특급용 차량이다. 국철 말기에 시코쿠 지역의 특급 열차로 투입하고자 만들어졌다. 지금은 요산선 일부 구간이 전철화 되어 있지만 그 당시에는 이 노선마저도 전철화가 거의 되지 않아서 디젤차 천국이었다. 키하 185系는 틸팅 차량은 아니지만 간이 경사 장치가 있어서 곡선 주행 시에 속도를 높일 수 있고 기본이 2량 편성이어서 인구가 적은 시코쿠에서 탄력적으로 차량 수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JR화 된 이후 고속도로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JR시코쿠는 틸팅이 되는 디젤차인 2000系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게 되고 요산선 마츠야마까지의 구간이 전철화되면서 키하 185系는 토쿠시마 근교에서만 특급으로 운행되고 있고 일부는 큐슈로 양도되었다. 그래도 남는 차량은 마츠야마 지구에서 보통열차로 개조되었다. JR에서 최초의 특급 열차의 보통 열차로의 개조이다. 최근에는 물론 반대 경우도 발생하였는데 올해 JR큐슈에서는 보통 열차를 특급으로 개조하였다. 남큐슈에서 관광열차로 운행하는 하야토노카제(はやとの風)와 우미사치야마사치(海幸山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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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행에서는 내가 탈 수 있는 건 보통열차이므로 이런 차량을 타면 특급 그린샤를 탄 느낌이다. 롱시트가 아닌 그래도 등이 좀 기울어진 의자에 앉게 되고 승차감도 월등하게 좋다. 게다가 키하 185系는 전망형으로 만들어져서 맨 앞에 앉으면 운전사의 운전 장면과 앞의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No. 21 철도편 : 마츠야마[松山] 15:28→우와지마[宇和島] 19:23
열차번호 및 종별 : 735D 普通, 거리 : 103.2km, 편성 : 키하 185系 2兩 편성(キハ 185-3103, 3105)

 


   나는 맨 앞 좌석으로 갔지만 이미 사람이 앉아있어서 그 근처에 일단 자리를 잡았다. 겉으로 보아서는 특급형 차량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차이가 있었다. 의자는 뒤로 넘길 수 없도록 고정시켜 놓았다. 그렇지만 회전은 가능하였다. 일본 특급열차 의자에는 기본으로 있는 받침판과 그물망은 모두 제거되었다. 차량 상으로의 차이점은 애칭 표시기가 행선지 표시기로 바뀌었으며 도색도 시코쿠에서 특급으로 운행되는 차량과 차이가 있다. 또한 특급인 185系와는 연결할 수 없고 보통열차로 다니는 키하 32系나 65系와 연결하여 운행이 가능하다. 껍데기만 특급이고 실제는 보통열차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열차는 느릿느릿 마츠야마 시가지를 벗어나고 있었다. 특급 전동차는 다니지 않지만 이요시[伊予市]까지는 전철화가 되어 있다. 그래서 일부 보통열차는 전동차인 7000系가 다닌다. 평지를 느릿느릿 달려서 마츠야마를 출발한지 20분만에 이요시역에 도착하였다. 참고로 이요시역에는 아침과 야간에 특급 우와카이[宇和海]도 정차하는데 마츠야마까지 겨우 8분이면 간다.

 

   이요시에서는 승객들이 많이 내리고 또한 탔다. 다행히 앞의 전망이 보이는 맨앞 자리 승객도 내려서 바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지만 이요시역에서는 특급 열차와 바뀌고 우치코[内子] 방면 열차와 접속하기 때문에 17분간 정차한다. 요산선 해선과 산선이 갈라지는 역은 실제로 다음 역인 무카이바라[向井原]역이지만 열차의 환승은 이곳 이요시역에서 이루어진다. 그 이유는 무카이바라역에 가 보면 알 수 있다.

 

   이요시역은 2면 3선으로 되어 있다. 맞은 편 승강장에는 이요시에서 출발하여 이요오즈[伊予大洲]까지 가는 키하 32系 1량 편성 열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 열차는 빠른 우치코 경유 산선으로 가기 때문에 내가 탄 열차보다 30분 정도 더 빨리 이요오즈에 도착한다. 그러나 갈아타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탄 열차의 승객이 더 많았다. 아무래도 연선 인구는 바닷가 쪽이 많지 않을까? 게다가 시코쿠의 보통열차는 대부분 단거리 승객이니.

 

   17분 사이에 나는 역으로 가서 스탬프를 받았다. 근처에 이요철도 군츄코[郡中港]역이 있기 때문에 경쟁이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만 그렇지 못한지 역 건물은 작고 직원은 1명이 있었다. 역에서 스탬프를 찍고 다시 돌아왔다. 역시나 여기서도 운전사와 차장은 구름다리 아래에 가서 담배를 피면서 담소을 나누고 있었다.

