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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2월 6일 - 급경사를 오르내리던 철길은 사라지면서 만들어진 철도박물관인 우스이고개철도문화마을[碓氷峠鉄道文化むら]

 

   우스이고개철도문화마을[碓氷峠鉄道文化むら, 우스이토게테츠도분카무라, http://www.usuitouge.com/bunkamura ]은 1997년 나가노신칸선[長野新幹線]이 개통되면서 동시에 폐지된 신에츠본선[信越本線]의 요코카와[横川]에서 카루이자와[軽井沢] 구간에 있던 차량기지인 요코카와운전구[横川運転区]에 만들어진 철도박물관이다. 우스이고개[碓氷峠, 우스이토게]라고 부르는 이 구간은 폐지되기 전에도 최고 66.7‰(1km를 갈 때에 66.7m 올라감)이라는 급경사가 있어서 모든 열차가 보조기관차의 도움을 받아서 오르내렸다.

 

[사진 1158 : 우스이고개철도문화마을[碓氷峠鉄道文化むら] 정문.]

 

[그림 1159 : 우스이고개철도문화마을의 입장권.]

 

[그림 1160 : 우스이고개철도문화마을의 안내 팸플릿.]

 

[그림 1161 : 우스이고개철도문화마을의 기념 스탬프.] 


   입장료를 내고 박물관에 들어갔다. 토요일이지만 추운 날씨 때문에 박물관 안에는 오가는 사람을 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하였다. 박물관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급경사의 우스이고개에서 활약하였던 차량이 전시되어 있는 차고인 철도전시관(鉄道展示館), 우스이고개의 철도 역사와 함께 멋진 파노라마를 보여주는 철도자료관(鉄道資料館), 그리고 우스이고개는 물론 일본 곳곳에서 운행된 차량이 전시되어 있는 옥외전시스페이스(屋外展示スペース)가 있다. 이 외에도 구내를 순환하는 증기기관차와 미니 열차가 있으며 폐지된 구간도 일부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봄에서 가을까지의 주말에는 토롯코열차(トロッコ列車)와 EF63形 전기기관차가 운행한다. 토롯코열차의 종점에는 온천과 함께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다. 박물관 곳곳에 시뮬레이션과 철도를 체험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지만 다만 모두 유료이다.

 

[사진 1162 : 아치로 되어 있는 관내를 순환하는 철길이 있고 그 앞에는 GA-100 신칸선용궤도확인차[新幹線用軌道確認車]가 있다.]

 

   들어가면 관내를 도는 증기기관차가 운행하는 철길이 보인다. 철길은 벽돌로 만들었고 아치는 안경다리[めがね橋] 모양으로 되어 있다. 아치 앞에는 신칸선용궤도확인차[新幹線用軌道確認車]인 GA-100이 있다. 신칸선의 보수 작업이 끝난 후에 선로에 문제가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차량이다. 신칸선은 재래선과는 달리 표준궤이기 때문에 따로 철길을 만들어서 올려놓았다.

 

[사진 1163 : 시계탑 아래에 다양한 미니철도가 있는 우스이고개철도문화마을의 심볼광장(シンボル広場).]

 

[사진 1164 : 아프트식(アブト式) 래크철도(Rack Railway, ラック式鉄道)가 전시되어 있다. 왼쪽으로는 전기를 공급받는 제3궤조가 있다.] 


   아치 아래를 지나가면 철도전시관이 보이고 광장이 있는데 어린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작은 기차가 있다. 여름에는 이곳에서 이벤트가 많이 열린다고 한다. 오른쪽에는 철길이 있는데 가운데에 톱니가 있다. 급경사를 올라가기 위하여 과거에 우스이고개에서 사용한 철길이다. 급경사 구간에서 기차가 지나가기 위하여 톱니바퀴를 맞물리게 되어 있는데 영어로는 ‘래크철도(Rack Railway, ラック式鉄道)'라고 한다. 래크(rack)(영어 사전 보기)는 톱니바퀴를 의미한다. 래크철도에는 톱니바퀴의 모양에 따라서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스위스인 로만 아프트(Roman Abt)가 개발한 아프트식(アブト式)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에서는 오이가와철도[大井川鐵道, http://www.oigawa-railway.co.jp ]에만 이런 래크철도가 남아있다. 물론 스위스(Switzerland)에서는 현재도 많은 노선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전기기관차는 물론 전동차까지도 다니고 있다.

