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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시코쿠 여행기는 필름카메라로 제가 찍은 것이라 현재 디지털카메라와는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의 수가 적어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20. 2월 15일 - 서울교외선이 연상되는 요도선[予土線]의 오르막


   선로는 합쳐져서 하나가 된다. 열차는 우와지마역 출발, 도착으로 운영되지만 실제 요도선[予土線]의 시작은 우와지마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져 있는 키타우와지마[北宇和島]역이다. 우와지마역에서 1.5km 떨어져 있다. 그 사이에는 우와지마 차량 기지가 있다. 이 지역을 운행하는 디젤 차량들이 유치되어 있는데,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특급 차량인 2000系는 보이지 않고 보통 열차로 사용되는 키하 32, 54, 65系 등이 보였다.

 


No. 22 철도편 : 우와지마[宇和島] 9:29→쿠보카와[窪川] 11:29
열차번호 및 종별 : 4838D 普通(ワンマン), 거리 : 82.2km, 편성 : 키하 32系 1兩 편성(キハ 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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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을 달리다가 얼마 안 가서 분기되는 키타우와지마역에 도착하였다. 두 노선이 나누어지는 역이지만 구조는 단순하다. 1면 2선의 승강장이 있는 무인역이다. 승객이 몇 명 타고 다시 출발하였다. 출발하면 바로 요산선[予讃線]과 나누어진다. 오른쪽으로 커브를 튼다. 다음 역인 무덴[務田]역까지는 거리가 6.3km이지만 거의 11분이 걸린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급경사, 급커브를 지나가기 때문이다. 열차는 엔진 소리를 높이며 오르막을 오른다. 속도는 느리지만 차량이 가벼운지 경쾌하게 오른다. 철길도 직선이 아니고 커브가 많기 때문에 지금은 정기열차가 다니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서울교외선의 의정부~송추 구간이 연상된다. 서울교외선과는 달리 철로 주변에 도로가 적고 차량도 작고 선로도 협궤라서 규모가 작아 보이기는 한다. 다 오르게 되면 무덴역에 도달한다.

 

 

   무덴역부터는 평지를 달린다. 역간 간격도 짧아진다. 그렇지만 열차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은데 아마도 이 선로가 만들어진 이후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어떠한 보강도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평지를 이리저리 돌면서 역에 정차한다. 일요일 오전인지 타는 사람보다는 내리는 사람이 더 많고 차내는 한산하다. 절반 이상이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다.

 

   요도선은 JR시코쿠의 가장 한산한 로컬선인지라 특급은 전혀 운행되지 않고 보통열차만이 다닌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이 무인역이다. 차량이 주박하는 에카와사키[江川崎]역만이 유인역이고 나머지 몇몇 역에는 위탁 발매소가 있다. 일부 열차의 종착역인 치카나가[近永]역도 위탁 발매소였으나 지금은 무인역이 된 듯 하다. 이 역까지는 2년 전에 왔는데 날씨가 추워서 역 밖에서 덜덜 떨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이 역에서 반대 방향으로 가는 키하 54系 열차와 바뀐다. 요도선의 대부분의 열차가 키하 32系로 운행되고 있고 극히 일부만이 키하 54系와 키하 185系로 다닌다.

 

 

   요도선의 하이라이트는 일본의 마지막 청류라고 불리는 시만토카와[四万十川] 하천을 따라 달리는 풍경이다. 마츠마루[松丸]역에 와서야 드디어 시만토카와의 모습이 보인다. 이 역부터는 철로는 시만토카와를 건너기도 하고 잠시 멀어지기도 하면서 하천을 따라 달리게 된다. 그렇지만 필름 카메라로 찍는 데에는 한계가 많다. 중간중간에 나무가 우거진 곳을 지나서 하천이 보이지 않기도 하고 터널을 지나기도 한다. 게다가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햇빛이 내리쬐고 있는데 이거 역광까지 고려해야 하니. 중간에는 유일한 유인역인 에카와사키역이 있다. 이 역에는 여성직원이 있었는데 열차가 도착하자 반갑게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내리는 승객들을 맞았다. 역 건물도 새로 지은 듯 깨끗하고 주박하는 차량을 위한 유치선도 있었다.

 

   에카와사키역을 출발하면서 열차의 속도가 빨라진다. 하천을 따라간다는 건 다른 게 없고 단지 선로가 더 직선으로 뻗어있다는 것 뿐인데. 같은 노선인데 이렇게 속도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고치현에 속하는 에카와사키부터 쿠보카와 구간은 1970년대에 개통되었다. 그러다 보니 기술의 진보로 노선이 그런대로 직선으로 잘 뻗어있다. 반면 늦게 지어졌다는건 그만큼 승객이 적다는 걸 반증하기 때문에 이 구간에서는 곳곳에 JR요도선 이용 촉진회 플래카드가 있다. 국철 시절에는 엄청난 적자 노선이었으나 토롯코 열차가 운행되기 시작하면서 관광객들이 조금씩 오게 되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한 것이 다행으로 여겨진다. 이 노선이 없어지면 시코쿠 일주도 불가능하다. 역시나 선로 근처에는 인가도 적다. 물론 역간 거리가 긴 편이다. 산이 높지 않고 날씨가 따뜻하여 눈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정선선을 타고 가는 느낌이다. 하천을 따라 달리니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열차는 내리막길을 달리지 않나 생각된다. 그렇지만 지형 상으로는 철길과 시만토카와 사이는 큰 차이가 있다. 시만토카와는 정말 꼬불꼬불하다. 그에 비하여 철길은 열차의 속도를 높이기 위하여 직선에 가깝게 만들었다. 시만토카와의 흐름에 따라 철길을 놓았다면 아마 엄청 굴곡이 심한 노선이 되었겠지만 그만큼 경치는 좋다. 하지만 운행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나 현재처럼 터널과 다리로 직선화시키면 빨리 달리지만 구경하는데는 좀 애로가 있다. 특히 사진찍기는 힘들었다. 나무가 무성한데다 곳곳이 터널이니. 시간 여유가 된다면 열차에서 내려서 강의 흐름을 따라서 작은 배를 타는 게 좋다. 아니면 휴가 시즌에 간다면 토롯코 열차를 타는 것도 괜찮다. 나는 대부분을 2월에 일본에 가다보니 비수기인 겨울이라 항상 관광열차는 경험하기 어려우니.......

