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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7년만에 경북선 답사를 다시 왔다. 당시에는 점촌역과 영주역 사이에 분포하고 있는 폐역을 중심으로 하였지만 디지털카메라가 없어서 사진은 얼마 남아있지 않다. 그 사이에 경북선에선 몇몇 역에 모든 열차가 통과하게 되었다. 지금은 원래 경북선에 있던 역 중에서 절반 이하만이 열차가 정차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로컬선의 매력을 강하게 느낄 수 있기도 하다. 다른 노선과는 달리 아직은 뚜렷한 개량 계획은 없는 실정이다.

 

   경북선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역은 김천에서 접근하였을 때에 가장 먼저 정차하는 옥산역(玉山驛)이다. 과거에는 아천역과 두원역이 있었지만 없어졌다. 덕분에 김천역에서 옥산역까지는 20.0km나 떨어져 있다. 그렇지만 아천역과 두원역 사이에는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로윈(http://www.rowin.co.kr ) 공장이 있고 인입선이 있어서 제작이나 개조가 되고 있는 다양한 차량을 차내에서 볼 수 있다.

 

   내리면서 열차의 모습을 담기 위하여 가장 앞의 1호차로 이동하였다. 평일이라 그런지 1호차는 텅텅 비어 있었다. 사실 경북선 열차는 객차를 6량 연결하고 있지만 경북선보다는 경부선 구간에서의 수요 때문이다. 물론 주말에는 입석까지 있을 정도로 승객이 많다.

 

   옥산역에 내리는데 승강장에는 코스모스를 가득 심어 놓았다. 코스모스는 경전선의 북천역이나 다솔사역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옥산역에도 심어 놓았다. 물론 옥산역뿐만 아니라 경북선의 다른 역에도 있다. 혹시 따라하기가 아닌가 하여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왕이면 차별화하게 다른 꽃을 심었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래도 북천역에 비해서는 승강장에서 자라는 코스모스의 밀도가 적은 편이어서 이동하는 데에는 크게 무리가 없다.

 

 

   내가 타고 온 열차가 출발하고 나서 또 한 번 놀랐다. 승객이 적은 경북선이라서 승강장이 1면 2선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원래는 승강장이 2면 4선이었다. 현재는 승강장 하나는 아예 사용하지 않으면서 모두 코스모스 밭으로 바뀌었다. 과거 경북선이 여객이나 화물 수송으로 전성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셈이었다. 사용하지 않는 승강장의 철길은 철거가 되지 않았고 신호기도 불이 켜져 있는 걸로 보아서 쓸 수 있는 상태로 여겨진다. 하지만 기차가 오랜 기간 다니지 않아서 선로는 녹이 슬어서 이 승강장과 철길만 본다면 페역이 연상된다.

 

 

   옥산역의 이정표는 코레일 CI에 맞추었으나 왼쪽의 띠의 색깔이 조금 다르다. 경북 서부에 있는 역들은 모두 같은 색으로 되어 있다. 왼쪽으로는 이전에 두원역이 적혀 있었으나 없애고 새로 김천역으로 바꾸었다. 그러다보니 김천의 글자가 가장 선명하다.

 

 

   옥산역 남쪽으로는 육교가 있다. 그럼 당연 올라가 보아야 한다. 역 구내의 철길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이다. 육교에서 보니 선로가 매우 길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긴 화물 열차가 이 역에서 교행하였다. 지금은 열차가 적으니 교행선조차도 녹이 슬었고 본선도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아서인지 반질반질하게 빛이 나지도 않는다.

 

 

   건널목을 건너서 옥산역 건물로 향하였다. 경부선 같으면 건널목을 건널 때마다 긴장하고 혹시나 지나가는 열차가 있는지 확인을 하는데 경북선은 열차가 적게 다니고 속도가 느려서 그런지 '주의'라는 게 와 닿지 않는다.

 

 

   옥산역의 철길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에는 규모가 컸고 역 건물도 큰 편이다. 하지만 대합실은 텅 비어 있다. 대합실은 시골의 작은 역 답게 잘 가꾸어 놓았다. 매표소의 창구가 하나만 있고 수석을 전시하여 놓았고 곳곳에 화초를 키우고 있다. 의자가 죽 늘어서 있고 원탁도 하나 있다. 각종 서적이 있는 서가도 있어서 기차를 기다리기 위하여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거울에는 '옥산국교'라고 되어 있어서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옥산역에서 나오면서 보니 커다란 지붕에는 페인트가 벗겨지고 있다. 새로 도색을 하였지만 세월이 오래되어서 그럴까? 그래도 커다란 지붕으로 무언가 크고 늠름한 자태를 보여준다. 사실 '옥산(玉山)'이라는 지명을 보면서 처음에는 '위산'이라고 읽었다. 같은 한자문화권인 일본, 중국, 타이완[臺灣] 등을 여행하면서 한자를 현지 발음으로 읽게 되는 습관이 붙은 덕택이다. '위산[玉山]'은 높이가 해발 3,952m인 타이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타이완이 일본의 지배를 받았을 때에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였다. 2007년에 타이완을 여행하였을 때에 위산에서 가까운 아리산[阿里山] 지구에 가서 해발 2,451m인 주산[祝山車站]에 올라가서 일출을 본 적이 있다(관련 글 보기). 그러다 보니 옥산보다는 위산이라서 읽는 게 더 익숙하다.

 

 

   오래 전에 만든 길이라서 그럴까 옥산역에서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로 가는 길은 좁다. 역은 한산하지만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에는 차도 오가고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이곳은 상주시 공성면사무소가 위치하고 있기도 하다. 마을은 도로를 경계로 서쪽이 '옥산리'이고 동쪽이 '산현리'이다. 그런 관계로 옥산역은 이름과는 달리 옥산리에 있지 않다. 그러나 마을 이름은 산현을 쓰지 않고 옥산만 쓴다.

 

 

   마을 중앙에는 버스정류장이 있고 상주시내버스를 탈 수 있다. 시각표에서 알 수 있듯이 거의 1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니고 있다. 하루에 4왕복만 있는 기차에 비하면 회수에서도 차이가 크다. 물론 옥산에는 시외버스 정류장도 있다. 마을의 남쪽에 있는데 김천과 상주를 연결하는 시외버스가 모두 정차하고 있어서 이것까지 합치면 배차 간격은 더 줄어든다. 이웃 일본처럼 1~2량의 디젤동차로 1~2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면 모를까 운행 빈도에서는 버스를 당해낼 수 없다.

 

 

   참고로 상주시내버스는 일반버스 요금은 1,000원이고 좌석버스는 1,500원으로 거리에 관계없이 일정하지만 시외버스는 거리에 비례하여 요금이 비싸진다. 옥산에서 상주까지의 시외버스 요금은 1,800원으로 시내버스보다 비싸다. 물론 시외버스는 주요 마을에만 서기 때문에 소요 시간은 짧다. 경북선 연선의 버스는 모두 이런 규칙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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