 

[사진 1165 : 이정표는 물론 도색까지 국철 시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시하여 놓은 189系 전동차.]

 

[사진 1166 : 189系 전동차의 내부. 특급이었지만 좌석은 현재의 특급보다는 불편하여 보인다.]

 

[사진 1167 : 189系 전동차의 운전석.] 

 

   톱니바퀴가 있는 철길 뒤에는 우스이고개를 달렸던 189系 전동차가 보존되어 있다. L특급 아사마(あさま)로 운행하였는데 좌석과 운전실을 둘러볼 수 있다. 그 당시에는 좋은 좌석이었겠지만 지금 보면 좀 불편해 보인다.

 

[사진 1168 : 화물 열차 뒤에 연결되었던 요(ヨ)3500形 차장차.]

 

[사진 1169 : 요3500形 차장차의 내부. 긴 의자에 가운데에는 난로가 하나 있다.]


   그 뒤로는 요(ヨ)3500形 차장차가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드물지만 화물 열차의 가장 뒤에는 차장차가 달려 있었다. 승객이 타는 차량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푹신한 의자가 있고 가운데에는 난로가 놓여 있다.

 

[사진 1170 : 우스이고개에서 활약하였던 차량이 전시되어 있는 차고인 철도전시관(鉄道展示館).]

 

[사진 1171 : 189系 전동차로 운행하였던 특급 아사마를 운전하여 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

 

[사진 1172 : 우스이선에서 운행하였던 EF62形 전기기관차.]

 

[사진 1173 : 벽에는 각종 헤드마크가 걸려 있다.]

 

[사진 1174 : 아프트식으로 운행하였을 때의 ED42形 전기기관차가 있는 자리인데 다른 차량이 있다.]


   철도전시관은 우스이고개 노선이 폐선되면서 이 구간에만 사용하던 차량이 있던 차고를 개조하여 만들었다. 전용 차량이었던 EF62形, EF63形 전기기관차가 있고 189系 전동차 시뮬레이션이 있다. 가장 안쪽에는 아프식이었을 때 운행하였던 ED42形 전기기관차가 있어야 하는데 다른 차량이 들어와 있다.

 

[사진 1175 : 우스이고개의 철도 역사와 함께 멋진 파노라마를 보여주는 철도자료관(鉄道資料館).]

 

[사진 1176 : 우스이선[碓氷線]에서 운행하였던 차량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사진 1177 : EF62形과 EF63形 전기기관차의 계기판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1178 : 우스이고개지오라마[碓氷峠ジオラマ]에서는 뒤로는 산이 있고 고가로 철길이 있는데 매시 정각에 음악과 설명이 나오면서 열차가 움직인다. 위에 모니터가 있어서 실제 열차의 운행 모습과 함께 모형 내에서의 열차를 비교하여 보여 준다.]

 

[사진 1179 : 우스이고개지오라마에는 고가로 선로를 만들어 놓고 신칸선 차량이 지나가게 해 놓았다.]

 

[사진 1180 : 동전을 넣으면 안의 열차가 움직이는 작은 파노라마도 설치되어 있다.]


   3층 건물인 철도자료관으로 향하였다. 가장 위의 3층에는 사무실이 있어서 2층까지만 전시실이 있다. 1층에는 우스이고개를 포함한 신에츠본선[信越本線]에서 운행한 차량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고 한쪽으로는 고개에서 운행하던 전기기관차의 계기판을 전시하여 놓았다. 1층의 다른 방에는 커다란 열차 파노라마가 있다. 우스이고개지오라마[碓氷峠ジオラマ]라고 하는데 1시간 간격으로 열차 소개와 함께 안을 주행한다. 특히 파노라마 안에도 카메라가 있어서 모니터를 통하여 모형 기차가 달리는 모습과 함께 실제 열차의 모습을 비교하여 보여준다. 일본은 물론 유럽의 철도박물관까지 방문하여 파노라마를 보았지만 이곳이 가장 훌륭하였다. 이 박물관은 유료인 시설이 많지만 파노라마는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2층에는 우스이고개와 관련된 철도 역사가 설명되어 있고 관련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요코카와가 해발 387m이고 카루이자와가 해발 939m이고 이 두 장소가 직선 거리로 10km 떨어져 있어서 우스이고개는 경사가 급하다.