 

 

   열차 안에는 중간에 주민인 듯한 노인들은 다 내리고 여행객들이 대부분이다. 젊은 남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철도팬인 듯한 사람들도 있는데,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차내에서 졸고 있는 경우가 많다. 롱시트는 그냥 앉아있기에는 불편하지만 롱시트를 따라 눕고 가방을 베개 삼으면 금새 잠에 빠져들 수 있다. 유난히 롱시트 보통열차가 많은 시코쿠에서는 곳곳에서 롱시트를 침대 삼아 자는 사람을 종종 보았다. 오늘 밤에는 나도 마지막 열차에서 이렇게 하였다.

 

   요도선의 고치현 종점은 조금 애매하게 되어있다. 모든 열차는 쿠보카와[窪川]역까지 운행되지만 와카이[若井]역과 쿠보카와역 사이 구간은 요도선이 아니라 토사쿠로시오[土佐くろしお]철도의 나카무라선[中村線]이다. 그러나 실제 분기는 와카이역이 아니라 카와오쿠[川奥] 신호장이다. 나카무라선은 이 신호장에서 요도선과 갈라진 후 루프식으로 하여 산을 돌아서 나카무라로 향하게 된다.

 

   그 때문에 와카이역의 이전역인 이에디가와[家地川]역을 출발하자 긴장하며 열차 앞의 경치를 보았다. 이에디가와역에서 카와오쿠신호장까지는 겨우 2.2km 밖에 안 된다. 나란히 가던 시만토카와는 댐이 나타나면서 어딘가 사라지고 열차는 터널에 돌입하였다. 터널의 길이는 길어 끝이 잘 보이지 않았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바로 왼쪽 아래에서 올라오는 선로와 만나서 분기하였다. 신호장에 들어왔다. 내가 탄 열차는 교행하는 열차가 없기 때문에 천천히 신호장을 통과하여 나갔다. 신호장 내에는 2선으로 열차끼리의 교행이 이루어질 수 있다. 선로 옆으로 조그마한 건물이 있으나 사람은 없는 듯 하였다. 나카무라선은 루프식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아래쪽 철로를 보려고 창문 밖을 열심히 보았지만 이곳은 따뜻한 지역이라 나무가 너무 우거져서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정신없이 차내를 뛰어다니자 한 나이드신 승객이 “루프선”이라고 알려주었다.

 

   신호장을 벗어나자 하천을 따라서 내려간다. 이곳은 처음 오는 노선이지만 이미 나에게는 매우 익숙하다. 인터넷을 통하여 토사쿠로시오철도 나카무라선 열차의 앞의 모습을 찍어놓은 동영상 파일을 받아서 감상하였기 때문이다. 컴퓨터 화면을 통하여 본 경치가 실제 앞에서 펼쳐지니 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얼마 안 가서 토사쿠로시오철도의 역인 와카이[若井]역에 정차하였다. 이 역은 노선상에서는 분기역이기는 하지만 단선인 무인역이다.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었다. 와카이역은 역명판이 달랐다. 다시 열차는 출발하였다. 지금 타고 있는 구간은 JR이 아닌 토사쿠로시오철도선이다. JR 패스나 청춘18표와 같이 JR의 노선만이 가능한 표를 이용하는 경우 와카이역과 쿠보카와역 간의 운임인 200엔을 따로 내야한다. 그러나 내가 사용하고 있는 시코쿠 사이핫켄킷뿌[四国再發見きっぷ]의 경우는 토사쿠로시오철도 노선 중 이 노선만은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추가 운임이 필요하지 않다. 열차는 얼마 안가서 분기하여 종착역인 쿠보카와역에 도착하였다.

 

 

   승객들은 모두 내리고 일부 사람들은 열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역은 실제 JR과 토사쿠로시오철도의 경계역이다. 보통열차의 경우 따로 되어 있는 역사를 건너가서 열차를 타야 한다. 반면 특급열차는 직통 운행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 구름다리를 건너서 집표구를 빠져나갔다. 같은 열차를 타고 온 승객의 대다수가 내가 쓰고 있는 시코쿠 사이핫켄킷뿌[四国再發見きっぷ]를 가지고 있었다. JR패스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추가운임을 받으려고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직원이 표 확인을 꼼꼼하게 하였다. 그런데 왜 날짜 도장은 찍어주지 않는지.

 

 

 

 

 

   다음 편으로는 '쿠보카와[窪川]역에서 만난 일본인 철도팬'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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