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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9월 30일부터 10월 24일까지 2010 울산 세계옹기문화엑스포(Onggi EXPO Ulsan Korea 2010)가 옹기 마을이 있는 외고산에서 열렸다. 이곳은 동해남부선 철길이 바로 옆에 지나가기에 임시 승강장인 외고산역(外高山驛)이 설치되어서 관람객들이 편의를 제공하였다. 물론 철도공사(Korail, http://www.korail.com )에서도 엑스포를 후원하고 주요 역에서 입장권을 할인하여 판매하였다.

 

   아쉽게도 나는 외고산역에 열차가 정차한 기간에는 방문하지 못하였다. 엑스포가 끝난 10월 26일에 외고산역을 방문하였다. 이제는 열차가 정차하지 않기에 가까운 남창역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 순천에서 포항까지 운행되는 무궁화호 1942열차를 탔다. 여름 휴가 기간에는 입석까지 있었지만 방학 기간이 끝나고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한산하다. 운행 초기에는 RDC라는 디젤동차로 다녔지만 장거리를 운행하다 보니 승객들의 불편이 있어서 8월 정도부터 디젤기관차가 객차 4량을 견인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외고산역에서 가장 가까운 남창역도 역시 사람을 보기가 힘들고 조용하기만 하다. 남창역 앞에는 울산역이 11월 1일부터 태화강역으로 바뀐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동해남부선이 복선 전철화되면 KTX가 동해남부선을 운행하여 울산역으로 운행할 수 있게 된다는 걸 감안하면 태화강역으로 바꾸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지역이나 해외의 사례에서도 도심에 있는 기존선의 역에 도시명을 넣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미 엑스포는 끝이 났지만 남창역 광장에는 엑스포에 대한 커다란 안내판이 있다.

 

 

   남창역에서 외고산역까지의 거리는 1.6km이다. 2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엑스포 기간에는 셔틀버스가 운행하였지만 걸어가는 관람객이 있었는지 인도에는 우측통행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고 인도 바닥에도 적어 놓았다. 나중에 보니 남창에 있는 인도 대부분에 이런 표지판이 있었다. 얼마나 걷는 사람이 많기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도로를 따라 걸어서 외고산역에 도착하였다. 외고산역은 임시 승강장이지만 웬만한 간이역보다도 훨씬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이 바로 들었다. 승강장은 단선이지만 입구에는 꽃이 놓여 있고 길이도 제법 길어서 6량을 수용할 수 있다. 외고산역의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철길 위의 육교이다. 아치를 만들고 외고산옹기마을(http://onggi.ulju.ulsan.kr )의 마크를 가운데에 붙여 놓았다. 동해남부선은 전철화가 되어 있지 않지만 육교 가운데에는 난간에 플라스틱 판이 있고 철길 옆으로는 비어 있는 공간이 있어서 복선전철화가 된다고 해도 그대로 활용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복선이 되면 반대편에 승강장을 하나 더 만들면 되니깐.

 

 

   철길이 주변보다 낮게 지나가는 구간이라서 철길 옆에서 내려다 보아야 한다. 승강장과 마을이 같이 보인다. 마을에는 옹기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승강장 벽에는 옹기 모양의 그림과 뚜껑으로 장식을 하여서 잘 어울린다.

 

 

   근처 도로는 마을보다 더 높이 지나가기에 철길과 마을이 더 잘 보인다. 외고산이라는 산이라서 그런지 마을은 평지가 아니라 경사진 장소에 있다. 옹기의 제조 과정을 보면 왜 경사진 곳에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철길 옆에는 옹기 이외에도 마을안내센터도 있다.