 

[사진 1181 : 우스이선의 역사를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왼쪽에는 변경된 수송 방식에 따른 견인력과 소요 시간을 비교하고 있다.] 


   1885년에 우에노[上野]에서 요코카와까지 철도가 개통되고 1888년에 카루이자와에서 나오에츠[直江津]까지 철도가 개통되면서 우스이고개 구간도 연결이 필요하게 되었다. 1893년에는 국도 18번선을 따라서 우스이마차철도[碓氷馬車鉄道]가 개통되었다. 이름 그대로 철길을 깔고 말이 객차나 화차를 끄는 방식이다. 유럽에서도 19세기에는 말의 힘으로 버스와 마차가 운행하였고 런던교통박물관(London Transport Museum, http://www.ltmuseum.co.uk )에 차량이 전시되어 있다(관련 글 보기). 그러나 급곡선과 급커브가 이어지는 우스이고개에서는 선로의 마모가 심하고 말을 사육하는 비용이 많이 들었으며 수송량은 얼마 되지 않으면서 2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사진 1182 : 아프트식으로 운행하였을 때의 철길과 사진을 전시하여 놓았다.] 


   이에 따라서 래크철도의 아프트식으로 바꾸기로 하고 1891년에 착공에 들어가서 1993년 4월에 개통하였다. 이 구간을 우스이선[碓氷線]이라고 부르고 톱니바퀴로 맞물릴 수 있는 증기기관차로 운행을 시작하였다. 급경사를 지나다보니 고가교와 터널이 많아서 터널에서는 증기기관차의 매연이 승무원들의 호흡에 문제를 일으켜서 1911년에 요코카와역[横川駅] 부근에 변전소가 설치되고 1912년에 제3궤조로 전철화가 되었다. 소요 시간은 40분으로 줄어들었다.


   2차 대전 이후에 일본 경제가 살아나면서 수송량이 늘어나면서 속도가 느리고 많은 차량이 통과할 수 없는 래크철도는 한계를 맞이하게 되었다. 현재 스위스에서도 래크철도 구간에서는 20~30km/h 밖에 낼 수 없다. 게다가 단선 구간이어서 지나가는 열차를 늘리기 위해서는 복선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최대 66.7‰의 급경사에서도 래크철도가 아니라도 운행이 가능하게 되어서 래크철도 사용하던 철길을 일부 바꾸고 새로 선로를 뚫어서 복선이 되었다. 급경사 구간이라서 보통 차량은 오르내리기가 힘들어서 보조기관차의 도움을 받아서 지나간다. 이에 따라서 최대 12량 편성까지 지나갈 수 있게 되었고 소요시간은 하행은 17분, 상행은 24분으로 단축되었다.


   1997년 나가노신칸선이 개통되면서 장거리 수요는 신칸선으로 옮겨가고 요코카와와 카루이자와 간은 여객 이동은 적고 보조기관차가 연결되는 등 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철도는 폐지가 되고 JR버스칸토(ジェイアールバス関東, http://www.jrbuskanto.co.jp ) 우스이선[碓氷線]으로 버스가 운행을 담당하게 되었다.

 

[사진 1183 : 옥외전시스페이스(屋外展示スペース)에는 다양한 전기기관차가 전시되어 있고 몇몇 차량에는 객차가 연결되어 있다.]

 

[사진 1184 : D51形 증기기관차에 객차가 2량 연결되어 있다.]

 

[사진 1185 : 쿠루리선[久留里線]에서만 운행하고 있는 키하 35系 디젤동차(좌), 철교 건설에 사용되었던 소(ソ) 300形 화차(중), 2009~2010년에 노후화로 운행이 중단된 키하 20系 디젤동차(우).]

