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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http://gbct.gbtour.net )를 타고 예천역(醴泉驛)에서 내렸다. 예상은 하였지만 내리는 승객은 몇 되지 않는다. 경북선이 승객이 적기는 하지만 점촌역을 경계로 사정이 다르다. 그나마 점촌 이남은 어느 정도 승객이 있지만 점촌 이북은 공기 수송을 벗어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그런 관계로 과거에는 우등 열차가 점촌역까지만 운행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경북선 모든 열차가 영주역까지 가기는 하지만 승객 수송보다는 차고가 있는 영주역까지의 회송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선로 사정도 더 좋지 못하여 많은 역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열차의 속도는 더 늦다.

 

 

   예천군의 중심이 되는 예천역이지만 사실 그런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예천읍의 남쪽 끝에 역이 있어서 중심가와는 조금 떨어져 있고 역 건너로는 밭이 펼쳐져 있다. 승강장은 1면 2선이고 이외에도 화차가 유치되어 있는 선로가 있기는 하지만 승강장 옆의 선로 이외에는 열차가 잘 오지 않는지 녹이 슬어 있다. 화물 승강장도 있기는 하지만 텅 비어 있고 한쪽에는 석탄이 철길과 승강장에 묻어있는 걸로 보아서 가끔씩 석탄을 싣은 화차가 들어오는 모양이다. 승강장에는 서울, 부산, 김천 방면이라고 적혀 있어서 좀 의아했다. 1번 승강장에는 청량리가 나와서 서울은 서울역을 의미하는 듯 하다.

 

 

   예천역의 이정표는 신CI로 바뀌면서 없어진 역들의 흔적은 사라졌다. 이전에는 개포역과 예천역 사이에는 율현역과 가동역이 있었고 예천역과 어등역 사이에는 고평역, 미산역, 보문역 등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많은 노선에서 승객의 급감으로 없어지는 역이 많이 있지만 이렇게 경북선처럼 연속으로 없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예천역의 선로는 길어서 39량이나 되는 화차도 교행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예천역을 출발하면서부터 열차는 힘을 내야 한다. 예천읍을 가로지르는 한천을 지나는 철교에 올라가는 급경사가 짧게 있기 때문이다.

 

 

   승객은 적지만 승강장에서 역 건물로 가는 길은 넓게 만들어 놓았다. 시골의 작은 역답게 예천역에도 나무를 잘 정돈하여 놓았고 화분이 있다. 작은 역에 근무하게 되면 식물을 가꾸고 심는 기술이 엄청 늘어나지 않을까?

 

 

   예천역 건물은 단층이지만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건물 가운데는 조금 올라오게 설계되어 있다. 대합실에 들어가도 가운데가 높은 걸 바로 알 수 있다. 나무로 지붕을 만든 셈인데 가장 높은 곳에서는 창문이 설치되어 있다. 1966년에 경북선이 다시 개통되면서 만들어진 건물인데 당시에 자연 채광을 고려하였을까? 이미 상행과 하행 열차가 모두 지나가서 대합실은 한산하다. 그래도 경북선 모든 열차가 정차하고 있다.

 

 

   하나만 있는 매표소 창구에는 스탬프가 비치되어 있다. 예천역과 더불어 용궁역의 스탬프도 같이 있다. 사실 직원과 이야기를 해 보니 이 스탬프는 예천역에서 만든 건 아니고 한 철도팬이 제작하여 예천역에 기증하였다. 예천역 스탬프에는 육지 위의 섬이라는 회룡포가 나오지만 정작 회룡포는 용궁역에서 더 가깝다.

 

 

   예천역에서 나와서 보아도 예천역 건물은 단층이면서도 가운데가 높고 건물 앞에는 지붕이 하나씩 있으면서 국기 게양대 뒤로는 전통 문양이 있어서 무언가 특별한 느낌을 준다.

 

 

   예천역 앞에도 예외 없이 쉴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고 관광안내도가 있다. 광장은 크게 되어 있지 않고 주차장이 나온다. 역 광장에는 경찰서가 있어서 경찰차도 함께 주차되어 있다.