 

 

   육교를 건너서 마을로 향하였다. 육교에서 보니 전혀 연관이 없어보이는 옹기와 동해남부선의 철길이 잘 어울린다. 친환경이지만 다른 대체 수단이 있으면서 오랜 동안 외면을 받았고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해남부선은 일제 강점기에 건설되었고 옹기는 우리나라 전통의 저장고이기는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부터 옹기를 굽는 기술을 도입하였다. 물론 울산 자체가 일본과 연관이 크다. 큐슈[九州]의 쿠마모토[熊本]에 울산에서 잡혀간 사람들이 살았던 우루산마치[蔚山町]이라는 노면전차 정류장이 있을 정도이다. 이런 악연이 있지만 2010년 4월에 울산광역시과 쿠마모토시는 우호협력도시가 되었다(관련 기사 보기).

 

 

   외고산역 앞에는 의자가 몇 개 놓여있고 컨테이너 박스로 된 임시매표소가 있다. 컨테이너 옆에는 시각표가 간단하게 붙어 있다.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는 무궁화호가 6회 정차하였고 나머지 요일에는 8회 정차하였다. 주말이라고 적힌 무궁화호는 금요일에도 운행하였다. 지금은 엑스포는 끝나면서 외고산역에 정차하는 열차가 없기에 아무도 없다. 그런데 어디에 붙여 놓았는지 알 수 없지만 경주 방면 시각표가 풀밭에 방치되어 있어서 주워서 왔다. 엑스포가 끝나면서 버려진 모양이다.

 

 

   외고산역 승강장으로 들어가는 계단도 철조망으로 차단되어 있다. 그렇지만 시골의 역들이 그렇듯이 승강장 끝의 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승강장은 만든지 얼마되지 않아서 눈이 부시도록 하얗다. 다른 역과는 달리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경사로는 없이 계단만이 설치되어 있고 승강장에는 블럭이 없고 그냥 노란선이 있다. 외고산역의 아쉬운 점이다.

 

 

   만든지 얼마되지 않는 역인지라 외고산역의 이정표는 반질반질하다. 남창역과 덕하역 사이에 있다. 하지만 남창역과 덕하역의 이정표에는 외고산역이 있다고 나오지 않는다. 영어로는 'Special Tracks'라고 해 놓았는데 맞는 표현인지는 좀 의문이다. 한글이나 한자표기에 맞추어서 그냥 'Oegosan Station'라고 적는 게 낫지 않았을까?

 

 

   외고산역 승강장에는 옹기 그림이 그려져 있고 뚜껑까지 있다. 진짜 옹기인지 궁금하여 만져보니 맞다.

 

 

   덕하 방면으로는 철길은 짧은 터널을 지나게 된다. 터널 위로는 외고산옹기마을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는 도로가 있다.

 

 

   외고산역은 현재 울산시내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정류장의 원래 이름은 '고산 마을'이다. 엑스포를 앞두고 만들어진 기다리는 자리에는 외고산이라고 되어 있다. 남창으로 가다보면 내고산과 중고산도 있다. 이들을 합쳐서 고산 마을이라고 한다.

 

 

   시내버스의 노선도에는 아직 울산역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버스정류장의 노선 안내에는 벌써 태화강역이라고 스티커를 붙여 놓았다. 별로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태화강역으로 바뀌는게 더욱 실감이 난다. 정차하는 시내버스 중에는 월내까지 운행하는 715번(노선도 보기)도 있다. 월내에서는 부산시내버스로 갈아탈 수 있다. 진하해수욕장과 간절곶이 있는 해안으로 돌아서 가므로 남창에서 기차나 시외버스를 타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배차간격도 40분으로 좀 길기는 하지만 타 볼만 하다.

 

   이렇게 간단히 엑스포가 끝나고 외고산역을 둘러보았다. 임시역이라고는 하지만 1억 3000만원을 들였고 승강장이나 육교를 잘 꾸며 놓아서 임시로만 쓰기에는 너무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단체 승객이 있을 때에만 정차하고 매년 가을에 옹기축제를 할 때에는 정기 열차를 정차시키는 게 적당하다. 외고산옹기마을은 경전선 진주수목원역처럼 관광객들을 흡수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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