 

[사진 1186 : 제설용으로 사용되었던 DD53形 디젤기관차와 간선에서 사용되었던 DD51形 디젤기관차.]


   밖으로 나와서 옥외전시스페이스로 향하였다. 여기에는 우스이고개에서 운행한 차량 이외에도 은퇴한 각종 차량이 전시되어 있다. 위치한 장소의 특성상 JR동일본에서 운용하던 차량이 많다. 기관차의 경우에는 운전실에 들어가 볼 수 있으며 동차나 객차의 경우에도 객실에 들어갈 수 있게 해 놓았다.

 

[사진 1187 : 운전사 연습용으로 사용하였던 211系 전동차 모형과 객실에 타타미[畳]가 깔려 있는 관광열차인 쿠츠로기(くつろぎ)로 운행한 오로(オロ) 12形 객차가 있다.]

 

[사진 1188 :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자시키객차[座敷客車]는 휴게실로 사용되고 있다.]


   옥외전시스페이스 뒤쪽에는 운전사 연습용으로 사용하였던 211系 전동차 모형이 있다. 또한 객실에 타타미[畳]가 깔려 있는 관광열차인 ‘쿠츠로기(くつろぎ)’ 자시키객차[座敷客車]는 휴게실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 1189 : 관내를 순환하는 증기기관차인 아푸토쿤(あぷとくん).] 


   관내를 순환하는 증기기관차인 ‘아푸토쿤(あぷとくん)’이 움직이고 있다.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시간대에 따라서는 디젤기관차가 운전되기도 한다. 궤간은 610mm이고 길이는 약 800m이다. 추운 날씨라서 타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사진 1190 : 관내를 순환하는 철길 위에도 다양한 전기기관차와 전동차가 유치되어 있다.]

 

[사진 1191 : 우스이선 철길 일부는 보존되어 있어서 토롯코열차와 EF63形 전기기관차가 오가고 있다.]

 

[사진 1192 : 우스이선 일부 구간을 타 볼 수 있는 셸파쿤(シェルパくん)이라는 토롯코열차 타는 곳. 봄에서 가을까지 주말에만 운행한다.]

 

[사진 1193 : EF63形 전기기관차와 토롯코열차가 나란히 서 있다.] 


   관내를 순환하는 철길 위에도 여러 전기기관차와 전동차가 유치되어 있고 우스이선 철길이 복선으로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철길에서는 EF63形 전기기관차 운전 체험을 하거나 토롯코열차를 타 볼 수 있다. 겨울이라서 차량은 모두 차고에 멈추어 있고 전기기관차는 가끔씩 왕복하고 있다.

 

[사진 1194 : 우스이선 철길을 따라서 산책로가 단장되어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철길을 따라서 걸어서 갈 수도 있게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다. 토롯코열차가 정차하는 역 부근에는 온천과 호수가 있어서 자연과 함께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이곳은 겨울에는 춥지만 여름에는 선선하므로 인기가 좋을 걸로 생각된다.


   이렇게 간단히 우스이고개철도문화마을를 둘러보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곳을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s)에 등재하려고 신청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스트리아의 쉬드반(Südbahn, Austrian Southern Railway)의 파이어바흐 라이헤나우(Payerbach-Reichenau)에서 뮈르추슐라크(Mürzzuschlag) 구간은 28,1‰(1km를 달릴 때 28.1m를 올라감)이나 되는 급경사와 곡선 반경(커브에 접하는 원을 만들었을 때의 반지름으로 숫자가 작을수록 급하다)이 171m인 급커브가 있는 산악철도인데 1998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관련 글 보기). 일본 정부의 노력에 따라서는 우스이선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에도 영동선 통리~도계 구간에는 과거에는 인클라인 방식으로 케이블카처럼 철사로 끌어서 오르내렸고 지금은 스위치백으로 오르내린다. 루프식 터널로 바꾸기 위한 공사를 하고 있기도 하다. 강원도에서 관심을 가진다면 바다열차나 환선굴 등과 연계되는 철도박물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다음으로는 '2월 6일 - JR버스 타고 카루이자와[軽井沢]로 가서 타는 시나노철도(しなの鉄道)'가 연재됩니다.

   전체 여행 일정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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