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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외버스를 타고 함창으로 향하였다. 중간에 점촌 시내를 지나는데 좁은 길에 교통 체증까지 겹쳐서 산양에서 함창까지 30분 가까이 걸린다. 과거에 비둘기호가 달렸어도 점촌역에서 장시간 정차만 하지 않으면 15분이면 충분하다. 체증이 없이 도로가 잘 깔린 시골과는 달리 도시에서는 역시 철도가 빠르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함창읍은 점촌과 가깝지만 행정구역은 다르다. 함창읍은 점촌이 속하는 문경시가 아니라 상주시에 속한다. 점촌이 가까워서 버스 정류장만 있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터미널 건물이 있고 건물 뒤에는 버스 승강장이 있다.

 

 

   인구 감소로 쇠퇴한 흔적은 역뿐만 아니라 버스터미널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많은 가게들로 붐비었던 터미널이었겠지만 지금은 가게 하나만 문을 열었고 모두 셔터를 내려놓은 상태이다. 터미널 안의 일부 의자에만 어르신들이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매표소에는 왼쪽에는 시외버스 시각표를 오른쪽에는 시내버스 시각표를 붙여 놓았다. 조금만 가면 점촌이니 문경시내버스와 상주시내버스가 모두 운행하고 있으며 시외버스처럼 터미널 안으로 들어온다. 시내버스 시각표에는 버스가 없어졌다는 굵은 줄이 있어서 이곳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옥산역의 글에서 설명하였듯이 시내버스는 좌석은 1,500원, 입석은 1,000원으로 거리에 관계없이 요금이 동일하다. 양정으로 간다고 하니 시외버스가 저렴하다고 하면서 승차권을 끊어주면서 양정이라는 행선지는 없으므로 상주로 가는 버스를 타라고 알려준다.

 

 

   터미널의 승강장은 5개가 있지만 함창이 시발지이거나 종착지인 버스는 없고 모두 중간 정차하므로 텅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함창버스터미널에서 나와서 함창역(咸昌驛)으로 향하였다. 현재 무인역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넓은 왕복 4차선 도로가 함창역으로 이어진다.

 

 

   함창역이 무인역으로 바뀌면서 황량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2010년 5월 9일부터 함창역 사무실에서 전통국악교실이 열리면서 이제는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보다 국악을 연주하고 민요을 부르는 소리가 울리게 되었다. 함창읍 주민들의 호응도 높은지 역에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어서 적막한 간이역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역에 울려퍼지는 민요는 한때에는 많은 화물과 여객 수송을 하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무인역이 되어버린 함창역의 한을 노래하는 듯이 구슬프다.

 

 

 

   함창역 건물은 4개의 기둥이 둥글다는 점이 다를뿐 옥산역과 같은 양식으로 되어 있다. 대합실 크기는 비슷하지만 무인역이어서 벽에 사진이 몇 점 걸려 있을뿐 텅텅 비었다. 매표소는 나무판으로 막아 놓았고 시각표는 무슨 이유인지 승강장으로 나가는 문 옆에 높게 붙여 놓았다. 대합실에서 기다리시던 어르신이 기차가 언제 오는지 나에게 물어보신다. 나도 고개를 들어야 겨우 시각표를 볼 수 있었다. 글자도 작고 대합실은 어두워서 키가 작은 어르신들에게는 정말 불편하다. 요즈음에는 시골의 젊은이들은 자가용을 운전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 대중교통인 버스나 기차는 어르신들의 이용이 많은 편인데 어르신들의 편의를 위하여 보기 좋은 위치에 글자를 크게 하여 시각표를 게시하는 게 어떨까? 이런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2004년 함창역을 무인화할 때에 함창읍 주민들의 반대가 매우 심하였다고 한다.

 

 

   함창역 승강장으로 나가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승강장은 하나만 현재 사용하고 있지만 나머지 공간은 모두 꽃으로 가득 차 있다. 승강장으로 가는 통로에는 철길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건널목의 철길만 철거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여러 종류의 꽃을 심어 놓았지만 코스모스가 단연 많다. 글을 쓰는 시점인 9월 말에는 기온이 떨어졌으니 예쁘게 피었을 것이다.

 

 

   함창역의 이정표는 다른 역과는 차이가 있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글자를 적었다. 현재는 없어진 양정역도 나온다.

 

 

   과거에는 함창역은 승강장은 2면 3선이고 그외에 선로가 더 있어서 화물 운송도 하였다. 하지만 현재는 단선만이 남아 있고 나머지는 철길은 철거되고 꽃밭이 되었다. 그래도 규모가 큰 역이어서 승강장에는 가로등과 호차 표시 그리고 의자가 많아서 옛 영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호차 표시에 시외전화 광고까지 있으니.

 

 

   선로가 걷히면서 역 건물 반대쪽의 승강장은 사용하지 않지만 아직 보도블럭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주민들이 지름길로 철길을 건너가고 있었다. 특고압 25,000V가 흐른다는 말도 안되는 경고문이 있지만 주민들도 말이 안된다는 걸 아는지 신경쓰지 않고 지나가고 있었다. 사실 경북선은 전철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이런 엄청난 전기가 흐르지도 않는다. 물론 전기와 관계 없이 철길을 건널 때에는 안전을 위하여 지나가는 열차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함창역에서는 문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공사를 하고 있다. 역 구내에는 꽃밭이 되기는 하였지만 화물 승강장이 남아 있어서 좀 어수산한 느낌이 드는데 조금 정비를 한다면 기차도 타고 함창읍 주민들의 휴식 및 문화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함창역에 함창읍과 함창역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마침 영주에서 부산으로 가는 무궁화호가 들어올 시각이다. 조금 높은 화물 승강장에 올라가서 기다렸다. 디젤기관차에 객차 6량이 연결된 긴 열차가 정차하였는데 이런 역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디젤기관차에 객차 3~4량이 연결되었거나 RDC 4량으로 운행하는 동해남부선이나 경전선 열차에 익숙해서 그럴까?

 

 

   얼마되지 않는 승객을 태우고 열차는 출발하였다. 약간 오르막이 있어서 열차의 꼬리가 보이다가 사라진다.

 

 

   무인역에 대한 반대가 심하여서인지 함창역은 역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도 그만큼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 건물은 국악교실로 활용하고 있고 사용하지 않는 역 구내는 꽃밭으로 단장하였다. 공사를 하고 있으니 함창역의 새로운 변신을 기대하여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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