 

   특급 우와카이 16호가 갑자기 나타나 순식간에 역을 통과하였다. 그러자 우치코 경유 보통열차가 먼저 출발하고 그로부터 6분 후에 우리 열차가 이요시역을 출발하였다. 이요시역에서 멀어지자 열차는 고가로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이곳은 마츠야마에서 멀어서인지 주택도 얼마 보이지 않고 멀리 바다가 보인다. 아까와는 달리 비는 그치고 약하지만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고가의 끝에는 무카이바라[向井原]역이 있었다. 분기되는 역이라는 믿어지지 않게 단순한 고가에 있는 단선역이었다. 역의 생김새로 보아서는 우치코 경우 신선이 개통되면서 새로 단장된 듯 하였다.

 

   무카이바라역을 출발하자 바로 산선과 분기되었다. 산선은 직선으로 계속 고가로 가는데 반하여 내가 갈 해선은 고가에서 내려오면서 오른쪽으로 돌았다. 바다를 향하여 가는 셈이다. 선로는 철의 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신선과는 달리 구선은 빛나는 정도도 약하고 선로 군데군데 잡초들이 자랐다. 선로 옆에도 나무가 무성하여 부딪히기도 하였다. 열차는 매우 천천히 간다. 중간에 과거 역 건물과 분기선이 있었던 흔적도 있었다. 아마 산선이 개통되기 전까지는 이 노선도 수없이 특급 열차들이 왕래하였을 것이다. 천천히 가다가 내리막을 가니 드디어 바다가 보인다. 이곳은 내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혼슈의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다. 터널을 지나고 옆의 둑 때문에 바다가 보이지 않으면 코노카와[高野川]역에 도착한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바다를 따라 간다. 아래로는 바다 바로 옆에 붙은 도로가 보인다. 철길은 그래도 도로보다 높게 만들어져 있다. 마을은 철길보다는 아래에 있는 도로 옆으로 있다. 역에서 이 지역의 중심지인 이요나가하마[伊予長浜] 광고를 본 적이 있는데 해산물로 2끼 식사와 1박을 하는 상품이 있었다. 지형으로 보아서는 바다 반대쪽은 산인지라 어업이 주요 산업이 될 듯 하다. 열차는 왼쪽으로는 산기슭이고 아래로는 마을을 끼고 있는 도로와 바다가 보인다. 가끔씩 터널을 지나기도 하고 철로가 낮아지기도 하고 높아지기도 하지만 이런 경치는 계속 된다. 해안가의 규모가 커지고 큰 공장들이 보이면 이곳 해선에서 가장 큰 이요나가하마[伊予長浜]역에 도달하게 된다.

 

 

   실제 해가 서산에 걸려 있어서 사진이 제대로 나와 있지 않아서 글로는 어느 정도 느낌이 전달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 이 노선은 다른 바다를 따라가는 노선과는 달랐다. 열차는 원래 특급 차량인데다가 속도가 느려서 거의 관광열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은 철로가 높은 곳에서 마을과 도로 그리고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중간에 터널이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시야를 가리는 건 없었다. 이런 노선에 관광용으로 토롯코 열차가 다니지 않을까 궁금하여 시각표 책을 보니 역시 운행되고 있었다. JR이 이런 돈이 되는 곳에 보고만 있을 리는 없지!

 

   이요나가하마는 해선에서는 유일한 유인역이다. 많은 승객들이 내려서 열차 내는 빈 자리가 더 많아졌다. 아침에는 이요나가하마에서 출발하는 열차도 있다. 역 건물은 꽤 오래된 느낌이 났다. 안에 불만 켜져 있지 않으면 귀신이 나타날 듯.


   이요나가하마부터는 열차가 방향을 바꾼다. 이제까지는 바다를 따라서 서쪽으로 갔지만 이제부터는 강을 따라서 남쪽으로 간다. 히지카와[肱川]를 거슬러서 올라간다. 왼쪽이 여전히 산이고 오른쪽으로는 도로가 있고 그 뒤로는 바다가 아닌 강이다. 강의 굴곡에 따라서 커브를 돌면서 여전히 천천히 간다. 잠시 강과 멀어져서 산 사이의 평지를 달리기는 하지만 다시 강을 만난다. 이 강은 크지는 않은지 얼마 안 가자 유역이 많이 좁아졌다.

 

   고로우[五郎]역을 출발하자 열차가 갑자기 속도를 낸다. 진행 방향 왼쪽에서 철길이 고가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이 선로와 합쳐졌다. 이요와카미야[伊予若宮] 신호장이다. 시각표 상에는 나오지는 않고 이요오즈를 분기되는 역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 해선과 산선은 이 신호장에서 만난다. 이 신호장은 앞서 분기된 무카이바라역처럼 단지 두 선로가 하나로 만날 뿐 대피선이나 다른 선로는 전혀 없다. 신호장과 이요오즈역까지는 2.4km 떨어져 있다. 시코쿠에는 2개의 신호장이 있는데 나머지 하나는 내일 지나게 된다.

