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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1시간 30분밖에 없는 시간 동안에 마츠야마성에 다녀옵니다. 시간의 제약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렇지만 본래의 목적은 기차를 타는 것, 항상 잊어서는 안 되겠죠.

 

 

 

 


17. 2월 14일 - 성 아래의 도시 마츠야마[松山]

 

   마츠야마의 전차와 근교의 철도 노선은 JR말고도 이요철도[伊予鉄道]라는 회사가 맡고 있다. 근교 노선 중 일부는 JR과 비슷하여 경쟁을 하고 있다. 이요철도는 단지 철도 뿐만 아니라 버스와 택시를 비롯한 각종 교통 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www.iyotetsu.co.jp이다. 그 중에서 잘 알려진 것은 시내를 순환하는 전차이다. 특히 소설 속에 나온 것을 현대에 맞게 재현한 봇찬열차는 유명하다.

 

   하루 종일 마츠야마 시내를 구경한다면 전차 1일 승차권을 구입하면 좋다. 300엔으로 전차 1회 승차 요금이 150엔이므로 2번만 타면 본전을 뽑을 수 있다. 여기에 200엔만 추가하면 봇찬열차를 탈 수 있다. 하지만 난 겨우 2번 탈 것이므로 그냥 요금을 내고 타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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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R마츠야마역은 전차의 순환 노선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약간 뜸하게 운행된다. 그렇지만 금방 전차가 들어왔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낡은 차량이다. 재빨리 승차하였다.

 

 

No. 17 시내전차편 : 마츠야마에키마에[松山駅前] 14:16→케이샤츠쇼마에[警察署前] 14:29
거리 : 2.6km, 운임 : 150엔

 

 

   전차는 승객들이 다 타자 바로 출발하였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바닥이 나무로 되어 있어서 모터의 소음이 그대로 올라왔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신호 대기에 걸렸다. 전차를 타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일반 열차와는 달리 도로에 있는 레일을 따라 달리기 때문에 교통 신호등의 신호에 따라서 움직인다. 또한 앞에 전차가 있으면 일정한 안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기다린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비슷한 현상으로는 서울 시내의 중앙 버스 전용 차선을 생각하면 된다. 차선이 아니라 철길이 깔려 있어 전기로 움직이고 앞질러갈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거의 같다. 중간에 순환선과 만나고 신호등이 많아서 생각보다는 속도가 느렸다.

 

 

   거의 13분을 가서 지도 상으로 로프웨이 타는 곳에 가깝게 보이는 동경찰서 앞에 도착하였다. 이제는 골목 길을 걸어가서 로프웨이 타는 곳을 찾았다. 원래는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5분 쯤 걸어가니 로프웨이와 리프트 타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기서는 마츠야마성의 입장권과 로프웨이나 리프트 왕복을 같이 파는 표가 있어서 그걸로 샀다. 모두 1,000엔인데 이중에서 마츠야마성의 입장료가 500엔이다. 상당히 비싼 편이다. 로프웨이는 우리의 케이블카와 같다고 보면 된다. 리프트는 의자가 줄에 매달려 있어서 줄의 움직임에 따라서 올라가는데 스키장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의자에 한 명만이 앉을 수 있도록 크기가 작을 뿐이다. 로프웨이는 10분 간격으로 다니는데 비해 리프트는 수시로 탈 수 있어 좋기는 하지만 나는 짐이 있기 때문에 로프웨이를 이용하였다.

 

 

No. 18 로프웨이편 : 동운 입구[東雲口] 14:40→마츠야마성[松山城] 14:43
운임 : 1,000엔 (로프웨이 왕복 및 마츠야마성 입장료 포함)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조금 있었다. 다섯 명 가량의 아저씨들과 함께 로프웨이에 탔다. 시간이 되자 안내양이 타고 문이 닫히고 출발하였다. 조금씩 고도를 높이고 안내양은 마츠야마성에 관한 설명을 하였다. 물론 나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나마 중간중간에 나오는 지명 정도만 들렸다. 얼마 안 가자 종점에 도착하였다. 시간이 부족하기에 나는 서둘러서 빠져나왔다.

 

 

   그러나 여기가 바로 성 앞은 아니었다. 약간 걸어서 올라가야 하였다. 사진 137에서와 같이 마츠야마성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곳이 산임을 감안하면 꽤 높은 곳에 자리잡은 셈이다. 물론 다른 도시에 있는 성들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사진 137을 자세히 보면 성 앞에 조그마한 건물이 있고 사람이 2명 정도 있는데 여기가 입장권을 검사하는 장소이다. 안으로는 입장권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성 밖으로는 마츠야마 시내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지만 오늘 날씨가 흐려서 가까운 곳만 보였다. 날씨가 좋으면 바다 건너서 혼슈[本州]까지 보인다고 하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이 못 되었다. 안개가 많이 끼여서 구름 속에 있는 성이라는 느낌이었다.

 

   들어가니 성이 더 커 보였다. 사진 139와 같이 성벽은 매우 경사가 급하였다. 일본인 청년 몇 명이 타고 올라가려고 시도하였으나 얼마 올라가지 못하고 바로 내려왔다. 성 안에 사는 사람의 권력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성 한 쪽으로는 문이 있어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문을 통하여 들어가면 성의 지붕이 가까이서 보인다. 이 성은 온통 검은 색이고 여러 겹으로 지붕을 만들어 놓았다. 이런 성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성벽이 높을 뿐만 아니라 성 안에서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사진 143과 같이 조그마한 구멍으로 무기를 넣고 공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지금이야 비행기로 폭격해 버리면 성이야 금방 잿더미로 만들 수 있지만 과거 육군에만 의지하여야 했던 시절에는 성은 정말 난공불락의 요새였음이 분명하다.

