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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는 도심을 지나는 동해남부선이 있다면 대구에는 대구선이 있다. 이전에는 동대구역을 출발하면 도심을 천천히 달려서 대구 시내에 있는 역에 정차하였다. 하지만 대구선은 영천에서 경주, 울산, 포항으로 연결되는 중앙선과 연결되어서 도심에 있는 철도로는 새마을호에서 화물 열차까지 다양한 열차가 운행하고 있어서 도심의 수많은 건널목은 교통의 장애가 되었다. 결국 1997년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2005년 11월 1일에 동대구역부터 청천역 구간이 교외로 이설되었고 동대구역에서 가천역까지는 경부선과 나란히 철길이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3선 구간으로 운행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3선 구간은 경부선으로 보기 때문에 이설되면서 대구선의 기점은 가천역이 되었다.

 

   대구선이 이설된 다음에도 화물 열차가 운행하는 전용선 연결 때문에 한동안 선로는 유지되었으나 전용선도 이설이 완료되면서 2008년 5월 15일에 폐지되었다. 이에 따라서 이전 선로에 있던 동촌역(東村驛)과 반야월역은 역으로의 임무를 끝냈다. 다행히도 동촌역 건물과 반야월역 건물 모두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그 모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우리나라 의 현실로 보았을 때에 문화재가 아니었다면 이 두 역은 흔적도 없이 완전히 없어졌을 게 분명하다.

 

   대구선 동촌역은 없어졌지만 가까운 위치에 대구지하철 1호선 동촌역이 있다. 대구지하철 1호선 동촌역에서 나와서 대구선 동촌역까지는 350m 정도로 걸어서 금방 갈 수 있다. 동촌역 앞의 사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에는 어느 동촌역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지만 동촌역이라고 나와 있다.

 

 

   역은 이제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역전 그룹은 아직 건재하다. 동촌역은 이제 열차가 운행하지 않지만 화물사의 사무실은 그대로 있고 누군가 농구를 하면서 즐겼던 골대는 풀밭 나무 밑에 있다.

 

 

   동촌역 건물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운영하지 않는 다른 역처럼 창문은 나무판으로 모두 막아 놓았고 관리가 되지 않는지 조금 낡았다는 느낌이 든다. 역 건물에는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그렇지만 현재 운영 중인 동해남부선 송정역이나 남창역처럼 어떤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동촌역에는 역 건물 이외에도 부속 건물이 몇 채 있다. 하지만 부속 건물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문은 일부 판자로 막아 놓았지만 창문은 아예 없어지고 뻥 뚫려서 안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선로는 이미 철거되었고 역 구내에는 자갈만이 깔려 있어서 이곳에 철길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머지 공간에는 풀이 무성하여 열차 운행이 멈춘지 꽤 시간이 지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역 구내의 일부에는 묘목을 심어 놓았고 승강장 옆에는 코스모스를 심어 놓았다. 가을에 오면 코스모스가 꽃을 피운 모습을 볼 수 있겠다.

 

 

   동촌역의 승강장은 1면 2선이었는데 시멘트로 포장이 되었던 가운데는 그대로 남아 있고 흙으로 된 나머지 부분은 풀밭이 되어 버렸다. 승강장 가운데에 있는 나무 아래에는 동대구역에서 3.2km라는 표식이 남아 있다. 아쉽게도 승강장에는 낡은 의자만 있고 이정표는 이미 없어졌다.

 

 

   승강장 끝에는 누군가 옥수수를 심어 놓았다. 그래도 철길이 있었던 자리에는 자갈이 그대로 있고 승강장 끝의 턱은 그래도 있다. 승강장의 턱은 역의 다른 곳보다는 오래 남아 있어서 폐역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역의 남쪽으로만 통로가 있었지만 지금은 북쪽에서 접근할 수 있는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동촌역은 여객뿐만 아니라 화물도 취급하였다. 화물 승강장도 턱만 남아 있으며 나머지 공간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건물과 도로가 있는 도시 내부에 풀과 나무가 무성한 동촌역 구내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입구에서 볼 때에는 동촌역 건물 안에는 들어갈 수 없게 나무판으로 가려 놓았는데 승강장 쪽에서는 열려 있다. 동촌역 처마 밑에는 동네 아줌마들이 마실을 나와서 쉬고 있다. 시멘트로 도배가 된 도심보다는 풀과 나무가 많은 동촌역 건물의 처마 밑이 훨씬 시원한 모양이다.

 

 

   동촌역 대합실로 들어가 보았다. 안에는 여객 열차가 정차하였던 시기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나무로 된 의자가 놓여 있다. 매표소는 창문이 나무판으로 막아 놓았지만 시각표와 운임표는 그대로 있다. 2005년 가을의 시각표인데 당시에는 일부 통근 열차만이 정차하는 역이었다.

 

 

   문화재라는 말에 맞지 않게 거의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동촌역 건물을 보게 되어서 좀 안타까웠지만 원형을 잘 보존되어 있었다. 대구광역시에서는 동대구역부터 청천역까지의 폐선 중 일부를 대구선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으로 있고 동촌역 건물은 이 공원에 이전 복원될 예정이다. 복원이 되면 모양만 그대로이고 새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마지막이 될지 모르지만 동촌역 건물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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