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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리역에서 시작하여 경주역까지 이어지는 대한민국에서 긴 간선인 중앙선은 수도권전철이 운행되는 구간도 있지만 남쪽으로 갈수록 다니는 열차가 적어진다. 영천역에서 서경주역까지는 대구선과 동해남부선을 연결하는 열차가 많이 다녀서 상황이 바뀌는 관계로 실제 열차가 가장 적게 다니는 구간은 안동역에서 영천역까지이다. 하루에 7왕복(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 포함)이 운행하고 있는데 의성역에만 모든 열차가 정차하고 있고 절반 정도는 현재는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탑리역, 화본역(花本驛), 신녕역에는 일부 열차만 정차하고 있다.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시간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연선 인구가 적은 관계로 장거리 수송을 중시하고 있다.

 

   이번에는 화본역을 방문하였다. 부산에서 화본역으로 갈 수 있는 열차는 부전발 청량리행 무궁화호 1622열차뿐이다. 화본역에서는 하루에 몇 번 없는 열차이지만 내리는 승객은 얼마되지 않는다. 화본역의 승강장은 1면 2선이고 멀리서 보면 전혀 오래되어 보이지 않고 깔끔한 역 건물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급수탑이 하나 있다. 의외로 승강장은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서 울퉁굴퉁하고 풀이 나 있기도 하고 돌도 있다. 직원이 근무하고 여객 열차가 정차하는 역에서 승강장이 비포장이라는 게 의외였다. 물론 이전에는 승강장이 비포장인 유인역이 많았지만 현재는 무인역으로 바뀌었던지 신선 개통에 따라서 새로 역을 단장하면서 포장한 승강장을 갖추었다.

 

 

   화본역 승강장은 포장은 되지 않았지만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시멘트로 만든 의자가 있다. 화물 승강장도 있지만 현재는 사용되지 않고 꽃과 나무를 단장하여 놓은 정원이다. 반대쪽에는 급수탑이 있기는 하지만 나무가 무성하여 접근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물을 끓여서 달리는 증기기관차가 운행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시설이다. 중앙선이 영천에서부터 화본까지 처음 개통되었을 때에 사용하였고 이후에 연장되면서 중간 정차역이어서 사용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정차하는 열차가 적지만 화본역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 정지 표시도 승강장에 있는 원형의 표지판도 있지만 주로 전동차에 쓰이는 선로에 사이에 있는 표지판도 있다. 이정표도 광고만 제거된 이전 양식과 함께 코레일 CI로 된 이정표도 있다. 그런 관계로 봉림역의 로마자 표기가 다르다.

 

 

   1938년에 문을 열 때에 지어졌다는 화본역 건물은 분홍색으로 산뜻하게 도색을 하고 지붕을 개량하여서 그런지 세월의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일제시대에 지어진 시골의 작은 역의 양식이라고 하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보기 힘들다. 비슷하게 생긴 역은 있지만 완전 동일한 양식은 일본에서 아직 보지 못하였고 같이 지배를 받던 타이완[臺灣]에도 없다. 일제 시대에 지어졌지만 우리나라만의 역 건물 양식인 셈이다. 건물 자체가 좁았는지 오른쪽에는 임시 건물을 만들어서 확장하여 놓았다.

 

 

   작은 대합실에는 매표소만 커다란 유리로 만들어서 사무실과 대합실 사이에 잘 보이게 하였을 뿐 오래된 모습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벽에는 오래된 역에서 흔한 나무 의자가 있다. 창문 위에는 코레일 마크를 붙었지만 이미 전격 은퇴한 치포치포가 있다. 대합실에서 놀라운 점은 승강장 포장도 안된 역인데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다. 시골의 작은 역은 대부분 냉방은 되지 않는데 의외이다. 철도팬들의 방문이 많은지 대합실 곳곳에 승강장으로 나가려면 직원에게 문의하라는 안내문이 있다. 사실 기차가 아닌 다른 교통수단으로 역을 방문하는 철도팬도 많다. 나의 생각으로는 역의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철도팬이라면 가능하면 기차를 타고 가라고 이야기한다. 승객이 없는 철도는 의미가 없다.

 

 

   내가 화본역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대합실에서는 코레일 직원과 주민들 사이에 화본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나야 관계자가 아니고 회의를 하는데 대합실 사진을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대합실에 앉아서 회의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회의가 끝나고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승강장으로 나가고 나서 찍었다. 찾아보니 경상북도와 군위군에서 3년 동안 15억원을 투입하여 화본역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계획으로 있다고 한다.

 

   화본역 앞에는 간이역 시비가 설치되어 있다. 경상북도에 있는 중앙선의 간이역에서 볼 수 있다. 동남권의 역에서는 스탬프가 많이 보급되었다면 경북 북부에서는 간이역 시비가 세워져 있다.

 

 

   화본역은 승강장과 마찬가지로 역 광장도 일부만 포장되어 있고 나머지는 흙 위에 있다. 커다란 나무 2그루가 있고 그 아래에 자동차를 주차시켜 놓았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로 나오면 역전상회가 있다. 그런데 도로 앞의 집 아래에는 드라마 촬영중이라는 간판이 누워 있다. 무슨 드라마를 여기서 찍었을까? 나중에 보니 2010년 10월 3일에 MBC에서 방송된 일요드라마극장 '도시락'(http://www.imbc.com/broad/tv/drama/act1/act3/ )이었고 드라마에서는 '미강역'으로 설정이 되어 있었다. '도시락'라고 하면 라면이 생각나고 시베리아 횡단을 하면서 이걸 식사로 먹는 러시아인들이 연상된다(관련 글 보기).

 

 

   화본역 앞의 도로는 좁고 차량도 가끔씩 지나간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의성과 영천을 연결하는 국도 28호선에서 벗어나 있다. 그런 관계로 시외버스는 이곳을 지나가지 않으며 군내버스만 하루에 10회 있다. 기차는 하루에 6회(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 포함)이지만 군내버스도 이에 못지 않게 적다. 마을 내에는 버스정류장 표시도 전혀 없으니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역명과는 달리 군내버스에서는 '화본'이 아니라 '산성'이라고 한다. 화본리에 산성면 사무소가 있기 때문이다. 군내버스의 대략적인 시각표는 군위군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시각표 보기).

 

 

   화본리 마을 입구에는 커다란 나무와 함께 쉴 수 있는 평상이 있다. 주변에는 산이 있는 이곳은 의외로 오지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도 국도에서 벗어난 위치 덕분에 화본역은 생존하고 있다. 앞으로 개발이 잘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간이역의 매력을 느낄 수 있고 나도 다시 찾아올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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