 

 

   성 안의 여러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도록 입구가 있었지만 나는 다음 일정을 위해서 재빨리 역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안타깝기는 하나 다음을 기약하는 수 밖에. 내려가는 길이라서 뛰어서 갔다. 금방 다시 로프웨이 타는 곳에 도달하였다.

 

 

No. 19 로프웨이편 : 마츠야마성[松山城] 15:01→동운 입구[東雲口] 15:03
운임 : 1,000엔 (로프웨이 왕복 및 마츠야마성 입장료 포함)

 

 

   내려가는 건 역시 금방이었다. 천천히 가기는 하지만 올라가는 것보다는 빠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다시 전차를 타야 한다. 올 때는 골목을 거쳐서 왔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생각하여 로프웨이 타는 곳 바로 앞의 도로를 따라서 나갔다. 약 5분 쯤 가니 큰 길이 나타났고 전차 타는 곳이 있었다.

 

   내가 타야하는 건 JR마츠야마역으로 향하는 전차이다. 여기는 여러 노선의 전차가 다니고 있기 떄문에 아무거나 타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상대적으로 JR마츠야마역으로 가는 전차의 회수가 이요철도의 본거지인 마츠야마시[松山市]역으로 가는 전차보다 적다. 유명한 봇찬 열차(坊っちゃん列車)가 들어왔다. 그렇지만 마츠야마시역이 목적지였다. DVD로 보았을 때에는 기관차에 객차를 여러 개 달고 있었는데 오늘은 승객이 적어서인지 하나만 달고 있었다. 일반 전차와는 달리 객차마다 직원이 있어서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걸 도와 주었다. 일반 전차는 모두 원맨이지만 봇찬 열차는 그렇지 않은 셈이다.

 

   봇찬 열차가 지나가자 내가 타려고 하는 마츠야마역으로 가는 전차가 들어왔다. 재빨리 전차에 올랐다. 일본의 대부분의 교통 수단이 그렇지만 마츠야마 시내 전차도 후승전강(後乘前降)이기 때문에 빨리 타는 건 큰 의미가 없다.

 

 

No. 20 시내전차편 : 오카이도[大街道] 15:14→마츠야마에키마에[松山駅前] 15:27
거리 : 1.9km, 운임 : 150엔

 

 

   내가 서두르는 이유는 마츠야마역에서 탈 열차가 15:28에 출발하기 때문이다. 특급을 이용하면 우와지마[宇和島]까지 겨우 1시간 20분이면 충분하지만 보통열차에다가 돌아서 가다보니 거의 4시간 이상이 걸린다. 게다가 열차 회수가 적어서 한 번 놓치면 거의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전차는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꾸 신호에 걸려서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아까 나올 때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에 은근슬쩍 걱정이 되었다. 전차는 혼마치[本町]선과 갈라지는 곳에서 신호 대기를 하였다. 바로 가면 혼마치선이고 왼쪽으로 가면 마츠야마역이다. 내릴 때에 요금을 내는 데 동전으로는 150엔이 되지 않아서 운전사 옆의 요금함에 1,000엔을 넣었다. 일반적으로 우리와는 달리 일본의 요금함은 잔돈을 바꾸어주는 기능이 있어서 잔돈이 없는 경우 잔돈으로 바꾸어서 정확한 금액으로 요금함에 넣는다. 1,000엔을 잔돈으로 바꾸어서 내릴 때 바로 150엔을 넣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이거 850엔이 나오는 게 아닌가. 운전사가 나를 보더니 요금이 지불되었다고 이야기하였다. 다른 도시와는 달리 전차는 거리에 관계없이 150엔을 받기 때문에 무조건 150엔을 제하고 나오는 형식인 셈이다.

 

   나의 초조한 마음을 모르는지 전차는 거의 3분 가량을 기다리다가 좌회전 신호를 받아 움직였다. 다행히도 내가 탈 열차는 개표구를 지나면 바로 있는 1번 승강장에서 출발하였다. 열차가 출발하기 약 1분 전 전차가 마츠야마역에 도착하자 나는 운전사에게 요금을 이미 지불했다는 의미로 요금함을 가리켰고 운전사도 알았다는 말을 하였다. 내리자 말자 역으로 뛰려고 하였으나 지하도로 가야만 했다. 어쩔 수 없이 지하도로 내려가서 전속력으로 뛰었다. 개표구에는 줄이 없어서 나는 표를 직원에게 보여주고 그냥 뛰었다. 직원이 표를 못 보았는지 뭐라고 큰 소리로 물어보았다. 나는 “우와지마”라고 외치고 뛰어갔다. 부정승차가 아닌데다가 열차를 타는데 급급하였으므로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1번선에 있는 열차는 출입문을 닫았다. 내가 문 앞에 뛰어서 열어달라는 몸동작을 하자 다시 문이 열리고 겨우 열차에 탈 수 있었다. 열차에 오르자 다시 문이 닫히고 서서히 마츠야마역을 출발하였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에도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하였는데 일본에 와서도 출발하려는 열차에 타게 되었다. 친구들은 이런 걸 “영화를 찍었다”고 하는데, 정말 극적으로 탄 셈이다. 이제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빈 자리를 찾아 나섰다.

 

 

 

 

 

   다음 편으로는 "바다와 강을 따라 가는 절경인 요산선[予讃線] 해선(海線)"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특급은 전혀 다니지 않고(물론 산선이 개통되기 전에는 다녔고 제가 타고 가는 차량은 특급 차량에서 개조된 키하 185系) 보통열차만이 다니는 요산선 해선을 느릿느릿 달리는 여유를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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