 

 

   근처의 한천철교로 가 보았다. 예천역에서 나오는 철길은 16퍼밀(‰)(1km를 가는 동안 16m 올라감)의 급경사를 잠시 오른 후에 한천을 가로지른다. 다리 보수를 위한 목적인지 철길 바로 옆에 걸을 수 있게 인도처럼 나란히 있고 철길에는 풀이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는 철길에 풀이 자라지 못하도록 제초제를 수시로 뿌리는 걸로 아는데 여기는 예외인 모양이다.

 

 

   철길에서 나와서 한천을 따라서 걸어가는데 갑자기 기적 소리가 들린다. 바로 철교를 보니 경북선에서 보기 힘든 화물열차가 지나간다. 주평역에서 출발하는 화물열차여서 디젤기관차를 반대 방향으로 달고 있다.

 

 

   예천역 앞에는 시내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있다. 시내버스는 예천읍 북동쪽 끝의 예천여고 앞에 예천여객터미널을 중심으로 운행하고 있으며 일부 버스는 예천역 앞에 정차한다. 예천군청 홈페이지에 시내버스 시각표가 나와 있다(시각표 보기).

 

 

   예천역에서 나와 길을 건너면 예천시외버스터미널이 있다. 녹색으로 산뜻하게 새로 페인트칠까지 하였지만 들어가면 한산하고 무언가 어수선하다. 매표소는 없어졌고 자동발매기가 한 대 설치되었지만 직원이 도와주기에 사실은 매표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위에는 시각표와 요금표가 붙어 있는데 역시 예천군청 홈페이지에도 잘 나와 있다(시각표 보기). 경북선과 거의 동일한 경로로 달리는 점촌, 상주, 김천으로 가는 버스가 많다. 1시간에 3대는 기본적으로 있기에 하루에 4~5왕복 있는 기차와는 회수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 쉽게 탈 수 있는 버스에 비하면 작정하고 타야 하는 기차와는 차이가 있고 경북선의 간이역을 모두 폐역으로 만들어 버렸다. 동쪽으로는 영주 방면과 안동 방면으로 버스가 나누어진다. 영주 방면은 지금의 경북선 철길과 비슷한 경로이고 안동 방면은 예전의 경북선과 비슷한 경로이다. 일제 시대에는 경북선이 지금과는 달리 예천에서 안동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2차 대전 기간에 점촌역에서 안동역까지가 전쟁 물자 수급을 위하여 없어졌다. 광복이 되고 나서 한참 후인 1966년에 다시 개통되었을 때에는 안동이 아니라 영주로 연결되었다. 덕분에 영주는 여러 노선이 만나는 철도의 도시로 성장이 가능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천에서 안동으로 연결되는 길목에 경북도청(http://www.gb.go.kr )이 이전한다. 일제 시대에 철길을 만들 때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었을까?

 

 

   예천시외버스터미널은 시외버스의 중간 경유지여서 승강장은 한산하고 가끔씩 버스가 들어와서 잠시 정차하고 다시 빠져 나간다.

 

 

   예천은 경북 북부의 다른 지방과 마찬가지로 줄어드는 인구로 사실 기차고 버스고 승객의 감소를 피할 수 없다. 시외버스가 많기는 하지만 굳이 경북선 기차를 이용하는 수요도 있다는 사실이다. 경북선과 나란히 있는 도로는 국도이기에 시외버스 요금이 무궁화호 운임보다 훨씬 비싸고 소요 시간에서는 비슷하기에 일부로 기차를 타는 사람들도 있다. 예천에서 김천까지 무궁화호는 주말 기준 5,300원이지만 시외버스는 9,200원이다. 경북도청이 이전되고 중앙선이 고속화를 한다고 하니 연계가 잘 되도록 하고 승객들의 수요에 맞게 시각표를 짠다면 예천역의 활성화도 어느 정도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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