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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도 제3호선을 따라서 백원역(白元驛)을 향하여 걸어갔다. 철도는 선로를 개량하면 이전 철길은 없어져서 흔적도 남지 않지만 도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이전 도로가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이전 도로는 마을에서 바로 연결이 되기에 주민들의 이동 통로로 계속 사용되고 있다. 물론 차량 행량이 적어서 갓길이 없어도 걷기에 좋다.

 

   도로의 이정표에는 백원역이라고 나와 있다. 백원역이 '상주시 사벌면 원흥리'에 있지만 면 소재지가 아니어서 그런지 대표 지명이 백원역이 되어 버렸다.

 

 

   마을로 들어가면 버스정류장과 백원역의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상주 방향의 버스정류장이 표시만 있지만 양정 방면의 버스정류장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지붕이 있고 의자가 놓여 있다. 경북선의 폐역조차도 시내버스는 물론 시외버스까지 정차하여 버스 교통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정작 백원역은 시내버스만 운행하고 있다. 그 덕분인지 모르지만 다른 역과는 달리 2008년 11월까지는 무궁화호가 2회 정차하였다.

 

 

   역 건물 앞에 광장이 있는게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역의 구조이기는 하지만 백원역은 광장이 없다. 역이 주변보다 낮은 위치에 있어서 내리막이 있다. 역 건물 앞에는 계단과 함께 의자가 놓여 있었다. 지금은 정차하는 열차가 없으니 이 공간은 땅콩을 말리는데 사용되고 있었다. 땅콩을 지키기 위함인지 개 한 마리가 있었으나 짖지는 않고 꼬리를 흔들면서 반긴다. 덕분에 안심하고 백원역 건물을 찍을 수 있었다. 백원역 건물의 창문과 문은 막아놓았고 앞에는 볏짚을 쌓아 놓았다.

 

 

   여기서 백원역의 한자를 알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농담삼아 부르는 100원이 아니다. 과거 경북선에서 무연탄 수송의 거점이었다는 이미지와 전혀 맞지 않게 흰백(白)(한자사전 보기)에 으뜸원(元)(한자사전 보기)을 사용하고 있다.

 

   백원역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안에서도 백원역 건물은 나무판으로 창문과 문을 모두 막아놓았다. 하지만 대합실로 들어가는 문은 막지 않았다. 문은 잠구어져 있어서 들어갈 수 없지만 유리로 되어서 안이 보이는데 대합실이 매우 좁지만 화장실에 매표소까지 갖추어져 있다. 이용하는 승객이 적었기에 이렇게 최소한으로 만들었던 모양이다.

 

 

   백원역 승강장은 2면 3선으로 되어 있다. 가운데에 있는 본선만이 열차가 지나가는지 반들반들하고 나머지 선로는 녹이 많이 슬었다. 하지만 신호기에 불이 들어와 있는 걸로 보아서 사용이 가능한 상태로 보인다. 역 건물에서 떨어진 승강장에도 이정표가 있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통로가 사라지고 풀밭이 되어 버렸다.

 

 

   백원역이 근처 탄광에서 나오는 무연탄 수송을 목적으로 만든 역이니만큼 승강장 상황은 좋지 못하다. 턱을 제외하고는 흙으로 덮여 있어서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현재에는 풀들이 마구 자라고 있다. 다른 역과는 달리 승강장과 화물 승강장을 한 선로에서 공유하게 되어 있는데 화물 승강장은 그나마 코스모스를 심어 놓아서 가을 정취가 느껴진다.

 

 

   백원역의 이정표는 함창역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코레일CI에 맞게 파란색 바탕으로 새로 붙였다. 붙인 당시에는 양정역은 정차하는 열차가 없었기에 다음 역은 함창역으로 표기되어 있다. 먼저 사용 중지된 승강장의 이정표도 같이 바꾸어 놓았다.

 

 

   상주역까지는 평지가 넓게 펼쳐지고 철길은 약간 내리막이 이어진다. 사진찍을 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확인하여 보니 신호기 옆에 달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돈 시리즈 역이 있다. 서울지하철의 노원역(蘆原驛)과 일원역(逸院驛)에서 시작하여 경부선 이원역(伊院驛), 경북선 백원역, 그리고 호남선 천원역(川原驛)이 있다. 정작 가장 저렴한(?) 노원역과 일원역은 물론 이원역까지는 현재도 열차가 정차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백원역과 천원역은 무인역으로 정차하는 열차가 없다. 이웃 일본의 홋카이도[北海道] 네무로본선[根室本線]에는 토후츠역[十弗駅]이 있어서 10달러 지폐가 있는 관광안내판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을 것 같다. 일원역에 일원짜리 동전을 크게 걸어놓으면 우리 동네 가치가 이 정도냐고 난리가 날 듯....... 억원역이나 조원역이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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