 

   이요오즈는 내가 철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온 히지카와 분지에 세워진 성곽도시이다. 오즈성터와 가류우 산장 등 여러 역사 유적이 많다. 또한 히지카와에서는 여름에서 가을까지 ‘우카이’라고 불리는 가마우지를 이용한 전통 어법이 행해진다. 우카이는 아마도 일본 전국에 퍼져있는 어업의 형태인 듯 하다. 잘 알려진 건 ‘문나이트 나가라’의 애칭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오가키[大垣] 쪽이 아닌가?

 

   이요오즈역에서는 5분간 정차한다. 따로 바뀌거나 먼저 가는 열차가 있어서는 아니다. 산선과 해선이 합쳐지면서 일부 열차는 이요오즈까지 운행되기도 하지만 차고가 있는 야와타하마[八幡浜]까지 많이 간다. 물론 특급은 모두 정차한다. 토요일 오후 늦은 시간이라서 역 내는 한산하였다.

 

   이제 특급도 다니는 노선을 따라 가니 이 차량이 능력을 발휘하리라고 여겨졌다. 그렇지만 이요오즈 이후로도 계속 서행을 하였다. 선로 자체가 커브가 많고 특급 열차와 바뀌는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만든 듯 하였다. 가능하면 특급끼리 바뀔 때를 제외하고는 특급이 보통 열차를 기다리지 않게 다이어를 짜지 않았나 여겨진다. 그러다 보니 표정속도는 거의 30km/h를 조금 넘는다. 특급 우와카이의 표정속도가 거의 90km/h 가깝기 때문에 틸팅과 다이어 조절의 힘이 큼을 알 수 있다. 결국 JR시코쿠는 장거리는 특급을 타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이요오즈부터는 하천은 없고 산 사이의 평지를 달린다. 중간중간에 터널을 지나는데 길이가 꽤 길다. 시코쿠가 작은 섬임을 생각하면 산지가 많은 셈인데 이런 점 때문에 에히메현에는 성이 있는 도시가 요산선 따라 세 군데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츠야마성이 가장 크기는 하지만 이요오즈, 그리고 종착역인 우와지마에도 성이 있다. 천천히 달려서 야와카하마[八幡浜]역에 도착하였다. 이 역에서는 운전사와 차장이 바뀌고 열차는 특급 열차를 먼저 보내고 바뀌기 위하여 19분 정차한다.

 

   날이 어두워졌다. 일본의 다른 지방 도시들이 그렇듯이 밤이 되면 인적이 드물어서 적막감이 든다. 저녁을 간단히 때우기 위하여 역 건물로 갔다. 역 건물 안에는 토요일 밤인데도 사람이 없다. 일교차가 커서 조금 춥다. 물론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간단하게 단팥빵을 사서 열차 내로 다시 돌아왔다. 재미있는건 역 매점에서는 앙팡맨 열차 장난감 뿐만 아니라 앙팡맨 빵까지 팔고 있다. 물론 종류도 여러 가지다. 앙팡맨 스탬프도 역마다 다양하다. 시코쿠 철도 여행의 한 재미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우리같은 외국인들은 가타가나로 적혀 있는 걸 읽어만 보아도 그 재미있고 신기하다.

 

   야와타하마[八幡浜]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항구 도시이다.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시코쿠 중 내가 가장 먼저 온 장소이기 때문이다. 2002년 2월에 JR패스로 전국을 일주 할 때에 큐슈의 우스키[臼杵]에서 페리를 타고 시코쿠로 건너와서 야와타하마에 도착하였다. 페리가 예상보다 늦게 항구에 도착하여서 열차 시각을 맞추고자 택시를 타고 역으로 왔지만 놓치고 결국 요도선[予土線]은 일부만 탈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역무원이 나의 패스를 보고 한국에서 왔다는 걸 보고 놀라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웠다. 그 역무원은 우리나라의 전남 순천에 가 본 적이 있다고 하였다. 물론 영어에 서툴러서 의사 소통이 쉽지는 않았다.

 

 

   열차 내는 처음에 마츠야마에서 탈 때와는 달리 매우 한산하였다. 내가 탄 칸에는 승객이 10명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싼 값으로 이동하려고 한다면 괜찮을 듯 하다. 주말에는 하루에 1,100엔이면 장거리도 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점은 내가 탄 키하 185系는 특급형 차량이지만 화장실은 없다. 보통열차가 되면서 번호대가 바뀌어서 화장실 있는 0번대는 3000번대가 되고 없던 100번대는 3100번대로 바뀌었다. 그러나 개조된 차량 수에서 3100번대 수가 조금 많고 3000번대 일부는 토롯코 열차 같은 이벤트 차량과 같이 다니기 때문이다. JR시코쿠에서는 껍데기만 특급으로 남기고는 서비스 수준을 낮춘 셈이다. 탄 차량은 3100대끼리 연결된 2량 편성이다.


   특급 열차를 먼저 보내고 또한 바뀌고 출발 시각이 되자 서서히 야와타마하역을 출발하였다. 어두워서 밖의 경치도 안 보이고 앞 전망도 헤드라이트가 비치는 곳만 보인다. 시골이라 주위가 더욱 어둡다.

 

 

 

 

 

   다음 편으로는 "유스호스텔에서의 일본 고등학생과의 밤"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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